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19화 (219/523)

〈 219화 〉 외전) 스물둘의 의원

* * *

스물둘의 의석.

최초에, 여러 세상이 동시에 합쳐진, 대규모의 디멘션 크래쉬가 일어났을 적에.

세상이 한창 혼란스러울 적의 혼돈을 정리하고, 무수하게 들끓던 몬스터들과 재해급에 이르는 괴수들을 참살하고, 그러한 세상에서 패권을 노리고서 소요를 일으키던 종족들과 단체들을 정리함으로써, 세계 정부의 토대를 마련했던 스물둘의 영웅을 기리고자 존재하는, 상징적인 의미의 자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해서 세워진 세계 정부를 지탱하는 의원들의 자리기도 했다.

스물둘의 의석에 맞춰, 모두 스물둘의 의원들로 구성된 세계의회.

유일하게 세 자리를 보장받는 인간을 제외하고선 저마도 종족도, 살아갔던 차원의 세상도, 그렇기에 문화도 달랐던, 자신들의 종족과 세계, 문화, 역사,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대표자들이 모이는 장소.

그렇기에 그들이 모두 모이는 일은 무척이나 드물었다.

서로 성향이 다르기에 모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모이기가 힘들다는 것에 가까웠다.

일 년에 한 번에서 두 번, 그것도 지극히 중대한 사항에서, 세계 정부의 미래에 있어서 영향력이 있을 일을 결정하는 일에서나 모두 모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그 일 년에 한 번, 두 번이 있을까 말까 한, 의원들이 모두 모이게 됐다.

다름 아닌, 스물둘의 의원 중 하나인ㅡ 하지만 유일하게 세 자리를 보장받는 인간족을 대표하는 의원 중에서도 가장 경력이 짧은 의원인 남궁무휼이 모두에게 돌렸던 제안서에 의해 그렇게 됐다.

“그래서... 설명해 보시지요, 남궁무휼공. 일개 개인에게, 그것도 이제 막 ‘영웅’의 칭호를 얻었을 따름인 애송이에게 저 방대한 땅을 주자니, 그러한 것을 제안서로 모두에게 돌린 이유를 어디 한 번 들어 봅시다.”

쉬르르륵...

긴 혀를 날름거리며 말하는 이는, 붉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도마뱀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마뱀은 아니었다.

무려, 2억 명이 넘는ㅡ 도마뱀인간이라고도 불리는 리저드맨을 대표하는 의원이자, 그 외에도 라미아를 비롯한 파충류의 특성을 지닌 웨어비스트들을 담당하는 의원이기도 한... 한 때, 위대한 전사장이라고도 불리었던 거인 중의 하나였던 자.

수많은 세상이 합쳐지면서, 더없이 넓어진 먼 대륙의 대수림 일대를 지배하고 있다시피한 종족인 리자드맨의 사실상의 왕으로도 군림하고 있기에, 또 다른 이름으로는 리자드맨 킹이라고도 불리는 자.

사우르 라이가그의 말에 다른 의원들도 모두, 그들에게 제안서를 돌렸던 남궁무휼을 향해 시선을 보내 왔다.

“그러네요, 궁금하네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남궁무휼.”

긴 손톱의 끝을, 다른 손으로 까득, 까득하고 깎아내며 말하는 여자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호박색 눈을 가진 혼이 빠지도록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호족, 그 이름대로 호랑이의 특성을 이어받은 웨어비스트ㅡ 웨어타이거의 대표로 실상은 흉포한 맹수와 마찬가지인 여자였지만.

“그러하니, 의원이 된 지 고작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자가 우리를 모두 호출한 것이겠지. 어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그런 여인의 말을 받은 것은 작디작은, 그리고 추레한 주름이 얼굴에 자글자글한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다.

그 모습만큼이나, 그는 실제로도 나이가 무척이나 많은 자였다.

수명이, 고작 이십에서 길어 봤자 삼십에도 이르지 않는 고블린의 몸으로 태어나서, 주술을 대성하고 수명의 한계를 벗어나ㅡ 자기 종족의 천 명인 수명을 깨고서 벌써 수백 년은 더 살았다고 알려진 노괴중의 노괴였지만.

초인의 범주에 이른 인간은 이백 살에서 삼백 살까지는 거뜬하게 살 수 있다.

본래 살았던 세상에서, 초절정의 고수라고 불리는 무림인들은 대개 그렇게까지 살기도 전에 어떤 식으로든 죽어 버렸지만, 그러지만 않으면 그렇다는 거다.

헌데, 고작 이십 년에서 삼십 년을 살아가는 종족인 고블린의 몸으로 그 열배, 초인에 이른 이른간... 백 년을 살아가는 인간조차도 세 배를 살아가는 것이 고작인데도 열배를 더 살아가고도, 정정한 저자는 실로 노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자였다.

당연하게도, 저자는 5억이 넘는 모든 고블린들을 대표하는 의원이었다.

“이번 일이 단순히... 그대들의 종족, 인간만을 위한 일이었다면 경시하지 않을 터이니 이 일에 대해 소상하게 고하라.”

또 저자도, 홀몸으로 자기 세력을 일으켜 세우고, 끝내 자신이 있던 세상에서 황제로 군림했던 패왕...

모든 오크 족장들의 왕이었던 대군주였던 자고.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스물 둘의 의원들은, 인간들을 제외하고서는 모두가 영웅 중의 영웅이라고 불리던 자.

스물둘의 영웅만큼의 위업을 쌓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들에게 설령 떠넘겨지다시피 자리를 받아버린 자들이라고는 해도, 그렇다고 해도 대영웅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자들이었으니까.

한때 자신도, 자신이 살아가던 세상에서는 한가락을 하던 자였지만, 저 괴물들의 앞에서는 한낱 일개 인간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궁무휼은 손수건을 꺼내, 땀이 뻘뻘 흘러나오는 이마를 훔치는 것으로 곧 진정할 수 있었다.

그야, 저들보다도 이미 더욱 강대했던 자를.

겉보기에는 여려보이는 소녀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수많은 괴물들의 시체 위에서 다리를 흔들며 휘파람을 불고 있던 괴물 중의 괴물이었던 자를.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였던 ‘천마’를 직접 보았던 자였기에, 그랬던 그녀와 비교해서는 저들조차도 한낱 ‘영웅’에 불과한 이라는 것을 알기에 진정할 수 있었다.

땀은 그래도 좀 많이 났지만.

그래도, 열심히 손수건으로 닦아내고는 말했다.

“우선... 제안서에서 적혔던 그대로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영웅’의 칭호를 받은 강한조님에게 한반도 지역의 위쪽... 지금은 오염되어서 거주불가 판정을 받은 일대의 땅의 소유권을 일부 할양하고자한다는 제안...”

쿵, 하고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어째서 그 자에게 그만한 권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냐는 거지, 누구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가 아니다. 남궁무휼.”

“아직 무척이나 혼란한 세상이예요. 저번에 있었던 일의... 테러를 벌인 조직에 대한 것도 아직 제대로 된 가닥도 잡지 못한 실정이죠. 그런데 그런 와중에...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을 벌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대의 말대로 그 자에게 그만한 권리를 준다고 치면, 불평등이니 뭐니 날뛸 애송이들이 눈앞에 선하군. 골치가 아픈 일이야.”

그러니 말하라고.

그들이 말했다.

“그자에게, 그만한 것을 주고서라도, 그래야 할 가치가 있는 자인가?”

꿀꺽, 하고 침을 삼킨 남궁무휼이 쏟아지는 시선과 어깨를 짖누르는 압박에도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제안서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영웅이 된 강한조님은... 그, 호아란님의 제자입니다.”

기세가 가라앉은 것은, 그가 호아란의, 스물둘의 영웅의 제자라고 밝힌 바로 그 직후였다.

“호아란님의 제자라.”

“흐음...”

“하지만 단순히 스물둘의 영웅의 ‘제자’라는 이유로 그럴 순 없죠. 이미 천마님의 제자가 수 천은 더 있는 걸요? 그, 누구였죠? 당장 천마님께 직접 ‘천’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제자만해도 셋이나 있지 않나요? 그러니, 그걸로는 부족해요. 남궁무휼.”

여기까진 예상했던 일이라서, 남궁무휼은 호흡을 가지런하게 고르고서는 재차 말했다.

“우선... 그 천마님의 제자는, ‘천무’였습니다. 지금은, 그냥 ‘무’가 되어 버린 모양이지만요. 그렇게 된 이유도... 바로 그 강한조님과의 비무에서 패배한 탓입니다.”

“음...”

“무력은, 제법 갖추고 있다는 거군요? 뭐, 듣자 하니 이번에 합류한 나르메르 왕국에서... 골룡을 잡았다고 했죠?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군요.”

“하지만 그 역시도 불충분하다. 골룡이 무척이나 강한 몬스터라고는 해도, 정말로 위대한 드래곤이 아닌, 그저 뼈만 남은 괴물일 뿐이니. 그 정도는 우리들 중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그 골룡을 사역한 사령 술사도 잡았다... 그렇게 말씀드리면 어떻습니까?”

“으으으으음...”

“더욱이, 그때 골룡은 무려 두 번이나 되는 ‘숨결’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작 수 백도 되지 않았죠. 사망자만을 추린다면 겨우 수 십에 불과합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두 번의 '숨결'로 고작 수십이 믿겨지십니까? 근데 정말로 그렇더군요. 목격자들의 이야기로는... 골룡의 ‘숨결’이 닿는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수십 곳에서 결계가 쳐져서 이를 막아 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기습적으로 벌여진 사악한 사령 술사의 습격에도 인명피해는 극단적으로 줄을 수 있었죠.”

“결계라.”

“...주술... 그것도, 강한조라는 자가 한 일이라는 겁니까?”

“정황상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에 있던 자들 중에서, 결계를... 주술을 다룰 수 있던 자는 강한조님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그런 남궁무휼의 말에 침음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곧, 유일하게 이 자리에서 주술사이기도 한, 고블린에게 시선이 모였다.

그 시선에, 고블린 의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로서는 불가하군. 준비를 마친 뒤라면 모르겠지만... 아니, 그래도 힘들겠군. 끌끌...”

유일한 주술사이자, 그자 자체로도 대술사인 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모두가 다시 수근거렸다.

“골룡과 그를 사역하는 사령 술사를 처치하고, 동시에 골룡이 뿜어낸 ‘숨결’의 피해를 막고자, 수십의 결계를 펼쳐 냈다고.”

“제아무리 호아란님의 제자라고 한들, 고작 2년뿐인데...”

“처음부터 호아란님이 숨겨둔 제자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전 세상에서부터 제자였다면...”

이미 자신도 그렇지 않을까 조사했던 일이기에,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남궁무휼이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조사해 보니, 강한조님과 호아란님은 전혀 다른 세상의 출신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겁니다. 불과 2년 만에, 강한조님은 골룡과 골룡을 사역하는 사령 술사를 제압하고, 또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수많은 인명피해를 막아 낸 결계를 동시에 펼칠 수준의 주술사로 성장한... 천재 중의 천재라는 거죠.”

솔직히 자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목격자가 수없이 많았다.

골룡의 ‘숨결’이 땅에 떨어졌을 때, 서로 떨어져 있던 모든 곳곳에서 동시에 결계가 펼쳐지면서 이를 막아 냈다는 증언들이 있었으니까.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있는 주술사는, 세계 정부에서도 손꼽힐만한 술사 중의 술사였다.

더군다나, 갑작스러운 기습에도ㅡ 사전에 특별한 준비조차도 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술사는 아마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호아란을 제외하고선 가장 뛰어난 주술사이자, 스물둘의 의원 중 하나도 자신도 못할 거라고 말했으니까.

그러니, 그런 것이 가능한 대주술사는, 오직 스물둘의 영웅인 호아란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또 하나가, 그 호아란의 제자인 강한조였다.

“2년.”

“...2년 만에 그 수준이라.”

대영웅이라고 불리는 자들도, 강한조가 가진 믿어지지 않는 재능에 다들 아연실색한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이해했다.

자신도 이번 일을 위해서 강한조에 대해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그랬었으니까.

일개 고아, 그것도 기와 마나, 마력이라고 불리우는... 인간이 초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무상의 힘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에서 태어났던 자가.

호아란의 제자가 되어 고작 2년도 채 안되는 시간만에 골룡을 제압하고, 그를 사역하는 술사를 제압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된 것이다.

솔직히 정말로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성장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거의 진화 수준으로 사람이 휙 바뀐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2년, 혹은 1년 안에 자신도 제치고, 여기에 있는 스물둘의 의원 그 누구도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자가 없어지리라.

그리고, 대개 그런 존재들이 모두 그렇듯이.

그의 주변에는 어느덧 사람이 모이고, 세력으로 일어설 것도 분명했다.

아니, 이미 그의 세력이 존재하긴 했다.

세계 정부로부터 자치를 인정받은 웨어허니비들의 왕국, 그 여왕이 조사 결과 이미 강한조의 세력이나 마찬가지였고, 얼마전에 합류한 나르메르 왕국의 파라오였던 자, 카르미나라는 자 역시 그의 곁으로 간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까.

설령 후자의 경우는 이미 파라오의 자리에서 내려왔으며, 본래 받기로 했던 자치권을 포기했다고 한들.

수백 년간을 통치하던 지배자의 말이다.

아직 수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고, 또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카르미나의 말 만으로도 강한조에게 힘을 빌려줄, 만에 가까운 달인급의 사령술사들이 존재했다.

이미...

강한조, 그 자체만으로도 서너 개의 국가가 통째로 합쳐져 있는 무력을 일시에 일으킬만한 세력을 갖춘 셈이었다.

이만한 무력을 가진 집단은, 본래 세계정부로서는 용인할 수 없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뒷배로 그 세계정부를 세운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인 호아란이 있었으니까.

이를 또 떠올리니까, 의원들의 앞에 나서서 기세를 직접 받았을 때보다도 훨씬 더 식은땀이 흐른 남궁무휼이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는 말했다.

“즉, 지금은 단순히 ‘영웅’에 그쳤다고 한들, 훗날 그 정도로 그칠만한 자질을 가진 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쩌면... 백 년 이내에 스물둘의 영웅이, 스물셋으로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죠.”

이제 반쯤은 넘어왔지만 아직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그래도 문제는 많다.”

“설령 그만한 자질과 무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아직은 무명인 분.”

“역시나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오직, 그 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우리는 펼칠 수 없는 법이니. 기껏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 스물둘의 영웅들조차도 거부한 일이지 않나?”

“그래서 추가로 드리는 제안입니다만...”

“일단 들어나보지.”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였기에 남궁무휼이 꿀꺽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일전에 시도 하려다가 말았던, 대규모의 정화사업을 이번에 같이 진행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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