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시련, 그리고 (5)
* * *
『놈... 노오옴! 감히, 감히 나의 손을...!』
분명 맨들맨들한 대가리를 노린 건데, 왜인지 모르게 빗나가서 손만 날려버린 꿀벌 펀치에 혀를 차면서도, 입 안에 남은 폭주제를 마저 삼켰다.
폭주제로 기운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시간이 지날수록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번 것도, 대충 1분이면 그 힘을 다하리라.
그리고, 더 이상 남은 폭주제도 없었다.
1분이라.
『그 안에 뼈를 죄다 개박살을 내주마, 이 페도 새끼야.』
존나 차고 넘친다.
콰앙!
『흐아아...! 애, 앱솔루트...!』
『아가리해 씨발아!』
『실드!』
콰지직!
미처 내 주먹이 닿기 전에 펼쳐진 방어막이, 그런 내 주먹을 가로막았다.
『페도 발골 펀치!』
하지만, 그딴 건 부수면 그만이었다.
깨져나가는 방어막을 내지르며, 내 주먹이 페도 뼈다귀의 턱주가리를 날렸다.
『크헙...! 일어나라, 나의 노예들아!』
이 씹새가.
분명히 턱을 날렸는데, 애매하게 빗나가더니 페도 해골 새끼의 어깨뼈만 개박살내는 내 주먹.
비틀비틀, 몸을 움직이더니 공간이동 마법인지 뭔지를 써서 순식간에 나랑 거리를 벌린 페도 해골 새끼가 뼈다귀들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하나같이 갑옷을 입고서, 밖에서 보았던 이빨이 다 나간 검이 아니라 윤이 좔좔 흐르는 검들을 들고 있는게 상당히 수준이 높아보이는 해골 기사들이었지만.
『꿀벌 펀치!』
해골 기사들이 채 몸을 일으키기 전에, 존나게 꿀벌 펀치를 갈겨댔다.
퉁, 퉁도 아니고 투콰콰콰콰하고, 내 양손에 달린 ‘용 발톱’에서 쏟아지는 독침들이 일어나려는 뼈다귀들을 죄다 갈아버렸다.
『오라! 나의 종이여! 나의 적을 분쇄할 망치여!』
그 와중에 존나게 거창하게 영창해대며 뭔 지랄을 떨려고 하는 페도 해골 새끼가 보였다.
『아가리 하랬지, 이 씹새야!』
개박살내놓은 해골 기사들 사이로 달려가서 다시금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가리하고 뒈져...!』
『나오라, 기간틱스여!』
쩌어엉, 하고.
페도 해골 뒤로 생겨난 거대한 문에서 뻗어 나오는, 커다란 몬스터가 보였다.
“쿠워어어어어어어!!!”
아는 몬스터,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커다란 몬스터가 그런 내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오우거.
숲 거인이라고도 불리는, 대형급인 주제에 존나게 강한 힘으로 유명한 몬스터.
근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우거의 두 세배는 거뜬히 넘어보이는 존나게 큰 오우거가 내 주먹을 막는 것을 보고서 나도 놀랐다.
존나 개쩌는 상태인 지금, 그런 내 주먹을 막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거인의 피가 섞인 오우거의 시체를 내가 특별히 엄선한 재료로 만들어낸, 내 최강의 종이다! 드라가니아스를 사냥할 때도 사용했던 것을 고작 갑자기 ‘신성’을 빌린 것에 불과한 필멸자가, 그것도 다 죽어가는 반쪽짜리 신의 ‘신성’을 빌린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아, 그래.
그게 최강의 패란 말이지.
그럼 저 기간인지 뭔지만 줘패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거네.
존나 어찌나 센건지, 힘에서 나하고 거의 비등비등한 기간 뭐시기를 보고서, 한층 더 힘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르르르르...!!』
웨어울프.
힘으로라면, 만약에 같은 크기라면 오히려 오우거마저도 압도할 괴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종족.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다뤄온 웨어울프의 능력은, ‘원본’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에 불과했다.
그야, 진짜 웨어울프들과 달리 어디까지나 신체 능력의 강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내가 가진 웨어울프로서의 능력이었으니까.
신체의 일부를, 혹은 전신을 완전히 짐승의 그것으로 변하게하며 본래의 능력에서 다시 수배에 달하도록 강화하는 진짜 웨어울프의 종족 능력에 견주기에도 뭐한, 그런 가짜.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이라면, 진짜를.
아니, 진짜보다 더 강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우오오오오오오오ㅡ!』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발톱과 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내 손이 보였다.
아니, 손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그랬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비등비등했던 힘에서, 내가 점점 더 우위에 서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꾸ㅡ 꾸으으으으어어어어!!”
뿌득, 뿌드드득, 뿌드드드득!
내 주먹을 쥐고 있는 기간제 뭐시기의 손이 뒤로 꺾이고, 꺾여서 그대로 팔목이 뒤로 우드득, 하고 부러져버리는 것이 보였다.
“끄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고통을 느끼는 모양인지, 팔모가지가 부러지자 무릎을 꿇으며 괴성을 내지르는 것도.
『나, 나의 기간틱스가... 힘에서 밀린다고...? 이, 이럴 순 없다...! 이 방법은 쓰기 싫었건만, 오라!』
쩌어억, 하고 다시금 열린 문.
그런 문에서 시꺼멓고 질척거리는 것들이 튀어나왔다.
저건...
『이, 씨발 페도 새끼가. 너, 그 새끼들이었냐?』
철퍽철퍽, 팔모가지가 부러져버린 기 뭐시기의 몸에 달라붙는 저건, 이미 몇 번이고 본 그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뭐시기의 몸에 달라붙더니, 마치 갑옷처럼 변하며 꾸물꾸물 부러진 팔목까지더 덮어가는 것이 보였다.
“꾸어어어어어!!”
그러자, 다시금 기운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아무튼 그거.
그래서, 그러기 전에.
아직 채 철퍽철퍽, 징그러운 걸로 덮어지기 전인 녀석의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꿀벌 니킥!』
파칭, 하고 무릎 위로 솟아난 웨어허니비의 독침.
그리고, 그 독침이 달린 무릎을 그대로 차올리면서 녀석의 얼굴을 꼬챙이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꿀벌 니킥!』
저게 완전히 몸에 덮어지면, 안 그래도 존나 징하게 안 뒤지는 것이 더 징하게 안 뒤지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 전에 대가리를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계속해서 무릎을 차올려서 개박살을 내줬다.
『어딜 가, 씹새야.』
채 몸을 덮기도 전에, 숙주가 완전히 아작이 난 사실을 느꼈는지 꾸물거리면서 다시금 벗어나려고 하는 검고 질척한, 이름도 모를 새끼들도 붙잡았다.
『걸레 짜기!』
5년이 넘도록 자취했던 노하우대로, 양끝으로 붙잡은 새끼들을 아주 제대로 비틀며 쥐어짜줬다.
푸르르르르르륵...!
존나게 펄떡거리면서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얼마 안가서 터져나가는 것들.
철퍽, 철퍽...!
이것들, 죽으면 그냥 물처럼 되는구나.
흐물흐물, 녹아내린 것처럼 내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검은 물같이 되어버린 것들을 털어내고서, 틀니를 딱딱 부딪쳐대는 페도 해골을 향해 다가갔다.
『오, 오지 마라...! 오지 마...!』
쩌어엉, 쩌어어엉!
페도 해골이 펼치는 마법들이, 하지만 영창할 정도의 정신머리가 없는지, 아니면 그럴 시간이 없다 여겼는지 하나같이 간지럽지도 않은 수준의 마법들이 몸을 두들겨댔지만.
내 몸에 복슬복슬하게 나있는 털 덕분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지 말라고 말했다...!』
『으지 믈르그 믈흤드...!』
지랄 똥 싸는 소리하고 있네, 씹새가.
『꿀벌...!』
『흐아아아...! 애, 앱솔루트 실...』
쩌어엉, 하고 내 주먹 앞으로 펼쳐지는 방어막.
『킥! 씨발 새끼야!』
그런 방어막에 채 막히지 않은 곳을, 발로 존나 세게 걷어찼다.
근데.
분명 걷어찼는데, 제대로 찬 느낌이 나질 않았다.
맨 처음 꿀벌 펀치로 대가리를 노렸는데 빗나간 거나.
아구창을 쳐날렸더니 애꿎은 어깨나 부숴버린 거나.
지금도, 분명 드러난 갈비를 다 박살 낼 줄 생각으로 걷어찼는데, 웬 삐쩍하게 마른 정강이나 날려버린 거나.
묘하게 계속 제대로 공격을 맞지 않는 페도 해골 새끼.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페도 해골 새끼가 뭔가 한 게 분명했다.
『끄흡, 끄으윽... 끄아아아악...』
날아가 버린 정강이에, 괴로워하는 녀석.
그런 녀석 위에 올라탔다.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안 맞긴 해도 맞긴 맞잖아?』
『그, 그만둬라! 피, 필멸자 주제에, 이 몸에게 손대지 마ㅡ』
『아가리.』
콰직!
주먹으로 페도 새끼의 아가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페도 새끼의 그나마 남아있던 손이 아작이 났다.
『끄으으으으...!』
『하라고.』
다시 한번 내리쳤다.
콰지직!
그러자 이번엔, 그나마 남아있던 정강이가 부서졌다.
『그만...! 그마아안...!』
『세 번째 말했지? 이번이 네 번째고.』
말을 못 알아듣는 새끼한테는, 자고로 매가 약이었다.
콰지직!
알아들을 때까지, 줘패다보면 결국 알아듣게 되는 법이었다.
콰지직!
설령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도 좋았다.
콰지지직!
애당초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콰지지지직!
원망이라는 것이 대체 무언가.
호아란에게 몇 번이고 들었었지만, 도통 그게 뭔지 알아들은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끄, 끄으... 으아...”
내리치고, 내리치고, 내리치고, 내리친 내 주먹에 온몸이 개박살나서, 머리뼈만 덜렁 남아버린 페도 해골 새끼.
그런 녀석의 몸에 잔뜩 들러붙어 있는 것들.
‘죽여ㅡ!’
‘제발, 죽여ㅡ!’
‘녀석을 죽여줘!’
‘아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수만의 망자들이 보인다.
카루라에게 이어받은 눈.
신조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눈은, 지금 이 페도 해골 새끼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을 내게 보여줬다.
죽어서도, 죽어가면서도 세상에 남을 만큼, 지독한 원망을 갖고 죽어간 이들로만 수만이나 되는, 지독할 정도로 끔찍한 악.
원한조차 가질 새도 없이 죽어갔을 이까지 더한다면, 대체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이 페도 새끼에게 당했을지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뒈져...!』
더 이상, 내가 때리려던 아구창을 대신해서 개박살날 것도 남아있지 않은 페도 해골 새끼에게 주먹을 내리치려고 했을 때였다.
쭈욱...!
몸에 깃들어있던 힘이, 그대로 싹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오링.”
막타만 남았는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진 것도 모자라서 애당초 처음부터 폭주제를 마구 처먹어가면서 무리하고 있던 몸에 반동까지 왔다.
신성으로 억누르고 있던 상처가, 저주인지 독인지 뭔지는 몰라도 아물지 않던 상처가, 그동안 무리하면서 몸을 움직인 대가를 요구해왔다.
“푸흡...!”
갈기갈기 찢겨나간 내장이 입 밖으로 나왔다.
“한계가 왔구, 나...! 고작 필멸자주제에, 신성을 그렇게나 남발한 오만함이 드디어...!”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두개골만 남은 페도 해골이 비어버린 두 눈두덩이로부터 흉광을 터트리며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외쳤다.
“죽어라, 필멸자여! 매직 미ㅡ”
이 새끼도 존나 한계인지, 존나 자신만만하게 펼치는 마법이 나도 존나 허접한 걸로 알고 있는 매직 미사일이었지만.
문제는, 내가 그것만 처맞아도 뒈질 상황이란 거였다.
“씨팔! 그냥 뒈져!”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억지로 주먹을 움켜쥐면서 내리친다.
“사...”
그와 동시에 이빨을 딱딱대며 마저 영창을 하던 페도 해골 새끼.
그런 해골 새끼의 맨들맨들한 두개골을, 빛무리가 꿰뚫는 것이 보였다.
“뎃...?”
내 가슴을 관통한 빛무리가.
“빌, 어, 먹을... 내가, 이딴 곳에서...”
프스스스...
흩어지듯 먼지가 되어 사라져가는 페도 해골.
더듬더듬, 그런 페도 해골의 막타를 친 빛무리가 통과한 내 가슴을 더듬어봤지만, 이쪽은 존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체 뭔가 싶어서 빛무리가 튀어나왔던 곳.
내 뒤를 돌아봤다.
“하아... 하아...”
여전히 사슬에 묶인 채로, 손가락만 겨우 이쪽을 향해 뻗어보내고 있는 꼬맹이 파라오가 보였다.
페도 해골의 막타를 친 게, 꼬맹이 파라오였구나.
덕분에 살았...
“부에에에에에...”
아니, 아직 안심하긴 글렀다.
입이고, 찢겨나간 옆구리고 죄다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이걸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머리가 핑 도는 레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던 의식이 그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