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25화 (225/523)

〈 225화 〉 다시 일상으로 (6)

* * *

“...안보네.”

“호아?”

“아니, 그냥 혼잣말.”

한창 분신들이 고객님들 보지에 잔뜩 사정해주기라는 일을 마치고서 오랫동안 안 나왔던 걸 사과하는 뜻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매지컬 딕을 빨리고 있는 와중에, 내게 온 문자들을 확인해봤다.

덕분에 순식간에 다다음 주까지의 예약이 꽉 차버렸지만, 그렇게 온 답장 중에서 에일레야의 문자는 보이지 않았다.

헌터로서 일하는, 더군다나 아주 높지는 않아도 그래도 한가락은 하는 B랭크의 헌터인 에일레야니까, 한창 일하느라 바빠서 확인하지 못 하는 걸지도 몰랐다.

어쩌면, 봤어도 나한테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여전히, 발현이 가능한 웨어울프로서의 종족 능력을 보면, 그쪽은 아니었다.

“...일단, 문자나 더 보내볼까.”

나중에라도 문자 보면 연락 달라고, 말도 없이 사라져서, 발정기 때 도와 준다고 했던 거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 하다고 사과하는 문자를 다시 에일레야한테 보내고서, 슬슬 유스티티아에게 드레싱 재료로 줄 정액도 적당히 자지에 쌓일 무렵, 서비스로 해주던 자지 빨리기는 그만하기로 했다.

분신들을 통해서 보이는, 고객님들의 아쉬워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되냐는 요청도 거부하고서, 모두에게 결제를 받은 뒤에 들키지 않도록 먼저 나온 분신들을 차례대로 해제했다.

“이제 됐으니까, 어쩔래 호아?”

무사히 분신들도 해제하고서 그렇게 묻자, 모처럼 소환되어서 그런지 도로 들어가기 싫다는 호아의 말에, 그럼 전처럼 인형 폼으로 주머니에 들어가 있으라고 해 뒀다.

“호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호아가, 퐁하고 인형으로 변해서 내 주머니에 쏙하고 들어왔다.

채취소에 있는 정액을 포장하는 용기에다가 드레싱 재료로 쓸 정액을 담아서 돌아가면, 분명 릴리스한테 걸릴 테니까 안 될 테고, 내 자지에 잔뜩 쌓인 정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냥 적당히 챙겨 가자.”

서랍을 뒤적거리자, 역시나 여기에도 구비되어 있는 콘돔이 보였다.

디스펜서로 이제 꽤 오래 일해봤지만,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콘돔을, 아내들이 먹을 드레싱 재료로 쓸 정액을 포장하는데 쓸 줄은 몰랐는데.

“...호아아.”

“아.”

호아가 있었지 참.

“금방 다시 불러줄 테니까, 잠깐 들어가 있을래?”

“...호아.”

아무래도 보기 싫었던 건지, 얌전히 내 몸으로 들어가는 호아.

보는 눈도 없어졌겠다, 내 자지에 끼워 본 지도 진짜 오랜만인 것 같은 콘돔을 낀 채로 사정했다.

“와.”

존나 많이도 싸네, 진짜.

대충 다섯에서 여섯 번? 그 정도의 사정 분량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장난 아니게 많았다.

근데, 그런 내 정액으로 빵빵해졌는데도 터질 기색도 안 보이는 콘돔이 보였다.

애당초 목적이 피임보다는, 나처럼 정액을 포장하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는 녀석이니까 튼튼하긴 튼튼할 텐데.

그래도, 진짜 장난 아니네, 이거.

“...몇 개 더 챙겨 갈까.”

뭔가 재밌는 게 떠올라서, 콘돔 몇 개를 더 챙겨서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동시에 고객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일도 끝났고, 콘돔에 일단 포장했지만 이대로는 릴리스한테 걸릴 게 분명해서 대충 포장한 정액을 어디다가 따로 담을 용기를 찾을 겸 에일레야나 고객님들의 연락처와 마찬가지로 나르메르 왕국에서 스마트폰이 개박살이 나면서 날아가 버렸던 사티의 연락처나 다시 얻기 위해서 마트로 향했다.

이번에는 어느 시식 코너에서 일하고 있을지 몰라서, 대충 식품 코너를 돌면서 분홍 머리를 찾고 있는데, 눈에 띄는 곳에서 사티를 볼 수 있었다.

“죄, 죄송해요...”

“죄송하면 다냐고. 네가 판 이거 먹고 배탈이 났다니까, 어떻게 보상해 줄 건지나 빨리 말해!”

“...뭔데?”

꾸벅, 꾸벅 연신 사과하는 분홍 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다만, 그 분홍 머리 위로 보이는 안쪽으로 휘는, 염소 뿔과 같은 뿔이 달린 소녀였지만.

사티로스, 사티.

저번처럼 꾀죄죄한 옷차림이 아니라, 이제 정말 마트 직원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티와 그 앞에서 노발대발 개지랄을 떨고 있는 새끼가 보였다.

듣자 하니, 사티가 파는 걸 먹고서 배탈이 난 모양인 손님인 것 같은데.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인간인데 저거.

직원과 손님이란 입장이니까,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사티로스한테도 저럴 수가 있구나.

자본주의는 역시 대단했다.

뭐, 아무튼.

이런 일이야 아주 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라서 일단 지켜봤다.

“호아.”

그런 나를, 빼꼼하고 주머니에서 얼굴을 내민 호아가 올려다 보면서 말했다.

도와주지 않을 거냐고.

응, 안 도와준다.

마트에서 일하는데, 이런 일도 있는 거지.

겪어보면 좀 좆같은 일일지라도, 이런 거까지 일일이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하는 건 딱히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티 옆에서 항상 붙어 다니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해결해 줄 수도 없고.

마트 직원이면, 알아서 잘 해야 하는 일이니까.

본인이 아니더라도, 마트의 다른 직원이든 점장이든간에 나서서 도와줄 일이지 내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냥 지켜보기로 했는데.

“혹시, 너 여기에 이상한 짓 한 건 아니지? 듣자 하니, 사티로스 종족들은 하나 같이 나사가 빠진 년놈밖에 없다던데. 어? 얼마 전에는 웬 사티로스 년이 지가 파는 음식에 지 오줌을 뿌...”

“그, 그런 거 아니예요! 절대로 아니예요!”

“그걸 내가 어떻게 믿냐고! 하기사, 애당초 사티로스를 직원으로 쓰는 여기부터 이상하지. 이년이 물건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너나 그년놈들이나 똑같은 사티로스면서!”

수군수군하고, 그런 남자의 말에 쏠리는 시선들과 웅성거림.

그 시선에, 의심과 혹시나 하는 얼굴로 자신들이 사려고 했던 물건들이 담긴 바구니를 보는 마트의 손님들의 모습에 어깨를 움츠리는 사티가 보였다.

“아닌데... 정말로... 그런 거... 아닌...”

응, 이건 좀 좆같은 일의 수준은 아닌데.

기다려봐도, 주변에 있는 다른 마트 직원이라든지가 도와주려는 것 같지도 않고.

대충 끝나고 나서, 사티한테 욕봤다고 위로해 주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점장 나오라고 해! 뭐만 하면 변태 같은 짓이나 하는 사티로스를 직원으로 두다니, 말이 되냐고! 점장 나와! 빨리 안 나와!”

“화, 환불해드릴게요... 환불해드릴 테니까... 손님...”

고성을 질러 가면서, 그렇게 외치는 손놈 새끼의 말에 결국 울먹이던 사티가 매달리듯 손놈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딴 돈 몇 푼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어디까지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상품에 뭔 짓을 할지도 모르는 사티로스를 직원으로 쓰는 점장 상판떼기나 봐야겠으니까 이러는 거거든!”

상품에 불만이 있든, 아니면 핑계 삼아서 환불하던 뭘 하려던 단순한 블랙 컨슈머였더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냥 뻐킹 레이시스트잖아, 이 새끼.

“손님, 부탁드릴게요. 제발...”

그런 뻐킹 레이시스트한테 매달리며, 오히려 애원하듯 그렇게 말하는 사티.

“이거 안 놔...?!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익...!”

평범한 인간이 사티로스의 완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사티를 보고서, 울그락불그락해지는 손놈의 얼굴이 보였다.

결국, 그런 사티를 향해서 손을 들어 올리는 새끼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호아야.”

“호아.”

기다렸다는 듯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호아.

뚜둑, 하고 사티를 향해 손을 휘두르려던 손놈 새끼의 손가락이 뒤로 꺾인 것은 그다음이었다.

“끄어억?! 소, 손가락이이잇...!”

“소, 손님?”

갑자기 지 손을 붙잡고 지랄발광하는 손놈을 보고서 당황한 사티를 보고서 천천히 그런 사티에게 다가 갔다.

“오, 오빠...?”

그제야 나를 봤는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사티.

그런 사티의 눈에서, 미처 흐르지 못하고 그저 고여만 있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손가라아악...! 너, 너지이...! 네년이 한 거지...!”

내가 한 건데.

정확히는 호아가 한 거지만.

아무튼, 몸을 웅크린 채 그러는 손놈 새끼를 보다가, 목 뒤로 옷깃을 붙잡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억, 어억...!”

“어디, 손가락 좀 봅시다. 뭔데 이 지랄인지 궁금하니까.”

보니까, 제대로 꺾었다.

우리 호아, 손가락을 아주 아작냈구나.

“아니, 멀쩡한데 왜 그러시나.”

그렇지만, 괜찮았다.

꼬옥, 하고 손 놈의 손가락을 감싸 쥐고서 다시 원래대로 꺾어줬다.

오도도독...!

그러자, 짜잔.

손가락이 도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두 번 왔다 갔다 꺾여 버린 덕에, 뭔가 많이 맛탱이가 가 버리긴 한 것 같지만.

이쪽도 괜찮았다.

스윽, 하고 주머니에 있는 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손가락을 휘적이는 호아.

오도독, 오도도독...!

바스라졌던 손가락 뼈가 다시 제대로 이어지고, 붙어졌으니까.

“끄으으으으으읍...”

눈을 부릅뜨고서, 입을 쩌억 벌리는 손놈.

아플 거다.

나도 겪어봐서 안다.

주술로 치료해주는 건, 꽤 많이 따끔하지.

존나게 아파서, 목구멍으로 비명이 나오는 거야 당연했다.

근데, 손놈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흐, 흐으으... 흐으으..."

허파에서 쥐어짜내는 비명은, 그저 바람이 새는 소리만으로 입 밖으로 나올뿐이었다.

“호아.”

꾸욱, 하고. 호아의 염동력으로 그런 손놈의 주둥이가 막혀 있었으니까.

“멀쩡한데, 손가락이 어쩌니 뭐니... 당신, 일부러 소란 떨려고 이러는 거야?”

거, 사람 못쓰겠네.

그렇게, 주변에 다 들리도록 구시렁거리자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는, 그저 한때의 소동이라고 치부했는지 서서히 이쪽에서 관심을 끄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가기 시작하는 다른 손님들이 보였다.

“흡, 흐으으읍...!”

존나 억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억울하긴 할 거다.

손가락은 진짜였으니까.

호아가 주술을 써서 치료한 덕에 앞뒤로 꺾어주면서 아작을 내줬던 손가락도 멀쩡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아프긴 할 거다.

그러니, 그대로 들어다가 귓가에 속삭여줬다.

자그맣게.

“손가락으로 끝내줄 때 꺼져.”

협박만으로는 안 끝냈다.

이 새끼가 나중에 신고라도 했다가, 귀찮아지긴 싫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세상인 만큼 무척이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한 번 더 협박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아직 남아있는 다른 손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금 싫지만 바짝, 손놈의 얼굴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서.

스르르르르...

아주 조금, 억지로 기프트를 발현시켰다.

이제 발기 없이도 아주 잠깐 동안은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내 기프트와 함께 발현된 종족 특성과 함께, 내 얼굴 위로 비늘이 돋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피부가 간질간질한, 이상한 느낌.

그리고...

“흐, 흐어...”

쩌억, 하고 갈라진 동공.

짐승의 그것처럼, 세로로 갈라진 내 눈동자가 손놈의 눈에 비쳐 보였다.

반용화.

유스티티아를 통해 얻은 드래곤의 특성은 소모에 비해서 그다지 효과적인 능력은 아니었다.

늘어난 비늘은, 분명히 단단하지만 그래봤자 유스티티아가 만들어준 '천호의 갑주'에는 미치지 못하고, 생겨나는 용의 그것을 닮은 손톱 역시, '용 발톱'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가 쓸 수 있는 반용화는 어디까지나 드래곤의, 헤츨링급 수준밖에는 안되는 반용화라서 어쩔 수 없었다.

애당초, 이게 어째서 드래곤의 종족 특성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런 데서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만인은, 모든 종족은 평등하다고 말하는 세계 정부였지만, 그런 건 좆도 없다는 건 나나 눈앞에 있는 손놈이나 아주 잘 알았다.

나도 평범했던 인간이었고, 눈앞의 이 새끼도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아주 잘 알았다.

평등하다는 것은 사실 그렇지 않고.

고위 종족이라고, 그렇게 일컬어지는 종족들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능력도 없이, 그저 손님이라는 알량한 입장만으로 남에게 윽박지를뿐인 무능한 인간족 하나나 둘쯤이야 아무도 모르게 슥삭하는 것쯤은 아무런 일도 아니란 것을, 어디까지나 사고든 뭐든으로든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인간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모습을 보면 이 손놈도 뼈저리게 알 거다.

“드, 드... 드래... 드래...”

호아는 진작 입에서 손을 떼줬는데, 덜덜 떠느라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손 놈에게, 다시금 속삭여줬다.

“알았으면, 꺼져. 알았지. 조용히... 주둥이 닫고.”

내 말을 제대로 알아 먹었으면 고개를 세 번 끄덕이라고 말하자, 열심히 고개를 세 번 끄덕이는 손놈이 보였다.

그래서 놔줬다.

풀썩, 그대로 주저앉았던 손놈이 멍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그 사이에 이미 반용화를 풀어서, 멀쩡해진 내 얼굴을 믿기지 않다는 듯이 몇 번이고 다시 보던 손놈은.

“흐, 흐아... 흐아아...!”

그대로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손놈을 보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경찰 부른다니까 도망치는 거 보니 꿀리는 게 많은 사람이었나 보네.”

그리고 대충 그렇게 말하자, 그나마 남아있던 마트의 손님들마저 흔한 진상이 소란을 피운 것이라고 여겼는지 하나둘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걸로 됐으려나.

그럼...

몸을 돌려서 사티에게 향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사티.”

“으, 응...”

고개를 끄덕이는 사티.

흘끗, 보니까 오늘 사티가 파는 건 양념된 돼지 불고기였다.

이번에도 양념 종류가 세 종류라서 내가 말했다.

“종류 별로 세 봉지 줘.”

“아, 응...!”

그런 내 말에, 허겁지겁 양념 돼지 불고기를 묶어서 포장하는 사티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휴식 시각은 언제야?”

“어, 어...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그러넹.

우연인지 아닌지, 또 저번처럼 비슷한 시간에 와 버렸네.

“그럼, 그때 보자. 그때 먹었던 국수집, 아직 있나? 냄새 좋던데, 이번엔 나도 먹어볼까.”

카루라가 싸준 도시락이랑 같이 먹을까 싶었는데 사티가 말했다.

“아, 거기... 얼마 전에 망했어...”

“아.”

그게 망하네.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