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소제목 몰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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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서 고마워! 고용주 형씨! 이야, 처음에는 그냥 생긴 것만 좀 봐줄 만한 새끼인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든다니까! 누님이 반한...”
“입 닥쳐, 이반.”
꾸웅, 하고 에일레야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입을 다물려진 이반이 머리통을 움켜쥐고서 주저앉는 것을 보고서 어째 저 양반이랑 나랑 뭔가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떠들지 말고, 할 거 없으면 빨리 이거나 들고 좀비들 몰려오기 전에 꽂기나 해. 어제처럼 구멍 내서 좀비들 들어오면 진짜 가만 안둘 거니까 그렇게 알고.”
“아니, 누님. 그거 제가 낸 구멍 아니라니까요?”
“그거 감독하던 새끼가 너였잖아! 시끄럽고 빨리 가, 이 멍청아! 이번에는 임시로 야영하는 게 아니니까 제대로 해!”
“맨날 나만 갈궈... 끄응... 존나 아파라...”
추욱, 꼬리를 늘어뜨린 채 투덜거리면서, 에일레야에게 받은 말뚝을 꽂으러 가는 이반을 보니까 더더욱 그런 기분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거랑 비슷한 걸 나도 자주 겪었던 것 같은 기분인데.
“그보다, 한조. 여기 진짜로 괜찮겠어? 우리야 어차피 돈도 받았고, 고용주인 네가 가자니까 오기는 했는데... 아무리 봐도 여기는,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정화하는 게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까지 사람을 부르려면 또 한참은 있어야 하고.”
“아, 그건 걱정하지 마요. 정화 쪽은 화란이랑 유스티, 그리고 카르미가 해줄 거니까.”
다른 쪽은, 대충 정화할 장소의 주변을 정리한 뒤에는 세계 정부쪽에 연락을 해서 정화 담당으로 온 사제들이나 마법사, 술사들을 불러야 했지만 우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당장 호아란은 그 어떤 주술사랑 비교할 수도 없는 독보적인 대주술사이고, 유스티티아가 미리 만들어놓은 정화 관련의 아티펙트도 잔뜩인데다가, 카르미나는 사령 술사인데도 정화를 사용할 수 있는 사령 술사였으니까.
그런 내 말에 고개를 얼떨떨하게 말했다.
“화란 언니랑 유스티 언니랑... 그리고, 카르미씨가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왜 카르미만 카르미씨에요?”
“카르미씨는 사제분이니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음, 뭐...
사제들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
여기서야 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야 아무래도 좋은 것, 사실상 퇴물 취급받기는 했지만 다른 세상에선 신성력을 다루는 사제는, 어떻게 보면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로 취급받기도 했었다니까.
경우에 따라선 귀족이나 왕족보다도 더 높은 분 취급 받았다고도 하고.
에일레야가 온 차원에서 사제가 그런 존재였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작 카르미나는 사제가 아니라 네크로맨서, 사령 술사지만.
그래도 전직이 파라오에, 그쪽 세상의 신이나 마찬가지였던 현인신이란걸 알면 비슷하게 어렵게 대하긴 할 것 같긴 했다.
뭐, 에일레야 언니라고 부르고 있는 호아란이나 유스티티아가 스물둘의 영웅이란 걸 알게 되면 똑같겠지만.
“아무튼, 그 셋이 여길 정화할 수 있다고?”
“네, 뭐.”
그런 내 대답에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에일레야가 보였다.
“왜 그래요?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음... 내 말 이상하게 듣지 말고 한 번 들어봐? 딱히 내가 싫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의견을 낼 뿐이니까.”
뭔데 그러지.
“네, 뭐.”
고개를 끄덕이자, 에일레야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내게 자그맣게 말했다.
“...화란 언니도 그렇고, 유스티 언니도 그렇고, 아니, 그 둘만이 아니라 네가 고용한 헌터들 전부 다... 정말로 A급 헌터가 맞기는 한 거니?”
“어... 왜요?”
“내가 실력만으로 B랭크가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B랭크 헌터에게 크게 꿀리진 않거든...? 아니, 전투쪽으론 나도 어지간한 B급 헌터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해. 거기에 나도 이쪽에서 일하다 보니까 알고 있는 A랭크도 몇 명 있고... 근데, 그 A랭크 헌터들도 언니들이랑은 상대가 안 된단 말이야.”
그야 아내 중에서도 가장 약한 카루라도 일반적인 A랭크 헌터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당연한 건데.
근데, 그 사실을 모르는 에일레야니까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그래도 일단 모두 A랭크 수준에 맞춰서 활약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이상한가 싶었는데 에일레야가 말했다.
“특히 저 릴리라는 사람이 제일 이상해. 무슨 권투사가 저래? 아무리 권투사라고 해도, 최소한 주먹을 보호하기 위한 건틀렛이든 뭐든 차는데, 저 사람은 진짜 그냥 맨주먹이잖아. 근데, 그 맨주먹에 맞으면 진은을 섞어서 만든 칼로 내리쳐도 잘 썰리지도 않는 좀비들이 펑펑 터져나가고. 겉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그냥 인간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인간인데 저렇게 강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타지역의 헌터라고 해도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고.”
어쩌지.
존나 의심하는 것 같은데.
호아란의 주술로, 뿔이랑 꼬리를 감추고 머리도 호아란이랑 색을 바꿔서 금발로 물들여서, 일단 겉보기엔 그냥 인간으로밖에는 안 보이는 릴리스가 주된 의심의 대상인 것 같았다.
하긴, 저렇게 강한 인간이 헌터 중에 있었다면 업계 종사자인 에일레야도 소문이라도 들어봤음직 한데 전혀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더라면 의심스러울 것 같긴 했다.
“게다가, 저 릴리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언니들이랑 카르미씨도 그래. 다들 그렇게나 잔뜩 좀비들을 때려 잡아놓고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으니까. 카르미씨도 수십 명을 치유하고도 멀쩡하고. 어지간히 뛰어난 사제도 열 명 정도 치료하면 헉헉대는데...”
“어... 지금도 다들 쉬고 있잖아요.”
A랭크 수준에 맞춘다고, 적당히 쉬엄쉬엄하는 아내들인데 대체 뭘 보고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싶었는데, 에일레야가 말했다.
“냄새가 전혀 안 난단 말이야. 보통... 피로한 사람한테는 특유의 냄새가 나거든.”
“냄새? 땀 냄새 같은 거요?”
“아니, 그런 거 말고... 음, 인간인 한조는 맡지 못하는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근데 언니들이나 카르미나씨, 그리고 저 릴리라는 사람도 한 번도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단 말이지.”
그야 다들 그냥 A랭크 헌터라는 컨셉을 지키려고 쉬어가면서 하는 거지, 실제론 진짜 아무도 지치거나 하진 않았을 테니까 당연하긴 한데.
나랑 달리 진짜 웨어울프는 그런 냄새까지 맡을 수 있나 보다.
“...하여튼, 조심하라고. 신분을 속이고 접근해온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신분은 속인 건 맞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아내들이 활약하면서 엄청나게 빠르게 진도를 뺀 건 좋은데 덕분에 의심을 사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말이나 돌리기로 했다.
“일단, 다들 신뢰할 수 있는 헌터들이니까 그건 걱정 않으셔도 돼요. 그보다, 에일레야 누나?”
“응?”
에일레야의 관심을 돌릴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가 떠오른 것이 있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누나 곧 있으면 발정기였었죠? 저번에 제가 보냈던 문자는 보셨었어요?”
답장은 안 왔지만, 대부분은 읽씹이었던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묻자, 살짝 얼굴이 붉어진 에일레야가 보였다.
“...봤는데, 그건 왜~?”
“저번 발정기 때는 제가 못 해드렸으니까, 다음 발정기 때는 진짜 제가 제대로 풀어드린다고요. 아, 이번엔 공짜로 해드릴게요.”
“...공짜? 몇 번이나?”
어차피 여길 정화한다고 쳐도, 집을 짓고 이것저것 일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한동안은 계속 디스펜서나 하고 있을 예정이기도 했고, 보통 20번 내지로 할 수 있으니까... 따로 다른 손님들의 예약을 안 잡아둔다면 에일레야한테만 20번 정도는 가능했다.
그래도 이럴 때는 10번이니 20번이니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말이 있었다.
“누나가 그만해달라고 할 때까지, 계속. 어때요?”
어차피 저번에는 세 번 만에 항복했던 에일레야였다.
그때랑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성장한 지금에 와선, 한 번 안에 우는 소리를 낼 때까지 에일레야를 마구 보내줄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자, 휙휙하고 꼬리를 흔드는 에일레야가 보였다.
“...약속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진짜로 약속, 지켜야 한다? 도중에 힘들다고 빼는 것도 안되니까~?”
“넹.”
누가 빼달라고 할지는 두고 볼 일이긴 한데.
아, 그런데.
“에일레야 누나, 쿠폰은 잘 있죠?”
“쿠폰?”
고개를 갸우뚱하던 에일레야의 꼬리가 쭈뼛거리며 서는 것이 보였다.
“아, 아아... 그, 그거~?”
“네, 그거. 잘 있죠?”
휙휙,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는 에일레야.
왜 저러나 싶었더니, 나를 보며 얼굴을 붉힌 에일레야가 슬쩍, 바지춤을 붙잡으며 말했다.
“...확인해볼래~?”
“어... 지금요?”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살짝이라면...”
그런 에일레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내게 다가온 에일레야가 스윽하고 바지춤을 잡고, 살짝 벌리는 것이 보였다.
“보, 보이니~?”
“...아뇨.”
정말이지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안 그래도 에일레야가 몸에 잘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고 있는 터라 허벅지 안쪽에 유성 매직으로 적어둔 강한좆 전용 보지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거뭇거뭇하게, 뭐가 적혀져 있는 것까지는 보이긴 한데.
그 대신에,
“누나, 털 많이 자랐네요.”
일반적으로 웨어비스트들은 체모가 많은 편이었는데, 당연히 웨어비스트 중 하나인 웨어울프인 에일레야도 털이 풍성한 편이긴 했다.
그래도, 손님으로 올 때는 정리를 잘해둔 편이었는데.
지금은, 팬티 밑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수북한 보지털이 보였다.
아예 팬티 위로도 살짝 삐져나온, 에일레야의 머리카락과 꼬리색과 똑같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보지털이.
“...?!”
그런 내 말에, 휙하고 내게서 떨어진 에일레야가 바지춤을 도로 고쳐입고는 말했다.
“이, 이건... 요새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이번 일도, 저번에 일하다가 바로 온 거라서 그런 거지,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거든~?”
“이해해요.”
헌터 일을 하는 중에 그쪽 털까지 정리하긴 힘들긴 하겠지.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우물쭈물하던 에일레야가 말했다.
“...저기, 한조는 털이 많은 거... 혹시, 싫어하니~?”
“아뇨?”
딱히 별생각 없는데.
웨어비스트가 아니라 요괴지만, 구미호인 호아란이나 마찬가지로 웨어비스트의 범주에 넣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짐승의 귀나 꼬리를 갖고 있는 카르미나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기도 하고.
그 둘만큼은 아니더라도, 보지털이 없는 건 아닌 릴리스나 카루라 그리고, 아예 털이 나질 않아서 맨들맨들한 백보지인 유스티티아까지.
아내들부터가 그쪽으론 워낙 다양해서 딱히 그쪽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꼴리고, 없으면 없는 대로 꼴렸으니까.
“그, 그래~?”
내 말에 화색이 된 에일레야를 보며, 나도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요. 에일레야 누나.”
덕분에 오늘 할 게 생각났다.
“응? 고맙다니, 그게...”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저도 이만 쉬러 가볼게요.”
“어, 어어... 응.”
성공적으로 아내들을 의심하는 에일레야의 관심도 돌렸고, 오늘은 뭐할지도 생각했으니까 다들 모여있는 씽씽이 2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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