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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56화 (156/523)

〈 156화 〉 서큐버스 마망 말고 서큐버스 아내 (1)

* * *

“...늦어.”

이미 전해 받은 소식대로라면, 벌써 세 시간도 전에 돌아왔어야 했을 녀석이 집에 오질 않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봤지만, 녀석이 현장에 파견된 마법사의 전이문을 통과해서 돌아온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곧장 집으로 오질 않는다고.

“...조금 진정 좀 하거라, 릴리스. 한조도 오랜만에 돌아온 것이니 어디 들를 곳이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않느냐?”

그런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그러는 자기도, 2시간 전만 해도 곧 있으면 그 바보 녀석이 돌아온다면서 호들갑이었던 주제에.

그러는 자기도, 그렇게 기다렸던 그 바보 녀석이 돌아오질 않자, 아홉이나 되는 꼬리 모두가 축 늘어뜨린 채 실망한 주제에.

혼자만 이제 와서 저러니까 조금 열 받았다.

“응... 뭐야... 아직 안 왔어...?”

그리고 이제야 일어났는지 침실에서 눈을 부비며 나온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말해 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슬슬 위험한데...”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 싶어서 묻자, 유스티티아가 하품하며 말했다.

“그야, 곧 한조도 오니까... 남아 있던 정액들을 전부 이것저것 하는데 써버렸거든...”

진짜 미친년인가?

아무리 곧 녀석이 온다고 해도, 자기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것을 마구 낭비하듯이 써버렸다고 고백해 오는 유스티티아를 미친 싸이코 년을 보듯이 바라보자, 유스티티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쳐다 보면 조금 슬픈데... 너희도 쓰면서 좋아했잖아.”

“...우리가 쓰긴 뭘 써?”

“응, 글쎄...?”

대체 저년이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머리를 뜯어서 확인해 보고픈 심정이었지만 꾹 참았다.

“아무튼, 그 바보 녀석 돌아오면 가만두나 봐라.”

녀석이 떠나가고서 며칠 뒤, 녀석이 가 있는 나르메르 왕국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습격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침 하고 있었던 일들을 전부 때려치우고 녀석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근데 웬걸.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이미 일이 전부 끝난 뒤였고, 몇몇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무사히 수습중이라는 이어지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전해 받은 사상자의 명단에 녀석의 이름은 없었으니까.

다행히, 녀석에게 유스티티아가 만들어 준 아티팩트나 호아란이 붙여 준 호아, 그리고 내가 건네준 엘릭서가 어떻게 제 역할을 했었는지는 몰라도.

녀석이 무사했으니까 됐다고, 그렇게 안도했는데.

그런데 또 소식 중에 이상한 이야기가 같이 끼어 있었다.

사상자의 명단에 없어서 안심했던 녀석의 이름이, 이상한 곳에서 떡하니 등장해 버렸으니까.

“진짜, 다치지 말라고 챙겨 준 걸로 파라오를 구하니 뭐 하니, 그 새끼는 왜 그렇게 나대는 건데?”

“그래도 한조가 사람을 구하는 데 힘을 쓴 것이니 칭찬받아야 하지 않느냐?”

“지랄, 그것도 다리를 뻗을 만한 곳에서나 할 일이지. 본 드래곤을 사역하는 사령 술사한테 덤볐다는데 그걸 어떻게 칭찬해? 호아란, 너는 코흘리개 애새끼가 칼 든 강도한테 덤볐다는 걸 듣고도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어?”

“그건...”

거기엔 이견이 없는지 말을 차마 잇지 못 하는 호아란을 보고서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여전히 열릴 기미도 안 보이는 현관문을 바라봤다.

녀석이 돌아오면, 잔소리를 잔뜩 해 줄 생각이었는데.

정작 녀석이 돌아오지 않으니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질락 말락 하려고 할 때였다.

한껏 예민해진 기감에, 익숙한 기척이 잡혔다.

“그렇게 기다리던 한조가 온 모양이네, 릴리스...?”

그런 나를 보며 키득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

“한조가 온 모양이구나!”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바보에 게을러 빠진 녀석의 기척을 느꼈는지, 꼬리들을 마구 흔들면서 현관문 앞으로 가는 호아란까지.

한숨을 내쉬고서, 일단 나를 놀리듯이 얄미운 얼굴로 보고 있는 유스티티아에게 말했다.

“...너도 기다렸잖아.”

“응, 나도 기다렸지. 그치만, 나는 너희 둘처럼 꼬리를 흔들면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거든...?”

“나도 흔든 적 없...”

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내 꼬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그냥 그 새끼 혼내줄 생각에 신나서 그런 거거든?”

“그래, 그런 거라고 칠게...?”

이 쌍년이...

한조가 두고 간 정액을 다 써버린 지금, 그 바보 녀석이 오지 않으면 가장 위태로운 것이 자기 자신이면서 가장 여유로운 게 엄청나게 얄미웠다.

그래도 뭐.

그런 유스티티아에게 뭐라 말하는 것보다는.

쿵, 쿵 하고 쓸데없이 덩치가 커서.

쓸데없이 소리를 시끄럽게 울려대면서 자기가 온다는 걸 동네방네 다 소문을 내려는지 집으로 오고 있는 녀석에게.

지나치게 오냐오냐하면서 칭찬만 해대는 호아란보다도 먼저, 제일 먼저 한 소리 하기 위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끼익, 하고 현관문이 열리고서 녀석이 들어왔다.

“어서 오거라, 한...”

“저 왔어요, 어머니, 마망, 엄마. 다들 잘 있었죠?”

양옆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여러모로 팔랑거리는 옷을 입고 있는 피부가 시꺼먼 여자를 둘이나 데리고서.

덕분에 화악, 하고 밝은 얼굴로 양팔을 뻗으며 한조에게 달려들려던 호아란 녀석이 굳은 것처럼 멈추어 서버렸다.

나는...

“...헤에, 재미있게 됐네, 그렇지? 릴리스.”

“넌, 좀, 닥쳐줄래?”

응응, 그래, 하고 어깨를 으쓱이는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이를 으득 갈고는 바보 녀석이 끼고 온 여자들을 바라봤다.

“......”

“......”

내 눈을 안 피한다고.

좀 한다 이거지?

기운을, 마력을 끌어올리자 흠칫하고 바보 녀석의 왼편에 있던 날개 달린 피부 까만 년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른편에 있는 재수 없게 녀석이 좋아하는 동물 귀를 달고 있는 년은 보란 듯이, 바보 녀석의 팔을 존나 쓸데없이 커다란 가슴으로 감싸 안아왔다.

이년이, 진짜...?

“아, 소개부터 할게요.”

그리고.

녀석이 그제야, 존나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끼고 들어온 두 여자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쪽이, 카르미나 나르메르. 나르메르 왕국의 파라오... 아니, 전 파라오고, 이쪽은 나르메르 왕국의 대전사... 아니, 이것도 전 대전사인데요. 아무튼 간에.”

꽈악, 하고.

둘을 껴안으면서 바보 녀석이 말했다.

“둘 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들이예요.”

..............

“...뭐?”

욱신, 욱신, 욱신...

가슴이 아파져 오는 이유는, 지금 들은 소리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몸의 어딘가가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일 거다.

부정맥인가 뭔가 하는 그거일 게 분명했다.

“...하, 한조야. 사, 사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더냐?”

더듬더듬, 꼬리들이 추욱 늘어지다 못해서, 완전히 의기소침해 버린 호아란이 바보에, 멍청이에, 천하의 둘도 없을 개새끼 한테 그렇게 묻자, 이 씹새끼는 뭐가 좋다는 건지, 시건방지게 나랑 눈을 끝까지 마주쳤던 개귀달린 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예요. 며느리들 데리고 왔어요, 어머니, 마망, 엄마.”

그런 녀석의 말에 다시 한번.

욱신하고.

가슴이 아파져 왔다.

어째서.

“자, 카르미나, 카루라. 소개해 드릴게요. 저분이 내 첫 번째 어머니인 릴리스시고, 이분이 두 번째 어머니인 호아란, 그리고 저분이 세 번째인 유스티티아 엄마에요.”

어째서.

“음! 여의 영웅에게 소개받은 카르미나 나르메르라고 한다. 여의 영웅의 어미들이여. 여의 영웅이 그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었구나!”

어째서.

“소개받은 카, 카루라고 한다. 그, 음... 부, 부족한 몸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웅, 웅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어째선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아, 카루라는 임산부니까 멀리서 오느라 피곤할 텐데 먼저 쉬고 있게 해 줘도 되죠?”

꼭, 하고.

지금 뭐라고 하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날개 달린 여자의 손을 붙잡으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을 봤을 때.

당장 지랄말고 떨어지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데.

“카루라, 여기 앉아요. 좀, 딱딱하고 그렇긴 한데. 나중에 편한 거로 바꿔줄게요.”

“고, 고맙긴 한데 그러지 않아도...”

녀석이, 그런 날개달린 여자를 거실에 자그맣게 놓여있는 소파에 앉힐 때까지,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럴 자격이 내게 있는 걸까.

저 바보 녀석이, 자기가 사랑한다고 데려온 여자들에게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이ㅡ

“아, 그리고 저 내일 관청에 가서 혼인증명서를ㅡ”

있었다.

나는, 녀석의 어머니니까.

“안 돼...!”

“안 되느니라!”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나와 호아란의 목소리가 겹쳤다.

거의 동시에.

그렇게 말한 릴리스와 호아란을 바라봤다.

창백하게 질린 릴리스와 호아란의 안색을 보자, 진짜 못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미안 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분명 릴리스랑 호아란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직도 사랑이 뭔지는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릴리스랑 호아란을 보면, 카르미나와 카루라를 보았을 때처럼 가슴 한편이 따듯해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걸 보면.

그렇다면, 아마 분명했다.

성욕과 착각한 것이 아니었다.

릴리스와 호아란, 그 둘이 개 꼴린 것과 별개로, 이건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랬으니까.

물론, 유스티티아에게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닌데.

“흐응.”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이쪽을 관찰하는 유스티티아는 여러모로 애매모호하기는 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릴리스와 호아란이었다.

나는 분명 그런 둘을 사랑하고 있고.

그런 둘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치만, 사실 그게 아니라면?

전부 내 착각이었다면.

사실은, 어디까지나 정말로 어머니와 자식간의, 그런 애정에 불과했던 거라면?

내가 애미애비가 없던 새끼라서, 그래서 단순히 모자간의 애정을, 사랑으로 착각해버린거라면?

그런, 아주 그런... 작은 의심에서 이런 시험을 해 버렸다.

정말로 그런 거라면, 내가 며느리감을 데리고 왔다는 말에 기뻐하면 기뻐했지 지금처럼 이러지는 않았을 테니까.

너무 과했는지, 핏기가 싹 가셔버린 둘의 얼굴을 보니 정말 미안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책임지고서, 그런 둘의 표정을 풀어 줘야겠지.

물론.

“왜요? 릴리스 어머니. 호아란 마망.”

그런 둘에게, 확인은 받을 것이다.

“왜, 그러면 안 되는 건데요?”

내가 다가가자, 움찔하고서 물러나는 둘.

먼저 입을 연 것은, 릴리스였다.

“가, 갑자기 여자를 둘이나 데려와 놓고서 결혼이라고? 그걸, 내가, 아 그래, 하고 인정할 것 같아...?”

“마, 맞느니라. 혼인은 인륜지대사인 것이거늘 이런 식으로 갑작스러우면ㅡ”

그런 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며칠 미루죠. 카르미나, 카루라. 미안한데 조금 기다려줄래요?”

“알겠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몇 년이고 기다려주마! 혼인증명서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그대가 여의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 더욱 확실한 증거이니, 그대가 여의 곁에만 있어준다면야 얼마든지 기다려주마!”

“나도 상관없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그렇게 말하는 둘을 보고서, 다시 릴리스랑 호아란에게 말했다.

“이러면 되죠? 어머니, 마망.”

“아, 아...”

내 말에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못 하는 호아란.

이런 쪽으로, 정론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렇다할 토를 달지 못하는 성격의 호아란이었기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문제는, 그딴 정론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릴리스지.

그런 호아란을 흘긋 쳐다 봤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서 우물거리듯, 입술을 달싹이는 릴리스를 바라봤다.

그런 내 시선에, 움찔하고서 다시 한걸음 물러나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윽...! 그, 그래도 안 돼...!”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왜요?”

“그, 그건... 내가... 내가, 네 어머니니까... 어머니인 내가 반대하는데, 그래도ㅡ”

말을 잇는 릴리스의 말을 잘랐다.

내 어머니, 그런 이유로 내가 카르미나랑 카루라랑 결혼한다는 걸 막으려는 릴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그럼 저 이제, 아들 하지 않을게요.”

“..........뭐?”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나한테서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올려다보는 릴리스가.

“네, 네가 나한테... 나한테... 진, 빚이...”

“빚은 갚을게요. 이거면 충분하겠죠.”

페도 새끼긴 했지만, 뼈다귀 드래곤마저 사역했던 존나게 쩔었던 사령 술사가 사용했던 지팡이를 릴리스에게 내밀었다.

“...아.”

멍청한 표정으로, 그런 내가 내민 지팡이를 받아쥐는 릴리스.

“그걸로 모자라면, 말해요. 저 이번에 돈 많이 벌고 왔어요.”

릴리스와 내가, 가장 처음으로 맺었던 모자의 연은.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한 것이었다.

돈을 비롯한 대가로 이루어진, 그런 계약.

파기하려면, 마땅히 그만한 대가를 치르면 그만인 그런 계약.

“아, 윽, 그...”

내가 준 지팡이와 나를 번갈아 보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오기 전에 들른 감정소에서 대충 이게 얼마나 하는지 알아봤는데, 존나 비싼 지팡이였다.

내가 릴리스에게 진 빚은, 위약금으로 따따블을 갚아야 한다고 해도 마땅히 그럴 수 있는, 존나게 비싼 지팡이.

릴리스의 수준이라면, 그 가치를 알 수 있었으리라.

“...그거면 됐죠?”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떨구는 릴리스가 보였다.

부들부들, 어깨를 떨고 있는 릴리스를 보다가, 그런 릴리스에게 말했다.

“덕분에 많이 강해졌어요, 저. 별로 원해서 그랬던 건 아닌데, 카르미나를 구하면서 존나 센 새끼랑도 싸웠고, 어떻게 이겨서 명성도 많이 쌓아버렸고요. 지금이야, 뭐. 망해버리긴 했는데 나르메르 왕국에서 지낼 땐 구국의 영웅 소리도 들었다니까요? 거기에, 여기 오기 전에 세계 정부쪽 인사가 저보고 나중에 부를 테니 꼭 와달라고 하기까지 하더라고요.”

한유진이, 위쪽에서 온 것이라고 건넸던 이야기였었다.

이번 일로 세계 정부 측에게서도 내 공을 정식으로 인정해준다는, 그런 취지의 이야기.

결과적으로는 세계 정부는 자기네들이 자치권을 인정해주려고 했던 나라가 테러범이나 다름없는 새끼들한테 쫄딱 패망할 뻔한 걸 막은 데다가, 하나하나가 달인급의 네크로맨서들.

그것도 대가리에 구멍이 난 시체박이들이 아니라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는 네크로맨서들이 수천 명이 굴러 들어온 꼴이었으니 이유야 어찌됐던간에, 그렇게 될 수 있게 한 내 공로를 인정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전에 받았던 용감한 시민상이니 뭐니하는 걸로는 끝나지 않겠지.

눈에 띄는 실적인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한 자리 내주겠다고 할 수도 있고.

물론, 받지는 않을 거다.

내 자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만하면, 정말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릎을 꿇고서, 사 들고 왔던 것 중에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릴리스 아슈타로테.”

딸깍, 하고.

나르메르 왕국에서 벌어온 코인을 죄다 환금해서, 그래도 쫌 모자라서 릴리스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모으고 있던 돈들도 퍼부어서 산 반지 중 하나가 든 케이스를, 그런 그녀에게 보여줬다.

“어...”

“이만치 했으면, 내가 릴리스 네 후계자라고 해도 누가 뭐라 할 새끼는 없겠지. 그렇지?”

그렁그렁하고.

그새 또 바보처럼 울어 버린 듯한 릴리스가 그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반지가 든 케이스를 내밀고 있는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뭐... 아직은 아니긴 한데 어차피 곧 될 거라면 미리 선불로 받아도 되지 않나 싶은데. 그래도 되지?”

“선, 불...?”

멍하니 내가 내민 것을 보고 있는 릴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그래, 선불. 그런데 그렇게 선불을 받더라도... 너랑 한 계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모자 관계잖아. 그건... 이제 싫거든. 그러니까.”

계약을 파기했다.

돈과 대가로 이루어진, 가장 허울뿐인 그런 계약을.

나와 릴리스, 호아란, 유스티티아가 맺은 관계 중에서, 가장 이름뿐이던, 허울뿐이던, 어머니와 아들이란 관계를.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서, 릴리스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부턴 내 어머니가 아니라, 내 여자가 되어 줘. 릴리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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