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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54화 (154/523)

〈 154화 〉 어머니, 마망, 엄마! 며느리들 데리고 왔어요! (2)

* * *

아무튼 자신이 임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내게 말해주는 카르미나.

기분 탓인지, 조금 면목이 없어 보이는 얼굴로 그러는 카르미나를 빤히 쳐다보자, 카르미나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대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애초에, 여가 인정한 영웅이자, 또 나의 친우이자 사랑스러웠던 짐승, 암무트가 인정한 영웅인 그대가 여를 이렇게나 귀여워해 주니, 아이가 생기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지 않겠느냐?”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그게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 조금 애매하게만 들렸다.

하지만, 그런 건 넘어가고.

우선, 카르미나의 말에 오류를 지적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시간이란 게 없는데.

나 오늘 돌아가는데.

설마 까먹은 건가...?

나야, 돌아가서도 나르메르 왕국을 찾아오기야 하겠지만.

어떻게든, 전이 마법을 쓰든 물리적으로 찾아오든 어떻게든 간에 오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주 찾아오기는 힘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없는 사이에 카르미나나 카루라가 쓸쓸해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아이를 갖지 못한 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도 상심한 듯 보이는 카르미나를 두고 가긴 마음에 걸렸다.

카르미나뿐만이 아니라 카루나도 내 아이를 가진 상태인데 두고 가야 한다는 것도 걸렸고.

그렇다고 안 돌아가기엔, 내 정액이 없으면 바싹 말라버리는 유스티티아에게 남겨놓고 갔던 정액이 다소 넉넉하게 두고 갔다고 해도, 2일에서 3일이면 다 동이 나버린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아.”

그때 머릿속에, 여태껏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호아가 아니고, 다른 거였지만.

“왜 그러느냐?”

“아뇨, 그게요.”

신성이 어쨌느니, 암무트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었더니 떠오른 것.

그건...

바로 암무트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나랑 같이 돌아왔던 암무트는 대체 어디로 간 건가 싶었다.

그때 그게 개꿈이었던 거라면 모르겠지만, 꿈치고는 무척이나 선명하게 남은 기억이었다.

기억에 선명하다고 꿈이 아니라고 한다는 건, 좀 비약적인 발상이긴 했지만.

“잠시, 잠시만요.”

일단 혹시나 싶어서, 내 기운을 뒤적거리며 혹시라도 신성 같은 게 어딘가 숨어있는데 아닌가 살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암무트에게 빌렸던 신성은, 지금의 내게는 쥐톨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근데.

“어...”

그 대신에, 이전에도 보았던 실.

나랑 연결되어있는 실 중에서, 대체 어디에 연결된 건지 모를 것을 찾긴 했다.

나에게서 뻗어 나와서, 곧장 나에게로 연결되어있는 의미를 모를 것이 보였으니까.

이 실선이, 내 기프트가 가진 힘의 근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실제로 카루라나, 카르미나와도 이 실들이 연결되어있으니까.

또 그녀들만이 아니라, 나의 식신이 되어버린 호아랑도 연결되어있기도 하고.

아무튼, 이게 내게 속해있는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는 거란 건 확실했다.

근데, 그런 실 중에서 나에게서 나와서 도로 나에게로 돌아오는 실은 대체 뭔지 모를 것이 분명하긴 했다.

그래서, 그 실을 붙잡았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이름을 불러봤다.

“암무트.”

“...그대여?”

뜬금없이 암무트의 이름을 부르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카르미나였지만 이내, 그런 카르미나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는 것이 보였다.

“내가 부름에 답하노라, 나의 주인이여.”

웨오옹.

고양이가.

아니, 고양이같이 생긴 작은 암무트가 내 안에서 퐁하고 튀어나와서 그렇게 외쳤으니까.

“...암, 무트? 아니, 이게... 그... 어떻게...?”

그렇게 더듬더듬 중얼거리며 나를 보는 카르미나.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이었지만 나도 몰라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카르미나도, 나도 모르는 것을 설명해준 것은 바로 암무트였다.

물론, 그런 암무트도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어쨌거나, 본래 카르미나에게 속하고, 그녀와 연결되어있던 암무트는 이제와선 내게 연결된 존재가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비록, 카르미나와 마찬가지로 신성이고 뭐고 남지 않아버린 지금은.

“냐아악...!”

“귀엽구나, 암무트여! 그대가 이토록 귀여워지다니, 정말로 사랑스럽게 변해버렸구나!”

영락해서, 신조차도 아니게 되어버린 암무트가, 또다시 영락해버려서 내 식신인 호아랑 비슷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암무트가 살아있었다는 것과 암무트의 변해버린 모습에 푹 빠져버린 카르미나가 보였다.

“보들보들, 말랑말랑하구나. 암무트!”

“냐악, 냐아악...! 사, 살려다오, 나의 주인이여...!”

카르미나의 젖가슴 사이에 끼여서, 마구 껴안겨지고 있는 암무트가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말해왔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저기에서 대신 당해주고 싶긴 한데.

그러기엔 조금 쪽팔리니까 그냥 지켜보기만 하기로 했다.

“오오오, 발바닥도 말랑말랑하구나!”

“냐아악...!!”

그저 기뻐하는 카르미나를 보면서, 그런 그녀의 곁에 암무트를 두고 간다면 내가 없는 동안에도 그나마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했다.

뭐, 나 대신에 암무트가 고생하게 생긴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의 전 주인인 카르미나가 슬퍼하는 것은 암무트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환영하지 않을까.

“환영하지 않, 느우웁...!”

“귀엽구나, 정말로 귀엽구나!”

뭐라 말하려던 암무트가, 꽉하고 그런 암무트를 끌어안는 카르미나의 커다란 젖가슴에 파묻혀서 침묵했다.

바짝 솟아올라서, 부르르 떨던 암무트의 꼬리가 이내 추욱하고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움찔, 움찔 몸만큼은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니 살아는 있었다.

애당초, 호아처럼 식신 비슷한 게 되어버린 지금에선 내가 죽지 않는 이상 죽어도 부활해버릴 암무트긴 했지만.

아무튼 약해졌다더니, 카르미나의 유압에 못 버티고 기절해버린 걸 보니 진짜 장난 아니게 약해진 모양이었다.

대충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드래곤 하트가 장착된 호아는커녕 그 전만도 못했으니까, 뼈다귀 드래곤을 한입에 씹어 뭉개던 과거에 비하면 너프도 이만한 너프도 아니었다.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딘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참, 암무트가 너무 귀여워서 잊어버리고 말았다. 자, 여의 영웅이여, 이리로 오거라.”

기절해버린 암무트를 가슴 위에 얹은 채로, 그런 암무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부르는 카르미나에게 뭔가 싶어서 다가가니까, 카르미나가 말했다.

“받거라, 본래 좀 더 빨리 건네주려고 했었지만 여의 신민들의 솜씨로는 무리였다.”

미안하구나, 하고 사과하며 내게 카르미나가 건넨 것은 내게 깃들었던 암무트의 신성이 다했을 때 도로 개박살이 났었던 ‘용 발톱’과 ‘천상의 갑주’였다.

“너무나도 뛰어난 자가, 귀한 것들을 사용해서 만든 보물이더구나. 여의 신민들은, 그저 모양만 추스르는 것에 그쳤음이다.”

“아뇨, 뭐...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는데요.”

유스티티아가 날밤을 새우긴 했어도 3일 만에 뚝딱하고 만든 건데.

3일 만에, 라고 하긴 만들어준 유스티티아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아무튼 유스티티아가 3일만에 만든 아티펙트를 원래대로 고쳐주지 못했다고 저렇게까지 사과받을 물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카르미나가 나를 생각해서 모양만이라도 고쳐준 ‘용 발톱’과 ‘천호의 갑주’를 도로 착용했다.

모양만 추슬렀다고는 했지만, 딱히 변한 것은 못 느꼈다.

제대로 활성화, 비활성화도 되고 있고.

촤르륵, 착.

몇 번인가 확인차 ‘용 발톱’이나 ‘천호의 갑주’를 입어봤다가 풀어보고는, 문제가 있다면 유스티티아에게 다시 맡기면 될 일이라서 고쳐준 카르미나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음, 그리고 이건 그대가 죽인 그 망종이 남긴 물건이다. 그대가 얻은 물건이니, 받거라.”

그렇게 말하며 받은 것은, 페도 해골 새끼가 들고 있던 지팡이랑 카르미나를 묶어놓았던 사슬이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커다란 보옥을 마치 실핏줄처럼 감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나무로 되어있는 지팡이.

본인만큼은 아니어도, 지팡이에도 사념이 득실득실 달라붙어 있던 것을 봤었기에 카르미나에게서 지팡이를 받기 꺼림칙해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카르미나가 말했다.

“지팡이에 묶여있던 가여운 이들은 여가 직접 달래어 보내주었으니 괜찮을 거다”

“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정화가 끝났으면 상관없지.

그나저나 지팡이야 그 정도의 사령 술사가 부리던 거니까 아무 마법사한테 팔아 넘기든, 아니면 이것도 유스티티아에게 주든 상관 없었지만 사슬 쪽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카르미나를 보자, 그런 내 시선에 카르미나가 음, 하고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사슬은 신성을 묶는 물건이다. 귀하기로 따지자면, 지팡이 쪽은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지. 타락한 신목의 가지에, 무엇인지는 몰라도 영성을 쌓은 짐승의 심장으로 만든 귀한 지팡이기는 하나, 신성을 묶거나, 영향을 끼치는 물건은 가히 세상에 몇 없는 보물이니 말이다. 그 망종 따위가 가지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보물이다. 대체 그것이 그런 것을 어찌 구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어...

겉보기엔 그냥 사슬이라서, 지팡이 쪽이 더 비싸보이는데 사슬쪽이 더 쩌는 물건인 모양이었다.

촤르르륵, 하고 그런 사슬을 매만지다가 카르미나에게 물었다.

“그런 걸 절 줘도 돼요? 그런 거라면 카르미나가 갖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대가 얻은 전리품이지 않는가? 또한 여는, 그대의 것이다. 여의 것은 그대의 것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그렇게 말한다면 뭐...

이것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유스티티아한테 맡겨놓으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르미나가 내게 말했다.

“그럼 이제 작별할 시간이구나.”

“아...”

까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작별할 시간이라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에게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자주 올게요. 아무리 늦어도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할 수 있는 약속이 그거뿐이라서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자주 온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곳은 그렇게 자주 와서 볼만한 것이 없을 텐데.”

응...?

아니, 볼 게 없다니.

카르미나랑 카루라를 보러와야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잘은 모르겠지만, 여의 왕국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여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이곳에 와보는 것도, 추억도 되살릴 수 있고 좋겠구나!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

뭔가 말이 통하는데, 통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대체 뭔가 싶었는데.

“파라오,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루라가 양손에 가득 짐을 들고서 찾아왔다.

“미안하구나, 카루라야. 이런 일을 너에게만 맡겼으니.”

“괜찮습니다.”

그런 카루라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카르미나와 괜찮다며 고개를 내젓는 카루라를 보다가, 카루라의 양손 가득 들린 짐을 보고서 물었다.

“웬 짐이에요? 어디 가요?”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둘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나에게로 향해졌다.

어...

마치 이게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하는 얼굴로 나를 보는 둘을 보고서 내가 뭔가 잘못 말하기라도 했나 싶었는데, 카르미나가 그런 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야, 그대를 따라가는 것이지 않겠느냐. 이상한 걸 다 묻는구나, 혹 농담이었다면 재미는 없었다고 말하마.”

따라간다니.

나를?

“...카루라만요?”

“당연히 여도 같이 가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 여의 영웅이여. 혹, 여가 따라가는 것이 싫은 것이냐?”

아니.

싫은 건 아닌데.

파라오잖아.

나르메르 왕국의 여왕이잖아.

근데 나라를 내버려 두고 날 따라온다고...?

“괜찮은 거예요?”

“무엇이 괜찮냐는 것이냐?”

그야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던 나르메르 왕국의 사람들을 두고서 나를 따라오는 걸 말하는 거였다.

암무트의 신성을 받아들이면서 보았던 기억.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던, 암무트가 겪으며 보았던 기억의 일부 덕에 나도 카르미나가 자신의 왕국과 그 사람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고 있는지야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카르미나쪽도 무언가 엇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카루라랑 카르미나가 서로를 쳐다봤다.

“말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파라오?”

“카루라, 너야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냐?”

대체 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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