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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03화 (203/523)

〈 203화 〉 천마의 제자 (3)

* * *

남궁무휼이 어딘가로 연락하더니, 금방 준비된 연무장으로 씹새끼랑 같이 향하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한유진이 내 등을 콕콕 찌르길래 쳐다봤더니, 그런 한유진이 내 등에 손을 얹는 것이 보였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러시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내 내 머릿속으로 한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조님, 천무님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

한유진도 갑자기 시비틀지 않나 검을 휘두르질 않나, 저 새끼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런저런 것들을 내게 알려줬다.

그래서, 저 새끼가 뭐하는 새끼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저 새끼가 왜 나한테 시비를 걸은 건지도 대충 알 것 같았고.

세계정부 소속의 무력 집단 중의 하나, 그중에서도 스물둘의 영웅인 ‘천마’의 제자들로만 이루어진 ‘천부’ 소속의 대장이라는 새끼였던 모양이었다.

무력 집단의 종류야 엄청 많지만, 천부는 디멘션 크러쉬와 함께 넘어온 위험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하는 일은 헌터나 다름없지만, 세계정부의 소속의 헌터같은 녀석들인데 이번에 저 새끼랑 천부 소속의 다른 천마의 제자들이 무리를 이룬 드레이크들을 잡은 모양이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대형급에 재난급은 되는 새끼들을, 떼거리로 잡은 공로로 천부의 리더이자 ‘천마’의 셋 있는 수제자로 알려진 천무 저 자식이, 이번에 그 세 수제자 중 마지막으로 ‘영웅’ 칭호를 받게 됐는데...

마침 내가 그런 드레이크보다 훨씬 윗줄에 있는 본 드래곤을 처죽이고서 ‘영웅’ 칭호를 받게 됐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거다.

재수가 없게 비슷한 시기에서 같이 ‘영웅’ 칭호를 받게 된 내가, 그것도 지가 잡은 드레이크보다 일반적으로 한급수, 아니 두세급수 더 높은 본 드래곤을 잡았다는 내가 지가 보기엔 좆밥처럼 보이니까 시비를 걸어온 거였다.

존나 병신같은 일이지만, 이런 경우가 내 생애에서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고 그러려니했다.

고아 새끼 주제에 공부한다고, 그래서 지들보다 성적이 좀 잘 나왔다고 지랄하던 애새끼들은 자주 봤으니까.

그러니까, 그때처럼 하면 그만이었다.

지랄하는 거야 무시하면 되고, 먼저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걸어오면 받아쳐서 대가리를 깨주면 그만이었다.

“여기입니다...”

아무튼, 천무인지 뭔지하는 새끼가 대충 어떤 새끼인지 왜 저런 건지 한유진에게 전해들으면서 도착한 연무장을 보니까, 여기가 연무장인지 아니면 무슨 경기장인지 모를 곳이었다.

“존나 넓네요...”

“거인족의 분들도 단련을 위해 사용하니 말입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면 적당한 크기겠다.

거인족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종족 중에서 가장 작은, 그러니까 미노타우로스같은 종족의 수컷경우에도 4, 5미터는 하는 키를 자랑하니까.

그렇게 치면 무슨 경기장만한 크기인 이 연무장이 딱 적당한 크기로도 보였다.

아무튼 내가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무휼이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라면, 여기에 펼쳐진 진법으로 인해 아무리 주변이 무너져도 금방 고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날뛰지는 말아주십시오... 어디까지나 대련이니 말입니다.”

손수건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땀을 닦아내며 그렇게 말하는 남궁무휼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흠, 걱정하지 마라. 금방 끝날 것 같으니.”

“저 씨발, 진짜 주둥이 닥치게 하고 싶네.”

“마침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통하다니, 실로 불쾌하군.”

옘병할 새끼가 진짜...

“헌데, 대련이라고 하면... 진검을 쓰지 못하는 건가?”

“일단은, 어디까지나 대련이니 그렇습니다만...”

“아쉽군. 저자의 양팔을 거둘 생각이었거늘. 다행인 줄 알거라.”

나, 많이 참았다고 생각한다.

“해봐, 씨발아. 진검 써서 어디 한 번 내 팔 잘라보라고.”

“호오, 그렇다는군. 남궁무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지?”

“...합의하라면, 진검을 쓰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한조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사실 나도 저 새끼가 진검을 쓰는 편이 더 좋았고.

저 새끼가 진검을 안 쓰면, 나도 아티펙트를 꺼내기 뭐하니까.

그리고, 딱히 저 새끼가 진검을 쓴다고 해도 내 팔을 자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야 저 새끼가 가진 기운이, 카루라와 비슷할 정도로 커다랗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저 새끼가 카루라정도의 강자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일단 카루라 정도였으면 아까 전의 저 씨발놈이 나랑 한유진한테 휘둘렀던 검을 피할 수 있지도 못했을 거다.

가끔, 카루라와 대련할 때마다 창으로 겁나게 두들겨 맞았던 것이 나였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아내지만, 훈련 중에는 진짜 가차 없어서 장난 아니게 두들겨 맞았지...

임신중이라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 훈련을 도와주는 카루라였는데도 존나 하나도 못 피하고 온몸을 마사지 당하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저 새끼의 공격을 피했다는 것부터가 저 새끼가 카루라와 동급은 아니란 소리였다.

그런데도, 기운만큼은 카루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건... 아마, 나처럼 영약을 존나게 퍼먹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천마의 수제자라니까 천마가 챙겨준 게 꽤나 될 테고.

어쨌거나, 해볼 만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던 남궁무휼씨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한유진씨, 죄송하지만 지금 가서 사제분들을 비롯해서... 치유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는 분들을 불러와 주시겠습니까?”

“아, 네...!”

잠시 뒤에 한유진이 사제들을 데리고 오자 나와 함께 연무장 위로 올라온 씹새끼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엎드려서 빈다면 팔 한쪽으로 봐주겠다.”

“지금이라도 주둥이 닥치면 이빨 하나는 남겨줄게, 씨발놈아.”

저 새끼... 입만 열면 혈압 오르게 하는 것이, 무슨 음공 같은 건가?

“건방지군. 후회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는 녀석을 보고서, 나도 자세를 잡고서 아티팩트들을 발현시키려다가 깜빡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 잠깐만.”

“...뭐지? 이제와서 사과할 마음이 든 건가?”

“아니니까 지랄 말고.”

깜빡했던 양팔과 발목에 차고 있던 호석을 달아놓은 팔찌와 발찌, 그리고 바디 체커를 풀었다.

휙, 휙.

몸을 움직여보니까 차고 있을 때보다 훨씬 가벼웠다.

“...고작 그걸 풀은 걸로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

“많이 바뀔걸?”

주술의 수련의 일환으로 차고 다니는 호석 팔찌와 발찌, 실질적으로 무게라곤 전혀 없다시피 한 녀석들이었지만 사실 강한 의지로 붙들고 있지 않는다면 하나하나가 내 가슴까지 올리는 것만 해도 100kg은 넘는 무게로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그걸 양팔과 다리에 차고서 돌아다니는 거 자체가 상당히 부담이었는데 풀고 나니까 몸이 엄청나게 가뿐해진 것 같았다.

바디 체커를 풀은 이유야 이거 차고 무슨 일 있음 곧장 저쪽에서도 알아버리니까 해제한 거였지만.

“흠, 언제까지 큰소리칠 수 있나 보지.”

“내가 할 소리 좀 그만 빼앗아.”

촤르르륵...

“아니다, 지금이라도 해라. 이제 못할 거니까.”

기를 끌어올려서, ‘천호의 갑주’와 ‘용 발톱’을 착용했다.

“이제 뒤지게 처맞을 거니까.”

남궁무휼이 대련을 시작하라는 말과 함께, 땅을 박찼다.

콰지직!

뛰쳐나오는 나를 보고서 녀석이 입가를 비트는 것이 보였다.

“제법 빠르지만, 그래도 턱없이 느리구나.”

내 검에 비한다면, 하고.

부끄럽지도 않은지 그딴 소리를 한 녀석의 검이 흔들렸다.

“보아라, 이것이 나의 스승께서 나를 위해 만들어주신 검법... 검기로도 베이지 않는 드레이크의 두꺼운 비늘조차 베어낸 검을 보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천무검...”

흔들리던 녀석의 검 끝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빛이 보였다.

검기.

무협지에서나 보던, 검 위로 감싸인 타오르는 불꽃처럼 일렁거리는 기운이.

“용 비늘 베기...!”

촤아아악!

휘둘러지는 녀석의 검이 그대로 내 몸을 가르고 지나가려다가 텅, 하고 천호의 갑주에 가로막혔다.

“뭣...?!”

“안 베이는데?”

이름부터 재수 없게 용 비늘 베기니 뭐니해서 살짝 당황했는데, 천호의 갑주에 흠집조차 안 났다.

이 새끼...

큰소리치더니 페도 해골이 소환해대던 해골 기사들보다 못하잖아.

적어도 그 새끼들이 휘두르던 검에는 천호의 갑주가 갈라지기라도 했는데.

심지어 그 새끼들은 이 새끼처럼 검기 같은 건 쓰지도 않고 이빨이 다 빠진 검으로도 그랬는데.

이 새끼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티를 팍팍 내는 검으로도 천호의 갑주에 흠조차 내지 못했다.

“장난치는 거 아니지? 그게 전력이야 혹시?”

“이놈...! 나를 모욕하다니...! 그래, 진심으로 가마! 용 비늘 베기...!”

아까보다 더욱 많은 기운을 담아서, 아주 조금 더 두꺼워진 검기를 두른 검을 내게 휘두르는 천무.

이번에도 딱히 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녀석의 검을 그냥 받아냈다.

텅, 하고.

이번에도 역시나, 녀석의 검은 천호의 갑주를 뚫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그래도... 이번에는 흠집은 나긴 났네.

아주 조금뿐이지만.

“...너, 사실 약했구나.”

하긴, 해골 기사들이야 생전에는 하나같이 초인들이었던 자들의 시체로 만들어지는 사령 술사가 부리는 상위 언데드고 이 새끼는 아무리 봐도 그냥 영약을 존나 처먹은 이제 갓 스물 넘긴 애새끼였다.

죽었다고 한들, 초인이었던 자들.

사령 술사에 의해 일으켜진 해골들이라고는 해도 하나같이 괴물들이었던 초인들과 재수 싹바가지가 없는 싹수 노란 애새끼를 비교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 새끼의 검으로는, 유스티티아의 비늘과 호아란의 꼬리털로 만들어진 천호의 갑주는 실금조차 안 가는 것을 확인한 내가 여전히 녀석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야.”

주먹을 움켜쥐었다.

꽈드득...!

“이빨 꽉 물어, 좆만아.”

그대로 녀석의 아가리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흐읍...!”

후욱, 하고 그런 내 주먹을 가로막듯이 검을 휘둘러오는 녀석이 보였다.

확실히 빠르긴 빠르다.

근데, 괜찮았다.

“크으으?! 무, 무슨 힘이...!”

콰지지지직...!

막아봤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으니까.

내 주먹을 가로막은 녀석의 검째로, 그냥 아까부터 존나 얄미웠던 저 새끼의 주둥이를 후려치면 그만인 일이었다.

“노옴...!”

휘리릭, 하고 녀석이 다른 한쪽 팔을 휘둘러서 내 두 눈을 향해 찔러오는 것이 보였다.

“읏차!”

대충 뒤로 살짝 뛰어서 거리를 벌리는 걸로 피했지만.

아무튼, 이 새끼...

“비겁하게시리 눈을 노려?”

“너야말로 비겁하게, 검이 들지 않는 갑옷을 입다니...!”

“못 벤 게 병신이지.”

뼈다귀 새끼들도 잘만 베던데.

영약을 헛으로 처먹었는지 뼈만 남은 그 새끼들보다 못한 지가 잘못한 거지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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