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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5화 (235/523)

〈 235화 〉 땅 따먹기 (7)

* * *

그런 에일레야랑 같이 들어온 6974호야 이미 릴리스를 비롯한 아내들에 대한 건 알고 있는 사람이고, 사실상 내 하렘에 들어오는 것이 확정된 릴리아나 덕분에 우리 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 유스티티아나, 카르미나와 카루라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일단 저쪽이야 아무 문제 없겠고...

다른 쪽, 왜인지 모르게 꼬리를 바짝 세운 채 굳어있는 에일레야를 보고서 말했다.

“일단 출발하기 전에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우리가 어디로 갈지도 이야기하고. 그러니까, 좀 앉아보실래요?”

“...그래.”

에일레야에게 그렇게 말하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는 것이 보였다.

“이쪽은 아까 봐서 얼굴은 알겠지만... 릴리라고 해요, A랭크 헌터고요. 그리고 이쪽은 화란이라고 하고요. 릴리랑 마찬가지로 A랭크...”

유스티티아의 가명인 유스티나, 카루라의 가명인 캬루, 카르미나의 가명인 카르미 등 소개해주고서, 전부 이번에 위장한 신분인 다른 지역에서 고용한 A랭크의 헌터라는 신분을 댔다.

대충 릴리스는 A랭크의 권투사, 호아란은 A랭크의 주술사, 유스티티아는 마법사에, 카르미나와 카루라는 사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카르미나와 카루라는 사제가 아니라 사령술사... 네크로맨서쪽인데, 나르메르 왕국의 사령술은 솔직히 사령술이라기보다는 사제 쪽에 더 가까운 느낌이니까 틀린 건 아니었다.

애초에 일반적인 사령술사들은, 그러니까 뇌에 좆박힌 미치광이들은 망자들을 강제로 일으켜서 사역하는 반면, 나르메르 왕국의 사령술사들은 생전에 계약을 맺고, 죽은 자의 힘을 빌리는 쪽에 가까웠다.

덕분에, 일반적인 사령술사들이 다루는 망자들 쪽과는 달리 나르메르 왕국의 사령술사들이 부리는 망자들... 이쪽에서는 영령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생전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일반적인 사령술과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라서 같은 사령술사로 묶기는 애매하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둘이 사령술사가 아닌 것도 아니고.

근데 둘을 사령술사로 소개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뻔했으니까, 그냥 사제라고 퉁쳐서 소개한 거다.

회복 마법 쪽도 카르미나나 카루라, 둘 다 잘만 쓸 수 있는 모양이고.

참고로 위장한 신분들은 릴리스가 만든 신분들이었다.

언젠가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타지역의 지부장들을 시켜서 미리 만든 신분이라던가.

덕분에 걸릴 일도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특기이기도 한 서큐버스들이, 실제로 저 이름들과 지금 아내들이 변장하고 있는 모습으로 활동하면서 만든 신분이었으니까.

비교적 최근에 우리 집에 온 카르미나나 카루라의 신분도 미리 준비해둔 것이 엄청났지만, 릴리스가 한 일이니까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나중에 에일레야가 어떻게 내 하렘에 들어온다면 알려줘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그렇게 준비해둔 신분대로 모두를 소개하자 멍하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에일레야가 이내 귀를 쫑긋이더니 말했다.

“...잠깐만, 헌터라고? 한조... 아니, 고용주가 고용한 헌터?”

“네? 네, 뭐.”

“그럼, 그 반지는 뭔데?”

나나 나 외에도 아내들 모두가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가리키며 묻는 에일레야에게 대답한 건, 유스티티아였다.

“아티펙트야, 고용주의 안전은 중요하니까... 떨어져있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자, 너도 이거 받아.”

“어, 어... 응. 고마워...?”

저건 또 언제 준비한 거지.

대체 언제 구해둔 건지, 내가 모두에게 준 반지랑 똑같이 생긴 반지를 에일레야에게 건네주는 유스티티아를 보였다.

“B랭크라면, 마나는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겠지? 거기에 마나를 실어 보내면, 고용주가 있는 위치라든지 알 수 있으니까 그거 말고도, 우리쪽에서도 네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네 클랜원 전원은 무리지만, 너는 제대로 끼워둬. 그리고, 웨어허니비의 대표... 맞지? 그쪽도 받아.”

유스티티아의 말을 들어보니 다들 가지고 있는 반지랑은 전혀 다른 마법이 새겨진 반지인 것 같았지만.

아내들이 끼고 있는 반지들은, 내 사정량이랑 본인이 내게 사정받은 횟수를 체크하는 아티펙트였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이런걸 아티펙트로 만든 거 존나 이상한 것 같다.

우리 집 한정으로 잘만 쓰고 있기는 한데.

아무튼, 얼결에 받게 된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에일레야와 황송하다는 듯이 유스티티아에게 반지를 받아드는 6974호가 보였다.

“저기... 근데... 어느 손가락에...? 나도... 그쪽에 끼면 되나...?”

그렇게, 한참을 반지를 만지작거리던 에일레야가 흘끔하고 우리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런 에일레야의 말에 유스티티아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답했다.

“글쎄...? 그건 네 마음대로 해. 검지든, 중지든, 약지든, 어차피 사이즈야 알아서 조절될 테니까.”

“내 마음대로...”

유스티티아의 말에, 힐끔 나를 보던 에일레야가 조심스레 반지를 약지에 끼는 것이 보였다.

꿈틀, 하고 그런 에일레야를 보고서 눈썹을 움직이는 릴리스가 보여서, 식겁했는데 정작 그런 릴리스의 시선을 못 봤는지 에일레야가 나를 보고는 말했다.

“...다들 그쪽에 끼고 있으니까 그런 거거든~? 그러니까 오해하지는 마~”

잘은 모르겠는데, 이쪽은 갑자기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았다.

에일레야의 기분이 좀 풀린 대신에, 릴리스의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아서 문제긴 한데.

그래도 유스티티아랑 미리 뭔가 얘기를 해둔 것인지, 살짝 찌푸렸던 눈살을 도로 피고서 별말은 안 하는 릴리스가 보였다.

“크흠...”

그런 릴리스의 눈치를 보면서, 일단 준비해뒀던 지도를 꺼냈다.

“소개는 이쯤 하기로 하고, 우선 우리가 정화하고자 하는 곳부터 말할게요.”

사전에 아내들이랑 이런저런 상의 끝에, 제일 좋은 위치를 미리 정해뒀다.

단순히 정화만으로는 끝날 리가 없으니까, 나중에 이런저런 것들이 들어올 적에도 좋은 장소로...

그래서, 결국 정해진 곳은 바로 여기였다.

쿡, 하고 준비해둔 지도의 한 곳에 손가락으로 짚어주자, 에일레야가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여긴 너무 깊지 않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 아까 설명해줬던 제일 오염도가 심한 지역 중 하나 아니야?”

“맞아요.”

가장 오염도가 심한... 평양 일대에서도 가장 중심에 위치한 장소였다.

사실 이번 정화 작전에 포함된 지역...

평양 일대라고 그냥 퉁쳐놓고 말했지만, 사실상 그 주변을 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데다가, 그중 몇몇 지역은 진짜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지금 내가 가리킨 곳은, 내 세상에서도 한때 있었던 나라의 수도였던 곳이라서 그런지 다른 세상에서도 비슷하게 중요한 도시가 있었던 모양이고. 그래서일까 방사능에 이런저런 오염투성이가 되어버린 윗동네에서도 유독 심하게 좆창이 난 곳이었으니까.

근데 이 위치가 제일 좋았다.

주변의 수원도 풍부하고, 이후에도 세계 정부에서 계속해서 정화 활동을 한다고 친다면, 아마 예전에도 중요한 곳이었듯이 이 장소도 나중에 가서는 주요한 거점이 될 장소가 될 거니까.

아무리 공간 이동 마법이니 뭐니가 있다고는 해도,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지리적으로 여기가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즉, 땅값이 제일 많이 오를 예정인 장소라고 해도 좋았다.

세계수를 심기 딱 좋은 평야지대이기도 하고.

“...그래, 뭐 고용주가 원한다면 그래야겠지. 근데, 문제가 많지 않아? 오염은 어쩔 거고, 여기까지 가는데 필요한 음식들은? 정화하는 동안 며칠이나 걸릴지는 몰라도, 여기까지 들어가면 보급하는데 장난 아니게 힘들 텐데.”

“그쪽은 걱정하지 마요. 잔뜩 챙겨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구석에 박아둔 주머니들을 가리켰다.

전부 유스티티아가 만들어준 아공간 주머니들이었다.

저 안에 가득가득, 식자재로 채워놨다.

릴리아나가 보내준 웨어허니비들이 예상보다 세배는 많았지만, 그래도 에일레야의 클랜이나 웨어허니비들 전원을 포함해서, 한 달은 거뜬하게 버틸만한 식량이었다.

신선도를 유지해주거나, 뭐 그런 기능까지 달린 아공간 주머니를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안에 들어있는 것들은 대부분이 유통기한 걱정이 없는 통조림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었다.

넉넉하게 반년은 존버할 수 있을 만큼 준비했는데, 예상치 못한 릴리아나의 진심에 고작 한 달치가 된 건 좀 그랬지만... 어차피 부족해지면 공간전이문을 열어서 다녀오면 그만이었다.

거리가 멀수록, 공간 전이에 장난 아니게 많은 힘이 들어서 어지간한 마법사들도 단순히 보급만을 위해서 그런 짓은 못하겠지만, 우리야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오염 쪽도... 화란?”

“여기 있느니라.”

호아란이 내게 건네준 부적 뭉치를, 에일레야와 6974호에게 나눠주었다.

“이건...?”

“정화부에요. 그거 한 장이면 하루 정도는 문제 없을 거예요. 잔뜩 있으니까, 둘 다 넉넉하게 챙겨둬요.”

부적을 지닌 자의 주변을 정화해줘서, 방사능 오염이고 독기고 뭐고 죄다 막아주는 호아란의 특제 정화부였다.

유스티티아의 아공간 주머니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잔뜩 만드느라 효과는 좀 약해졌지만 그만큼 진짜 많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었다.

저거 백 장 만드는데 최상급 마나석 하나를 통째로 갈아서, 부적의 재료로 써버렸으니까 돈지랄을 한 셈이긴 한데.

괜찮았다.

남으면 나중에 팔아버려도 됐으니까.

하루뿐이지만 어지간한 독기로는 까딱도 하지 않게 해주니까, 굳이 이런 데가 아니더라도 워낙에 험한 곳을 자주 돌아다니는 헌터들한테 팔면 잘 팔릴 거고.

“...이거, 비싸 보이는데~?”

비싼 거 맞았다.

저거 백 장에 재료비만 1억이라니까.

호아란이 만든 거라서 그 정도로 그친 거지, 다른 주술사가 비슷한 효과를 지닌 정화부를 만들려면 그 두 세배는 들었을 거다.

당장 저것들도 시중에서 팔면 백 장에 5억은 받아도 되지 않을까...

이걸 호아란이 만들었다는 걸 알린다면 원가의 열 배까지는 받아도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럼 여러모로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러진 않겠지만.

“아니,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이상하잖아. A랭크 헌터를 다섯이나 고용하고, 이런 것도 다 준비해두고... 게다가 웨어허니비들은 어째선지 너한테 깍듯하게 대하고... 너... 혹시...”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에일레야가 말했다.

“...실은 엄청난 부자라던가, 뭐 그런 거야?”

어...

“비슷해요.”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그런 거로 치기로 했다.

나중에 땅 생기면 집 짓는 데 쓰려고 남겨놓은 돈만 해도, 에일레야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고.

“흐응... 뭐, 알겠어. 그럼, 우리 쪽도 준비해둘 테니까 그쪽도 준비되면 움직여. 우리야 알아서 뒤쫓아갈 테니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그렇게 말하는 에일레야.

“네, 잘 부탁해요. 에일레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흘끗하고 아내들 쪽을 보더니, 에일레야가 말했다.

“그냥 전처럼 누나라고 불러도 돼~.”

“어... 괜찮아요?”

“그럼, 우리가 남도 아니고~?”

갑자기 내게 팔짱까지 껴오면서, 그렇게 말하는 에일레야.

뭐지.

여태까지 화가 나있었던 것은 어디로 가고, 살갑게 구는 에일레야를 보고서 살짝 당황했는데, 쁘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지금 무슨 소리가...”

내게 팔짱을 끼고 있느라 못 본 에일레야였지만, 나는 봤다.

릴리스가 방금까지 카르미나랑 놀아주느라 들고 있던 카드를 와자작, 하고 구기다 못해서 가루로 분쇄해버리는걸.

저게 구겨지는 게 아니라, 저렇게 가루가 될 수도 있는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곧바로 출발할 테니까 에일레야 누나는 클랜원들한테 방금 드린 정화부나 좀 나눠주실래요?”

“어, 어어... 알겠어.”

그대로 떠밀다시피, 에일레야를 밖으로 내보냈다.

“...왕이시어, 그럼 저도 준비를 위해 일단 나가보겠습니다.”

“아, 응.”

개빡친 릴리스를 보고서, 6974호도 눈치껏 밖으로 나가고서, 그제서야 여전히 에일레야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던 릴리스가 말했다.

“...저 늑대 년, 마음에 안 들어.”

“또 왜 그래...?”

“왜냐고? 보면 몰라? 네가 부자라니까 꼬리를 살랑대질 않나, 너한테 팔짱을 끼면서 우릴 쳐다보질 않나. 그전에, 반지는 왜 또 제멋대로 약지에 끼고 지랄이야?”

아무래도 조금 전의 에일레야가 나한테 하던 것을 보고서 기분이 나빠진 듯한 릴리스를 보고서 난처해하고 있자니,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우리들이 한조랑 별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심한 거 같았는데? 겸사겸사, 우릴 견제하려고 했던 모양이고... 그렇게 보면 조금 귀엽지 않아? 반지 하나로 희비가 바뀌는 것도 재미있고.”

“시끄러워, 나는 하나도 안 재밌거든?”

키득거리며 말하는 유스티티아의 말에, 아까 갑자기 에일레야의 기분이 좋아졌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유스티티아의 말대로, 반지를 받아들었을 때부터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졌던 에일레야였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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