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62화 (162/523)

〈 162화 〉 여우 꼬리는 푹신하고 아늑해서 끌어안기에 좋다 (2)

* * *

그리고, 그렇게 또 다음날이 시작되었다.

“하, 으... 읏...”

짐승의 성질을 타고난, 그렇기에 부여받은 천업.

발정기가 시작된 것이 느껴졌다.

여느 때보다도 가열차게, 뜨겁게 달궈진 몸에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입에서 단내가 풍겼다.

이제껏, 이렇게까지 심했던 적이 없었는데.

“하아...♡ 흐읏...♡”

여전히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는 문만을 보면서, 부비적거리며 허벅지를 비볐다.

미약하게, 전해져오는 쾌락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더욱 몸을 달굴 뿐이었다.

“읏...♡”

차라리, 이곳이 하다못해서 그 누구도 없는 여우의 숲이었더라면.

혼자서라도 열을 달랬을 터인데, 그럴 수도 없이, 어떻게든 이성을 붙잡은 채로 발정을 억누르고 있었을 때였다.

끼익, 하고.

그런 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이틀 내내 열리지 않았던 침실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아...”

후욱, 하고 열린 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향기.

지독할 정도로, 짙은... 달콤한 향기.

이미 몇 번이고ㅡ 몇 번이고 맡아본, 익숙한 향기에, 몸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원하지도 않았는데, 마구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그런 내 귓가에 들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주르륵...

발정해버린 몸이, 뜨거워지는 몸이, 그런 향기에 반응해서 안그래도 잔뜩 젖어있던 속옷을 더더욱 적셔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방 너머로 한조가 나왔다.

거진, 이틀 만에 침실에서 릴리스랑 함께 나온 한조의 눈 밑이 퀭하고 어두웠다.

그리고, 그런 한조와 함께 나온 릴리스는 한조와 반대로 피부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하, 한조야... 괜...”

몸에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너무나도 피곤해보이는 한조를 보고서 괜찮냐고 물으려고 했을 때, 그런 나를 보더니 한조가 입을 열었다.

“...저기, 호아란.”

“앗, 읏... 왜, 왜 그러느냐...?”

뭘 하는 게냐, 호아란.

어제는 분명히... 한조가 방에서 나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기로 다짐해놓고서.

그런데도, 그런 말을 일절 꺼내지 않는 자신이 보였다.

오히려, 풀풀하고ㅡ 방에서 나오는 향기보다 훨씬 짙은... 한조와, 그런 한조의 옆구리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는 릴리스로부터 나는 향기에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내가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릴리스의 손에 잡혀 쪼물딱거려지고 있는, 바지 밑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커다랗게 부풀어있는 한조의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보았기 때문일까.

한조가, 그런 릴리스의 손을 떼어내고는 툴툴거리는 릴리스를 달래고서는 나에게 말했다.

“...그, 미안한데요.”

그리고 정말로 면목이 없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한 시간만. 딱 한 시간만 자도 될까요...?”

저 뒈질 것 같아요, 하고.

한조가 그렇게 말하고선, 그대로 내 품에 엎어지듯이 쓰러졌다.

그대로, 풀썩 쓰러져서 코를 골아가며 잠에 든 한조를 바라보다가, 릴리스에게 물었다.

“...대체 무얼 한 것이냐?”

“일 대 일.”

“......?”

알 수 없는, 그런 소리를 하며 입술을 핥은 릴리스가 내게 말했다.

“...그보다, 호아란. 저 녀석, 생각보다 제법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걸.”

조심하라니.

대체 뭐를...?

아니, 알고는 있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서큐버스인, 비록 이제까지 순결을 지켜왔던 릴리스였지만. 그래도 서큐버스인 릴리스가.

하물며 서큐버스 중에서도 한 차원 위의 존재인 릴리스가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로, 한조가 굉장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발정 중인 몸이 달아올라서, 온종일 그것만을 생각해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머리를 휙휙 내저어서 떠오르려던 것을 지워 없앴다.

그리고.

“크어...”

코를 골며, 내 무릎을 베고서 그렇게 잠에 든 한조를 내려다보다가.

그런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본녀는, 한조랑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나와 내 무릎에 얼굴을 파묻다시피하고서 잠에 들어버린 한조를 내려다보던 릴리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러든지. 난 씻고... 이 녀석이 제대로 선불 받은 값이나 치룰 수 있게 하던 거나 마무리하러 갈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선, 꼬리를 살랑거리며 욕실로 향하는 릴리스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릴리스.”

“응?”

뭔데, 하고 묻듯이 뒤를 돌아보는 릴리스에게 물었다.

“...릴리스, 너는, 그... 괜찮은 건가?”

그런 내 물음에 한순간 멈칫했던 릴리스가, 이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안 괜찮으면 뭐? 이미 저질러버려서, 저 새끼한테 따인 내 처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까, 자식을 키워서 자리를 넘기고 은퇴를 하나, 남편한테 다 떠넘기고 은퇴를 하나 그게 그거더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꿀꺽하는 거였는데.

그랬으면...

그렇게 말을 이으려던 릴리스가, 이내 나를 바라봤다.

“...뭐, 이미 늦어버렸으니까, 그건 별수 없고. 넌... 너도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런 일을 돕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금 욕실로 향하는 릴리스를 보고서.

“...본녀는...”

여전히 잠에 들어서, 뒤척이지도 않고서 곤하게 잠들어있는 한조를 내려다봤다.

“...본녀는, 어찌해야 하는 게냐. 한조야.”

두근두근두근두근.

푹, 잠에 들어있는 한조의 몸에 맞닿은 몸이, 더더욱 느껴지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허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을 뜨자, 언젠가 보았던 구도로 호아란의 얼굴이 보였다.

“일어난 모양이구나.”

스르륵,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머리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움직여버렸다.

“읏...”

내 머리카락이 허벅지에 쓸리는 것만으로도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꾹 깨무는 호아란을 보고서, 차츰 졸음에 잠겨있던 머리가 깨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충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릴리스에게 거의 이틀간 쥐어짜인 끝에 시간이 없어서 봐줬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릴리스에게서 풀려나서는, 침실 밖으로 나왔다가... 문 앞에 있던 호아란에게 한 시간만 좀 자도되냐고 묻고서, 호아란에게 뭐라 대답도 듣지 못하고 고꾸라지듯 엎어져서 잠들었던 것이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마지막 날에 가서는, 내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어오던 릴리스 덕분에 하루 종일 보느라 천장의 얼룩을 전부 새어버렸던 내 침실의 천장이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호아란이 그런 나를 다시 침실로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카르미나나 카루라도 없고, 릴리스도 안 보이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여러 의미로 엉망진창이었던 침실이 깔끔해진 것을 보고서, 호아란에게 물었다.

“저, 얼마나 잤어요?”

“세 시간쯤이니라. 아주 푹 자더구나.”

세 시간이라..

한 시간만 자겠다고 했는데, 두 시간이나 더 기다리게 해버렸다.

“...죄송해요.”

“아니니라, 본녀도... 한조가... 네가 잘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좋았느니라.”

그건, 좀 부끄러운데.

호아란에게 잠든 얼굴을 보인 것이 딱히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그때랑 지금이랑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세 시간이나 뻗어있었더니 어느 정도 피로도 풀린 것을 느끼며 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였다.

꾸욱, 하고.

그런 내 어깨를 눌러오는 호아란이 보였다.

“호아란...? 저 이제 괜찮은...”

“본녀가, 한참을... 한참을 생각했느니라. 그리고, 결론을 내렸느니라.”

내 말을 끊으며, 호아란이 그렇게 말했다.

“...결론이라니요?”

그런 호아란에게 내가 묻자, 한참을 망설이듯, 그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던 호아란이 입을 열었다.

“...본녀는, 한조 네 어미라고. 그러니, 한조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는 결론이었느니라.”

“......”

말없이, 그런 호아란을 올려다봤다.

그런 내 시선을 받은 호아란이, 움찔하고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조 네가 본녀를 그리 생각해주는 것은, 그... 무척이나... 무척이나... 고맙지만, 그래도 본녀는... 어머니로 남고 싶구나.”

그러니까, 하고.

말을 이으려던 호아란의 말을, 이번에는 내가 자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응...?”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호아란의 허벅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런 호아란을 마주 보며 말했다.

“하시라고요, 어머니.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그래도 되니까요.”

뭔가, 아주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꾹 억누르며 그렇게 말하자, 끔뻑끔뻑 나를 바라보던 호아란이 입을 열었다.

“저,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이냐.”

“네, 뭐. 어머니 하고 싶으시면 하셔야죠.”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그런 나를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호아란이 보였다.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니라.”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그보다, 아직 피곤하다면 좀 더 잠을 자는 게 어떻ㅡ”

그리고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호아란을 보고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자, 자, 잠깐... 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

조금 전까지 추욱 늘어져 있던 귀를 쫑긋 세우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뭘 하긴요. 일단 할 건 해야죠.”

“하, 할거라니. 본녀는 분명...”

“그거 말고, 발정기 말이에요.”

“아...”

쫑긋쫑긋, 하고. 그런 호아란의 귀가 부끄럽다는 듯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 본녀가 착각했...”

“아, 그리고... 저, 이것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래도 좀 쉬었다고, 그새 건강해진 내 자지를 그런 호아란에게 내밀었다.

자지를 대놓고 내밀었다기보다는, 바지 밑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을 내민 것이긴 했지만.

“아...”

그런 내 자지를 보고는, 그런 소리를 내었던 호아란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말했다.

“의무잖아요, 그렇죠?”

“...그래, 그랬지. 하지만...”

꿀꺽, 하고.

호아란이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어, 어쩔 수 없구나... 지금은... 릴리스가 없으니까... 카르미나와 카루라라는 아이도, 유스티티아와 같이 외출했고... 그러니...”

딱히 밖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어디 갔나 보다.

뭐, 오히려 좋았다.

호아란의 성격상, 그리고 전에 했던 말을 미루어보았을 때 카르미나나 카루라가, 릴리스가 있었더라면 그녀들에게 부탁하라고, 그렇게 말했을 테니.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그러니... 본녀가...”

그리고는, 여느 때처럼 내 바지 지퍼를 내리려는 호아란의 손을 잡아 저지했다.

“읏... 왜, 왜 그러느냐?”

“아뇨, 어차피 발정기도 어떻게 해야 하니까... 한 번에 하자고요.”

“한 번에...?”

“네, 뭐. 자세만 바꾸면 돼요.”

자세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호아란에게, 내가 말했다.

“일단, 제 위에 올라타세요.”

“올라타라니, 그게... 아...”

말을 이으려다가 말고서, 그렇게 입술을 꾹 다무는 호아란을 보고서 혹시나 물었다.

“뭔지 아시겠어요?”

내가 그렇게 묻자 살짝, 아주 살짝 호아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아네.

아니, 뭐...

평소에 호아란이 읽던 책들을 보면 모를 리도 없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냅다 누워버린 내가, 툭툭하고 내 옆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어디 한 번 해봐요.”

* *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