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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77화 (177/523)

〈 177화 〉 하렘을 만든다는 것 (4)

* * *

안 그래도 배가 그리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빅 샌드위치까지 전부 먹으니까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근데 남긴다는 선택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서 남은 후식... 이걸 후식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어쨌거나 후식으로 괴상망측한 자라나 장어가 가지고 있던 내단까지 복용하니까 몸이 장난 아니게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만 든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몸 안에서 정제되지 않은 채, 마구 요동치는 기운들이 느껴졌다.

성난 황소처럼 내 몸의 이곳저곳에 마구 들이박아대면서 뛰쳐나가려드는 기운들이.

평소 즐겨 먹는 편인, 만드라고라나 웨어허니비의 벌꿀, 아리아드의 수액이나 웨어허니비의 로열젤리 같은 것과 달리 진짜 이게 영약이란 거구나 싶었다.

이래서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영약을 퍼마시면서 강해지거나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가.

당장 본인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멋도 모르고 몸에 좋다면서 영약을 퍼먹었다가 오히려 자기가 먹은 영약이 가진 기운에 짓눌려서 몸 망치기 딱 좋아 보였다.

하지만 뭐.

꾸우우우욱...

요동치는 내단들의 기운을 잡아서 그대로 억눌렀다.

그런 내게 반발해서, 더욱더 요동치는 기운들.

그래도.

누르고, 누르고, 눌러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그렇게 억누른다.

그리고 단번에 빨아들였다.

레벨 드레인.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어떤 무공의 심법보다도, 또 어떤 마나 정련법이나, 그 밖에도 이런저런 이름의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힘 그 자체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살아가는 종족인 서큐버스의 능력이 내게 있었다.

그것도 서큐버스 퀸인 릴리스로부터 받은 레벨 드레인이었다.

제아무리 기운이 마구 요동친다고 한들, 억눌린 채로 마구 빨아들여 대는 것에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빨아들였을까, 더 이상 형태를 갖추지도 못한 채 마구 흩어지기 시작하는 기운들이 느껴졌다.

이게 그건가.

아무리 뛰어난 심법이라고 해도, 내단이라든지 영약이라든지가 가진 기운들을 온전하게 전부 흡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 이유.

작아지고 작아진 기운이, 끝내 너무 작아져서 몸 안에 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그대로 흩어지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후으읍...”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 그 어떤 능력과도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것이 서큐버스의 레벨 드레인이라면.

기운을 다루는 것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여우 요괴.

구미호가 갖춘 능력이었다.

기운들을 여우 구슬과 꼬리들로 따로 나누어 저장하기도하고, 또 원할 때마다 꺼내다 쓰는 것에 능통한 여우 요괴.

그리고 그런 여우 요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구미호, 그것도 천호라는 이름의, 스물둘의 영웅중 하나인 호아란에게서 얻은 능력이 내게 있었다.

흩어지며 사라지려는 기운들을, 전부 다시 붙들어 잡아서, 다시 레벨 드레인으로 빨아들인다.

붙잡아서, 모으고, 빨아들인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기껏, 호아란이 날 생각해서 사준 내단들이었다.

조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흡수했다.

“...진짜, 어디서 무공이라도 하나 구해다 줘야 하나?”

서큐버스와 구미호의 두 종족 능력을 사용해가며, 내단이 갖고 있던 기운을 남김없이 전부 흡수해가고 있는 한조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리자 호아란이 말했다.

“어중간한 것은 차라리 없는니만 못할 것이니라.”

“그건, 그렇지.”

여러 세상이 합쳐진 만큼, 이 세상에는 수많은 무공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는 신공이니 마공이니하는 것들도 잔뜩 있긴 했지만, 자신이 보기엔 전부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었다.

제아무리 발달하고, 발전한 무공들이라고 한들.

그래서, 그중에서도 뛰어나고 뛰어나서 신공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름이 붙여진 것들이라고 한들.

전부, 눈에 차지 않는 것들에 불과했다.

애당초 무공들이 발달한 세상들은 대부분이 인간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었다.

때때로 마물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나, 요괴들, 혹은 몇몇 이 종족들이 공존하던 세상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무척이나 소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에 불과할 뿐이었다.

천성적으로 강하게 태어나는 수많은 종족들...

바위나 강철마저도 갈라버리는 손톱과 괴력을 지닌 많은 종족들에게 있어서 무공이란 건, 딱히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기껏 해야, 평범한 인간이라면 강철은커녕 자그마한 조약돌을 부스러뜨리는 것조차 어려운 인간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나 발달한 것이 무공이었다.

예전의 한조라면 그것도 제법 쓸 만했겠지만, 지금은 이미 여러 종족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해가는 한조에게 있어서는 어쭙잖은 무공을 더해봤자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

“한조도, 나랑 비슷한 느낌이고.”

정말로 자신과 비교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한조 역시 그냥 감각에 의존하며 싸우는 경향이 강했다.

타고난 감각과 재능에 의존하는 타입.

마나가 전혀 없는 세상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으로 기프트가 생겨날 조건을 갖췄을 만큼 뛰어난 마나 친화적인 몸에, 수련은커녕 얼마 전까진 제대로 된 영양도 챙기지 못한 주제에 온몸에 근육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한조는, 아마 마나가 풍부한 세상에서 태어났더라면 고아 같은 것이 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설령 버림받았더라도, 누군가의 눈에 띄어서 금방 명성을 쌓고, 그 세상에서 ‘영웅’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그건 평생을, 마나라곤 없었던 세상에서 살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능은 분명히 있었다.

우연이 겹쳐져서, 기형적으로 변해 버린 기프트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3년으로 예상했던 성장을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아서 이뤄버렸으니까 재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즉, 천재였다.

이런 타입은, 그냥 지가 알아서 하도록 냅두는 것이 더 빨리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태껏, 그래오기도 했고.

“...천마는 어떠하느냐? 그녀의 무공이라면 한조한테도 맞지 않겠느냐?”

“그년은 안 돼. 절대로.”

호아란의 말에, 딱 잘라서 거절했다.

“하긴 천마는 좀 그렇긴 하겠구나.”

호아란도 그냥 해 본 말인지 그런 내 말에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가 누구더냐? 이름은 무척이나 오만하구나.”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고서, 카르미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음...”

이 세상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카르미나니까, 당연하게 모를 수밖에 없는 이름인 천마.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인, 더군다나 유일하게 ‘인간 여자’인 천마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냥 기분 나쁜 년이 있어.”

천마를, 그녀를 지칭하는 말로는, 아마 그것이 더없이 어울릴 것이다.

만들어진 천재이자, 만들어진 신성.

그래서 기분 나빴다.

아마 그건, 자신이 차원이 스스로 낳은 신성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여기는 걸지도 몰랐다.

만들어진 신성이란 것은, 천성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신성을 얻을 자격을 갖고 태어나는 초월종, 차원에게서 낳아진 나 같은 존재가 보기엔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꼭 그것만이 아니라, 천마 그년은 안되는 이유가 또 있긴 했다.

아마...

그년이 한조에 대한 걸 알게 되면 썩 좋은 꼴은 보지 못하리라.

무의 완성인지 뭔지, 정말로 있는지 조차도 모를 것을 추구하는, 그 스스로가 원해서 부여받은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만하는 그년은, 어떤 의미에선 광신자들보다도 더한 년이었으니까.

“...무공은 접자.”

그쪽으론, 그년이 꽉 붙잡고 있으니까 아무리 비밀리에 구하더라도, 결국 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한조가 더욱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좋았지만... 당장은 급한 것도 아니니까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런 것보다, 다들 이거면 된 거 맞지?”

확인차 그렇게 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모두를 보고서, 한조가 내단의 기운을 수습하는 동안 간단하게 정리해 둔 것들을 바라봤다.

“역시 이건 좀 부족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많이 약하니까, 이 정도로 봐줘야지.

기운을 전부 갈무리하고서 눈을 뜨자마자 릴리스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일단 자세를 고쳐 앉았다.

중요하게 할 말이라니, 뭐려나.

예상되는 것이 없는 건 아니었다.

릴리스가 내게 할 중요한 얘기라고 할 만한 건이 몇 가지 있긴 했으니까.

근데, 다들 왜 같이 모여서 듣고 있는 거지.

살짝 의아스러웠지만, 내 일이 곧 그녀의 일이기도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서 릴리스를 보자 그런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우선, 한조. 이 주 뒤에 나랑 같이 지부장들이랑 한번 보자.”

“이 주 뒤에? 그때가 뭐라도 있어?”

“딱히 아무런 날도 아니야. 그냥... 전부 모일만한 시간이 그때뿐이거든. 다들 지부장 일 말고도 따로 하는 일도 있으니까. 모두 모일 수 있다고 한 가장 가까운 시간이 이주 뒤야.”

지부장들이라.

세계 곳곳에 있는, 디스펜서들을 관리하는지부장들을 보러 간다니까 뭔가 좀 얼떨떨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강에서 투신할지 말지 수온 체크나 하면서 고민했던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가서 뭘 하면 되는 건데? 지부장이 되기 위한 시험이라도 보는 거야?”

릴리스의 뒤를 잇기엔, 솔직히 아직 멀긴 했지.

나도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고.

처음엔 역시 지부장부터 하는 거려나 싶어서 그렇게 물어 봤는데, 릴리스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뭔 시험? 그냥 다들 네 얼굴 좀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나는 거야.”

내 얼굴을 걔네가 왜 보자고해?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예전에 릴리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부장들의 대부분이 릴리스를 따르는 서큐버스들이었지.

서큐버스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서큐버스들, 그것도 고위급의 서큐버스들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리고 릴리스는 그런 서큐버스들의 최고위, 서큐버스 퀸이고.

혹시나 해서 그런 릴리스를 바라보자, 뺨을 긁적이던 릴리스가 말했다.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자꾸 졸라대길래... 네가 싫으면 거절해도 좋아.”

“아니, 볼게.”

딱히 그날에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릴리스가 딱 잘라서 거절하지 못한 걸 보면 릴리스에게도 중요한 사람들인 것 같으니까 얼굴 좀 비출 순 있었다.

앞으로 자주 볼지도 모를 일이고.

잘하면 릴리스의 옛날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릴리스의 어릴 적 이야기는 못 참지.

약점이라도 하나 알게 된다면 마구 놀려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내가 그런 생각하는지 알 리가 없는 릴리스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럼 이제부터 본론인데.”

“뭐야, 중요한 이야기라는 거 이거 아니었어?”

“이게 뭐가 중요한데?”

중요한 거... 아닌가?

아무튼 중요한 이야기가 뭔가 싶었는데, 릴리스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뭔가 싶어서 릴리스가 내민 것을 읽어내리다가 멈칫했다.

“일단 우리끼리 이야기해서 짜본 건데, 너는 어때?”

릴리스가 내밀은 종이를... 뭔가 스케쥴이 잔뜩 적혀져 있는 것을 다시 바라봤다.

한참을 바라봤다.

이게...

중요한 이야기?

아니, 중요하긴 한데.

이러면...

난 언제 쉬라는 거지...?

하지만 덕분에, 어째서 릴리스가 중요한 이야기라고 한 이야기를 모두가 같이 듣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음, 이걸 다 같이 짰다고?”

내가 주위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두를 보고는 그렇게 물었다.

그런 내 물음에 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저것 조율하는 게 좀 힘들긴 했지만, 대충 다 납득했어.”

이걸 납득 했다고...?

“...그래.”

일단, 모두의 의견은 잘 알았다.

정말이지, 아주 잘.

그래서 와그작하고 구겨 버린, 날 착정사시키려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계획표를 입안에 처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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