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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94화 (194/523)

〈 194화 〉 허락 (1)

* * *

“...싸늘하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이상하네.

왜 우리 집 문 너머로 공기가 찬 것 같지...?

어째 우리 집만 공기가 좀 차가워 보였다.

하지만, 기분 탓이리라.

그냥 내가 잔뜩 쫄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분명했다.

“후우...”

진짜 열기 싫은데, 그렇다고 안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쫄렸다.

이럴 때 항상 내게 용기를 북돋아 주던 케이크도 돈이 없어서 사질 못해서 그런지 더더욱 그랬다.

어쩌지.

케이크 없이 들어가도 되나, 진짜.

아니, 이게 케이크로 용서받을 문제긴 한가? 방어율 100%를 자랑하던 케이크도 이번만큼은 안될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케이크마저 없긴 한데.

“좋아.”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서 조심스레 문을 잡았...

“씨벌.”

존나 차가웠다.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손잡이를 잡자마자, 손바닥 너머로 전해져오는 싸늘함에 안 그래도 열기 싫은 문을 더더욱 열기 싫어져 버렸다.

좆됐네...

“저어, 다녀왔...”

끼이익, 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자마자 볼 수 있었던 것은 벌써 퇴근해서 집에 온 모양인 릴리스를 포함한 모두였다.

팔짱을 낀 채로, 떡하니 있는 릴리스와 그 옆으로 보이는 호아란과 유스티티아, 카르미나 그리고 카루라를 보고서 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아무리 봐도 단순히 내가 늦어서 그런 걸로는 안보였다.

“어요오오...”

“문 닫아.”

“넹.”

닫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즉시 무릎을 꿇었다.

바닥이 몹시 차가웠다.

우리 집이 좀 낡긴 해도 난방은 잘 됐는데...

왜 그러는지야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무척이나 저기압들인 아내들. 그런 아내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은 기가 주변의 온도를 뚝, 뚝 떨어뜨려서 그런 거였다.

마나에 의한 기후변화라든지, 이상기후 같은 거 요즘 학자들이 많이 연구하는 주제라는 걸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설녀 같은 종족이라든지, 특정한 요정이나 정령들이 많은 곳의 자연 상태가 바뀌는 것을 연구하는 거라나?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종족이 가진 힘 때문에 마나의 성질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거였는데 별 관심은 없어서 자세히는 몰랐다.

아무튼, 지금 내가 이딴 거나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빤히 무릎 꿇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내들의 시선이 무서워서였다.

뭐라도 아무거나 좋으니까 말 좀 꺼내줬으면 좋겠다...

“야.”

“네.”

“이게 뭘까?”

스윽, 하고 릴리스가 손을 뻗어서 내게 보여주길래 냉큼 대답했다.

“아름다운 우리 마누라의 사랑스러운 손가...”

찌릿, 하고 나를 째려본 릴리스가 말했다.

“개소리 말고.”

“반지요.”

나도 눈치가 있지, 릴리스가 손을 가지고 뭐라고 한 게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릴리스의 손에 끼어있는, 내가 릴리스랑 모두에게 준 반지에 대한 걸 묻는 거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아직 아리아드에 대한 것을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그야 반지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내 사정 횟수가 줄어들었다가 늘었다가 하는 걸 모두 봤었을 테니까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쳐들어오지 않고서 집에서 기다린 이유가 뭘까 대가리를 굴리고 있을 때, 그런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순순히 불어. 뭐하다가... 아니, 어떤 년이랑 하고 왔어?”

아, 누구랑 했는지까지는 몰랐구나.

하긴, 드리아데스 식물원은 사실상 아예 외차원인 공간이니까 바디 체커의 위치추적 마법도 제대로 듣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 이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서 릴리스의 말에 순순히 불었다.

수액을 받으러 갔다가 그대로 아리아드에게 낚여서 꽁꽁 묶여서 빨리다가, 그러다가 아리아드가 날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서, 그래서 아리아드랑 해버리고 온 걸 아리아드를 내 아내로 삼기로 한 걸 전부 냉큼 불었다.

“...그래.”

딱, 하고 그런 릴리스가 손가락을 튕겨서 움찔했을 때.

쾅, 하고 내 눈앞에서 웬 박스들이 잔뜩 쌓였다.

“어...”

어디서 존나 본 것 같은 문구가 적혀져 있는 상자였다.

단지, 그 본 것 같은 문구 뒤로 플러스가 추가로 적혀져 있었지만.

“저기, 릴리스?”

“왜.”

아무리 봐도 이거, 내가 전에 반지와 함께 세 상자를 사느라, 남은 잔고가 텅텅 비어버리게 만들었던 자양강장제, 그것도 그것보다도 좀 더 위에 있던 녀석인 것 같은데.

내건 플러스가 붙어있지 않았었으니까.

근데 그걸로... 대충 살펴봐도 수십 상자는 되어 보였다.

“이게... 다 뭐... 에요...?”

“네 일주일 치 밥.”

“아.”

그렇구나.

일주일 동안 저거만 빨아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자양강장제만 쪽쪽 빨면서 뭘 해야 할지는 뻔했다.

“그, 그러다가 나 죽어. 릴리스. 아니, 진짜로. 농담 아니고, 죽는다고.”

“걱정하지 마, 안 죽어. 그렇지? 카르미나.”

“음, 여가 여의 영웅이 죽지 않도록 잘 살펴볼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카르미나 정도의 사령 술사가 살펴봐 주면 죽고 싶어도 못 죽을 것 같긴 했다. 그런 카르미나의 말에 내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아니, 카르미나는 하렘 이루는 거 괜찮다며...?”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했던 것 같은데.

뛰어난 영웅의 곁에는, 그에 걸맞는 상대가 잔뜩 있는 거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왔던 것이 카르미나였으니까.

그런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카르미나가 대답했다.

“맞노라, 하지만 본래 새로운 하렘원을 늘릴 때는 이미 하렘의 일원들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의무이니라. ”

그렇구나.

그래서 카르미나도 화가 잔뜩 난 거였구나.

내가 허락도 안 받고 새로 아리아드를 아내로 삼아서, 하렘원을 늘린 셈이었으니까. 말하자면 내 아내들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무튼, 기존의 아내들의 허락 없이 멋대로 하렘원을 늘리는 건, 하렘을 긍정하는 카르미나에게도 선을 넘은 행위인 모양이었다.

언제나처럼 나만 보면 휙휙, 흔들거리던 카르미나의 꼬리가 마냥 바짝 선 채로 있었으니까.

카르미나의, 강아지가 잔뜩 화가 나거나 삐졌을 때의, 그 특유의 꼬리의 모양을 본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그런 내게 호아란이 나를 불렀다.

“한조야.”

“호아란...?”

혹시... 하고 그런 호아란을 올려다보자, 그런 내 시선을 받은 호아란이 입을 열었다.

“미리 말했더라면 모를까, 사후 보고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렇긴 해.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일이긴 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모두가 내 얼굴을 박박 손톱으로 긁어대지 않는 것이 신기하긴 했다.

아무튼, 내가 벌인 짓의 대가이니 마땅히 받아들이기로 하고서 상자에 손을 뻗고 있을 때였다.

“...야.”

“응.”

“잠깐, 손 좀 내밀어봐.”

“응?”

갑자기 손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나를 보던 릴리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와락, 하고 내 손을 끌어당겼다.

“...역시 이게 제일 빠르긴 한가 보네.”

그렇게 내 손을 끌어당긴 릴리스가, 내 손목에 차고 있는 바디 체커를 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 뭐가?”

“네가 성장하는 법 말이야.”

“아, 그거.”

그건 그렇지?

릴리스가 뭘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야, 나도 내 바디 체커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리아드를 안으면서 얻은 건, 단순히 아리아드가 내 아내가 된 거나 그런 아리아드가 가지고 있던 종족 능력들, 식물을 생장시키고 조종하는 것 외에도 근본적으로 서큐버스의 레벨 드레인이 가진 특징 때문에 잔뜩 늘어버린 내 힘이었다.

섹스를 통해서, 타인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한 서큐버스.

그런 서큐버스는 하면 할수록 강해지기도 하지만 단순히 섹스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과 섹스를 할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대충, 서큐버스가 강해지는 정도를 따지고 보면 이런 식이었다.

가장 서큐버스가 힘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경우는, 서큐버스의 첫 경험 때였다.

태어난 서큐버스가 성인이 됐을 적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충동과 함께 처음으로 흡수하게 되는 정기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서큐버스가 처음으로 정기를 흡수한 대상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럴수록 더욱 강한 힘을 흡수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서큐버스들의 등급은 거의 그때 정해진다고 보면 좋았다.

이른바, 정기 수저를 제대로 물면 강한 서큐버스가 된다는 거다.

물론, 대부분 재능이 있는 서큐버스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맞는 첫 대상을 찾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그 다음으로 서큐버스가 가장 많은 힘을 흡수하는 경우는 대상이 동정, 즉 그 누구와도 살을 섞지 않아서 순수할 경우였다.

뭔가 이것저것 경험이 잔뜩 있는 경우에는, 그만큼 정기가 짙어지고 서큐버스로서는, 서큐버스의 능력을 흡수한 나도 잘 모르겠는 정기의 ‘맛’이란 게 좋아지는 모양인데, 그 대신에 힘 자체는 흡수하기 어려워지는 모양이었으니까.

아무튼, 첫 번째가 자기가 처녀일 때고 두 번째는 상대가 동정일 때 가장 많은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서큐버스란 거였다.

과연, 섹스하기 위해서 태어난 종족답다면 종족다운 성장 방법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별 거 없었다.

이미 한 번 한 대상이 아닌 경우라면, 좀 더 많이 흡수 할 수 있었고, 이미 한 번이라도 정기를 흡수했던 대상이라면 할수록 흡수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드는 모양이었으니까.

아무튼, 이건 꽤나 알려진 사실이라서 혹시라도 서큐버스에게 동정을 따먹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동정을 지키고 있는 새끼들도 있다는 모양인데...

서큐버스가 딱히 강해지고 싶어서 동정을 마구 따먹고 다닌다기보단, 오히려 정기의 ‘맛’ 즉, 오히려 잔뜩 하고 다니는 놈들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아마 나뿐일 거다.

정보 제공자야 그 서큐버스들의 톱인 릴리스니까 확실할 거고.

어쨌거나, 서큐버스가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경우... 자기가 첫 경험일 때라는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제외하고는 상대가 처음인 경우나, 또 새로운 상대와 하게 된 경우고 제일 마지막이 이미 했던 상대와 또 할 경우란 거였다.

그리고 그건, 릴리스의, 서큐버스 퀸의 레벨 드레인과 좆태창을 쌍으로 가진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아리아드를 안으면서, 여태껏 꾸준히 아내들과 하느라 계속 늘기는 했어도 조금 지진부진하던 성장이 이번에 한 번에 잔뜩 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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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과 일주일 내내 하면서 30회 정도 늘어났던 내 최대 사정 횟수가, 이번에 아리아드랑 하면서 단숨에 그만큼 늘어버린 것이 그 증거였다.

아리아드가 격이 높았던, 세계수의 정령인 것과 근본적으로는 아리아드가 처녀였던 것이 더해져서 레벨 드레인도 레벨 드레인이고 좆태창도 잔뜩 폭업했다는 소리였다.

좆태창도 꽤나 많이 레벨업했던 탓에, 앞서 아내들을 안았을 적보다는 못하긴 했지만 한 번에 네 단계가 껑충 뛰긴 했다.

아직, 아무데도 안 찍긴 했지만.

아무튼, 빤히 내 손... 정확히는 내 손목을 붙잡고서 바디 체커를 들여다보고 있는 릴리스에, 내가 말했다.

“...저, 릴리스? 나 손 아픈데.”

꽈악, 하고 그런 내 손목을 쥐고 있는 릴리스를 보고서 그렇게 말하자, 하아하고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그런 내 손을 놓아주었다.

“손이 푸르탱탱해진 레후...”

얼마나 꽉 붙잡았는지, 릴리스가 놓은 내 손이 피가 안 통해서 시퍼렇게, 살짝 부어버렸다.

꾹, 꾹...

릴리스의 눈치를 보면서 그런 손을 주무르고 있을 때, 그런 내게 릴리스가 말했다.

“일단... 일어나.”

“어, 일어나도 돼?”

“그럼 계속 그러고 있게? 그러고 싶으면 그러든가.”

냉큼 일어났다.

“...그리고, 여기서 잠깐 기다려.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할 테니까.”

그런 내게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모두랑 같이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뭐지.

혹시 나한테 무슨 벌을 줘야 할지 의논하러 간 건가?

기다리라니까 기다리긴 하겠는데...

“...언제 끝나?”

한참 동안 현관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니면 여기서 계속 서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침실문이 열리고 모두가 나왔다.

“...너 뭐해? 거기서.”

“기다리라며...”

“누가 병신처럼 거기 서서 기다리래?”

그럼 들어와도 된다고 말해주고 가던가.

나야 멋대로 여기서 움직였다가 나중에 뭐라고 할까 봐 가만히 있었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말했다간 한 소리 듣는 걸로는 안 끝날 것 같으니까 닥치고 있기로 했다.

입을 꾹 닫고 닥치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릴리스가 다시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손짓하며 말했다.

“...됐다, 바보처럼 거기 서 있지 말고 들어오기나 해.”

“넹.”

냉큼 안으로 들어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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