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여우 꼬리는 푹신하고 아늑해서 끌어안기에 좋다 (1)
* * *
“음, 음, 좋은 것을 들었구나! 여의 영웅이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라... 생각해보면 그때도 여를 바라보는 영웅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도 같구나! 뚫어져라, 하고 입을 벌린 채 여를 봤었으니. 그때의 여는 모습이야, 여자로서의 매력은 없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귀엽다고 할 만한 용모였으니 여의 영웅이 그렇게 쳐다봤던 것이었군! 다음 질문이 있다. 여의 영웅은...”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미나와 카루라가 또 다시 물어오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시선을 한조와 릴리스가 함께 들어가 버린 침실로 향했다.
그 둘은... 분명 조금 전만해도, 어머니와 아들인 관계였는데.
한순간에, 그런 인연을 끊어버리고서 그렇게 함께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대체 안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안쪽으로 릴리스와 한조가 들어가기 무섭게 쳐진 결계들로 인해 침실 밖으로 조금의 소리조차도 새어 나오지 않는 지금.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혹시...
혹시 얼마 전에 읽었던... ‘아들이 다 따먹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점점 더 얼굴이 붉어져만 갔다.
설마, 릴리스와 한조가... 그 서책에 나와 있던 것처럼...
지금쯤, 서로 그 서책에 적혀져 있던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낯이 뜨거워졌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수백 년을 살면서 겪어온 경험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기에, 가능하면 한조에게 완벽한 어머니로 있고 싶기에.
그동안 수없이 읽어왔던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서책들.
그런 서책에서 적혀져 있었던 일들과 같은 일이, 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자 그것이, 자기가 아닌 릴리스와 한조가 그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어쩐지 마음이 마구 요동쳤다.
둘이 안쪽으로 들어간지, 벌써 수시간이 지난 지금.
지금쯤, 둘이 뭘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나 저 안쪽이 신경 쓰이는가?
그리고, 꾸욱하고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는 내게 카르미나가 그렇게 물어왔다.
“읏...?! 그, 그게 아니니라!”
속내를 들킨 것같이, 그런 카르미나의 말에 퍼뜩 고개를 돌리며 말하자, 그런 나를 보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호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자꾸만 그쪽을 보는 것이냐?”
그건.
그건...
이쪽을 빤히 바라보며, 입술을 끌어올리고는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에게 뭐라도 말하려고 했을 때, 그보다 먼저 손을 휙휙 저으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뭐, 그렇게 조급해하지 말거라. 여의 영웅이 다음은 호아란, 그대의 차례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여자를 안는 순서를 정하는 것은 오직 남자의 몫이니, 우리는 그때가 오길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면 그만이다. 순서를 앞당기고 싶다면야, 더욱 귀여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아양을 떨어야 하는 법이지.”
안는다고.
...한조가, 나를.
그건.
“그건, 안되느니라...”
그야 수도 없이 읽어왔던 서책들.
그 서책들에서도 나와 있었던 것들이었으니까.
모자간이, 어머니와 그 아들이 이어지는 것은.
그것은, 모든 서책에서도 ‘금기’라고 칭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머니께 배웠었던 거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읽었던 모든 서책에서도... 온갖 세상이 섞이고 섞여서 모여버린 지금 같은 세상에서도, 어미와 아이가 이어지는 것만큼은, 공통적으로 모두 ‘금기’라고 묘사되고 있었다.
제각각의 서책마다, 제각각 말하는 것은, 각자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것만큼은 모두 같았다.
서른 살이 넘도록, 여색을 모르고 자란 아들의 성욕을 어미가 해소하게 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적혀져 있던 서책에서도, 앞으로의 자식이 배우자와 함께 할 것을, 여자에 대한 것을 미리 교육하는 것은 어미가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서책에서도.
정말로, 어미가 그 자식과 이어지는 것만큼은 ‘금기’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본녀는... 본녀는 한조의 어미이니라.”
어머니가, 과거의 나를 거두며 제자로 삼고, 또 딸로 삼았던 것처럼.
나도 한조를 제자로 삼았고, 또 아들로 삼았다.
설령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나에게 있어선 더없이 어머니였던 나의 어머니처럼.
나 역시도, 한조에게 부족함이 없는 어미로 있고자 했었다.
내가 어머니께 받았던 사랑처럼, 고작 핏줄이란 것의 연연하지 않도록. 그러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모두가 말하는 ‘금기’를 어겨버리면, 더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관계가, 무너져버리고 만다.
결국, 일선을 넘어버려서, 그렇게 모자간의 관계가 깨져버리고 말았던 그 서책들에 적혀져 있던 것처럼.
더 이상, 한조의 어머니로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러니, 그런 짓은...”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을 때, 카르미나가 입을 열었다.
“음, 뭔가 여가 듣기엔 이상한 것들이 많지만, 세상이 다르니 그런가 보다 넘어가기로 하고... 하여튼간에, 그대가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여도 진심으로 물으마. 그대가 여의 영웅의 어미이니,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하였느냐? 그렇다면, 어째서 처음부터 여의 영웅이 말할 때 그리 말하지 않은 것이냐.”
“그, 건.”
한조가, 나를 보며 릴리스의 다음으로는 나라고 그렇게 말했을 때.
어째서 거절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느냐는 카르미나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스스로도 제 마음의 갈피를 못 잡으면서, 그런 주제에 스스로 모자라는 인연으로 속이고 있는 틀에만 갇혀있구나. 그대가 진심으로 여의 영웅의 어미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더라면 그대는 지금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더라면 여의 영웅이 여와 결혼한다고 했을 적에도... 그렇게 반응하지도 않았겠지. 만약 여가, 여의 영웅의 어미였다면... 내 자식이 여와 같은 여자를 데리고 왔을 때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을 테니.”
스스로를 자화자찬을 하는 듯 아닌 듯, 그렇게 말하며 카르미나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이죽거리며 말했다.
“여가 그대에게 묻노라. 자식이 데려온 여자를 노려보며, 질투하는 것이 정말로 어미라고 할 수 있는가? 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만. 혹여, 이미 그대는 그대를 여의 영웅을 자신의 짝으로 여기고 있던 것이 아닌가? 여의 영웅을, 자식이 아니라 남자로 보고 있었지 않았나?”
그리고, 그렇게 묻는 카르미나의 말이, 가슴 언저리를 후벼오듯이 박혀 들었다.
“본녀가, 진심으로... 본녀를, 한조의 어미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였느냐?”
상처를 후벼오듯, 아릿한 가슴의 통증을 참아내며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나를 보며 카르미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여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는데, 여의 말이 틀렸는가?”
나와, 카르미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르미나 나르메르...
나르메르 왕국의, 전 파라오라고 한조가 소개해준 여인은, 한조가 사랑하는 여자라며 데리고 온 여자는 강했다.
스스로 갈무리하고 있는 기세만을 읽어도, 자신과 백중세... 결코 밀리지 않는 강자인 것은 확실했다.
동시에, 그녀는 아름다웠다.
당당하고, 자신이 넘치고, 갈색빛으로 반짝이는 눈빛은 호기로웠다.
한조가, 저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유야 얼마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만약 내가 한조를, 정말로 아들이라고 여겼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녀의 말대로, 한조가 카르미나와 같은 여자를 며느리라며 데리고 왔을 때는... 기뻐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스스로 납득해버릴 만한 아름다움을, 카르미나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면서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스스로도 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카르미나의 말에, 스스로도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카르미나의 말처럼.
내가, 한조를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증거...
“아, 니니라. 본녀는 절대로...”
괜스레 꼬리 끝들을 꾸욱, 하고 끌어 쥐며 그렇게 말을 내뱉는 나를 보고, 카르미나가 말했다.
“뭐, 정 그렇게 여긴다면 그리해도 여는 상관없다. 여의 영웅에게 받을 귀여움을 나눠야 할 여자가 줄어들면 여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니. 솔직히 말해서, 여도 그대들에 대한 것을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여의 영웅이 뛰어난 남자란 증거이기도 하니. 뛰어난 자에겐, 대개 그에 걸맞은 짝들이 잔뜩 있는 법이니.”
허나, 하고 카르미나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여가 여의 영웅을 독점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여는 좋다. 여가 귀여워하는 카루라와 함께, 여의 영웅을 독점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겠는가. 허나, 그건 여가 결정할 일이 아니지. 여의 영웅이 결정하면, 여는 그에 따를 뿐이니.”
그러나, 하고.
카르미나가 말을 이었다.
“여의 영웅에게 받을 귀여움을 나눠야할 상대가 줄으면 줄을수록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받으면 기뻐지는 여자인 몸으로써 당연히 기뻐할 따름이다. 그러니 그대가 정 그렇게 여의 영웅의 어미에 고집한다고 해도, 여는 굳이 말리지 않으마.”
“그건...!”
그런 카르미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열린 입술을, 달싹였다.
“그, 건...”
허나, 도로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카르미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대가 정말로 여의 영웅의 어미로 남을 작정이라면, 여도 진심을 다해서 그대를 여의 영웅의 어미로... 그렇게 여기며 모실 것이니 안심해도 좋다! 그대가 여가 사랑하는 여의 영웅의 어미라면, 마땅히 여의 어미나 마찬가지인 법이니 여가 성심을 다하며 모시마!”
자기를, 정말로 한조의 어미로 남는다면, 그렇다면 자신 역시 그렇게 여기겠다고 말하는 카르미나의 말에.
분명히, 그렇게 한다면 기뻐해야 할 터인데.
“......”
어째선지,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한조의 어미인데.
그런데...
카르미나가 나를 한조의 어미로, 그렇게 여기겠다고 하는 말에 기뻐할 수가 없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한참을.
한참을, 그저 입을 다물고서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카르미나의 시선을 받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서, 창밖을 보던 카르미나가 태연히 입을 열었다.
“음, 벌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그대에겐 아직 묻고 싶은 것은 많으나, 미뤄야겠구나. 카루라야, 슬슬 자리를 펴거라. 여는 이만 잠이나 자야겠다!”
“네, 파라오.”
“응...? 뭐야, 벌써 자게...? 나한테도 뭐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어...?”
“날이 어두워지고, 또 여의 영웅이 지금은 여를 귀여워해 줄 상황이 아니니 잠을 자야지 따로 뭘 할 일도 없지 않은가? 자고로, 밤은 부부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기도 한 법이다! 그러니... 그대와 하기로 한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마.”
“...응, 뭐... 그건, 좋은 생각 같네. 아, 나도 같이 좀 누워도 되지? 이럴 줄 몰랐어서, 이불 같은 건 안 가져왔거든.”
“이미 이렇게 될 거로 생각해서 이불을 충분히 챙겨왔으니 괜찮다! 여의 영웅에게 침대는 하나밖에 없다고 들었으니. 그나저나, 이곳은 참으로 좁구나. 뭐, 잠이야 다리를 뻗을 수만 있다면 잘 수 있는 법이니 상관은 없다만.”
“글쎄... 그냥 가만히 있어도 잠은 잘 오는데...”
“그건 부럽구나!”
서로 금세 죽이 맞았는지,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거실에 잠자리에 들어버린 카르미나와 유스티티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 저도 먼저.”
그리고, 그런 내게 조심스레 다가와 그렇게 말하는 카루라를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본녀에게 굳이 그렇게 보고 할 필요는 없느니라. 자고 싶으면, 자면 좋은 일이니.”
“하지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네, 그럼...”
마지막까지 깨어있던, 카루라라는 아이마저 그들이 남겨둔 빈자리에 끼어들어, 날개를 접으며 곁잠을 자는 것을 보다가.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침실의 문을 바라봤다.
“...본녀는, 한조의 어미이다.”
그렇게 되기로 다짐했고, 스스로 그렇게 여겼다.
그러니 설령 한조가 나에게 그런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나는 그걸 받아줄 수는 없었다.
지금 요동치는 감정 또한 다가온 발정기로 인한, 한순간의 망념에 불과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한조가 나오면, 그렇게 말하자.”
스스로에게 그리 말하듯, 그렇게 중얼거리며 꾸욱, 하고 꼬리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다 지나도록.
굳게 닫혀있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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