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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68화 (168/523)

〈 168화 〉 망아의 용 공주는 사랑을 모른다 (2)

* * *

갑작스러운 주문인데도 불구하고, 점장의 솜씨가 좋은지 얼마 안 돼서 주문했던 커피 파르페가 나왔다.

대체 손도 없이, 날개만 달고 있는 하피가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파르페를 만드는 건지는 여전히 궁금했지만, 주방을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아서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말했던 커피 파르페를 오오오오, 하고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던 카르미나가 이내 조금 어색하게 숟가락을 꼬나쥐고서 푸욱하고 푸더니 입가에 가져갔다.

그리고 반짝반짝했던 눈을 더욱 빛내며, 등 뒤로 꼬리를 마구 흔들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이건... 이건 정말로 달구나...! 여는 평생토록 이렇게 단 것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좋아하니까 다행인걸... 시켜준 보람이 있어.”

“사줘서 고맙다, 유스티티아!”

그렇게 말하고선, 열심히 다시 나온 커다란 파르페를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 카르미나와 그런 카르미나를 보며 체통을 제발 지켜달라며 애원했다가, 카르미나가 내밀은 파르페를 먹어보더니 같이 말을 잊고서 열심히 먹고 있는 카루라를 한동안 그렇게 지켜보고 있었을 때였다.

“그런데 유스티티아. 그대는 먹지 않는 건가? 이러다가는 여와 카루라가 전부 먹어버리고 만다.”

“괜찮아, 나는...”

어차피, 남들은 무척이나 달아서.

그래서 카르미나나 카루라처럼 저렇게 급하게 먹기는커녕 오히려 한 입만으로도 멍한 표정을 지어 버리고 말 정도로 달디 단 파르페조차도, 그저 그렇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야 아무리 나라도 저게 달다는 것은, 정말로 달다는 것은 느껴지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전에도 그렇고, 아마 이번에도.

내가 먹어 봤자, 카르미나나 카루라만큼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을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그때 느꼈던 단맛조차도, 이미 한 번 맛을 본 적이 있는 지금은 느끼지 못하리라.

타고난 체질.

감정이나, 감각을 포함한 모든 것에 둔감하고, 또 이미 한 번 겪어본 것은 더더욱 그런...

단지 끝없이 쇠락하기만 할 뿐인 나는, 굳이 지금 저걸 먹어서... 그때는 느꼈었던 단맛의 기억을 덮어씌우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야, 지독할 정도로 사무치게 느끼고 있는 권태 속에서 그나마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가 또 사라질 뿐이니.

“나는, 이미 먹어 본 적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카르미나와 카루라, 너희 둘이서만 즐겨도 좋아.”

“음, 그렇다면 더욱 사양하지 않으마!”

그렇게 말하며, 이제까진 그래도 사양이라곤 했던 것인지 더욱 빠르게 파르페를 먹어 치우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대체 저 작은 몸의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끝없이 파르페를 날라다가 입으로 넣고 있는 카르미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거 다 먹고, 또 어디 둘러보고 싶은 곳은 있어?”

쫑긋!

그런 내 말에, 위로 쫑긋거리는 카르미나의 귀가 보였다.

“으하헤에 하후히후나.”

그러고는, 입안 가득 파르페를 담은 채로 그렇게 말해 왔다.

“웁?!”

그리고 아마 그런 카르미나의 채신 머리 없는 행동에 옆에서 파르페를 먹고 있던 카루라가 눈을 부릅 뜨면서 카르미나를 쳐다보는 것도 보였다.

카루라가 그러든 말든 우물우물, 입 안에 있는 파르페를 마저 먹은 카르미나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왜 웃는 것이냐?”

“...웃어?”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제야 자기가 웃고 있었다는 것을, 벌써 반이나 먹어 버린 파르페가 담긴 유리그릇에 비쳐 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헤에...”

꾸며낸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웃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 얼마 만이었을까.

하물며, 이런 사소한 일로.

“...아직 효과가 남아 있었나?”

한조의 정액으로 사용해서 만들고 있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기 체질을 고치기 위한 약.

얼마 전에 새로 만들어 보고서, 먹어 봤던 것의 약의 효과가 남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소한 일로 웃거나 할 일조차 없었을 테니.

꾸욱, 살짝이나마 올라간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보다가, 이내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카르미나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미안, 사과할게. 너랑 카루라를 보니까 갑자기 웃음이 나와 버렸네.”

“음, 사과할 필요 없노라! 여나 여의 귀여운 카루라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

“파, 파라오...”

당당하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카르미나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살짝 궁금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럴 만한 자격은 있었지만, 스스로 저러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싶었으니까.

하지만 뭐.

“응, 사과받아줘서 고마워.”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서 카르미나가 조금 전에 했던 말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거 다 먹으면 가자고 했던 옷 가게... 가려는 이유가 있는 거야? 이미 한조가 옷은 잔뜩 사 와 준 것 같았는데.”

한조와 같이 카르미나와 카루라가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이것저것 같이 들고 온 것에는 카르미나와 카루라의 옷도 한가득하였으니까.

딱히 옷이 필요한 건 아닐 텐데.

아니...

그때 잔뜩 사 왔던 옷들이야, 아무리 봐도 한조의 취향이 다분해 보였으니까 어쩌면 카르미나나 카루라는 그런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물었더니, 음하고 카르미나가 말했다.

“어제 호아란이 말했지 않느냐, 여의 영웅이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여의 영웅이 여와 카루라를 위해 옷들을 사주긴 했지만... 귀여운 것은 사지 않았었다. 점원이 추천해준... 남자들이 좋아하는 옷들이나 여의 영웅이 추천해준 옷들이야 잔뜩 사긴 했지만, 그래도 여가 보기엔 그런 것은 썩 귀엽게 느껴지지는 않더구나. 더군다나... 지금의 모습일 때의 옷은 더더욱 사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하...”

뭐, 그런 거라면.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카르미나가 여전히 파르페에 숟가락을 꽂으며 말했다.

“그런데 유스티티아.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느냐?”

“나한테? 응, 뭐. 상관은 없는데... 뭔데?”

푹, 하고 파르페를 입에 넣고서.

우물우물,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파르페를 먹으면서 카르미나가 내게 말했다.

“그대는, 정말로 여의 영웅을... 한조를 사랑하는가?”

사랑.

사랑이라...

턱을 괴고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카르미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는 이유가 있는 걸까...?”

“있다마다. 여는, 여의 영웅을 사랑한다. 그러니, 여의 영웅이 사랑하는 여자들과 여의 영웅에게 받아야 할 귀여움을 나누는 거야, 아쉬울지언정 막을 생각은 없다. 강하고, 위대한 영웅이 여러 좋은 여자를 곁에 두고서, 아이를 잔뜩 만드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니. 하지만.”

우물우물, 말을 있다 말고서 파르페를 또 한 숟가락 퍼서, 가득 입에 물은 카르미나가 말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의 영웅이 사랑하고, 또 그런 여의 영웅을 사랑해주는 여자... 단지, 그뿐만이 아니라, 여의 영웅의 사랑을 여가 같이 나눌만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길만한 여자만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여자들과도 여가 여의 영웅에게 받아야 할 귀여움을 나눌 생각은 없노라.”

그러니, 물은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를 보고서 흐응, 하고 입가에 미소를 만들며 말했다.

“카르미나, 네가 보기엔... 내가 한조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처럼 말하네...? 그게 아니라면... 나한테, 한조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거나...?”

“그대야 물론 여가 보기에도 여의 영웅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야 충분해 보인다, 아름답고, 강하지. 여만큼이나. 하지만 말이다.”

자기 안목을, 무한하게 신뢰한다는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카르미나가 말했다.

“그대는, 여가 보기엔 여의 영웅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야, 아무리 자격이 충분하다고 해도, 그런 그대와 여의 영웅의 귀여움을 나눌 생각은 여는 없다.”

그렇게 당당히 말해와서.

딱히 이쪽도 그런 카르미나에게 뭐라고 이것저것 꾸밀 필요조차도 느끼지 못해 버렸다.

그래서 말했다.

“응, 사실... 맞아. 네 말대로... 한조를 사랑하지는 않아.”

아니, 애당초.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물론,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다.

호르몬이라든지, 이런저런 것들...

그런 것들이 뒤섞여서 느끼는 감정이란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지금처럼 카르미나가, 내가 한조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맞았다.

애당초, 그게 뭔지 몰랐으니까.

“그래도 좋아는 하는 걸... 이걸로는 부족한 거야?”

하지만 좋아하느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확실하게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있었다.

그야, 한조는 언제나 사고에 휘말리고, 그래서 언제나 재미있는 것들을 잔뜩 만들어내고는 했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때, 예속 각인을 통해 강제로 한조의 곁에 있을 구실을 만들게 된 것을 후회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한조는 자기 체질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기도하고.

그러니, 한조를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랑은 하지 않지만, 좋아는 한다.

그리고 세간에서는 단지 그 약간의 호의나 호감만으로도 충분히 잘만 지내는 경우야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자.

“부족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미나가 그렇게 말해 왔다.

“그래?”

부족한 거구나.

단순히 ‘좋아’하는 걸로는.

“...한조랑이라면, 섹스도 할 수 있는데?”

부모로부터, 그리고 그 위로부터.

선천적으로 둔감하고, 감정을 잘 모르게 태어난 나에게 거듭해서 강조해온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내 몸의 순결이었다.

나는 딱히 그게 중요한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내 아버지도, 어머니도, 또... 그 위의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다시 그 위에서... 증조 할아버지나, 할머님들부터도 어릴 적부터 꾸준히 들어왔으니까.

아버지나, 할아버지.

그리고 나와 같은 촌수의 다른 사촌들 중에서도.

가장 ‘짙은 피’를 타고 태어나서, 이질적으로 비틀려 버린 내 체질 덕에 여러모로 걱정을 많이 샀던만큼, 아주 잔뜩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만약 네가, 정말로 사랑하게 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말 들어라.’

‘깨닫고 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니. 너를 위해서도,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너는 너 자신을 좀 더 소중히 하려무나.’

너무나 강한 힘 때문에, 그러므로 내 몸이 이렇게 된 거라면.

그렇다면 힘을 약하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스스로 드래곤 하트를 반으로 쪼개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해 오는 증조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일단은 알겠노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 뒤에는, 내 몸을 가지고 실험하거나 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딱히, 그런 쪽으로 관심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어쩌다 보니 순결도 지키게 됐다.

그랬던 것이었지만.

한조라면 내어 줄 수 있었다.

한조가 갖춘 능력... 기프트가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또...

또, 뭐가 더 있었는데.

잘,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내가 나를 바라보는 카르미나에게 물었다.

“이래도 부족한 걸까?”

“그래도 부족하다.”

그래도 부족하구나.

“으으응, 어렵네...”

자신이 이런 체질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나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애당초 그렇게 태어나질 못했으니 무의미한 가정이었지만, 그런 생각 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힌트라도 줄래?”

“힌트?”

“그래, 카르미나 네가... 한조를 볼 때 느껴지는 거라던가.”

이미 한조를 사랑하는, 카르미나라면 말할 수 있는 것을 묻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카르미나가 답했다.

“무척이나 사랑스럽노라.”

단지, 그렇게 말한 힌트에 대한 것을 알려면 문제의 정답인 사랑이 뭔지 알아야 하는, 그런 비합리적인 힌트였지만.

“그래...”

그런 카르미나의 대답에 시선을 옮겨 카루라를 바라봤다.

“너는 어때? 카루라.”

“저는...”

이쪽은 그래도 제법 힌트가 되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방인들 중에서도 가장 강했기에 흥미가 생겼다가, 실수를 갚고자 한조에게 안기고 나서는 그의 옆에 있으면 마음이 따듯해졌다던가, 그 뒤에ㅡ 한조에게 구해졌을 때는 더 이상 한조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런 내용의 것들이었으니까.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도, 제대로 자기감정을, 한조를 사랑한다고 말해 오는 카루라는 어쩐지 조금 부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힌트를 듣고서도 여전히 잘 알 수 없어서 말했다.

“미안, 역시 잘 모르겠네.”

“음, 아니다. 딱히 여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니.”

“응?”

“아무것도 아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그렇게 말해온 카르미나가 이내 다시 파르페를 먹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봤다.

“......”

사랑이라.

대체 그게 뭐길래, 카르미나도 그렇고 카루라도 그렇고.

저렇게나 행복한 표정으로 한조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조금, 궁금해지는 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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