〈 137화 〉 나르메르 왕국에서의 나날 (9)
* * *
불행하게도, 마저 열 번을 채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공용탕이라 그런지, 카루라의 펠라치오로 다섯 발째를 뽑을 무렵부터 몰려오기 시작한 다른 이용객들 덕분에 나나 카루라나 호다닥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참은 떨어진 곳에서부터 인기척을 느낀 카루라도 대단하긴 한데, 그런 그들과 마주치지 않고서 공용탕에서 몰래 나오는 건 꽤나 스릴 넘치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시 카루라의 집으로 돌아가서 이어서 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 카루라가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내게 대전사로서 가봐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해서 어쩔 수 없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다.”
“아뇨, 뭐.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마저 펠라치오를 받지 못하게 된 건 아쉬워도, 이게 카루라가 사과할 일은 아니어서 그렇게 말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해 보이는 얼굴로 카루라가 내게 말했다.
“...일이 끝나면, 그 뒤에 이어서 다시 해주겠다.”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는 카루라였지만, 그래도 준다는 걸 사양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그런 카루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대하면서 기다릴 필요는 없는데.”
그런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중얼거리는 카루라.
엄청 귀여웠다.
꼬맹이 파라오가 나보고 카루라의 짝이 되어주지 않겠냐니 뭐니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같은 것의 짝이 되기엔 카루라가 너무 아까웠다.
카루라를 임신시켜놓고 이러는 것도 좀 쓰레기 같긴 한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런 내게 카루라가 다가왔다.
뭐지, 싶었는데 우물쭈물하면서 카루라가 말했다.
“...염치없지만,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나?”
“네? 네, 뭐.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요.”
카루라가 나한테 부탁할게 뭐가 있나 싶었을 때,
“고맙다.”
그렇게 말하며, 발돋움하며 카루라가 내 입술에 입술을 맞췄다.
쪽, 하고.
무척이나 짧은 입맞춤.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
“...과연, 어머니가 해줬던 말씀이 사실이었구나. 아버지와 입맞춤을 했을 때,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는데, 정말이었군.”
입술을 떨어뜨리며, 그렇게 말하는 카루라.
순식간에 도둑맞은 입술을 더듬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며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 카루라가 이내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 버렸다.
“...부탁이란 게 입맞춤이라곤 안 했잖아요.”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카루라는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애써, 입술에 남아있는 것 같은 감촉을 잊었다.
아니, 잊으려고 했다.
“...일단 돌아갈까.”
카루라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카루라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오면 이야기해야겠지.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나 하는 거라고.
단순히, 대가를 받고서 몸을 팔아대는 남자한테, 며칠 뒤면 돌아가버릴 사람한테 해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둬야겠다.
갑작스러웠던 카루라의 입맞춤을 받고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떻게 온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돌아온 카루라의 집.
근데, 그런 카루라의 집에 웬 손님들이 와있었다.
카루라처럼, 등 뒤로 날개가 나있는... 아마 카루라랑 같은 종족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기웃하고 카루라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집주인인 카루라는 없는데 왜 저러나 싶었지만, 아무튼 그런 여자들에게 다가간 내가 말했다.
“카루라씨는 지금 집에 없는데 무슨 일이세요?”
“힛?!”
“꺅!”
“흐엑!”
그러자, 나를 돌아보더니 기겁하면서 날아오르려다가 서로 몸이 부딪혀서 엎어지는 셋이 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는데.
너무 놀라니까 말을 건 게 미안해지잖아.
“괜찮아요?”
일단 엎어져서 날개끼리 엉켜버린 듯 끄응거리는 셋에게 그렇게 묻자, 그런 내 말에 셋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거의 동시에 괜찮다고 말했다.
더듬더듬, 말을 엄청나게 더듬어가면서 대답하는 셋을 보니까 엎어지면서 서로 머리라도 부딪힌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튼 괜찮다면서 도통 일어날 생각이 없는 셋을 하나하나 잡아 일으켜 세워주자 어버버거리던 셋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나, 남자가 내 손을 잡았어!”
마지막은 뭔데.
아무튼, 딱 봐도 멀쩡해 보이는 셋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카루라씨는 지금 집에 없으니까 나중에 와주실래요? 그리고 저 좀 들어가게 문에서 좀 비켜주시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셋은 비켜줄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길을 막은 채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뭐지?
시비 거는 건가.
아니,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대체 뭔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셋 중에서도 대표라고 해야 할지, 다른 둘에게 떠밀려 나왔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앞으로 나온 한 명이 말했다.
“저, 저희는 카루라 대전사님을 뵈러 온게 아니고요...”
카루라를 보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럼 왜 카루라의 집에 왔나 싶었는데, 그런 내 시선에 세 명이 대뜸 무언가를 내밀었다.
무언가라고 한 이유는, 이게 대체 뭔지 나도 모르겠어서 그런 거였다.
동전인데, 처음 보는 동전이었으니까.
근데, 정작 그 처음 보는 동전에는 익숙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동전에 세계 정부의 문양이 떡하니 새겨져 있었으니까.
“이, 이걸 주면 부탁드릴 수 있다고 들어서요.”
우물쭈물, 그렇게 말하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굳이 이 동전이 뭔지 묻지 않아도 대강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생판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이 세상의 상징이 새겨져있는 동전을 그냥 지니고 있었을 리도 없고.
이건 대충 우리랑 같이 온 세계 정부측의 인사가 나눠준 물건인게 분명했으니까.
그야, 이런 걸 나눠준 이유도 대충 알 것도 같았다.
백 명이 훌쩍 넘는, 그것도 최상위 중에서도 최고인 디스펜서들을 의무랍시고 데려오긴 했는데, 그렇다고 마냥 부려먹을 수는 없을 테니 모종의 무언가를 내줄 준비를 해두긴 했었을 테니.
이 동전이 그 증표인 게 아닐까 싶었다.
“그, 동경하는 카루라 대전사님이 선택하신 분이니까...”
그리고, 저 셋이 이걸 들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도, 대충 알았고.
뭐더라, 방사 뭐시기하는 심리 효과였던가?
매력적인 상대와 함께하는 사람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 버리는 심리적인 뭔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가 싶었다.
개쩌는 카루라가 선택했으니까, 그런 개쩌는 카루라의 선택을 받은 나도 분명 대단한 사람일거라고, 그런 기대로 인해서 저 셋이 날 찾아온 게 분명했다.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찾아온 목적이야 뭐...
디스펜서인 나를 찾아온 목적이야 뻔하고.
“부, 부탁드려욧...!”
동전을 내밀고서 그렇게 말하는 셋을 바라봤다.
그런 내 시선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세명.
딱 봐도 처녀다.
아니, 애당초 여자뿐이었던 세상에서 처녀가 아닐 수 있을까? 남자가 전부 사라지기 전에 이미 경험을 가진 적이 있는,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화석 같은 게 아닌 이상은 나르메르 왕국의 전원이 처녀일 수밖에 없겠지만.
셋이라.
처녀니까 냅다 박긴 그렇고, 전희에 이것저것 친다고 하면 두세시간... 사티로스의 체향으로 셋 다 강제로 발정시켜서 한다 치면 한두 시간 컷으로 할 수 있겠는데.
그러진 않겠지만.
저 셋도, 어찌 됐건 간에 나를 찾아준 이상 최선을 다해서 만족시켜줘야할 고객님이고.
카루라랑 똑같은, 소중한 고객님.
내밀어진 동전 세 개를 받고서 말했다.
“일단, 장소부터 옮길까요? 여긴 좀 그러니까. 세분 다 같이 하실거면, 다 같이 이동하시고 아니면 어떻게, 장소를 알려주면 제가 찾아갈게요.”
일이 있다고는 했으니 바로 오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카루라의 집에서 하던 도중에 카루라가 오면 좀 그럴 테니까.
“...아, 제, 제 집이 여기서 제일 가까워요! 그리고, 셋도 괜찮아요! 저희는, 그 자매라서...”
아니, 딱히 그건 안 물어봤는데.
셋이 자매인 거랑 이거랑 아무런 상관도 없고.
“...뭐, 그래도 된다면 그러세요.”
그래도, 고객님들인 셋이 그렇다니, 나야 그냥 그러는가 하기로 했다.
“그럼, 갈까요?”
“네, 네...!”
호들갑을 떨며 꺄꺄 거리는 셋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찔걱찔걱찔꺼억...♡
두 팔을 잡아당기면서 허리를 흔들 때마다 파들파들 떨리는 살짝 거무스름한 날개가 보였다.
이미 아홉 차례나 사정당한 보지가, 민감해질 때로 민감해져서 자지가 박힐 때마다 절정하면서 꾸욱꾸욱 조여와서, 나도 슬슬 사정감이 치밀어올랐다.
“슬슬 또 쌀게요.”
“히잇...♡ 히이익...♡ 보지이...♡ 또 가버렷...♡ 계속... 계속 가버려옷...♡ 이미 가고 있는데엣...♡ 계속 가버렷...♡”
이미 진작부터 정신줄을 놓고서 허덕이던 고객님은 내가 사정한다고 말해도 대답도 못하고서 그저 내가 알려줬던 보지나 가버린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절정 중이고.
어차피 저 셋이 날 찾은 이유야 임신해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거였고, 나도 곧 싼다고 말하는 것도 굳이 대답을 바란다기보단 그냥 버릇 같은 거라서 그대로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찔꺽거리며, 그동안 박히면서 내 자지에 맞춰진 보지가,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남자라곤 몰랐던 처녀 보지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주인과 달리 그런 내 자지를 꼭 물어댔다.
본능적으로, 정액을 받아내기 위해서 꾸욱, 꾸욱하고 사정에 임박한 내 자지를 물어오는 보지. 그런 보지에 그대로 고객님의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한계까지 자지를 밀어넣고서 사정하기 시작했다.
뷰릇, 뷰르르릇...♡
“읏~~♡ 으으읏~~~~♡ 으으으으읏~~~♡”
부들부들, 질내 사정조차도 쾌락으로 다가오는지, 븃븃하고 자신의 자궁구를 두드려대는 정액으로 절정하면서도, 꾸우욱하고 보지를 조여오는 고객님.
쯔으읍...♡
“응읏...♡”
그런 고객님의 보지에 자지를 훑어가면서, 남는 정액이 없도록 전부 보지 안에 사정하고서야 자지를 뽑아냈다.
뽀옥, 하고.
내 자지가 뽑히기 무섭게, 그동안 사정해낸 정액이 보지에서 꿀렁거리며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이종족들에 비해서 회복력이 약한 것은, 아무래도 종족적인 특성이었던 모양인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고서, 모처럼 채워 넣은 정액을 흘려대는 보지.
아무리 약하다고는 해도, 인간족에 비한다면 뛰어난 회복력이긴 하겠지만.
그런데도 이러는 걸 보면, 이젠 내 자지는 인간의 보지로 만족하지 못하게 된 건 둘째치고, 인간에게 박았다가는 존나 큰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고객님의 보지를 보고서 품에서 부적을 꺼냈다.
“이러라고 준 건 아닌데.”
내가 이런데 부적을 쓴 걸 알면 호아란이 화내려나.
근데 어쩔 수 없는 게, 나르메르 왕국에선 속옷이라든지 뭐 이렇다할 것이 없어서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고객님이 기껏 대가를 주고서 받은 내 정액이 마구 흘러대는걸 못 본 척 넘어가기엔 직업 윤리적으로 좀 그렇고.
그러니까, 별수 없이 엉덩이만 치켜든 채 추욱 늘어져 버린 손님의 보지에 부적을 붙였다.
찰싹, 하고 제대로 보지에 부적이 붙었는지 확인도 하고서.
부적 덕분에 더 이상 정액이 새어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한숨 돌렸다.
정작 손님은, 확인차에 찰싹하고 건드려본 내 손에 가버리고서, 그게 한계였는지 그대로 기절해버리긴 했지만.
“...근데 이렇게 보니까 꼴이 장난이 아닌데.”
두 다리를 열고서, 부적이 붙은 보지를 훤히 드러낸 채로 기절해버린 손님이나, 개구리마냥 엎어진 채 역시나 보지에 부적이 붙여진 손님이나, 엉덩이만 치켜올린 채 보지에 부적이 붙여져버린 고객님까지.
세 고객님 모두, 상당히 엄한 꼴을 하고서 기절해버려서 차마 이걸 어쩌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근데 어차피 집 안이고, 누가 들어올 것도 아닐 테니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중에 깼을 때 서로 보고 덜 쪽팔리긴 하라고 이불 같은 걸 찾아서, 세명에게 덮어줬다.
“...이미 카루라씨는 돌아왔으려나.”
일단 서두르긴 했는데, 저 셋에게 받은 동전이 대체 뭔지는 몰라도 일단 받은 게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각자 열 번씩은 사정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전희야 세명을 동시에 해서 얼마 걸리지는 않았는데, 사정 자체가 원체 오래 걸리게 된 나머지 별수가 없었다.
그래도 서두른 보람은 있어서, 세명에 각각 열 번씩 삼십번을 사정한 것치고는 빨리 끝내긴 했지만.
이미 해는 진작 저물어버렸으니, 아무리 늦어도 카루라는 이미 집에 돌아왔지 않을까 싶었다.
“...뭐, 별 수 없지.”
대가를 받고서, 고객님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내가, 디스펜서가 하는 일이고.
이 셋이나, 카루라나 결국 같은 고객님이었다.
어느 쪽이 우선인가,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솔직히 애매했다.
디스펜서인 내 입장에선, 결국 돈을 더 주는 쪽이 우선해야할 고객님일 뿐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짓 밖에 없고 애당초 릴리스의 후계자로 내정된 내가 디스펜서를 때려치울 일도 없으니 앞으로도 이럴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어떤가? 이방인이여. 나의 카루라의 짝이 되어주겠는가?’
그런 주제에, 대체 무슨 면목으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과연, 어머니가 해줬던 말씀이 사실이었구나. 아버지와 입맞춤을 했을 때,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는데, 정말이었군.’
하물며, 고작 입맞춤을 한 거로 기쁜 듯이 웃던 카루라라면 더더욱.
아마, 카루라라면 그런 나 따위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임신시켜버리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애가 한 명쯤 있다고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카루라를 그토록 아끼던 꼬맹이 파라오가 있으니 어찌저찌 행복하게 살 수는 있겠지.
한 나라의 왕, 그것도 세계 정부가 자치를 인정할 것으로 생각되는 나르메르 왕국의 왕이, 파라오가 아끼는 대전사다, 충분히 그럴 것이다.
내 짝이니 뭐니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을 거다.
돈 번다고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여자랑 떡치고 다니는 새끼랑 엮이는 것보다는 그 편이 카루라에게 있어선 훨씬 나을 거다.
“...씨발.”
좀, 좆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