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55화 (255/523)

〈 255화 〉 각성 (3)

* * *

“끼에에에에에엑ㅡ”

용 발톱에 꿰여서 마구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는 녀석을 붙잡아다가, 그대로 쥐어서 터트렸다.

철퍽, 하고 터져나가면서 죽어버리는 녀석.

이미 몇 번이나 상대해본 만큼, 어떻게 조지면 알고 있는데다가ㅡ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죄다 숙주도 없는 데다가 작은 녀석들뿐이라서 쉽게 쉽게 죽여나갈 수 있었다.

솔직히 이 녀석들보다 좀비들이 더 잡기 빡셌다.

하지만 그렇게 죽이고 죽여도, 존나게 쏟아져 나오는 녀석들이 보였다.

말이 쉽게 잡았다지, 전의 그것들이랑 비교해서 쉬운 거지 하나하나 잡는데 꽤 시간이 걸린 편이라...

심지어 좀비보다 조금 잡기 쉬울 뿐이지, 숫자는 그것보다 더 많은 녀석들을 보니까 나 혼자서라면 존나 개같이 굴렀을 것 같았다.

근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한조, 옆으로.”

뒤에서 들려온 유스티티아의 말에, 옆으로 바짝 피하자, 푸슉하고 유스티티아의 손에 튀어나온 불덩이가 잔뜩 죽였는데도 드글드글하게 기어 나오는 녀석들을 단번에 바싹하게 구워버렸다.

“끼이이이이이이!”

지랄발광을 하면서 유스티티아가 쏘아낸 불꽃에 바싹해져가는 녀석들.

불안정한 차원의 틈새를 억지로 벌려서 만든 차원 결계인 만큼, 잘못하면 무너져서 아예 차원 사이의 미아가 될 수 있기에 억누르고 억눌렀다는 화력만으로도 수백 마리를 동시에 태워 없애버리는 유스티티아를 보니까 평소에는 잠만 자면서 매사 느긋하게 보내는 유스티티아도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란 걸 새삼스럽게 각인할 수 있었다.

딱히, 그런 성격인 탓에 유스티티아가 화낸 걸 본 적은 없지만, 이번 걸 보고서 유스티티아를 화나게 하면 안되겠다고도 생각했다.

원래 잘 화내지 않는 사람이 화내면 엄청 무섭다고도 하고.

지금 순식간에 타올라서 재도 남기지 않고 증발해가는 저것들을 보니까, 유스티티아를 화내게 했다고 좆될 것 같았으니까.

저게 차원 결계가 무너지지 않게 힘 조절을 한 거라니까, 힘 조절을 안 한 유스티티아가 얼마나 강할지는 상상도 안되네...

“여기까지... 또 당분간은 쓰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부탁해. 한조.”

“응, 맡겨줘.”

한동안 불꽃을 흩뿌리며, 바싹하게 녀석들을 구워대던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유스티티아가 투사한 힘 때문에 차원의 벽이 다소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조절해서 힘을 써도 얼마 못가다니, 진짜 존나 강한 마누라였다.

아무튼, 덕분에 차원이 다소 안정되는 당분간은 또 힘을 쓸 수 없는 유스티티아 대신에, 내가 더 열심히 뛰어댕기면서 쪼만한 새끼들을 죄다 베어 가르거나, 쥐어 터트리거나 발로 뭉개가면서 안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그것들을 볼 수 있었다.

“...씨발.”

찔꺽찔꺽찔꺽...

어째서 이전에 봤던 것들에 비해서, 절반도 채 안되는 자그마한 녀석들만 잔뜩 있었는지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벽에 매달려있다시피 한 여자들의 음부에 달라붙다시피 한 것들이 보였으니까.

“윽... 으윽... 끅...”

배가 산만하게 부풀은 채로, 계속해서 음부를 통해 밀려들어 가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여자들을 보다가ㅡ 이내 저 여자들이 어디서 본 여자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옘병, 그 누나들이네.”

상아탑의 마녀들.

가슴이 워낙 커다래서,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났지만.

저 가슴들을 보니까 확실했다.

한유진의 고향 선배기도 하고, 사티 말고도 연락이 두절됐다던 상아탑의 마녀들이 분명했다.

“흐극... 윽...! 으으윽...!”

그러다가, 한 마녀가 몸을 비틀며 신음하는 것이 보였다.

의식을 잃은 채로도,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는 상아탑의 마녀.

그런 마녀의 다리 사이로.

철퍽, 하고.

무언가가 떨어졌다.

“끼에에...”

꿈틀꿈틀하고, 상아탑의 마녀 중 하나의 발치 밑에서 꾸물거리는 작은... 역겨운 그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닥을 기어가더니, 뒤늦게 볼 수 있었던 커다란 덩치의 누군가를 오득오드득하고 씹어먹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커다란 덩치의 저 사람도, 이미 상당히 뜯겨먹힌 채여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한유진이 말했던, 사티로스과 상아탑의 마녀들과 함께 실종됐다던 S랭크의... 하프 트롤의 전사였다.

토악질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서, 그런 씨발 것에 용 발톱을 겨눴다.

ㅡ푸슉.

작게 쏘아낸 독침이, 죽은 지 한참은 된듯한 시체들을 야금야금 뜯어먹던, 갓 태어난 그것을 관통했다.

“끼익ㅡ”

펑, 하고 터져나가서 시꺼먼 액체처럼 변해서 후두둑 쏟아져버리는 개좆같은 것을 보고서.

여기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어서, 온몸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까지 죽여왔던 그것들이 전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던 거라면.

그렇다면, 대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왔던 건가.

그리고...

이러한 일에, 사티가 휘말렸다는 사실에 머리가 끓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꽈악, 주먹을 움켜쥐고서 당장 묶여있는 상아탑의 마녀들을 떼어내려는 나를 보고서, 유스티티아가 말렸다.

“그러면 안 돼.”

“왜ㅡ”

“...자세히 봐.”

유스티티아의 말에 대체 뭘 보라는 건가 했다가, 이내 알 수 있었다.

마녀들과, 한참 그 마녀들에게 달라붙어서 무언가를 계속 밀어 넣고 있는 저것들은 ‘연결’되어있었다.

단순히 교접이란 의미로의 연결이, 서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체와 신체가 서로 엮여있었다.

끔찍하게 뒤틀려서, 마치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이어붙인 것처럼.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건 불가능해. 제대로 된 조치가 없으면... 전부 죽어버릴 거야.”

“애미 씨발 진짜.”

욕지거리가 올라와서, 그대로 내뱉었다.

계속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욕이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개좆같은 새끼들...”

그때 그 백발의 미친 개또라이년도 그렇고, 그 페도 해골 바가지 새끼도 그렇고, 이번의 이 씨발 같은 짓을 한 새끼도 그렇고.

죄다 공통적으로, 저 좆같은 것들을 데리고 다녔던 만큼.

이번에도 반세계정부니 좆이니 뭐니하는 그 씨발 새끼들의 짓이 분명했기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사티라는 아이는, 여기 있어?”

하지만, 그런 유스티티아의 말에 머리를 냉정하게 했다.

차갑게...

전혀 식으려 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식히고서, 다시금 사티의 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더 안쪽.”

“...그래? 그럼 우선 그쪽으로...”

그리고,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끅, 끅... 대체 누군가 했더니... 대단하신 분이 납시었군... 안녕하셨나, 용 공주여.』

“한조.”

휙, 하고.

뒤로 잡아 끄는 유스티티아의 손길에 그대로 뒤로 당겨지자, 촤아악하고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가 뭉개지는 것이 보였다.

전혀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유스티티아가 아니었다면, 방금 그걸로 반갈죽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은 정말로 운이 좋군... 나의 영역에, 귀하디 귀한 용이 직접 제 발로 찾아 들어올 줄이야...』

정말로, 운이 좋아.

하고.

그렇게 말한 그것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스르르륵, 하고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을, 직접 봤기에 알 수 있었다.

만들어졌다.

바로 지금, 눈앞에서.

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있던, 그 좆같은 것들이 서로 엮어가더니,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모습으로는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겠지... 망아의 용 공주여... 오랜만이군... 나일세, 베르그라오그르...』

스윽, 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해오는 놈의 말을 보아하니까 유스티티아를 알고 있는 듯 싶었다.

정작, 유스티티아는 그런 녀석이 밝힌 이름에 푸른 두 눈을 깜빡이다가...

“...누구?”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기억조차 못하는가... 끅, 끅... 이 나를... 기억에조차 담지... 않았는가... 끄, 끄흐흐흐...』

비틀린 웃음소리를 내는 놈의 몸이 마구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끼에에에에에엑!!”

채 뒤섞이지 못해서, 그렇게 요동치는 몸에 뭉개져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들도 보였다.

이내, 우뚝 멈춰선 그것이 말했다.

『허나, 괜찮다... 이제... 다시는 나를 잊지 못하게 해줄 터이니...!』

후욱, 하고 녀석에게서 뻗쳐나오는 수많은 촉수.

그 끔찍한 새끼들이 엮여서 생긴 것답게, 그 새끼들이랑 비슷한 수단으로 공격해오는 놈의 모습이 보였다.

“베르그라오그르... 베르그라오그르...? 응... 미안, 진짜 모르겠는데...?”

그리고, 놈이 말한 이름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듯이, 중얼거리며 손을 휘두르는 유스티티아도.

파지지지직!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ㅡ!”

유스티티아에게 닿기도 전에, 그런 그녀가 펼친 전격 마법들에 촉수들이 파직, 파지직하고 튀겨지는 것이 보였다.

“한조.”

“응.”

그리고, 나를 부르는 유스티티아의 말에 존나게 큰 꿀벌 펀치를 장전했다.

언제든지, 저 씹새한테 한 방 날리라고 신호를 주면 처날리려고 했는데, 정작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조금, 위험하니까... 그 사티라는 아이... 안쪽에 있다고 했지...?”

“...응?”

위험하다고?

유스티티아가?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인, 존나게 센 내 마누라가?

“...일단, 그 아이부터 데리고 와. 빨리.”

“...알았어.”

하지만, 재차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의 말에 서둘러서 사티가 있는 곳으로 뛰쳐나갔다.

『감히... 내가 순순히 보내줄 것 같으냐...!』

촤르르르륵, 하고.

그런 내게도 뻗쳐오는 촉수들이 보였다.

그래서, 이미 장전하고 있었던 존나 큰 꿀벌 펀치를 그 씨발 좆 같은 촉수를 향해 갈겼다.

푸콰아앙ㅡ!

개빡친 상태여서, 힘 조절을 안 한 탓에 존나게 욱여 넣었던 기 때문이 발사한 꿀벌 펀치가 내게 날아들던 촉수들을 죄다 날려버렸다.

『이 노오옴...! 내 아이들을 감히...!』

순식간에, 그렇게 날려버린 촉수들만큼의 촉수가, 다시 튀어나와서 내게로 향했지만.

“애미.”

재생보다는, 아예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서 다시 꺼낸 느낌으로 튀어나오는 촉수들을 보고서, 다른 한쪽의 존나 큰 꿀벌 펀치도 갈기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써걱, 하고 내게 날아들던 촉수의 중간이 그대로 잘렸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중간도 내게 닿지 못하고 마구 눈앞에서 요동칠 뿐이었다.

『뭐, 뭣이...?! 무, 무엇을 한 것이냐...! 망아의 용 공주...!』

“응, 덧씌우기?”

『덧씌우기... 라고...?』

“여기는 너무 약해서 위태로우니까... 날뛰다가 부서지면, 위험하잖아. 그러니까 조금 손봤어.”

겸사겸사, 내 걸로 했고.

그렇게 말하는 유스티티아의 말에 눈에 띄게 동요한 듯한 녀석이 보였다.

『내 것으로 하다니... 내... 내 영역을... 설마...?』

“응, 그 설마.”

푸쾅!

손을 휘젓는 유스티티아와 함께, 녀석의 몸이 난데없이 들려져서 내리 꽂혔다.

『프흡ㅡ!』

부에에엑, 하고 검은 피를 토하는 놈.

꿀렁꿀렁하고 치솟아 오르는 저것들이, 충격으로 터져나간 그것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조.”

“어, 어어...”

갑자기 말을 거는 유스티티아에게 대답하자, 그런 나를 보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이제 정말로 위험해지니까... 빨리 데리고 오는 게 좋을 거야.”

위험해진다는 게 유스티티아가 아니라, 여기 그 자체가 위험해진다는 소리였던 모양이었다.

딱 봐도, 힘 조절을 안하려는 듯한 유스티티아가 보였으니까.

쩌어억ㅡ

동공이 십자 모양으로 갈라진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저게 유스티티아가 개빡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본 유스티티아의 개빡친 모습은, 존나 무서웠다.

왜 빡친거지...?

설마 조금 전에 내가 반갈죽 당할 뻔 했던 것 때문에 그런 건가?

『끄, 끄으...! 이, 이...!』

촤아아아악!

그런 유스티티아에게 쏟아부어지는 촉수들.

그것들을 거대해진, 드래곤의 그것으로 변한 손으로 움켜쥐는 유스티티아가 보였다.

“빨리 가, 한조.”

부욱, 하고.

종이를 찢어버리듯, 그대로 촉수들을 죄다 뜯어버리는 유스티티아.

『끄, 끄아아아아아...』

후두두둑, 가볍게 뜯겨나간 촉수들이 마구 꿈틀대며 유스티티아의 몸을 덮쳐왔지만, 존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유스티티아에게 닿기도 전에, 파직파지직하고 불꽃이 튀면서 튀겨졌으니까.

노릇노릇하게 튀겨지는 촉수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면서, 손을 휘둘러서 잔뜩 묻어버린, 검은 액체들을 바닥에 흩뿌리는 유스티티아의 몸을, 마치 갑옷처럼 솟아오르는 비늘들로 덮여지는 것을 보고서 말했다.

“...알겠어, 금방 올게.”

유스티티아가 제대로 날뛰기 시작하면... 안 그래도 불안정하다고 했던 차원 결계니 뭐니하는 게 못 버틸 게 분명했다.

존나 다 같이 차원의 미아라는 좆망 트리를 탈 생각은 없었으니까 후딱 뛰었다.

『마, 말도 안 된다...! 내가 만든... 나의 영역이란 말이다...! 여기는 나의 것인데...! 어찌... 끄아아아아악!』

“응, 그래서 얼마 못 가. 그 전에, 너랑 여기가 먼저 부서지겠지만...”

콰직, 콰지지직하고.

유스티티아에게 존나게 처맞고 있는 녀석의 비명을 뒤로한 채로, 사티의 실이 향하는 곳으로 존나게 뛰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