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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8화 (238/523)

〈 238화 〉 땅 따먹기 (10)

* * *

“가까이서 보니까 더 좆같이 생겼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커다랗고 좆같이 생겼을 뿐이었는데 올라타서 보니까 이제까지 봤던 변형된 좀비나 변이한 좀비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 눈에 띄어서 한층 더 좆같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줬다.

덜 이어 붙어진 부분 사이사이로 기어 다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구더기들도 존나 역겹고.

“약점은... 딱히 없어 보이네.”

눈에 집중해서 잠깐 살펴봤지만, 딱히 이렇다하게 특징적인 부분은 없어 보였다.

기가 모인다거나 하는 부분도... 아예 없었고.

생긴 거는 존나 크고 기괴했지만, 여태껏 봤던 좀비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변형된 커다란 살덩이에 불과했다.

그게 좀 많이 썩고, 많이 뒤틀렸을 뿐.

덕분에,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처치할 수 있는지 결론은 금방 나왔다.

여타 좀비들이랑 똑같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박살이 나도록 찢어발기면 그만이었다.

푸슛...!

다시금, ‘용 발톱’에서 튀어나오는, 기다란 독침들을 뽑아내고서 내 뒤를 따라서 헤카 뭐시기 위로 올라왔던 에일레야에게 말했다.

“저는 이쪽부터 조질 테니까, 누나는 그쪽 부탁해요.”

“어... 어어, 응. 알았어!”

수화를 거쳐서, 커다랗고 흰 늑대처럼 변한 에일레야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냅다 ‘용 발톱’을 꿈틀거리는 헤카 뭐시기에게 내리꽂았다.

나랑 에일레야에 이어서, 우리를 도와주러 온 은빛 늑대단과 웨어허니비들과 같이 두 시간이 넘게 드잡이질해서 겨우 잡은 헤카 뭐시기.

꿀벌 펀치로 수십 번이나 몸이 꿰뚫리고, 그 외에도 온몸이 웨어울프들과 웨어허니비들에게 난도질당하고 나서야 더 이상 움직이게 되지 않는 녀석이 보였다.

릴리스가 말한 대로 덩치가 조금 컸지만, 그냥 무작정 거대한 몸을 휘두르거나 피를 토해댈 뿐인 녀석이라서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덩치만큼이나 존나게 맷집이 좋아서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무튼, 꿈쩍도 하지 않는 데다가 움직이지 않게 된 순간부터 순식간에 썩어들어가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고서 어디서 주워들은 대로, 얘도 뭔가 나올까 싶어서 길게 뽑아낸 독침으로 나자빠진 녀석의 몸을 휘적휘적하고 있었는데 나랑 같이 한바탕 날뛰느라 온몸을 핏물로 칠한 에일레야가 말했다.

“거기서 뭐 해~? 한조~?”

“얘한테서 뭐 나오나 싶어서요.”

“아... 아마 뭐 없을 걸~? 이런 부류는 나오는 거라고는 다 썩은 고기 정도뿐이라 채산성이 전혀 없으니까~”

“...존나 힘들게 잡았는데요?”

다 같이 두 시간이 넘게 드잡이질하면서 잡았는데?

내 표정에서 대충 그런 속마음이 드러났는지 어깨를 으쓱인 에일레야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별수 없어. 이렇게 보여도... 그냥 이미 죽은 지 한참 지난 시체가 움직였을 뿐인 거니까~ 한조도 느꼈지~? 덩치만 컸지, 쑹텅쑹텅 베이고, 그냥 고깃덩어리인걸. 얘네는 마법 때문에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서 그쪽으로 팔만한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얘를 잡았다는 증거가 될 만한 것만... 예를 들어서, 이런 것만 가져가면 그만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푸욱하고 쓰러진 녀석에게서 두 단검을 꽂더니 그나마 멀쩡한, 얼굴만 한 눈알을 뽑아내는 에일레야가 보였다.

“그렇구나.”

지식이 늘었다.

어차피 내가 헌터로 뛸 생각도 없으니 이런걸 알아봤자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

아무튼, 뭘 쑤셔도 나올 거 없다는 에일레야의 말을 들었기에 헛짓거리는 그만하고서, 녀석의 몸에 꽂아 넣었던 독침을 그냥 그대로 뽑아냈다.

독침을 도로 회수할 수도 있긴 한데, 저런 녀석의 몸에 찔러 넣었던 걸 다시 몸속으로 집어넣기도 뭐 하니까.

“그보다, 한조~? 뭐야 대체~? 너 그렇게 강했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그렇게 묻는 에일레야.

뭔가 내가 부자라는 걸 알았을 때보다도 한층 더 빠르게 흔들리는 꼬리들이 보였다.

“일단, 저도 참가 자격을 얻은 거니까요.”

“하긴 그러네. 돈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자격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쪽은 스폰서 형식으로 후원하거나 했었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에일레야가, 뭔가 갑자기 부담스럽게 나를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저기, 한조~?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하니~?”

에일레야가 전에 했던 말...?

“내 보지 이제 네 전용 보지라고 했던 그거요?”

“아, 아니... 그거 말구...”

그게 아니었나보다.

또 뭐가 있었나 싶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에일레야랑 만났던 것도 벌써 몇 주나 더 된 일이기도하고.

그때 했던 말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내 머리가 좋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 전용 보지가 되기로 맹세했던 에일레야의 말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러고 보니, 허벅지에 그거 아직 남아 있으려나.

유성 매직이라고 해도, 몇 주나 됐으니까 이미 다 지워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궁금한데, 가죽으로 된 바지를 입고 있는 에일레야라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일단, 돌아가서 빨리 야영 준비하고 씻죠. 냄새 엄청난데.”

열심히 잡아 족치느라, 에일레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다들 피투성이었다.

그냥 피도 아니고 다 썩어 버리다 못해서 고름투성이였던 피로 잔뜩 물들인 채여서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에일레야의 허벅지 안쪽에 적어뒀던 강한 좆 전용 보지라는 글자가 아직 남아 있는지 아닌지보단, 일단 다 끝났으니 쉴 준비나 하고 몸이나 씻는 게 우선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것도 그러네하고 에일레야가 말했다.

“거기! 다들 그만 농땡이 피우고, 쉴 준비나 해!”

한바탕하느라 다들 지쳤을 텐데도, 에일레야의 말에 몸을 일으키고서 야영 준비하는 은빛 늑대단을 보니까 확실히 경험이 많은 헌터들이다 싶었다.

단순히 에일레야의 말에 우르르 야영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딱히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더욱.

은빛 늑대단의 몇몇은, 이 시체는 대체 어떻게 치우나하고 고민하고 있기도하고.

이대로 내버려 둬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밤중에 냄새도 냄새고, 좀비들의 어그로를 잔뜩 끌어댈 테니까.

유스티티아가 만든 아티팩트, 몬스터들을 물리는 말뚝의 효과는 단순히 이쪽으로 몬스터가 오기 꺼려지게 하는 것이지, 그것도 냄새 풀풀 풍기면서 어그로를 끌어대면 아무 소용도 없었으니까.

아무튼, 저런 건 진짜 고용한 헌터가 해야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싶어서, 나도 냉큼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생했구나, 한조야.”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는 씽씽이 2호로 돌아가자, 내게 다가온 호아란이 내 몸에 잔뜩 묻은 핏물들을 없애주며 그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호아란.”

“후후, 별것도 아닌 것을 다 고마워하는구나.”

호아란의 처지에선 이 정도야 별거 아니더라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그냥 씻으려고 했으면 한 시각은 박박 문질러댔어야 했을 텐데.

“멋졌노라! 영웅이여! 과연 여의 남자다웠노라!”

“그래?”

카르미나도 그렇게 말하고, 가끔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진짜로 가끔만.

아무튼, 호아란이나 카르미나에 이어서 다른 아내들에게도 한껏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쳐다보자, 얼굴을 붉히며 멋졌다고 말해주는 카루라와 키득거리며 제법이었다고 칭찬해 주는 유스티티아.

마지막으로 헤카 뭐시기를 잡으라고 했던 릴리스의 말을 기다리고 있자니, 나를 보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역시, 너... 조금 느리네.”

“응...? 느리다니, 뭐가?”

“기프트 말이야. 조건이 조건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확실히 발동할 때까지 너무 느려. 이번에는 별 상관없었다지만, 갑자기 너한테 덤벼드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때는 어쩌게?”

“어...”

갑자기 달려들면 어쩌냐고...?

그럴 일이 그렇게 자주 있을까?

애당초, 릴리스가 느리다고는 했지만 자지를 억지로 발기시키는 것도 이제는 가능하기도하고, 거기까지 수초도 채 안 걸렸다.

근데 대체 뭐가 느린 거냐고 물어 봤더니, 릴리스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러면?”

후욱, 하고 내게 뻗쳐오는 릴리스의 주먹.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바로 내 코앞에서 멈춘 릴리스의 주먹이 보였다.

“이거... 내가 멈추지 않았더라면, 방금 그걸로 머리가 터져서 죽었을 거야. 기프트를 발현한 상태였어도, 막지 않았으면 치명상이었을 거고. 뒤늦게라도 발동시킬 수 있다면, 웨어울프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재생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글쎄...”

“......”

“딱히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좋아. 갑자기 네가 눈치채지 못한 방향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그때는 어쩔 거야?”

그건...

할 말이 없어서, 입을 꾹 다물자 릴리스가 그런 나를 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언제나 네 옆에 붙어서 널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최소한 너 스스로가 우리가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수준은 되어야 하니까.”

그런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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