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자지가 복사가 된다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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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거라! 여의 영웅이여! 여가 기다리고 있었노라!”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게 찰싹 매달려서 반겨주는 카르미나.
꼬맹이 폼도 아니고 여러모로 전부 커다란 카르미나의 전력 허그에 살짝 휘청일 뻔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거라 어떻게든 버텼다.
“영웅이 없는 다섯 시간 동안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으니, 빨리 여에게 상을 주거라!”
두 다리로 내 허리에 감은 채 매달린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말했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느라 참 잘했어.”
“음! 더욱 격하게 여를 쓰다듬어줘도 좋다! 여의 영웅이라면 여가 흔쾌히 허락하마!”
더 격하게 쓰다듬어달란 뜻이었다.
그래서 마구 격하게 카르미나를 쓰다듬어주었다.
휙휙, 꼬리를 마구 흔드는 카르미나를 한참이나 쓰다듬어주다가 카르미나보다 아주 조금 늦게 나를 마중하러 나왔다가, 내게 매달려서 쓰다듬어지고 있는 카르미나를 보고서 쓴웃음을 짓고 있던 호아란과 카루라에게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근데 릴리스는요?”
릴리스의 공간 전이문과 달리 한유진의 것은 그냥 동네에 왔을 뿐이라서 한참 돌아왔는데.
내가 그렇게 묻자, 그제야 나를 보던 호아란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같이 오지 않은 모양이구나. 릴리스는 아직 오지 않았느니라.”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뭐, 오랜만에 만난 부하들이니까 할 얘기도 꽤나 많겠거니 여기고서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하는 카르미나에게 말했다.
“카르미나, 이제 충분하잖아? 좀 떨어줄래?”
“아직이다!”
아직이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카르미나를 매단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한조야? 가서 하려던 것은 잘하고 왔느냐?”
“글쎄요... 좀 있다가 릴리스가 오면 말해드릴게요.”
우리 집에 대한 거니까 다들 알아둬야 할 일이고, 뭣보다 여러 번 말하기도 그랬으니까.
“그보다 카르미나, 이번에 나르메르 왕국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 여의 신민들의 소식 말이냐?!”
“응.”
내 말에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카르미나에게 내가 말했다.
“알려줄 테니까, 좀 내려올래...?”
집에서 정장 차림으로 있을 수도 없고.
옷이라도 갈아입게 해줬으면 좋겠다.
“으으음... 알았노라! 하지만, 대신에...”
쭈욱, 하고 고개를 쳐든 카르미나가 내게 말했다.
“다녀왔노라고 여에게 츄, 해다오. 여의 영웅이여!”
“...그건 어디서 봤어?”
“텔레비전이란 것에서 봤노라. 신기하더구나, 자그마한 상자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와서 연극을 하니. 덕분에 이 세상에 대한 것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말하기를, 부부간의 애정 표현은 잦을수록... 뭐였지... 아무튼 좋다더구나! 그러니, 여의 영웅이여! 어서!”
이쪽 세상의 상식을 배운다며 이것저것 잔뜩 보더니 여러 가지로 배운 모양인 카르미나였다.
아무튼, 카르미나가 해달라니까 살짝 고개를 숙여서 그런 카르미나에게 입술을 맞췄다.
“응, 츄웃...♡ 츄웁...♡”
그런 내 머리를 감싸며 끌어안고는 입술을 부딪쳐오는 카르미나와 한참을 입술을 맞추다가 떨어뜨렸다.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타액으로 이루어진 실선이 톡하고 끊기는 걸 보고서, 카르미나에게 물었다.
“이제 됐지? 카르미나.”
“음후후! 만족했노라! 여의 영웅이여!”
그렇게 말하며, 내게서 폴짝 내려오는 카르미나.
“과연, 텔레비전에서 한 말이 사실이었구나! 실로 만족스럽노라!”
만족했다니까 다행이었다.
뭐, 카르미나가 말하는 걸 보아하니 매달리고 안 떨어진 것도 결국 전부 이걸 위한 빌드업 같기는 한데.
평소에도 자주 받는 키스가지고 에헤헤거리면서 입술을 매만지면서 기뻐하는 카르미나가 보였으니까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아무튼, 그럼 이제...
“...호아란이랑 카루라도 이리로 와요.”
카르미나한테 입술을 맞춰버린 이상, 다른 아내들에게도 해줘야지.
“아... 아, 알았느니라.”
“아, 알겠다...”
나랑 카르미나가 입맞춤을 시작했을 때부터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던 둘을 부르자, 이런 쪽으론 적극적이지 않은 호아란과 카루라답게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내게 다가왔다.
그런 둘을 끌어안고서, 차례대로 입술을 맞췄다.
“츄우웁...♡ 하움...♡ 츄우웁...♡”
“츄웃...♡”
부끄러워하기는 해도, 막상 시작하면 카르미나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혀를 얽어오는 호아란과의 키스와 아내들 중에서 가장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인 카루라와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입맞춤이 끝나고서.
“호아란, 유스티티아는요?”
아직 안와서 집에 없는 릴리스는 일단 미루기로 하고 유스티티아는 어디 있는지 묻자, 여느 때처럼 침실에서 자고 있다는 호아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곧장 침실로 향했다.
“으음...”
호아란의 말대로 침실로 들어가자 속옷 차림으로 자기 꼬리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유스티티아가 보였다.
침대에 눌린 자국의 상태를 보아하니까 내가 나가자마자 바로 자러 들어갔겠구나 싶었다.
그런 유스티티아의 가슴을 콕콕 손가락으로 찔렀다.
말랑말랑했다.
유스티티아가 깨어날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자니 몸을 뒤척이던 유스티티아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는 것이 보였다.
“으응...? 한조...?”
“응, 나야.”
슬슬 깰 때가 됐었는지 얼마 찌르지도 않았는데 깨어버린 유스티티아에게 그렇게 대답하자, 살짝 상체를 일으킨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후아암... 다녀왔나보네... 그보다 무슨 일이야...? 혹시, 벌써 밤이야...?”
끔뻑끔뻑,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며 묻는 유스티티아에게 집에 들어오다가 카르미나와 호아란, 카루라와 입술을 맞췄다는 걸 말하자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다가 이내 키득거리는 유스티티아가 보였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성실하다고 생각해서... 굳이 자고 있는 나를 깨워서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나는 보지도 못했으니까, 솔직히... 비밀로 하고서 넘어갔어도 몰랐을 걸...”
비밀로 하고서 넘어가도 몰랐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의 양 뺨을 꾸욱 잡았다.
여기도 장난 아니게 말랑말랑했다.
“...한조?”
꾸욱, 꾸욱하고 뺨을 잡아당기는 유스티티아가 의아해하면서 나를 보길래 그런 유스티티아에게 내가 말했다.
“유스티티아도 내 아내잖아, 아니야?”
“아닌 건 아니지만... 우후후... 뭐, 알겠어. 미안해, 괜한 소리를 했네...”
“알았으면 됐고. 그럼...”
“응...”
자아, 하고 입술을 내미는 유스티티아와도 입술을 맞췄다.
막 잠에서 깨어난 유스티티아의 혀에서 살짝 달달한 맛이 났다.
“츄우...♡ 이제 됐어? 한조...♡”
한참을, 그렇게 서로 혀를 나누며 입술을 맞추다가 떨어뜨리자, 내게 그렇게 말해오는 유스티티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스티티아랑도 입술을 맞추는 것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릴리스뿐이었다. 릴리스가 돌아오면 키스를 갈기면 끝나는 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띠로링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릴리스가 왔나보네... 릴리스한테도 하러 가볼 거지?”
“그야, 다들 했는데 릴리스만 안 해줄 수는 없으니까.”
“응...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나는... 조금만 더 잘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그때 다시 깨워줘...”
또 잔다고...?
뭐, 됐다.
그새 다시 눈을 감고 새근거리며 잠든 유스티티아는 이따 이야기할 때 다시 깨우기로 하고 릴리스에게 키스나 갈기러 가기로 했다.
“아, 미안. 문자 온 걸 못... 읏?! 갑자기 뭔데?!”
내가 달려들자 기겁한 릴리스가 그대로 내 정수리에 촙을 갈겼다.
릴리스한테 키스를 갈기려고 달려들었다가 촙을 맞기는 했지만 어쨌든간에 릴리스에게도 무사히 입맞추는 것을 성공해서, 아내들 모두에게 입맞춘다는 것을 완수할 수 있었다.
근데 이거 진짜 장난 아니게 아픈데.
무말랭이인지 뭔지 하는 녀석에게 처맞았던 것보다 지금 이게 한 열 배 정도는 더 아팠다.
그야 그때랑 달리 천호의 갑주가 없어서 그런 거였지만 그걸 감안해도 진짜 존나 아팠다.
“아픈 레후...”
“...네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달려들어서 그렇잖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가 촙을 날렸던 내 정수리를 문질러주는 릴리스.
“...여기야?”
“좀 더 밑에.”
“...여기?”
“응.”
스윽, 스윽하고 내 정수리를 문질러주는 릴리스 덕에 아픈 게 제법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상한 표정이라니.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고?”
내가 뭘 어쨌다고.
“설명도 없이 입술 내밀면서 달려드는데 그럼 안 이상해?”
한번 상상해보니 많이 이상하긴 해서 납득했다.
나도 나 같은 새끼가 그러면서 달려들면 주먹부터 날렸을 것 같았으니까.
“그보다, 릴리스. 뭐 하느라 늦었어?”
“...흐응.”
뭐지.
내 말에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짓는 릴리스.
뭔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릴리스가 말했다.
“금방 알게 될 거야.”
금방 알게 된다니, 뭘?
대체 뭔데 저러나 싶었는데,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여의 영웅이여. 약속한 대로 여의 신민들의 소식을 빨리 전해다오.”
“아, 그거...”
나도 남궁무휼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카르미나에게 전해줬다.
나르메르 왕국의 사람들이 지금은 이런저런 업종에서 종사하면서 잘 적응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였지만.
뭐였더라, 장례업체 같은 데에 취직해서 생전 고인의 개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인의 혼을 잠시 불러와서 고인이 생전에 못다 한 말을 가족들에게 하게 해주는 서비스라든지 이런저런 사건으로 희생된 희생자로부터 직접 증언이나 정보 같은 것을 얻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나.
그 외에도 안 그래도 다 망해가던 세상의 생존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헌터로서 활약하기 시작한 나르메르 왕국 사람들도 있다는 모양이고,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는 것도 카르미나에게 알려주자, 활짝 웃은 카르미나가 말했다.
“음! 다들 잘들 지내고 있는 모양이니 안심이구나! 정말로 다행이다! 그보다 벌써 스물이나 되는 아이들이 제 짝을 찾았다니...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구나!”
“그러게.”
내가 들려준 나르메르 왕국 사람들의 소식에 어지간히 기쁜지, 내게 입맞춤을 받았을 때처럼 꼬리를 휙휙 흔드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카르미나의 안에서, 자신의 백성들이었던 나르메르 왕국 사람들이 잘 지내는 소식을 들은 것과 내게 입맞춤을 받았을 때랑 비슷하게 기쁘다는 것에 질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좋아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카르미나가 좋아하니까 기뻤다.
뭐, 어쨌든 다들 모였으니까.
“카루라, 미안한데 유스티티아 좀 깨워줄래?”
“알겠다.”
“그리고 호아란도, 일단 밥부터 먹고 이야기할 테니까 지금 괜찮으면 부탁드릴게요.”
“알겠느니라. 금방 차려오마.”
이번에 가장 큰 목적이었던 우리 집을 지을 땅에 대한 거랑 딱히 계획에는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익히고 온 자지 마법에 대한 거나 저녁부터 먹고 나서 모두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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