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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7화 (237/523)

〈 237화 〉 땅 따먹기 (9)

* * *

낮에는 열심히 목적지까지 좀비들을 잡아가며 나아가고, 밤에는 들키지 않게 아내들에게 쪽쪽 빨려가면서, 그렇게 나흘에 걸쳐서 계속해서 이동했다.

근데 예상보다 진도가 많이 더뎠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나오는 좀비들이 강해진 탓이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생전의 모습에서 몸 어딘가가 뒤틀리거나 덩치가 좀 커진 수준 정도였던 좀비들이 어느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변형 수준이 아니라 아주 팔다리가 몇 개씩 더 달리거나, 내장에서 방사능으로 잔뜩 오염된 핏물이 뿜어져 나오는 식으로 변이까지 일어난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단순히 생긴 것만 더 끔찍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강해진 좀비들이어서 이쯤 가니까 대부분이 C급 헌터로 이루어진 은빛 늑대단의 수준으로는 서너 명이 한 마리씩 상대해야 잡을 수 있게 됐고, 나름 여왕의 기사들이란 이름을 받은 만큼 정예들로 이루어진 웨어허니비들도 둘이서 하나를 상대해야 잡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에일레야나 6974호는 혼자서도 잘만 잡고 있지만 좀비들이 강해지기만 한 게 아니라 튀어나오는 숫자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보니까 처음 때처럼 나아가긴 힘들었다.

이제 겨우 절반쯤 왔는데도 이 정도니까... 진짜 안쪽까지 가면 좀 힘들 듯싶었다.

그래서 슬슬 우리도 도와주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릴리스를 포함해서 다들 아직까진 괜찮다고 하고.

그런 아내들이 말한 대로인지, 매일 고생하는 자신들과 달리 명목상으로는 내게 고용된 A랭크 헌터들로 알려진 아내들이 나랑 같이 씽씽이 2호에 탄 채로 잠자코 있어도 은빛 늑대단에서도 별말 없었다.

아니, 별말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요리의 힘은 굉장했던 건지, 아주 은빛 늑대단 사이에서 누님이나 언니로 모셔지게 된 호아란이나 카루라였다.

심지어 에일레야조차도 저 둘에게는 이제 꼼짝도 못하게 되어버렸고.

호아란이랑 카루라만이 아니라 유스티티아도, 에일레야에게 건네줬던 아티펙트들 덕분에 한층 편해져 버린 야영 환경 덕에 매일 맛있는 밥을 해주는 호아란이나 카루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은빛 늑대단에서도 다들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워낙, 몸 자체가 극독이나 마찬가지인 녀석들이라 정화부로 정화하더라도, 상처에 직접 독기가 스며들어서 재생되지 않는 상처들을 치료해주는 카르미나의 경우가 바로 그 뒤를 잇고 있었고.

아무튼, 그렇게 나흘이 지나자 생긴 변화는 단순히 좀비들이 더 끔찍해지고 강해져서, 나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됐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난만큼, 이쪽에서도 유리해진 점은 있었으니까.

“죽어! 이 새끼들아!”

“밥 먹어야 한다고...! 뒈져!”

“꿀벌들! 여기 이거 마무리 좀 해줘!”

아예 밥때가 되면 폭주하듯이, 평소 쓰던 무기들은 내팽개치고서 두 팔로 좀비들을 잡아 뜯어버리는 은빛 늑대단들이나, 그런 은빛 늑대단들과 합을 맞춰서 공중에서 독침을 쏘아보내거나 창을 하강해가며 창을 찌르는 방식으로 지원하며 같이 싸우는데 익숙해진 웨어허니비들이 보였으니까.

그나저나, 웨어울프들이 싸우는 방식 진짜 터프하네.

좀비가 뿌려대는 독기가 아예 통하지 않게 해주는, 호아란의 특제 정화부라든지, 어지간한 상처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타고난 재생능력과 괴력이 있다고는 해도 저러는게 쉽지는 않아 보였는데.

아마 재생능력으로도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상처도 금방 치료해주는 카르미나가 뒤에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좀비들의 이빨이나 손톱 등에 팔다리가 움푹 패이는 상처를 입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 웨어울프들이 타고난 전사 종족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쨌든, 오늘도 이쯤에서 야영하게 되나 싶었을 때였다.

“으응, 이쪽... 눈치챘네.”

“응? 뭐가?”

대부분의 일은 필요한 아티펙트를 그때그때 꺼내다 주는 걸로 떼운 채 잠이나 자며 시간을 보내던 유스티티아가 대뜸 그렇게 말하길래 뭔가 싶어서 물었더니 후아암, 하품을 하고는 대답했다.

“응, 금방 알 거야...”

금방 안다니, 뭘 알게 되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유스티티아의 말대로 정말 금방 알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쿠웅...!

저 멀리서 들려온 굉음이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것이 보였으니까.

“저건 또 뭐야...?”

내가 살면서 온갖 좆같이 생긴 걸 다 봤는데, 지금 저건 그렇게 보아온 좆같이 생긴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생긴 녀석이었다.

온몸으로 좆같음을 표현하고 있다시피한, 비틀리고, 뒤틀리고, 거대해진... 그야말로 좆같음의 화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봐왔던 좀비들이, 변형이나 조금 더 좆같아져봤자 팔다리가 더 달린 수준의 변이를 거친 것들에 불과했더라면 저건 그러한 좀비들이 수십, 수백이 모여서 뒤섞이고 뒤엉켜서, 얼기설기하게 붙어있는 꼴을 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쿵쿵하고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달리는 건지, 기어 오는 건지 모를 형상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저놈의 몸에서 튀어나온 내장 같은 것들이, 주변에 잔뜩 핏물을 뿌려대기까지하는 것이 존나게 역했다.

“저것도 좀비야?”

뭔 씨발 저딴 게 어떻게 좀비인가 싶었는데, 유스티티아가 그런 내게 말했다.

“헤카톤케이르... 그렇게 불리는 개체야. 적게는 백 마리... 많으면 천 마리 단위로 뒤섞여서, 합쳐진 개체. 여기에 퍼졌던 마법인가, 주술... 그게 아니면 과학... 그것도 아니면 그 셋 모두...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몰라도 안쪽 깊이 들어갈수록 대부분이 저런 좀비들만 있거든. 방사능의 오염도 오염이지만, 사실 여기를 세계 정부가 정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쟤네 때문이야. 다행인 게 있다면, 쟤네는 오염도가 낮은 곳으로는 나오지 못하니까, 격리하는 것 자체는 별 힘은 안 든다는 거?”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던 것 같았다.

세계 정부 측에서도 안쪽에는 이런 애들이 있으니까, 혹시 마주친다면 그 이상은 진입하지 말라고 했던 녀석들이었나.

확실히 그렇게 경고할만했다 싶은 모습이었다.

저 녀석은 크기만 봐서는, 백 마리가 아니라 후자인 천마리 단위로 뒤섞인 꼴을 하고 있긴 한데.

몸 곳곳에서 여러 팔인지 다리인지 하는 것들이 돋아나고, 그것들이 전부 합쳐져서 거대한 팔들을 이루고 있는 데다가 그런 팔마다 나있는 고름이 흘러나오는 눈알들의 숫자만 해도, 적어도 합쳐진 좀비가 백 마리는 훌쩍 넘기고 있어 보였다.

그런 녀석이, 육중한 몸을 움직이면서 아무리 방치되고 노후화되었다고는 해도, 폐허가 된 이런저런 건물들을 몸으로 죄다 무너뜨려가며 돌진해오니까, 안쪽에 저런 것이 몇이나 있을지는 몰라도 확실히 다 잡아버리긴 힘들 것 같았다.

어차피 오염된 구역이 아니라면 넘어오지도 못한다면, 그냥 차라리 안건드리고 내버려둔다는 판단을 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꾸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ㅡ!!”

그리고, 우리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포효하기 시작하는 녀석.

목소리도 좆같네 저거.

그냥 포효만 하면 모를까 포효하느라 벌어진 아가리에서 후두두둑하고 쏟아지는 핏물이, 그 안에서 잔뜩 튀어나오는 구더기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존나 더러웠다.

말이 구더기지 덩치가 존나 산만한 저 녀석의 입밖으로 쏟아지는 구더기들이, 거의 사람 머리만한 것들이었기에 더더욱 역겨웠다.

아무튼, 헤카톤인지 뭔지하는 녀석의 등장에 은빛 늑대단이 대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 보였다.

“씨발... 저거 잡으려면 오늘은 화란 누님이랑 캬루 누님이 해주는 밥 먹긴 글렀겠는데요, 에일레야 누님?”

“밥 타령 그만하고, 일이나 해 이 새끼야!”

그나마, 둘...

에일레야와 매일 뺀질거리다가 에일레야한테 얻어맞던 이반이라고 불리던 웨어울프만이 멀쩡했다.

꼬리를 말고 움츠린 다른 웨어울프들과 달리 서서히 몸을 부풀리며, 새하얀 털을 가진 웨어울프로 변하기 시작하는 둘을 보니까 저 둘도 평상시에 좀비들을 잡을 때처럼 무기를 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웨어울프가 가진 가장 강한 무기인, 육체 그 자체를 쓰는 편이 낫다고 여긴 것 같았다.

아무튼, 웨어울프쪽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 6974호를 비롯한 웨어허니비들을 봤다.

“기사들. 전원, 전투 준비.”

응, 저쪽은 딱히 걱정 없어 보였다.

아예 공포를 모르는 듯, 평상시나 마찬가지로 창을 쥐고서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웨어허니비들... 전에 릴리스랑 호아란이 내가 납치된줄만 알고서 꿀벌 왕국에 쳐들어오다시피 했을 때 죄다 나가떨어져 가면서도 둘에게 계속해서 돌격하던 애들이었다.

에일레야나 이반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야 점점 정신을 차리고는 수화를 하기 시작하는 웨어울프들이랑 달리 저쪽은 모랄빵 걱정은 없어 보였다.

저것도 개인보다는 집단, 군체를 중요시하는 곤충형 웨어비스트들의 특징일까.

문제는 딱히 그쪽이 아니긴 했지만.

“저거 그냥 내버려 둬도 돼?”

“으응, 글쎄... 웨어울프쪽은 저 둘은 괜찮을 것 같지만 나머지는 조금 다칠 수도...? 웨어허니비들은 날 수 있으니까, 딱히 문제 없겠고. 저 개체는 하늘을 날고 있는 웨어허니비에게 공격할 만한 수단이 없어 보이니까. 위험한 건, 피를 토하는 것 정도인데... 정화부가 있으니까 그것도 소용없을 거고.”

직접 저 존나 많은 팔로 두들겨 맞을 웨어울프쪽은 위험하긴 하다는 거구나.

근데 내가 봐도 그래 보였다.

생긴 것도 좆같이 생겼는데, 좆같이 세 보이기까지 했다.

비쥬얼만큼은 전에 두들겨팼던 기간테스니 뭐니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하고.

그래도 어차피 아내들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해주겠거니 생각했는데 릴리스가 말했다.

“한조. 저거 네가 한 번 잡아봐.”

“...으응?”

나?

“갑자기?”

“생긴 것만 저러지, 저 정도는 너라도 충분히 잡을만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우리가 알아서 도와줄 테니까 한 번 해봐.”

아니...

딱히 그쪽을 걱정한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하잖아.

일단 나는 고용주인 입장인데...

내가 고용한 걸로 되어있는 A랭크 헌터들인 아내들이 가만히 있고, 정작 내가 움직이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근데...

“잡고 오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 테니까.”

“좋아. 간다.”

이어진 릴리스의 말에 냉큼 몸을 일으켰다.

릴리스가 주는, 뭐든 들어주는 소원권 하나 정도라면 해볼 만하지.

“에일레야 누나, 저도 도울게요.”

“뭐...? 한조 네가? 아니, 그 사람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에일레야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하다가, 그냥 대충 둘러댔다.

“걱정하지 마요, 버프 받고 왔어요.”

나중에 릴리스한테 뭐든 시킬 수 있는 소원권 하나를 받기로 했으니까 버프 맞지.

뭐, 소원권을 대체 어떻게 써야지 잘 써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버... 뭐?”

내 말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던 에일레야였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꾸우어어어어엉ㅡ!”

쿵, 쿵, 쿵...!

녀석이 이쪽을 향해 돌진해왔으니까.

그래서, 이쪽도 마주 달려줬다.

“뭐...?! 한조...! 야! 멈춰...! 멈추라니까?!”

냅다 뛰쳐나가는 나를 보고서 기겁하면서 뒤쫓아오는 에일레야.

하지만, 에일레야가 나를 채 붙잡기도 전에 끝나고 나서 릴리스한테 뭘 부탁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발기하기 시작하는 자지와 함께 발현한 기프트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 몸을 ‘천호의 갑주’와 ‘용 발톱’이 두르기 시작했다.

“뭐...”

나를 붙잡으려다가 말고, 전신에 천호의 갑주를 두른 나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짓는 에일레야를 뒤로하고서 일단 크게 한 방 날리고 보기로 했다.

키이이이잉...!

‘용 발톱’에서 치솟아 나온 다섯 개의 독침들.

그것들이 마구 회전하면서,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암무트에게서 받았던 신성을 몸에 두르고서 뽑아냈던, ‘존나게 큰 꿀벌 펀치’의 독침때랑 비교하면 절반도 채 안 되긴 했지만, 일단 지금의 나로서는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키워낸 독침들을, 그대로 헤카뭐시기한테 날려 보냈다.

푸쾅!

‘용발톱’에서 쏘아져 나간 독침들을, 생긴 것답게 대가리가 좋지 않은 모양인지 피할 생각도 안 하고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는 녀석.

푸화아악, 하고 그대로 살뭉탱이를 도려내가며 관통해나간 독침들에 내가 노린 곳에 커다란 구멍이 다섯이나 뚫려버리는 녀석이 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뒤늦게, 나를 쫓아왔다가 내가 구멍을 잔뜩 내준 녀석을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에일레야가 보였다.

“뭐긴요. 저거 족치는거나 도와줘요, 누나.”

“어...? 어... 응!”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일레야랑 같이 구멍이 잔뜩 나버린 다리들에, 그 거대한 몸을 쓰러뜨리는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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