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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39화 (239/523)

〈 239화 〉 땅 따먹기 (11)

* * *

“자, 한조 너도 받거라.”

“고마워요, 호아란.”

오늘도 헤카 뭐시기를 잡느라 힘을 좀 써서 그런지 요 며칠 동안은 남들과 똑같이 먹던 음식이랑 달리 약 뿌리가 둥둥 떠다니는 약탕이이었다.

이거 써서 싫은데...

그래도 지금 이거 안 먹으면 있다가 고생하는 건 나였다. 그래서 얌전히 호아란이 건네준 내 전용 요리를 받아들자 그런 나를 보던 호아란이 말했다.

“한조야, 아까 릴리스가 했던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릴리스는 어디까지나...”

“알아요, 제 걱정한 거.”

“...그러느냐?”

아니,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데...

애당초, 릴리스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내게 뭐라고 한 적도 없었고.

아무튼 릴리스의 말을 듣고서 나도 생각해봤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솔직히 요즘 그런 경향이 있긴 했다.

저번의 천마의 수제자라던 녀석을 일방적으로 후두려패서 이긴 것도 있어서 그런지, 이 정도면 나도 좀 센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깔렸다고 해야 하나.

한동안 위기라고 할 것도 없었고, 그래서인지 살짝 자만해질 뻔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릴리스의 말대로 사전에 먼저 기프트를 발현시키고 난 뒤에 일이었는데, 기프트 없이는 평상시엔 좆도 없는 인간인 주제에 너무 겁 대가리가 사라진 상태긴 했다.

항상 이럴 때마다 뭔 일이 터지고는 했는데.

어차피 이번에는 아내들 모두가 있으니까,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것 없는 전력이긴 한데...

이런 쪽으로 존나 재수가 없는 나였으니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아내들이랑 떨어졌을 때, 때마침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강적을 만나게 돼서 좆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으니.

“...기프트 발현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법이라.”

내 기프트가 발현하는 전제 조건은 아직도 내 자지가 발기 중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조건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본 결과, 그날 그날 아내들이 입고 있던 팬티를 부적 삼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거나, 그런 부적이 없다고 해도 억지로 자지를 세우거나 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됐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주 잠깐은 발기를 안 한 상태에서도 기프트를 쓸 수 있게까지 되기는 했다.

근데, 릴리스의 말을 들어 보니 그걸로는 한참 부족하긴 했다.

지금도, 어차피 호아나 암무트를 사전에 소환해 둔다면 언제든지 내가 기프트를 발동시킬 시각은 벌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안 된다면?

진짜 내 힘으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믿을 건 나뿐인데 이래서야 안 되긴 했다.

거기에 애당초 그 둘을 상시로 소환해서 내 곁에 붙여두고 있는다고 해도, 그 둘은 무적이 아니었다.

유스티티아가 준 드래곤 하트로 강화된 호아나 영락했다고는 해도, 한때 신이었던 암무트야 여전히 나보다는 강하긴 했지만.

내가 보았던 적 중에서도, 가장 강했던 그 백발의 씹년이나 페도 해골 수준의 적이라면 호아나 암무트로도 그 잠깐의 시간을 벌어 주긴 힘들 테니까.

애초에 어째서 내 기프트의 발현 조건은, 발기했을 때만이지?

이제 와서 생각하기엔 너무 늦지 않나 싶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어째서 그런 조건에서만 내 기프트가 발현하는지 생각해봤다.

어째서 기프트가 발현하는 조건이, 발기할 때만인지 알 수 있다면, 굳이 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프트를 발현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아주 잠깐이나마 가능한, 자지를 발기시키지 않은 채로 기프트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린다거나...

근데 생각해 봐도 별로 떠오르는 건 없었다.

사실 잠깐 생각해서 떠올랐더라면, 진작에 떠올리고 남았을 거다.

음...

역시 생각하는 쪽은 나랑 영 안 맞았다.

“저기, 호아란. 부탁 좀 해도 돼요?”

“부탁...? 아, 안 된다, 한조야. 아직 시간이 안 되지 않았느냐...?”

“...아뇨, 그쪽 부탁 말고요.”

솔직히 순간 혹하긴 했는데, 그건 어차피 좀 있다가 할 일이니까 지금은 미뤄도 됐다.

후루룩, 그대로 약탕을 단숨에 삼켜서 비워 버리고는 말했다.

“아까 그거, 제가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좀 도와주실래요?”

머리를 써가며 뭘 배우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으니까.

그게 안 되면 처맞아가면서 배우면 그만이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뭘 배우는 데 있어서 머리보다는, 그냥 될 때까지 계속하고 마는 것이 나였으니까.

잘 모르겠으면 알 때까지, 쌍코피가 터져나오도록 계속 외우면 그만이고, 싸움같은 것도 처맞아다보니까 어느 샌가 잘하게 됐었다.

아무튼, 나는 말 만으로는 잘 들어 처먹지 않는 새끼란 거였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호아란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카루라, 미안 하지만 본녀의 몫까지 자리를 메워줄 수 있겠느냐?”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어차피 남은 것은 음식을 더 받으러 오는 것을 나눠주는 것이니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고맙구나, 카루라. 그럼, 한조야. 여기서는 조금 그러니 일단 장소를 옮기자꾸나.”

“이쯤이 좋겠구나.”

오늘 야영하기로 한 곳에서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선 호아란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본녀가 아까의 릴리스처럼, 한조 너를 공격하면 되겠느냐?”

“넹, 부탁할게요.”

“음... 그럼, 시작하마.”

그렇게 말한 호아란의 소매가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내 이마에 찰싹, 하고 부적이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어.”

“방금 그걸로, 본녀가 진심으로 공격했더라면 한조 너는 죽었을 것이니라.”

그러게.

릴리스때랑 달리, 이번에는 시작한다고 알려주고서 움직인 호아란인데도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그때의 릴리스도 진심은 아니었고, 지금의 호아란도 진심은 아니겠지만.

그런데도 그때의 릴리스나 지금의 호아란이나 전혀 움직이는 것조차도 보지 못했는데, 사실상 릴리스나 호아란이나 진심으로 날 공격했던 거라면 이미 끝장난 상태인 결과가 나와버렸다.

아무튼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보다 몇 수 위의 적이 기습해 오면, 난 존나 꼼짝도 못 하고 당하고 본다는 사실을.

그냥 조금 다치고 마는 수준이라면 다행이지, 지금처럼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거나 한다면 웨어울프의 재생 능력이고 자시고도 할 것도 없이 즉사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다.

“...다시 부탁해도 될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아프게 해 줘요.”

“...아프게 말이더냐?”

“네.”

지금처럼, 그저 찰싹하고 부적이 이마에 붙는 정도라면 아무런 위기 의식도 들지 않았다.

아마 이대로라면 며칠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조금이라도 아파야지, 아프기 싫어서라도 몸이 먼저 움직이겠지 싶어서 그렇게 말하자 고민하던 호아란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조금 힘을 실어서 공격해 보마.”

“네,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한 직후에, 호아란이 손을 휘젓는 것을 보고서 기프트를 발현시키려고 했는데.

뿌악!

“끄흡...”

그전에 호아란의 부적이 내 명치에 처박혔다.

이건, 존나게 아프다.

분명 조금 힘을 실어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조금이라고...?

아니, 기프트를 제때 발현한 상태였다면 정말로 조금 아프고 말았을 수준의 공격이긴 했는데.

문제는 그러질 못해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팠다.

“괘, 괜찮느냐? 한조야?”

“괘, 괜찮아요...”

내가 아직 어릴 적에, 고아원장에게 복부를 걷어 차이고서 갈비뼈가 두세 개 나갔을 때만큼 아프긴 했는데 버틸 만은 했다.

“조금 더 힘을 줄이는 편이 좋겠...”

“아뇨, 이대로가, 딱 좋아요.”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존나게 아픈 만큼, 또 처맞기 싫다는 동기부여가 팍팍 되니까 이대로가 좋았다.

덕분에 정신도 확 들었다.

“그럼... 다시, 부탁할게요, 호아란.”

“...알았느니라. 그럼, 계속 가마.”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호아란을 보고서, 이번에는 제대로 집중했다.

보고서 반응하는 건 무리다.

애당초, 릴리스의 주먹이나 지금의 호아란의 부적이나 어떻게 날아오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 하는 순간 억하고 당하고 난 뒤였으니까.

그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미 기프트를 발현 중일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웨어울프의 종족 능력 중 하나인, 제 육감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날카로운 감각이었다.

미처 상대가 공격해 온다는 사실을, 나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도...

공기가 흔들리는 진동, 냄새, 그 밖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오감이, 아주 미세한 변화마저도 캐치해서 위기 그 자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뒤통수고, 땅 밑에서 치솟아오는 공격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나 자신의 신변에 대한 위협 그 자체를 알아내는 직감이 필요했다.

이제까지 그러려면 기프트가 이미 발현 중이어서, 웨어울프의 종족 능력으로 오감이 대폭으로 강화된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든 하기로 했다.

어떤 느낌인지는 안다.

이미 수없이 느껴봤던 감각이니까.

찌르르, 하고 뒤통수가 근질거리던 느낌.

어디서 뭐가 오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많이도 느껴봤으니까.

단지, 지금은 그런 것을 느꼈을 때보다 덜 예민할 뿐이었다.

인간보다 몇 배는 예민한 감각을 지닌 웨어울프의 감각은 없더라도, 인간도 아주 냄새를 못 맡는 것도 아니고, 보지 못 하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부족할 뿐이지, 없는 건 아니다.

더 날카롭게.

인간인 나라도 가지고 있는오감을 곤두세워서.

“...지...!”

찌르르, 하고 등골을 타고 오르는 느낌에 곧바로 잠시나마 발현 가능한 기프트로 웨어울프의 능력으로 신체를 강화하고서 고개를 뒤로 젖히려고 했는데.

빠아악!

미처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전에 그런 내 이마를 다시 호아란의 부적이 강타했다.

덕분에, 그 충격으로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하, 한조야? 괜찮느냐?!”

그대로 뒤로 몇 미터나 날아버린 나를 보고서 놀라서 달려온 호아란.

“......괜찮아요.”

문질문질, 아마 존나 빨개졌을 이마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부적을 피하는 건 못했지만, 호아란의 부적이 닿기 직전에 신체를 강화해서 덜 아프게 맞는 것에는 성공했으니까.

확실히 맞아보니까, 아까 호아란이 말했던 조금 힘을 실은 기준이 내가 기프트를 사용한 상태가 맞았나 보다.

그마저도 기프트가 완전하게 발현하기 전에 맞은 거라 여전히 아프긴 한데...

그래도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느낌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호아란에게 말했다.

“대충, 알았으니까. 계속하죠. 호아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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