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47화 (147/523)

〈 147화 〉 영웅 호색 (4)

* * *

“저, 파라오.”

“카르미나라고 부르거라.”

카르미나?

내가 두 눈을 끔뻑거리자, 그런 나를 보며 파라오 누님이 말했다.

“여의 이름이다. 카 나브나 라 메투 와프 우세스 나프타 카르미나 나르메르. 앞에 것들은 전부, 여가 파라오가 되었을 적에 받았던 이름들이고 가장 뒤에 있는 것은 여가 나르메르의 왕족으로 태어나 부여받은 이름이다. 여가 태어나 여의 아비에게 받은 이름은 오직 카르미나 뿐이니, 그대는 여를 카르미나라고 불러도 좋다!”

“어, 네...”

이름 존나 기네.

카 나브나 이후부턴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카르미나라고 부르라고 하니까 그러기로 했다.

“저, 카르미나.”

“음, 말하거라!”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자지를 빨았던 파라오 누님.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연달아서 다섯 번이나 뽑아간 누님은, 아니 카르미나는 지금 황금으로 수놓은 옷에, 이런저런 것들을 시녀들로부터 받아 몸에 걸치고 있었다.

평소의 것과 달리, 천으로 치렁거리는 옷이랑 조금 다른 느낌의 옷이었다.

평소에 천 쪼가리만으로 된 옷도 존나 야했는데, 팬티나 다름없어 보이는 황금빛으로 된 보지 가리개, 아니, 아무튼 그런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카르미나는 존나 야했다.

근데 그런 옷을 카르미나뿐만이 아니라, 카루라도 비슷한 느낌으로 입고 있었다.

둘 다 존나 야했다.

근데 이런 와중에 발기하기도 그러니 필사적으로 참았다.

애당초, 지금 발기해버리면 존나 대참사였다.

나만 해도 조금 다르긴 한데, 아무튼 존나 호화스러운 옷으로, 나르메르 왕국풍의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으니까.

아무튼 내가 왜 이걸 옆에서, 카르미나나 카루라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서 물었다.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좋을까요?”

“축제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축제라니...?

대체 축하할 일이 뭐가 있다고.

대충 이것저것 일이 다 끝나고서, 씻고나서야 다시 맞이한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에게 카르미나와 함께 전해 받았던 소식으로는.

그 페도 해골 새끼의 습격으로 이번에 죽은 사람들은 모두 여든 아홉 명이나 됐다.

재수가 없게 떡치러 왔다가 휘말려서 죽어버린 디스펜서들 열두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카르미나의 백성들인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이었다.

뼈다귀만 남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인 존재가 내뱉은 숨결을 기습적으로 처맞은 데다가 어림짐작해서 수만이 넘었던 해골 바가지들을 쏟아 부어지던 가운데, 백 명도 채 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죽은 자들이 돌아오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그런 와중에 축제라니.

근데.

축제라면서 기뻐하거나, 기대하거나 하는 표정이 아니라 무척이나 엄숙한 표정으로 옷을 받아 입고 있는 카르미나에게 더 이상 뭐라 말은 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뭣도 모르는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이니.

“파라오, 준비가 끝났습니다.”

“음, 여도 곧 끝나니 금방 나가마.”

그렇게 말하며, 이전에도 보았던.

카르미나의 좌우로 서있던 여성들로부터 황금빛으로 장식된 관을 받아 머리에 쓰는 카르미나.

“...되었군. 카루라, 그쪽도 끝났나?”

“네, 파라오.”

“그리고, 그대도... 음, 잘 어울리는구나. 피부색이 조금 더 진했으면, 나르메르 왕국의 사람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주 멋지구나!”

그거 칭찬 맞지?

멋지다고 한 걸 보니 칭찬이 맞기야 하겠는데.

나는 화려하긴 해도, 뭔가 어색한 옷이라서 좀 그런데.

심지어 이거 속옷이 없는 건 남자쪽 옷도 마찬가지인지, 밑이 덜렁거린다.

여성쪽의, 카르미나나 카루나의 옷이랑 달리 품이 넓은 천으로 허리를 두른 덕분에 잘 가려져서 안보이기는 한데.

덜렁거린다고.

“준비가 다 끝났으니, 이만 가보자꾸나!”

문을 열어라.

그렇게, 카르미나가 말하자 좌우로 열리는 거대한 문.

그 사이를 성큼성큼 카르미나 걸어가고, 그를 이제까지 그런 카르미나를 도와 옷을 입히던 시녀들과 카루라, 그리고 내가 따라 걸었다.

“불을 켜라!”

팟, 팟, 팟...!

흰 불꽃들이 타오르며, 일렁거리며 우리가 걷는 길을 밝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앞을 밝히며 켜지는 불들.

하얗게 타오르는 불길 사이를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궁전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궁전의 밑.

오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렇게까지 높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길게 이어진 계단들 밑으로 모여있는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을.

불과 하루 전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몸이 성한 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수천 명이 넘는, 하지만 만 명에는 채 이르지 못하는 나르메르 왕국의 모두가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우뚝, 하고 그런 그들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멈춰선 카르미나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내리찍으며 말했다.

『...노래하라, 여의 신민들아! 여가 지금부터 축제를 열 것을 선언하니!』

신성?

아니.

그건 아니었다.

단지, 목소리에 기를 실어서 커다랗게, 왕국 전체에게 들리도록 했을 뿐이란 걸 알았다.

『...노래하고 웃어라!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안식으로 가는 길이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그리고 뒤이어진 카르미나의 말에, 이런 와중에 축제를 연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

그런 의미에서의.

그런 의미의 축제.

진혼제였구나.

아아아ㅡ

그리고, 노래가 시작됐다.

아아아아아ㅡ

수천 명에 이르는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의 모두가, 카르미나의 명령에 노래를 불렀다.

아아아아아아아ㅡ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울면서, 노래를 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아무래도 흥이 부족한 모양이구나, 풍악을 울려라! 영웅들이여!”

빛의 기둥들이 내려왔다.

그때도 보았던, 카르미나가 불렀던 군세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노래하라! 더없이 크게, 그들이 가는 길에, 저 먼 곳까지 가는 길에도 닿도록!”

쿵!

발을 구르고.

쿵!

가슴을 내리친다.

풍악을 울린다더니, 악기라도 꺼내는가 싶었는데.

카르미나가 소환한 군세들은 그저 발을 구르고, 가슴을, 갑옷을 입은 가슴부위를 두드리며 쿵, 쿵 소리를 울릴 뿐이었다.

아아아아아ㅡ

쿵...!

아아아아아아아ㅡ

쿵......!

노랫소리와 울리는 발을 구르는 소리.

노랫소리와 울리는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

이건.

아무리 봐도, 이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풍악을 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통곡이었다.

흐느끼지 않을 뿐이지.

그저 가슴을 부여잡고 쥐어짜내듯이 소리를 내며, 가슴을 두드리며, 발을 구르며, 그저 쥐어짜내듯이.

입 밖으로 소리를 토해내는 그 모습은, 그저 통곡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흥이 부족한가? 어쩔 수 없구나! 왕들이여 그대들도 나서야겠구나!”

카르미나의 외침에 또다시 일어나는 군세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갑옷들을 입은... 군세들이 몸을 일으켰다.

아니, 군세라고 하기엔 채 수백도 안되니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그런 그들에게, 카르미나가 명령했다.

“춤 추거라, 왕들이여!”

춤을 추라니.

저 갑옷들을 입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그들은, 그대로 검을, 창을 뽑아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 저 춤.

저것들도 춤이라면 춤이긴 하지.

노랫소리와 발과 가슴을 구르며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그들의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황금 빛의 군세들.

화려하고, 아름다운.

하지만, 너무나도 슬픈 진혼제의 모습에 말을 잃고 말았다.

“자, 그대여. 그대도 여와 춤추자꾸나.”

“네?”

나 그런 거 못 하는데.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대뜸 내 손을 붙잡고서, 들고 있던 지팡이도 내던진 카르미나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빙그르르하고.

“발짓이 둔하구나, 영웅이여! 좀 더 날래게 움직이거라! 자, 여처럼...!”

툭, 투툭.

뺨에 닿는 눈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대도 웃거라! 축제이지 않느냐!”

활짝 웃으면서, 내 손을 붙잡고 도는 카르미나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느껴졌다.

“자아, 웃거라! 영웅이여!”

웃으라니.

하지만, 활짝 웃으며.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의 말에 웃었다.

“하.”

“좀 더, 활짝 웃거라!”

“아하, 하하하.”

별로, 웃기진 않았지만.

웃으며, 카르미나의 손을 잡고서 춤췄다.

빙글.

빙그르르 돌면서.

“카루라야! 너도 이리로 오거라!”

“네? 하지만.”

“자아, 어서!”

“...네, 파라오.”

도중에 낀 카루라까지 더해서, 셋이서 사이좋게 손을 잡고 빙글, 빙그르르 돌면서 춤췄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새하얀 빛무리들이, 곳곳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아이들이 털어낸 모양이구나.”

여전히 춤을 추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

털어내다니...

“슬펐겠지, 갑작스러운 죽음은, 더더욱 그러한 법이다. 미련이 남아서, 자신이 죽은 줄도 몰라서, 그래서 계속해서 남아있고자 했을 것이다. 허나, 그래선 안 된다.”

활짝, 웃으며.

여전히, 그런 웃는 눈으로는 눈물을 흘리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슬프고, 미련이 남아서, 산 자들이 사는 세상에 죽은 자들이 남아있는 것은 그들에게도, 산 자들에게도 좋지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고, 독이 될 뿐이다.”

그런 카르미나의 말에 떠오른 것은.

과거에 보았던, 백발 여자의 몸에 들러붙으며 복수하려 들었던 점액질의 형태가 되어버렸던 망자들과 페도 해골 새끼의 주위에 들러붙은 채, 그를 보며 제발 죽으라고 저주하던 자들이었다.

죽은 자의 망념이 남아서, 사념이 남아서, 미련이 남아서.

생전의 모습을 잃고, 망가져 버려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슬퍼해서야, 그들이 떠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있겠느냐. 마냥 울기만해서야, 남은 자들이 걱정되어서 발걸음을 뗄 수 있겠느냐. 그러니, 남은 자들은 웃어야만 한다.”

그들이 웃는 우리를 보며, 미련을 버리고 떠나갈 수 있도록.

스윽, 하고 나와 카루라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뗴어내며, 카르미나가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자, 그러니 웃거라. 웃으며 노래하고 춤추거라! 영웅이여, 나의 귀여운 카루라여! 여와 함께, 그들이 웃으며 떠나가도록 해주자!”

빛무리에 둘러싸인 채, 활짝 웃으며.

눈망울에 남은 눈물을 떨어뜨리곤, 더 이상 울지 않겠다는 양 선언하듯 활짝, 정말이지 활짝 웃으며 카르미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이.

나는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축제가 끝났다.

축제라는 이름의 진혼제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축제가.

“자, 그럼... 이제 다음 축제를 시작할 시간이구나!”

“네?”

다음 축제라니.

대체 뭔 축제.

그렇게 생각했는데.

살짝 붓고, 붉어진 눈으로 카르미나가 나를 보다가, 나와 카루라의 손을 붙잡고서 외쳤다.

“여의 신민들이여, 축제를 열거라!”

팟, 팟, 팟...!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해둔 것인지, 순식간에 나르메르 왕국의 전체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여와 여의 나라를, 이 나르메르 왕국을, 그리고 그대들을 지켜낸 영웅을 위한 축제를. 그리고...!”

그리고?

“여와, 나르메르 왕국 제일의 전사인, 나의 귀여운 카루라의 짝을 위해 축제를 열어라!”

아니.

잠깐만요?

“그런 이야기...”

들은 적이 없는데, 하고 말하려고 했는데.

스윽, 하고 내게 안기다시피 다가온 카르미나가 말했다.

“설마, 처음이었던 여의 몸을 그토록 탐해놓고서,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고 말할 생각인가? 아직도, 여의 몸에 그대가 남긴 씨앗이 가득하거늘?”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언할 줄은 몰랐는데.

하물며 여기에는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만이 아니라, 탈은 있었어도 그래도 잘만 살아남은 디스펜서들이라던가, 세계 정부의 인사도 버젓이 있었는데.

그런 이들 앞에서도 이러면...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여의 몸에 아이가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대라면 걱정할 것은 없겠지. 여에게는 더 이상 가족이 없으니, 앞으로 잘 부탁하마.”

근데.

살짝 내게 몸을 기대면서, 그렇게 말해오는 카르미나를.

“앗...! 파, 파라오...! 그, 그, 미안하다. 그대여.”

“사과할 필요 없다, 카루라! 여인은, 자고로 남자에게 아양을 부려야 하는 법이다! 아양을 떨면 떨수록, 더욱 사랑받는 법이지. 그러니 좀 더 영웅을 끌어 안거라, 카루라.”

“아, 아... 네, 파라오.”

꾸욱, 하고 그런 카르미나의 손에 잡혀 이끌려서, 카르미나와 반대편에서 나를 껴안게 된 모양새가 된 카루라를 보고서.

“그대여, 여의 영웅이여. 여는 가족이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는 쓸쓸한 법이니... 그러니... 여와 카루라를, 앞으로도 잔뜩 귀여워해 주거라.”

더듬더듬, 그런 둘의 여체에 감싸여서 발기해버린 내 자지를, 환호성을 내지르며 축하해오는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 몰래 더듬는 카르미나를 보고서.

존나 내가 해야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맡겨만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안긴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와아하고, 나르메르 왕국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돌아가서 이걸 어머니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나 생각해두기로 했다.

* *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