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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198화 (198/523)

〈 198화 〉 서큐버스 오망성 (2)

* * *

서큐버스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앞서 내가 릴리스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본 셈인 뮤리야 서큐버스답게 야한 몸을 억지로 슈트로 감싸고 있는, 흔히 말해서 비서 스타일의 누님이었다고 치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서큐버스들은 정말로 그렇게 떠올릴 수 있는 서큐버스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누님들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존나 야한 누님들이었다.

옷도 뮤리 때랑은 달리 하나같이 노출도가 장난 아닌, 이게 옷인가 싶은 차림들뿐이라서 진짜로 야했다.

이게, 진짜 서큐버스구나.

나랑 릴리스가 들어오기 무섭게 어머머, 거리면서 호들갑을 떨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어쩜, 우리 귀여운 여왕님. 이러다가 평생 남자를 모르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 여왕님도 서큐버스가 맞기는 했나 보네요~?”

“여왕님의 취향이 이런 쪽이셨구나? 말해주셨으면 비슷한 느낌으로 대령해드렸을 텐데~”

“어쩜 근육도 탄탄하고... 어땠어요? 여왕님? 처음으로 정기를 흡수해본 느낌은? 좋았죠? 맛은 어땠나요?”

“아아, 그러니까 이 인간의 정기에, 여왕님의 기운도 섞여져 있을 거란 거네...? 그건, 정말이지...”

“침 닦아, 이 년아.”

“츄르읍... 어머나, 죄송해요 여왕님. 상상만으로도 젖어버려서 저도 모르게 그만.”

첫인상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꼴린 누님들이었는데 정작 하는 짓들은 영 아줌마들 같아서, 좀 깨긴 했지만.

물론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서큐버스들은 다른 서큐버스들에 비해서 딱 봐도 강해 보이는 다섯만 그랬을 뿐 다른 서큐버스들은 얌전히 앉아서 이쪽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덕분에 대충 알 수 있었다.

이 다섯 명이 릴리스를 키운 서큐버스구나하고.

릴리스만해도 자기를 꾸욱 끌어안고서 볼을 잡아당기거나 농담하는 거나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저 다섯 서큐버스한테 말만으로 끝내는 거나, 딱 봐도 엄청 친해 보였으니까.

그나저나 그 릴리스가, 마치 꼬맹이마냥 볼따구를 쭉쭉 잡아당겨지는 와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엄청 신기했다. 내가 저랬으면 뭐라고 한 소리 들었을 텐데, 좀 부럽기도 하고.

그런 내 시선에 릴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그렇게 봐?”

“아니, 그냥 본 건데.”

“진짜지?”

“아니, 사실 귀여워서 쳐다본 거야. 너도 얌전해질 때가 있구나.”

“...이 새끼가?”

릴리스가 그런 내게 뭐라고 하려고 했을 때였다.

귀청이 떨어져라, 꺄아아아하고 외치는 서큐버스, 아니 아줌마들이 보였다.

“어쩜, 어쩜, 우리 여왕님 부끄러워하시는 거 봐!”

“귀여우셔라!”

“귀까지 빨개지셔서는...!”

그렇게 외치는 서큐버스들의 말에 릴리스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버럭 외쳤다.

“안 부끄러워했거든?!”

하지만 그런 릴리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하는 서큐버스들이 보였다.

“아닌 척하는 게 너무 사랑스럽다니까! 우리 여왕님!”

“어릴 때부터 그러셨지, 그때는 솔직하시기도 하셔서 정말로 사랑스러우셨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게 자라신 걸까, 뭐 지금도 귀여우시지만.”

아마, 릴리스가 저런 성격으로 큰 이유의 태반이 저 서큐버스들 때문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데.

아무튼, 분명 겉모습들은 하나같이 색기 가득한 누님들인데 하는 짓은 팔불출 아줌마들이라서 인지부조화가 오려고 했다.

근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지, 얌전히 앉아서 그런 다섯 서큐버스들과 릴리스를 지켜보고 있던 서큐버스들도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다.

“오망성분들께서...”

“그야, 여왕님이 귀여우시긴 하지만...”

“그보다, 저 인간... 인간치고는 정말로 제법...”

“냄새도 좋고...”

“맛있어 보인다. 딱 봐도 자지도 존나 커보이고. 저 남자, 밤에는 어떨까? 그야 여왕님의 남자니까 장난 아니겠지?”

맨 마지막의 소리는 안 들은 걸로 치기로 했다.

“으븝! 으으읍!”

“미쳤어! 최근에 좀 굶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너!”

물론, 나만 안 들은 걸로 친 거지 주변에서 입을 틀어 막아버리긴 했지만.

“...좀 떨어져! 그보다, 너희 소개 안 할 거야?!”

“참, 깜빡했었네요~”

“후후, 여왕님이 너무 귀여우셔서.”

“자기는 평생 남자 따위랑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던 분이 웬걸, 남자가 생기자마자 우리에게 소개해준다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게다가 딱 봐도 아주 푹 빠지셨다는 게 훤히 보이니까.”

“놀리는 것도 별수 없죠, 당연한 거에요. 그도 그럴게 딱 봐도 사랑하고 있다는 눈으로, 계속 보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요? 대놓고 놀려달라고 하고 있는 건데?”

“이것들이, 진짜...”

아, 저건 화났다.

뿌득, 하고 이를 가는 릴리스를 보고서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서큐버스들은 그런 릴리스마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이내 하나같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저희들의 소개를 할게요. 저희의 여왕께서 사랑하시는 분. 저는, 오망성의 일좌인 벨레느.”

“저 역시, 오망성의 일좌인 그레고리라고 해요.”

“나도 오망성 중의 하나인 시트리고요.”

“파이몬이라고 합니다? 아, 이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오망성이고요.”

“저는 르레이에, 여왕님의 남편이시니 애칭인 르레이라고 부르셔도 좋아요? 아아, 원하신다면 제가 성심껏 봉사해드릴 테니 언제든지ㅡ”

“르레이.”

“아하하, 장난이랍니다. 여왕님?”

“너, 이...”

릴리스가 마냥 애 취급 당하는 걸 보니까 뭔가 신선했다.

릴리스도 짜증이랑 화는 나보이는데 저 다섯한테 꼼짝도 못하고 있고.

“그래서, 그분은?”

“여왕님도, 소개해주셔야죠?”

“...하아, 진짜.”

툭, 하고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내 등을 떠밀었다.

아, 이번엔 내가 직접 소개하란 건가?

릴리스를 흘끗 보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릴리스.

나보고 자기소개를 하란 게 맞는 것 같아서, 오망성이라고 불린 다섯 아줌버스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입을 열었다.

“강한조라고 합니다, 보다시피.”

꾸욱, 하고.

릴리스의 허리를 잡아당겨서 끌어안았다.

“너?!”

“릴리스의 남편이고요. 잘 부탁드려요.”

꺄아아아, 하고 서큐버스들의 비명 같은 환호성에 귀가 떨어질 뻔했다.

“여왕님은 밤에는 어떠신가요? 적극적인 타입? 아니면 소극적인 타입? 그것도 아니면...”

“여왕님의 신음은 어땠나요? 그야,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우시겠지만요.”

다들 서큐버스기는 하구나.

무슨 질문들이 하나같이 이런 거지.

근데 어차피 물어봐도 내가 대답하려고 하면 릴리스가 허벅지나 옆구리를 꼬집어대는 통에 대답하기도 뭐했다.

그야 질문들이 하나같이 저따구니까, 릴리스가 그럴 만도 했다.

다들 그런 릴리스를 보면서 좋아하는 걸 보니까, 일부러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내게 해대면서 릴리스를 놀려먹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자, 한조님? 이것도 한번 드셔 보세요~ 몸에 아주 좋은 거랍니다?”

“아, 네, 감사해요.”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한조님은 저희 여왕님의 남편이시니까요.”

우후후, 하고 웃으면서 내 팔을 가슴으로 감싸오는 르레이.

이미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릴리스보다도 훨씬 풍만한 르레이가 젖가슴으로 그러니까 기분이야 좋았지만 바로 내 옆에서 째려보는 릴리스의 시선이 느껴져서 모처럼의 젖가슴의 감촉을 즐기거나 할 수는 없었다.

애당초, 이 사람 아까부터 내 허벅지 더듬고 그러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르레이를 떨어뜨리고는 그녀가 건넸던 뭔지 모를 것을 입에 넣었다.

생긴 건 뭔가 새빨갛게 잘 말린 육포 같은 거였는데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단지, 뭔가 엄청 질겼다.

“어... 뭔가 좀 많이 쫄깃쫄깃하네요, 이거. 무슨 고기에요?”

“아아, 그거요? 트롤의 고환을 양념해서 말린 거랍니다. 남자의 정력에 아주 좋죠.”

“트롤... 뭐요?”

“고환이요, 고환. 부랄.”

이런, 씨발.

나한테 뭘 먹인 거야?

턱밑까지 차오른 욕설을 꾹 삼켰다.

그리고 당장 뱉어버릴 뻔한 트롤의 부랄도, 어떻게든 뱉지 않고 참았다.

이미 입에 넣어버린 걸 뱉으면 실례겠지... 어쩔 수 없어서, 그대로 씹다만 트롤 부랄을 꿀꺽 삼켰다.

몸에 좋다는 것이 거짓말은 아닌지, 뭔가 후끈후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영약까지는 아니지만, 정력에 좋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 모양인데...

덕분에 발기해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발기해버리면 대참사일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데, 그런 내 허벅지를 더듬으면서 르레이가 말했다.

“후후, 좋은 걸 드셨으니 오늘 밤도 여왕님을 잔뜩 귀여워해주세요?”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르레이를 보고서, 내 옆에 있는 릴리스의 눈치를 봤다.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말했다.

“...너희들, 나랑 한조 가지고 그만 놀고 어디 얘기 좀 해봐. 그쪽들은 준비 다 끝나가?”

“에이, 벌써 일 얘기하시려고요? 직접 보시는 건 거의 1년만인데.”

“처음부터 그러려고 부른 거였거든? 그래서, 어떤데? 다들 대신할 녀석들은 찾았고?”

“네에, 그럭저럭 준비는 되어가고 있어요. 뭐. 아직 반 쯤밖에는 되지 않았지만요.”

“후보는 몇몇 정해졌었는데, 얼마 전에 많이 상한 일이 있었죠. 기껏 실적을 쌓을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저희들이 뽑은 후보 중에 상당수가 다치거나 죽어버렸거든요. 제가 귀여워하던 아이도 크게 다쳐버려서 상심이 컸답니다?”

어...

얼마 전이라면...

“나르메르 왕국?”

“으응? 아시나 보네요. 아아아, 참. 한조님도 가셨었겠구나? 여왕님꼐서 맡은 곳의 디스펜서였다고 하셨었죠?”

내가 디스펜서 출신이란 것도 대충 알고 있었는지 그렇게 묻는 바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말에 그레고리와 시트리가 눈을 빛내며 쭈욱, 몸을 들이밀더니 말했다.

“그럼 보셨겠네요? 소문으로는 호아란님의 제자가 나타나서 일을 해결했다고 하는데?”

호아란의 제자라고?

나 말고 더 있었나 그런 사람이?

“본 드래곤도 쓰러뜨렸다죠? 거기에, 그 본 드래곤을 사역하던 사령 술사도 혼자서 해치웠다고 하던데...”

본 드래곤도 쓰러뜨렸다고...?

대체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오망성들끼리 이미 전환되어버린 화제쪽으로 관심이 쏠렸는지 이런저런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아, 저도 그거 들었어요. 새로운 영웅의 등장이었다고 말이 많았더랬죠?”

“소문으로는 제자가 아니라, 호아란님의 그거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어머나, 여왕님만이 아니라 그쪽도 드디어?”

“저는 남자답게 생기고... 무척이나 강해서, 나르메르 왕국의 파라오도 하루 만에 꼬셔버린 분이라고 들었는데요.”

어, 그거...

본 드래곤을 해치운 건 내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암무트랑 싸우다가 지 혼자 자폭했던 거지만 그 본 드래곤을 사역하던 사령술사, 페도 해골을 쓰러뜨린 건 나였으니까.

뭔가 긴가민가했는데, 파라오, 카르미나의 얘기까지 더해지니까 확실했다.

아무리 봐도 저거 내 얘기 같은데.

소문이 그렇게까지 났나.

나르메르 왕국에 대한 건 애시당초 비밀에 부쳐지고 있던 거고, 그래서 그만한 일이 있었어도 뉴스로 나오거나 한 적도 없었는데.

아니, 그야 여기에 있는 서큐버스들, 그것도 저 오망성이라는 서큐버스들은 딱 봐도 한가닥씩 하는 것 같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얘기인 줄 몰라서하는 거겠지만 화제의 대상이 된, 나르메르 왕국을 구한 영웅에 대한 걸로 잡담을 나누는 서큐버스들을 보고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야 어쩔 수 없는 게, 그렇게 나누는 대화들이 하나같이 서큐버스다워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듣자 하니까 파라오의 침실에서 사흘밤낮으로 종일 앙앙대는 파라오의 신음이 들려왔다더라고요.”

“자지 크기가 30cm가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죠?”

“파라오랑 대전사였나, 걔네들 말고도 궁녀들을 수 십을 동시에 안았다고 하던데.”

“어쩜 그 정도면 저희랑도 해도 버틸 수 있을 정력이겠네요.”

“어머나, 말조심하세요. 그 호아란님의 제자, 어쩌면 호아란님의 남자일지도 모르는 분과 하려다간 아마 보지가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요?”

“보지가 남아나질 않는다니... 상스러운 소리 하지 마세요, 시트리. 상상하니까 보지가 젖어버릴 것 같잖아요.”

음담패설 개쩌네.

진짜 서큐버스 맞구나.

“어땠나요? 한조님? 한조님은 직접 영웅님을 보신 적이 있나요?”

“소문대로 키가 2m가 넘는 거한이었나요?”

“자지는요? 정말로 컸나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돌연 나를 바라본 오망성들이 그렇게 물어왔다.

“어...”

여기서 지금, 그거 사실 전데요라고 대답하면 난리 날 것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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