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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67화 (167/523)

〈 167화 〉 망아의 용 공주는 사랑을 모른다 (1)

* * *

“저건 무엇이더냐?”

“저건...”

그렇게 말하며 카르미나가 손가락으로 가르키고는 묻는 것에 대답하자,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연신 신기하구나, 대단하구나 하고 박수를 치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멸망할 뻔한 세상에서 이 세상에서 넘어온 카르미나는.

릴리스와 한조가 침실에 틀어박혀서 이틀째 나오지 않는 와중에, 그런 와중에 호아란도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서 멍하니 있던 와중에 카르미나가 내게 어린 푸른 용이란 존재를 찾고 있는데 혹시 아느냐고 물어왔다.

어린 푸른 용.

이 세상에 있는 여덟의 용 중에서는, 어리고 푸른 용은 나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불릴 만한 존재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고 대답하자 그런 내게 카르미나는, 아마도 증조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존재가 내게 전해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려 줬다.

아마, 그건 정말 증조 할아버지가 맞을 거다.

아샤와 아냐...

정확히는, 아샤네오나와 아냐세오스.

내 직계의 증조 할머님들인 그 두 분을 애칭으로 부르며, 그분들께 잔소리를 듣기 싫으니 연락이라도 하라는 말을 할 만한 사람은 증조 할아버지 밖에는 없으니 틀림없었다.

분명 200여 년 전에도 대충 안부를 전했을 텐데.

대체 어느 차원에서 있을지도 모를 그분들께 연락하는 건 둘째치고, 이것저것 뭘 적어야 할지 생각하는 건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증조 할아버지는 몰라도 두 증조 할머님들이 삐지면 더욱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뻔해서, 그런 증조 할아버지의 전언을 알려 준 카르미나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여러 의미로 정신이 없어 보이는 호아란과, 한창 여러 가지로 바쁠 릴리스와 한조를 대신해서 이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된... 그마저도, 도심이란 곳에는 이제 처음 온 셈인 카르미나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 주는 담당이 내가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우연일까,아니면 운명일까.

증조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서,이 세상에 넘어온 모양인 카르미나가, 다시 한조와 함께 내게 오게 된 것은.

한창,증조 할머님들과 뒤늦은 신혼여행을 즐기며 족보를 꼬고 계셔야 할 분이 어째서 카르미나가 있던 세상에 들렀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되어 버린 이상, 일단 안부를 전할 때 뭐라고 해야 하면 좋을지 생각해 두기로 하고 있을 때였다.

“유스티티아, 유스티티아. 저건 무엇이더냐? 저기서 나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저걸 손에 들고서 나오고 있구나.”

또다시, 카르미나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흔하다면 흔한, 하지만 하피가 운영하는 다소 기묘한 곳으로 알려진 카페였다.

팔과 손이 달린 것이 아닌 하피가 어떻게 커피콩을 볶아서, 또 그걸 우려내는 건지 궁금해져서 나도 한 번쯤 가 본 적이 있던 곳이기도하고.

아무튼, 카르미나가 묻는 거야 그런 카페에서 사람들이 들고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에 대답했다.

“응... 저건 커피라고 해. 마시면 밤에 잠이 오지 않게 되는 악마의 음료지...”

“뭣이...? 밤에 잠이 오질 않게 되는데 어찌 그런 것을 마신다는 것이냐...?”

“괜찮아, 사실 마셔도 잠이 안 오는 건 순수한 인간족이나, 고블린... 그 외의 몇몇 종족들만 그렇지, 그 외에는 어지간하면 그냥 평범한 기호품이니까.”

마법을 사용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특별하게 가공한 것들이 아니라면, 그래서 평범한 인간족이 마시면 몸 어딘가가 이상해질 정도로 지독한 것이 아니라면 카르미나 수준의 초월자에게는 평범한 커피 정도야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 그렇게 대답하자, 그제야 그런가하고 흥미롭게 카페를 바라보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으음, 커피라...”

그런 카르미나의 순수하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건,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한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모르는 것을,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면서 채워지는, 그런 기쁨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안 그래도 커피의 맛이 궁금해서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르미나가 혹할 만한 정보를 말해줬다.

“그리고 커피에 이런저런 것을 넣어서, 아주 잔뜩... 혀가 녹아내릴 만큼 달게 한 것도 있어. 커피에 웨어허니비의 꿀을 듬뿍 타고서, 거기에 페어리들이 가공한 설탕을 살살 뿌리는 거야. 그러면 아주 달고, 반짝반짝하게 예쁜 것이 나오는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 달지 않나 싶어질 만큼 달콤한 커피에 대한 것을 알려주자,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서 계속해서 말했다.

“거기에, 그보다도 더 달콤하고, 예쁜 과자들을 잔뜩, 아주 잔뜩 장식하는 거야. 수백 년간 제과만 해온 장인들이 수두룩한 이런 세상에서나 볼 수 있는 극치지... 이름이...”

그런 내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카루라야, 어서 가자꾸나! 여는 당장 저 커피란 것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카페로 꼬리를 흔들어대며 달려가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파, 파라오. 저희는 이 세상의 돈이... 그... 잠깐...”

미처, 그런 카르미나의 곁에 있던 카루라가 반응하기도 전에 벌써 카페 문을 열어젖히며 여가 왔노라며 외치는 카르미나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는 카루라가.

“...저, 저희 파라오가 죄송합니다...”

면목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카루라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 돈이야 어차피 내가 있으니까... 마음에 든다면, 저 카페를 통째로 사다 줄 수도 있는 걸...?”

“아뇨, 아무리 파라오시라도 그 정도는... 그 정도는... 안 하실 겁니다... 아마도...”

어떻게 확답할 수는 없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더욱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카루라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뭐, 아무튼.... 너도 궁금하지 않아? 가서 마셔보지 그래?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너도... 가족인 셈인 거니까 카르미나처럼 너무 눈치 보지 않아도 돼.”

“하지만.”

딱딱한걸.

무척이나 고지식하고, 똑 부러진 것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내게 붙여주었던 늙은이들이랑 비슷해 보였지만.

“......”

그래도, 흘끗하고 카페를 바라보며 입술을 우물거리는 카루라를 그런 늙은이들이랑 비교하긴 너무한 일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나도... 증조... 뭐, 아무튼... 할아버지의 전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을 뿐이기도하고. 사양하지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도 좋아. 오히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 그쪽이 더 불편해지니까...”

받은 것이 있다면, 마땅히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요구되지 않는 대가는, 오히려 불편한 일이었다.

하물며, 이쪽에서 이미 채무감을 갖고 있을 때는 더더욱.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 난감할 뿐이었다.

그런 점에선, 한조는 무척이나 좋은 상대였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그렇게 말해 오니까.

기회가 있다면, 냅다 욕망을 드러내는 한조의 성격은,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한 카루라가 이내 뭘 시켰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무언가를 시키고는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카르미나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쭈욱, 하고.

그런 카루라를 보면서 기지개를 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하품했다.

“으음... 졸려라...”

해도 쨍쨍하고.

이럴 때는, 낮잠이나 자는 게 최고인데.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전언을 가져와 준 보답으로, 어차피 다들 바쁠 때 이곳의 구경이나 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을 어기고, 퍼져서 잘 정도로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고.

그래서, 막 나온 커피를.

딱 봐도, 내가 얘기했던 달디 단 커피 파르페가 아니라, 무척이나 써 보이는, 시꺼먼 색의 커피를 받으며 한껏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르미나에게 다가 갔다.

“응, 재밌는걸 볼 수 있겠는걸...?”

과연, 기대했던 것이 아닌, 무척이나 쓴 커피를 마신 카르미나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면서,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유스티티아...! 여를... 여를 속였구나...! 믿었는데, 믿고 있었는데...!”

이건 기대 이상인걸.

내가 막, 카페에 도착했을 무렵에 받은 커피를 한껏 기대 어린 눈을 하고서 그대로 한 번에 마셔버리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카르미나가, 휙 하고 그런 나를 보더니 그렇게 말해 오는 것은.

카르미나가 보여 준 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반응이라 무척이나 즐거웠다.

“속이지 않았어... 단지, 카르미나 네가 주문한 게 내가 말했던 게 아닐 뿐이지...”

덕분에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으로만 그치고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내 말에 카르미나가 이미 다 마셔버린 커피잔을 꾸욱, 움켜쥐고는 말했다.

“하지만 여는 분명 커피라는 것을 시켰단 말이다! 그것도 저기, 제일 위에 있는 것을...! 가장 위에 있으니, 가장 뛰어난 것이 아니더냐!”

메뉴판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에 그쪽을 보자, 확실히 가장 처음 적혀져 있는 것은.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것은 커피가 맞았다.

단지, 진짜 아무것도 넣지 않은 커피일 뿐이었지만.

진짜, 아무것도 넣지 않고서. 그저 커피를 진하게 우려내는 종류의, 모든 커피의 베이스가 되는 그런 커피.

여기서 쓰는 원두는, 꽤 진한 맛으로 유명한 거기도하고...

일반적으로는 지금 카르미나가 들고 있는 잔보다 훨씬 작은 잔에나 나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주문을 했는지는 몰라도 커다란 커피잔 가득 채워서, 단숨에 삼켰으니 내가 말한 달디 단 커피 파르페를 생각했던 카르미나가 저런 표정을 지어 버린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그건 그거고.

“저게 가장 쓴 거거든.”

카르미나에게 사실을 말해줬다.

“그런...”

울상을 지으며 추욱, 다리 사이로 꼬리를 늘어뜨리는 카르미나와 그런 카르미나를 보고서 파라오, 아무리 실망했어도 그런 모습은,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카루라를 보다가, 손님에게 자기가 뭔가 잘못한 게 아닌가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점장인 하피에게 내가 전에 마셨던 것을 주문했다.

“자, 내가 아까 말한 그거... 지금 주문했으니까 이따 나오면 그거나 먹어봐.”

“...또, 여를 속이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부터 속인 적은 없었거든...”

아마, 분명히 제대로 된 주문을 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란 걸 알면서도 카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카르미나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어도, 이쪽에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 사실이었다.

여기서, 정말로 달디 단 커피 파르페를 파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내 말에, 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미나.

“그럼 다시 한번 믿어보마.”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를 보고서 그거참 고맙네, 하고 대충 대답했다.

그런 내 대답을 듣기는 한 건지, 카르미나가 다시 꼬리를 흔들며 내가 주문한 파르페가 언제 나오는지 하피에게 물으면서 곤란하게 하는 것을 지켜봤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길래, 나랑 비슷한 타입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타입이라서 의외긴 했지만.

뭐, 그래도 잠자는 것에 진심인 것에는 마음이 맞기도하고,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이니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것도 없었으니까.

되도록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으리라.

그래도.

뭐만 할 때마다, 이제 완성된 것이냐며 카페 점장을 곤란하게 하는 카르미나의 어깨를 붙잡고서 말했다.

“...일단 앉을까? 준비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까.”

빈 테이블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미나와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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