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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40화 (140/523)

〈 140화 〉 시련, 그리고 (2)

* * *

이쪽보다 훨씬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들과 싸울 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실 여기에선 저마다의 대답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경험이나, 자기가 익힌 기술, 그 밖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둘러싸이지 않도록 언제나 도망칠 구석을 마련하거나, 최소한의 상대만을 상대할 수 있도록 적의 이동을 제한한다던가, 그 밖에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나올테니까.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들이박고 본다였다.

‘저 새끼, 고아라더라.’

‘어쩐지, 어떻게 사람 이름이 한좆이냐 난 또 애미애비가 장애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고아새끼라면 인정이지.’

‘내가 저 새끼 부모였어도 버렸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고아라는 것은, 언제나 약자에 있는 존재였다.

특히나, 내가 신세를 졌던 고아원은 동네에서도 유명한, 아주 씹창인 곳이었던만큼, 더욱이 어릴 적의 내가 남들의 눈에 상당히 많이 띄었던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내 키는 170을 훌쩍 넘었고,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근육질이었던 것은 그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아이들은 잔혹하다.

더없이.

그렇기에, 눈에도 띄고 고아이기까지 한 나는 그들에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보였을 것이다.

‘야, 한좆...’

언젠가, 얌전히 급식을 처먹고 있던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애새끼가 있었다.

‘고아 새끼 주제에 뭘 그렇게 처먹었길래 몸이 그렇게 부푸냐? 나도 좀 알ㅡ’

무리였다.

교내에서도 썩 좋은 평판을 갖고 있지 않은, 소위 말해서 일진이니 뭐니하는 녀석들.

꼴에 혼자서는 겁이라도 났는지 열 명이나 와서는 시비를 걸은 애새끼를 보고서, 나는 처맞은 뒤통수를 문지르다가 식판에 얼굴을 처박은 나머지 코에 묻은 밥풀을 떼어먹고는, 더 이상 먹고 싶어지지 않은 급식이 담긴 식판을 집었다.

그리고 식판으로 그 새끼의 아구창을 날렸다.

내 학창 시절이 파란만장해진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아직 아이에 불과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어른 이상의 완력과 피지컬을 지니고 있던 나는 그 열 명을 죄다 병원 신세를 지게 해줬으니까.

그리고 고아원에 돌아갔을 때 소식을 들은, 고아원장 그 썅년한테 개처럼 처맞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비를 걸어오는 새끼들을 죄다 들이박고 봤다.

나는 약자다.

내가 약자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약자는 먹힌다.

약하다고 여겨지면, 그저 잡아먹힐 뿐이었다.

‘데프프, 프프픗...’

‘레훼에엥...!!’

가장 약하기에, 언제나 작은 동물에게도, 어린 아이들에게도, 심지어 우리같은 고아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하고는 했던 초록색 동물처럼.

‘오빠, 우린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해?’

기껏, 예쁘게 태어났는데.

예쁘게 태어나서.

예쁜 주제에 고아라서.

하필이면, 고아원이 그딴 썅년이 있던 곳이라서.

‘나, 나 싫다고 했는데. 근데, 그러니까 아저씨가...’

예쁘던 얼굴에 피멍이 생긴 채, 울면서 그렇게 묻던... 같은 고아원의 동생이었던 여자아이들처럼.

‘씨, 씨발 갑자기 무슨 짓이야?!’

‘니 애비한테 물어봐 개 좆같은 새끼야.’

약하게 보이면, 약자라는 걸 알려지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알았기에.

싸우고, 또 싸웠다.

약자들의 무리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강했기에,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싸웠다.

시비를 걸면 박살내고, 시비가 걸려서 돌아온 동생들이 있으면 찾아가서 박살을 내주고.

독방과, 금식, 애를 패는 데 야구방망이를 써재끼는 고아원장, 그 씨발년에게 존나게 후려처맞아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그렇기에, 나는 제법 싸우는 것에 익숙했다.

하물며, 언제나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나 같은 경우에는 언제나 다수를 상대해왔고, 다수와 싸우는 것은, 당연히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몸이었다.

그게 비록, 두려움이고 뭐고 모르는 해골 바가지라고 해도.

십 수명, 수십 명이 아니라 수백이 훌쩍 넘는 해골 바가지라고 해도.

“박는다...!”

그래도 들이박았다.

내가 아는 거라곤 그거뿐이니까.

“따닥, 따다다닥!”

딱, 딱 존나게 해골만 남은 이빨을 부딪쳐대며 그런 내게 달라붙으려드는 해골들을, 카루라를 안고 있느라 쓸 수 없게 된 팔 덕분에 한 팔로만 마구 후려치고, 뿌리쳤다.

퍼석, 퍼서석하고 내 주먹질에 머리가 박살나거나 몸뚱이가 뚝하고 끊겨서 쓰러지는 해골들.

하지만, 그렇게 쓰러뜨린 해골들보다 더 많은 해골들이 그런 내게 달라붙었다.

콰작!

어깨를, 팔을, 다리를 물어뜯기고, 붙잡힌다.

‘천호의 갑주’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전해져오는 충격.

아릿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래봤자 그저 통증에 불과하다.

상처는 나지 않았다.

그러니 강행한다.

“씨발 새끼들아, 뒈져!”

해골 새끼들이 내 몸을 씹고 맛보고 즐기던 말던, 그대로 질질 끌어가며 계속해서 돌파했다.

주먹으로 쳐부수고, 발로 후려차서 밀어내고, 웨어허니비의 독침을 쏘아갈기면서 계속해서 길을 만들어서 나아갔다.

“따다닥...!”

“어딜, 씨발 새끼가!”

내 품에 안겨있는 카루라를 노리고 뼈다귀만 남은 대가리를 뻗는 해골.

그런 해골의 대가리에, 카루라가 아닌 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퍼걱!

내 머리가 좀처럼 단단했는지, 그대로 아가리가 박살이 나서 나뒹구는 해골을 발로 밟아서 마저 박살냈다.

“씨발, 존나 많네.”

쓰러뜨린 해골 바가지들이 족히 백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존나게 많았다.

“...그대여, 이대로라면 그대마저도 위험해진다. 나를 버리고ㅡ”

“지랄 좀 하지 말아주실래요?”

그럴 거였으면, 애당초 이런 곳에 오지도 않았다.

내가 어째서 여기에 왔는데.

“입 다물고, 제대로 안겨있기나 하세요.”

퉁퉁퉁, 하고 달려드는 해골들의 대가리를 웨어허니비의 독침을 쏘아 박살내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카루라의 말이 사실이긴 했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지나치게 몰려드는 해골들을 처리할 때만 사용한 독침이었지만 벌써 오십 발이 넘게 써버렸다.

아직 한참 남아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오는 해골들에 숫자가 득실득실해질 뿐 줄어들 기미가 없어보이는 지금.

그 한참 남은 것도 마저 써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시간이 다하면, 내 몸에 두르고 있는 ‘천호의 갑주’를 유지할 기도 뭣도 남지 않아서 조금 근육질에 덩치가 클 뿐, 평범한 인간족에 불과한 내 여린 살로 해골들이 축제를 벌일게 분명했다.

내가 좀 살이 많다고 해도, 이 많은 수가 고작 나로 만족할 리는 없으니 그 다음은 카루라일테고.

그럼...

“뚫는다.”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밀려드는 해골들을 상대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니까.

차라리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그나마 하늘에서 더 많은 해골들이 떨어지기 전에 뚫어야했다.

그러니까.

“꽉 붙잡아요.”

이 이상으로, 해골들을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꽉, 하고 양팔로 카루라를 끌어안고서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대로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따닥! 따다다닥!”

들러붙는 해골바가지들을 몸에 달라붙은 채로, 그래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들을 떼어내는데 사용하는 체력조차도 아낀 채, 오직 웨어울프의 종특, 신체 강화에만 집중하고서 계속해서 돌진했다.

콰직, 콰지지직...!

힘은 제법 셌지만, 내구도만큼은 그저 해골에 불과한 해골 바가지들이 그런 내 돌진에 마구 무너졌다.

이거라면 되겠다.

처음부터 이럴걸.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내 몸 밖으로 벗어나서, 카루라가 다치거나하지 않도록 더더욱 꾸욱, 하고 카루라를 감싸안은채로 돌진했다.

그리고.

“딱, 따다다닥... 따악!”

“애미, 씨발 넌 또 뭔데.”

해골 바가지들 사이로, 좀 강력해보이는 녀석이 튀어나왔다.

지 혼자,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검게 물들은 갑옷을 입고서, 날이 빠지긴 했어도 검까지 들고 있는 녀석이.

“따악...! 따다다닥...! 딱...!”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서 대충 녀석이 뭔지 알 수는 있었다.

딱 봐도, 나 기사입네 하는 꼴을 하고 있었으니까.

언데드.

사령술사가 부리는, 망자들의 기본은 해골이나 뼈에 살점이 조금 달라붙은 정도인 좀비들이지만.

그보다 윗단계로 가면, 기사급이니 워커급이니 하는 새끼들이 있다는 것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딱 봐도 기사처럼 보이는 저 해골 바가지는, 그 중 하나인 기사급의 해골인 녀석이 분명했다.

데스나이트, 그렇게도 불리는 존재.

원한을 남기고서 죽은 자든, 혹은 저주를 뒤집어써서 주살을 당한 자든, 한 때 강자였던 자의 시체로 만들어낸, 사령술사들의 주력기 중 하나.

“좆.”

이건 강행해서 돌진했다가 한/조가 되게 생겼으니 곧장 ‘용발톱’을 녀석에게 겨누었다.

“같은 새끼야 좀 꺼져!”

퉁퉁퉁퉁퉁...!

아낌없이 쏘아진 오연발의 독침.

하지만.

“딱...! 따다닥...!”

카가가가각...!

검을 빗겨세우며, 그렇게 쏘아진 독침들을 죄다 튕겨낸 해골 기사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아니, 씨발. 그걸 막으면 어떡해.”

다른 한쪽에 달린 ‘용 발톱’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꿀벌 펀치 오연발이 내 최고 딜을 가진 셈이었는데 그걸 존나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내질 않나.

다른 해골 새끼들은 한발만 맞아도 개박살이 나는 것을, 이빨이 다 빠진 검이 막아낸 걸로도 모자라서, 이빨이 더 빠지거나하지도 않은 사실에 매우 좆됐음을 느꼈다.

근데 그렇다고 도망칠 구석도 없으니, 나도 그대로 달려들었다.

“따악!”

“딱 대, 씨발아ㅡ!”

콰지지직!

그대로 내리베어진 해골 기사의 검이, 내 어깻죽지를 파고들었다.

유스티티아가 만들어준, ‘천호의 갑주’인데도 움푹하고 패여버린 내 어깨.

하지만, 그럼에도 ‘천호의 갑주’는 해골 기사의 검이 내 부드러운 살갗을 찢어발기는 것을 제대로 막아줬다.

그리고.

“뜨악...!”

콰지직...!

해골 기사의 검이 내 어깻죽지를 가르지 못하고 막힌 것과 달리, 내 ‘용 발톱’은, 그런 해골 기사의 멋드러진 갑주의 옆구리에 처박혔다.

“뒈져, 좆같은 새끼야.”

퉁, 퉁, 퉁, 퉁, 퉁...!

갑옷 사이로 파고들은 독침이, 그대로 해골 기사의 내부에서 쏘아졌다.

“따, 따다다, 따닥...!”

꿀벌 펀치 오연발을, 직격으로 처맞았는데도 뒈지지 않은, 아니 이미 뒈졌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해골 기사.

하지만.

철컹...!

이미 쏘아서 없어진 독침의 빈자리를, 새로운 독침이 차지했다.

“부족하면 한 번 더 먹어, 씨발아!”

퉁퉁퉁퉁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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