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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2화 (232/523)

〈 232화 〉 땅 따먹기 (4)

* * *

며칠 뒤 세계 정부에서 발표한 대규모 정화 사업의 일로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자기 땅을 가질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굉장했던 건지, 진짜 엄청나게.

온종일 뉴스고 뭐고 죄다 그쪽 이야기만 나올 지경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그만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이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서 더더욱 그랬다.

나야 어차피 참가는 확정이라서 아무래도 좋았지만.

듣자 하니 하루도 아니고 발표가 나온 지 한 시간 만에 수백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들어왔다던데, 진짜 나랑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열심히 디스펜서 일이나 했다.

그렇게 오전에는 디스펜서로 손님을 받고, 오후에 남는 시간에는 릴리스가 사티에게 먹였던 ‘무고’를 구해왔던 루트를 써서 내가 가진 대규모 정화 사업의 참가의 권리를 경매에 부쳐서 진짜 장난 아니게 비싼 값에 팔고,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이런저런 것들을 사들이는 데 썼다.

내 인생에서 수백억대의 돈이 손에 들어왔다가 도로 다시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충격이 너무 컸기에 눈앞이 하얘지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이었다.

최상급 마나석이라든지 성수라든지 뭐가 그렇게 비싼 건지 존나 모르겠다.

좀 크기만 하지 생긴 건 내가 바디 체커에 달마다 갈아 끼워 줘야 하는 하급 마나석이랑 비슷하게 생긴 마나석이 하나에 억대를 했으니까.

성수는 아무리 봐도 그냥 물인데 리터당 수천만 원이고.

근데 이것들이 전부 소모품이라는 게 존나 믿기지 않았다.

그 가격이면 몇 번정도는 리필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정화에 필요한 주술이나 마법의 매개로 쓸 마나석이라든지 성수라든지 말고도 이것저것 사들이느라 진짜 장난 아니게 돈이 많이 깨졌다.

그래도 한참이나 많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이건 나중에 집 지을 때나 쓰기로 하고 아껴뒀다.

땅을 얻는 거야 어차피 아내들이 있으니 걱정이야 없는데 집 짓는 건 집 짓는 거대로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질 테니까.

하여튼, 오전에는 디스펜서 낮에는 릴리스랑 같이 암시... 아니, 정당하게 대가를 치른다면 어지간한 건 전부 구할 수 있는 너무 멋진 장소에 다녀오고, 또 밤에는 여느 때처럼 아내들에게 쪽 빨리는 나날을 보내기를 일주일.

드디어 땅 따먹기를 하러 갈 날이 찾아왔다.

“사람 장난 아니게 많네.”

세계 정부에서 선별되어서 참가 자격을 얻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런지 진짜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농담이 아니라, 발 디딜 곳도 없을 만큼 인파로 가득했다.

대규모 정화 사업의 참가자나 그 참가 자격을 얻은 참가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서 후원하는 스폰서의 관계자라든지, 아니면 그 참가자가 소속된 길드나 클랜... 그 밖에도 취재하러 온 방송 쪽의 사람들까지.

거기에 세계 정부측에서도 준비한 인선들...

방사능에 이것저것으로 오염된 땅을 정화할 능력들을 가진 사제들이나 주술사, 마법사들까지 잔뜩이어서 진짜 많았다.

아무튼, 문자 그대로 진짜 미어터지게 사람들로 가득한 광장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어질어질했다.

더군다나 온갖 종족이 뒤섞여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사람 존나 많다 싶어서.”

“정말 새삼스러운 이야기네.”

그건 그렇지.

한때, 오천만으로도 좁아터진 땅 덩어리에 사람이 너무 많다 뭐다 하던 이 땅에서 사는 사람만 억을 우습게 넘겨버렸으니까.

세계 인구가 80억 언저리였던 내 세상의 지구와 달리, 지금은 200억에 가까운 인구를 자랑하고 있고, 거기에 디멘션 크래쉬 한 방에 수천 만씩 늘어 나버리거나 하고는 했으니까.

이제와선 존나 새삼스러운 이야기이기는 했다.

“그보다 아직도 안 왔어?”

“그러게, 안 오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눈살을 찡그린 릴리스.

호아란의 주술로 저번의 동물원 때처럼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다소 모습이 바뀐 릴리스가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으로 된 장비ㅡ 일단은 위장이기는 한데, 그래도 너무 허접한 걸 입고 있으면 티가 날 테니까 몇억이나 주고 샀던 장비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돈값을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고랭크의 여성 헌터나 입는다는 가죽 장비를 입고 있는 릴리스는 존나게 꼴리다는 거였다.

특히 엉덩이라든지 가슴이라든지가 장난 아니었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서, 그런 릴리스의 등장에 눈길이 엄청 쏠렸지만.

“저 여자 몸매 장난 아니다...”

“헌터인가?”

“보면 모르냐, 와, 씨바 저 메이커 장비로 도배한 것 좀 봐. 존나 부잔가보네... A급 헌터인가?”

“내가 이 지역 A랭크 헌터는 다 알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른 지역에서 고용되어서 온 헌터 아닐까?”

웅성웅성하고, 릴리스를 보고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보였으니까.

여기까진 괜찮았다.

릴리스의 몸매가 어쩌고 했던 건 솔직히 좀 많이 꼴 받았지만, 그건 존나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릴리스의 몸매가 장난 아닌 거야 내가 더 잘 알았다.

지금도 존나게 꼴리긴 한데, 벗은 몸일 때가 더 굉장하다는 것도, 가슴이나 엉덩이가 예쁘기만 한게 아니라 주무르는 느낌도 장난 아니게 좋은 것도,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무심코 볼 수는 있다는 건 인정한다.

“와, 씹. 존나 꼴린다.”

“저런 여자랑 한 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근데, 이건 아니지.

대놓고 릴리스의 몸매를 훑어보는 저 새끼들은 인정 못 한다.

“...뭘 봐? 눈 안 깔아?”

그래서 그 새끼들을 향해, 살기를 쏘아대며 으르렁대듯 말하자 히끅, 하고 딸꾹질을 하는 녀석들이 보였다.

이윽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녀석들.

씹새들이, 진작 그럴 것이지.

“...일반인한테 그러지 마. 이 새끼야.”

빡, 하고 그런 내 뒤통수를 릴리스가 후려쳤지만.

“아파. 릴... 리.”

무심코 릴리스라고 말할 뻔한 걸 꾹 참고, 이번에 릴리스가 가명으로 대신 쓴 이름으로 말하자, 그런 나를 보고서 흥하고 코웃음을 친 릴리스가 말했다.

“그보다, 이렇게 늦어서야 대체 누가 고용주인지 모르겠네.”

그런 릴리스의 말에 뒤통수를 문지르며 말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찾기 힘들겠지, 그리고 어차피 더 기다려도 되잖아. 릴리아나 쪽도 아직 안 왔고.”

찾기 쉬우라고, 표식이 달린 깃발을 위에다가 달아놓기는 했는데 솔직히 이걸 보더라도 여기까지 오기 좀 많이 힘들 것 같았다.

“릴리아나랑은 경우가 다르잖아. 걔네는 고용된 헌터들이니까. 돈 받으려면 시간은 제대로 지켜야지.”

그건 그렇긴 한데.

나도 내가 돈 내서 고용한 헌터가 이렇게 늦었으면 빡쳤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낸 돈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지만.

“그래서, 보내준다는 헌터들은 누구래?”

“글쎄... 나도 B랭크의 헌터 클랜이란 것밖에는 못 들어서.”

사실 남궁무휼에게 듣기는 했는데 까먹었다.

B랭크에 인원수만 50명이 훌쩍 넘는 중소 규모의 건실한 클랜이라고 들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바로 그 직후에 내 통장에서 수백억이 빠져나가는 일이 있었던지라 싹 다 까먹어버렸다.

은빛 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릴리스에게 좀 더 기다려보자고 말하자 투덜거리면서 내 옆에 앉는 릴리스가 보였다.

“들어가서 기다리지.”

사람들이 존나게 쏠릴 것도 예상했고, 조금 전처럼 변장한 상태라고는 해도, 어그로 장난 아니게 끌리는 아내들의 미모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서 사온 아티펙트로, 만든 임시 거처로 다시 들어가지 않고, 내 옆에 앉은 릴리스에게 말하자 릴리스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안에 들어가면 카르미... 가 자꾸 카드 게임 하자고 해서 귀찮단 말이야.”

아 그거...

전에 궁극의 덱을 만들었다더니, 어제 순서를 정하기로 다시 치렀던 카드 게임에서 개같이 패배해버렸던 게 충격이 컸었나 보다.

근데 그건 내가 봐도 좀 심했던 것 같았다.

몬스터로만 가득 채운 80장짜리 덱이라니. 카르미나가 어째서 그걸 궁극의 덱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

확실히 능력치들은 좋은 몬스터들로만 가득 채워놓기는 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능력치가 좋은 몬스터들이 으레 그렇듯이, 카르미나가 가득 채운 몬스터들의 대부분이 일반적으로 소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다.

마법이든, 제물이든, 뭐든 방법을 써서 소환해야 하는데...

몬스터로 꽉꽉 채운 카르미나의 덱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무튼 릴리스가 왜 나왔나 싶었더니 어제의 패배를 리벤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는 카르미나가 귀찮아서 도망쳐 나온 모양이었다.

아마, 안쪽에서는 호아란이나 카루라가 난감한 표정으로 카르미나에게 어울려주고 있을 거고, 유스티티아는 카르미나가 패배할 때마다 울상을 짓는 걸 보면서 무척이나 재밌어하며 하나도 안 봐주고 개박살을 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곧 있으면 손대중을 해주는 호아란이나 카루라에게는 몰라도, 유스티티아에게는 거듭해서 연패를 거듭한 카르미나도 뛰쳐나와서 나한테 매달리지 않을까.

안 봐도 눈앞에서 훤히 그려지는 듯한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와서 피식거리고 있을 때였다.

“미안미안~ 많이 늦었네~ 그쪽이 우리 고용주 맞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기 힘들었지 뭐야~”

그런 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드디어 왔구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은빛 늑대단의 클랜장... 응...?”

“어...”

가슴 위로는 가죽을 덧댄 듯한 장비를 걸치고, 허리춤에는 짧은 단검을 두 자루를 차고 있는... 딱 봐도 나 헌터라고 광고하는 듯한 차림새의 여자가 벅벅 뒷머리를 긁으며 그렇게 말하다가, 나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 보였다.

이리저리 마구 뻗쳐서 산발이나 다름없는, 은빛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묶어놓은, 많이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이윽고 입을 꾹 다물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던 것은...

호아란이나 카르미나 덕분에 많이 익숙해진, 몹시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의 화악하고 부풀어서, 끝부분만 부들부들 떨리는 꼬리였다.

“...강한 좆?”

“에일레야... 누나?”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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