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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55화 (155/523)

〈 155화 〉 어머니, 마망, 엄마! 며느리들 데리고 왔어요! (3)

* * *

그런 둘을 내가 쳐다보자, 카르미나가 아하하하, 하고 웃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아아, 그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하지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번에 떠나는 것은, 여뿐만이 아니니.”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카르미나가 아니라 카루라가 대신 대답했다.

“파라오와 나뿐만이 아니라,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 모두가 이곳을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파라오께서 이번의 일에 대한 책임의 대가로 본래 세계 정부란 곳에서 받기로 했던 자치권을 반납하기로 했기 때문이지.”

자치권을 반납한다고?

아니, 그보다 무슨 책임?

“...아니, 왜요?”

카르미나가 없었더라면 그 페도 해골 새끼한테 때죽음을 당했을 텐데 대체 무슨 책임을 진다는 건가 싶었는데, 그런 내게 카르미나가 말했다.

“여의 초대를 받고 온, 그대를 비롯한 다른 이방인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지 않았더냐. 그들을 부른 것이 여인즉, 그들의 부상이나 죽음은 모두 여의 책임이 된 것이다. 또... 이전처럼 신성이 없는 지금은, 여의 신민들을 모두 지켜줄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혹여, 또 그 망종 같은 자들이 몰려온다면 그때는 어찌 될지 뻔하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래도 돼요?”

“괜찮다고 할 수는 없겠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파라오가 파라오인 이유는, 자신의 신민들을 지키는 자이기 때문이다. 힘을 잃은 여는, 더 이상 신민들을 지킬 수 없으니, 파라오의 자격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전부를 바쳐가며 지켜낸 나라와 사람들인데.

지금 카르미나가 어떤 심정일지 상상이 가질 않아서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슬프기보단 오히려 홀가분하기까지 하구나! 비록 나라는 사라지게 될지언정, 여의 신민들은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니 그리 생각하면 아주 슬픈 일도 아니지 않느냐? 이미 눈이 맞아 짝을 찾은 아이들도 있으니,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지 않느냐!”

쭈욱, 하고 커다란 가슴을 앞으로 펴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

“더욱이 여가 책임을 지기로 하고서 내놓은 대가는 어디까지나 자치권일 뿐, 여의 신민들의 몸에 깃든 저주나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 필요한 것들의 지원을 약조 받았으니 걱정할 문제도 없다! 신민들의 남편감을 구하는 문제도 맞선인지 뭔지하는 것으로 소개해준다고 하니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정말로 괜찮아서, 카르미나가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기쁜 듯이 말하는 것은 카르미나 나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이란 것도, 이미 암무트의 기억을 보았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없이 그런 그녀를 바라봐주었다.

카르미나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언제나처럼, 다시 진심으로 활짝 웃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때, 카르미나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카르미나?”

“하지만,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구나.”

그렇게 말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카르미나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여는 여가 아니게 되었으니 여가 그대에게 약속했던, 무엇이든 들어주고 이뤄주겠다는 약속은 지키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또, 더는 나르메르 왕국의 파라오가 아닌 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세상에서는 그저 한낱 여자일 뿐이다. 여만이 아니라, 카루라도 마찬가지이지.”

스윽, 하고 내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그러니, 여의 영웅이여. 이제 여와 카루라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대뿐이다. 그대에게 버림받게 된다면, 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러니.”

말을 이으려던 카르미나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네, 저만 믿어요.”

그런 내 말에, 내게 안겨있는 카르미나의 꼬리가 기쁜듯이 좌우로 살랑거리는 것이 보였다.

“카루라야, 뭘 하느냐? 남자가 이럴 때는 여자는 어서 달려와 안겨야하는 법이다! 이럴 때 무언가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주는 법이니.”

“아, 앗, 네. 파라오.”

그런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다가와 카르미나와 같이 내게 안겨 오는 카루라가 보였다.

“여가 부탁하마, 여의 영웅이여. 여와 카루라를 행복하게 해주거라.”

꽈악, 하고 이번에는 그런 둘을 같이 안아주면서.

내 품에서, 그렇게 속삭이는 카르미나의 말에 대답했다.

“네, 반드시 그렇게 해줄게요.”

돌아가는 공간 전이문을 열러 온 것은, 호아를 데리고 와준 날 다시 돌아갔었던 한유진이었다.

뭐, 우리 동네에서 공간전이 마법을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닐 테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저 고블린.

옆에 둘이나 되는 나르메르 왕국의 사람을 끼고 있는 거 보니까... 제대로 물려버렸구나.

정작 나도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끼고 왔으니 할 말이 없긴 한데.

아무튼, 우리 동네의 디스펜서들은 아무래도 다들 무사했던 모양이었다.

뭐,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고.

일단 아는 사이기도 하고 해서, 그런 디스펜서들을 돌려보내고 있던 한유진에게 눈인사를 건네자 꾸욱, 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는 한유진이 보였다.

“뭔데.”

혹시 못 본 건가 싶었는데, 그런 내 옆구리를 카르미나가 꽉 끌어안아 왔다.

“무슨 일 있어요? 카르미나.”

“음, 아무것도 아니다.”

뭐지 싶었지만, 카르미나가 나를 끌어안아 와줬으니까 나는 옆에 있던 카루라를 끌어안아 줬다.

이런 건, 똑같이 해줘야 나중에 탈이 없는 법이니까.

“아, 으... 사,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곳에선 체통을 지켜야...”

“여는 이제 파라오가 아니니 지킬 체통도 없으니 괜찮다!”

“나도 그냥 시민이라서요.”

내게 안겨지자 얼굴이 새빨개지는 카루라를 보는 것도 즐거웠고.

아무튼 그런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안고 있으려니, 카르미나가 중얼거렸다.

“...여가 말하긴 우습긴 하지만, 조금 너무한 일을 해버렸을지도 모르겠구나.”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니 그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대체 뭐지 싶었지만 그러려니 하고서 어째선지 나랑 카르미나, 그리고 카루라를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내쉬는 한유진이 열은 공간 전이문을 통해서 돌아왔다.

그렇게 전이문을 넘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탁하고 숨이 막히는 것만 같은 텁텁한 이 공기.

오랜만에 느끼는 매연으로 가득한 공기에 내가 정말로 돌아왔다는 것이 존나게 실감이 났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도시의 텁텁한 공기가 내 폐부를 더럽히는 감각은, 카르미나의 환호성에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오오오, 오오오오! 이곳이, 이곳이 여가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세상의 땅인가?! 건물들이 모두 아주 높구나! 여의 궁전보다도 높은 건물들이 아주 잔뜩 있다!”

높기만 하지, 삭막하기 그지없는 빌딩의 숲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는 카르미나와 그런 카르미나 정도는 아니지만,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카루라가 보였다.

근데.

공간 전이라는 방법을 써서 나타난 데다가 여러 종족이 함께 살기는 했지만, 그런 세상의 기준으로도 알몸으로 쏘다니는 슬라임보다는 덜할 뿐이지, 남사스럽기 그지없는 편인 카르미나와 카루라의 차림새나, 솔직히 누가 보더라도 미녀들인 둘이 그러고 있으니까 어그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건 안다.

알지만.

그래도 멈춰서서 빤히 쳐다보는 건 선 넘었지.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쳐다보고 있는 저 새끼들을 어쩌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 내게 팔짱을 껴오는 카르미나.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가 싶어서 봤더니, 그런 내게 카르미나가 속삭여줬다.

“여의 영웅이여, 여와 카루라의 몸을 훔쳐보는 사내들에게 질투해주는 것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이럴 때는 그러는 것이 아니다.”

티가 그렇게 많이 나버렸나.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던 카르미나가 눈치챌 정도라면 어지간히도 불쾌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또 카르미나가 말하는 이럴 때 어쩌면 좋은 건지가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음, 자고로 뛰어난 영웅에게 여자들이 이끌리듯이,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이런저런 것이 꼬이기 마련이지. 그러니 일일이 이런 것을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의 섭리이니, 그렇게 신경을 날카롭게해서야 어디 버틸 수 있겠느냐? 그러니, 여의 영웅이여. 좀 더 대범해지거라. 당당하게, 영웅다운 풍모를 보이거라.”

스윽, 하고 내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그저, 그대는 여의 영웅답게. 그대가 여를 차지한 남자라는 것을 저 자들에게 보이면 그만인 것이다.”

영웅답게, 당당하고 대범하게 굴라는 카르미나의 말은 영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내가 카르미나를 차지한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라는 말은 어쩌면 좋을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손을 뻗어서 카르미나를 내 옆에 안기게 하고는 그런 카르미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이, 이건 너무 대범하...”

그리고,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나를 보고서 놀라서는 뭐라 말을 이으려던 카르미나와 입을 맞췄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서,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카르미나를 떼어내고서, 이번에는 그런 우리 둘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카루라에게 손짓했다.

“카루라도 이리와요.”

“아, 알겠다.”

내게 다가온 카루라를, 반대쪽 손으로 끌어안고서, 그대로 가슴을 움켜쥐며 입을 맞췄다.

“츄웃...♡”

그렇게 카루라와도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서,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쳐다보고 있던 녀석들을 노려보자 다들 화들짝 놀라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보였다.

“정말로 효과 좋네요.”

“...여가 말한 것은, 이렇게까지 하란 것이 아니였지만 말이다.”

카르미나가 더듬더듬, 입가를 손가락으로 메만지며 그렇게 말해왔지만.

뭐, 카르미나가 말했던 것이 이게 아니었던 맞았던 간에 더 이상 이쪽을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진 것은 확실했다.

그래도...

이대로라면, 집까지 가는 동안 대체 몇 번이나 이래야할지 상상도 가질 않았으니까 우선 그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카르미나, 카루라. 제가 옷 사드릴 테니까 어디 좀 같이 가요.”

카르미나와 카루라의 옷을 사주는 겸, 겸사겸사 나도 사야 할 것도 있고.

“오호, 이쪽 세상의 옷이라... 그건, 정말이지 흥미롭구나!”

“내, 내 옷은 이걸로도 충분하...”

“그런 말 말거라, 카루라! 남자가 옷을 사준다고 하였을 때는, 기뻐하며 받는 것이 여자의 책무 중 하나이니. 자, 여와 같이 우리의 영웅이 사준다는 옷들을 구경하자꾸나! 우리의 영웅의 취향인 옷으로 몸을 꾸민다면, 더욱 귀여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말하고는, 나란히 내게 팔짱을 껴오는 카르미나와 카루라.

“자, 여의 영웅이여. 어서 가자꾸나!”

“넹.”

옷이나 이것저것 사려면 조금 늦기야 하겠지만, 이미 내가 돌아온 소식이야 어디로든 전해받았을 테니까 조금쯤은 시간이 걸려도 뭐라 말은 안하겠지.

어차피 따로 연락하고 싶어도 내 스마트폰은 해골 바가지들이랑 싸우던 도중에개박살이 나버려서 그럴 수도 없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돌아가는 길에 케이크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재촉해오는 카르미나와 그런 카르미나에 어쩔 줄 몰라하는 카루라를 양 팔에 팔짱에 낀 채로 이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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