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57화 (257/523)

〈 257화 〉 각성 (5)

* * *

『끄흐... 무슨 수로... 살아있는지... 무슨 수로 이런 능력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겨우 이따위 것으로는...』

죽인다.

죽여버린다.

녀석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솟구치는 살의를, 욕망을 억눌렀다.

억누르고, 억눌러서... 그것마저 내 힘으로 삼았다.

기프트는, 소유자의 욕망에 맞춰 발현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자, 인정받고자 했기에 내 기프트는 이 모양 이 꼴의 형태가 되었다.

거기에, 아직 기프트가 발현되지 않았을 적에 릴리스가 내 몸에 걸은 좆태창이 뒤섞여서 기형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 내 기프트였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계기였던간에.

나랑 살을 섞은 여자의, 나를 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종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내 기프트였다.

하지만, 그런 내 기프트는 아직 완성된 기프트가 아니었다.

아직, 내 기프트는 성장 중인 기프트였다.

그 성장을 가속시켰다.

욕망을.

분노를.

살의를 꾹, 꾹 욱여 넣었다.

저 씹새끼를 죽인다.

오직, 그 욕망을 담아서, 기프트를 성장 시켰다.

꼬리들이 솟아 오른다.

하나, 둘, 셋...

계속 솟아 오르는 꼬리들이 나를 꿰뚫고 있는 촉수들을 역으로 붙잡으면서, 갈고리마냥 솟구친 독침들을 박아 넣었다.

콰직, 콰지직, 콰지직...!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이 정도로는, 겨우 저놈이 어디 못 가게 묶어두는 정도에 불과했다.

힘이, 부족했다.

저 새끼를 죽일 힘이 부족했다.

내 욕망을 집어삼키면서 성장 중인 기프트로도, 녀석을 조지는 건 불가능했다.

애당초, 그런 기프트가 아니었다.

아무리 급속하게 성장시킨다고 해도, 갑자기 나보다 몇 단계나 위에 있는 저 새끼를 조질 힘을 가져다 줄 리가 없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부족하니까, 떠올렸다.

암무트에게 빌렸던 신성으로, 온몸에 차올랐던 전능감을 다시금 떠올렸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힘.

지금의 내게는 없는, 신의 힘.

‘신성’

지금 그게 필요했다.

없었지만, 필요했다.

이미 해본 적이 있는 거다.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는 거다.

이미 알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따라했다.

주르르륵...

두 눈에서, 입에서,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몸속에서 남아있던 기들을 연료로 삼아서, 태웠다. 그러자, 그렇게 타오르는 기들에서 터져나오듯이, 힘이 부풀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부풀고 부풀어서, 이내 내 몸 전체를 메꾸고서, 다시 크게 부풀었다.

그것들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 씹새야.』

그때의 그것과는... 신성을 다룰 때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지만... 비슷한 힘이.

내 안에 차올랐다.

아주, 쥐톨만하게, 작게 응축된 힘이.

잔뜩 부풀어서 내 몸을 메꿨던 기보다도 더욱 견고하게, 나를 지탱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각조각 흩어지려고 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것들이 채 흩어지기 전에, 해야 할 걸 하기로 했다.

촉수에 찢겨나간 육편이, 내 몸에 달라붙어 왔다.

둥둥, 떠오르면서, 내 몸에 달라붙은 그것들을 억지로 이어 붙이고, 재생시켰다.

원본의 웨어울프가 가진 재생능력, 그것의 몇 배로 강화된 재생 능력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재생 능력으로도 부족했다.

이미 전부 찢겨서, 터져버린 살점까지는 그렇게 강화한 재생 능력으로도 부족했으니까.

그래도 부족한 것은, 다른 걸로 메꿨다.

스스, 스스스스...

돋아난 푸른 비늘들이, 부족한 살점을 메운다.

비늘로도 부족한 것은, 다른 걸로 메꿨다.

꽈악, 하고.

찢겨진 피부 대신에 비늘이 돋아나고, 박살이 나버린 뼈 대신에 독침으로 채워지고, 근육을 대신한 꼬리들이 휘어 감겨서, 누더기처럼 변해버린, 손으로 녀석의 촉수를 잡았다.

『죽여주마.』

반드시.

반드시, 죽인다.

『무... 무... 무슨... 대체... 대체 넌 무엇이냐...!』

나를 본 놈이 기겁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온몸이 난자된 상태에서도 살아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그럴 만도 했다.

지금 따라한 이건... 신성이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무언가였다.

다 뒤져가던 놈이, 이상하게 안 뒤졌지만 당장 뒤져도 이상할 거 없던 놈이 갑자기 몇 단계를 넘어서서, 강해졌으니 기겁할만도 했다.

벌레만도 못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

갑자기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의 힘을 얻게 됐으니까,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쥐톨만큼 응어리진 힘이, 많은 것을 대가로 바쳐서 만들어낸 힘이 빠르게 사그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힘이었다.

올바른 '신성'이 아니라, '신성 조무사'라고 불러야 할 것이리라.

고작 몸을 조금 복구했다고 겨우겨우 만든 힘의 절반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영락해버린 암무트에게서 신성을 받았던, 그때랑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힘.

그마저도 아무것도 안 해도 유지하는 것조차 못해서 흩어져 가는, 그런 힘이었다.

하지만 그런 힘이어도, 녀석을 죽일 수 있는 힘이었다.

흩어지고 있어도, 아직은 남은 힘이었다.

그러니까, 힘이 도는 동안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씹새끼를 조지는 거였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어떻게 붙어는 있던 왼팔의 ‘용 발톱’으로도, 아직도 내 몸에 박혀있는 촉수를 움켜쥐었다.

『니 애비다, 이 씹새끼야.』

쯔즈즈즈즈즈즈....

너덜너덜해졌지만, 아직 멀쩡하게 발동하는 '용 발톱'의 마나 흡수에 의해, 말라 비틀어져 가는 촉수가 보였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용 발톱'이 흡수하는 속도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빨아 들여야 했다.

『이, 이건... 이건... 내, 내 마나를... 노, 노옴...! 이거 놔라...!』

그러니까, 이미 녀석의 촉수에 꽂아넣고 있는 독침으로도, 그런 촉수에 휘어 감겨있는 꼬리들로도 레벨 드레인을 사용했다.

쯔으으으읍...

『이, 끄, 끄으윽...?!』

계속해서, 빨아들였다.

레벨 드레인...

신체를 접촉한 상대에게서, 힘을 빼앗아가는 서큐버스의 종족 능력.

그것을 놈의 촉수들을 덮어버린, 독침이 잔뜩 돋아난 꼬리들로... 온몸으로 사용했다.

『가, 감히...! 감히, 나를 먹으려 들다니...! 이, 이 하찮은 것이...! 대체 무슨 수로 그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내가... 나, 베르그라오그르가 너 따위에게 당할 성 싶으냐...!』

후우욱!

그런 촉수째로 나를 들어올린 놈이, 그대로 나를 내리 꽂았다.

콰직, 하고.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뿌리쳐진 내 몸이 다시 뭉개졌지만, 괜찮았다.

부서진 몸은, 다시 붙이면 됐다.

몸을 일으켰다.

뭉개졌던 몸이 다시 내게 달라붙듯이 이어 붙어졌다.

꾸득, 꾸드드득...

재생이 아니라, 복구에 가까운 속도로 회복하는 나를 보고서, 뒷걸음질치는 녀석이 보였다.

『그, 그건... 대체... 대체 뭐냐... 너는... 너는 대체... 부, 분명... 하찮은 인간이었는데... 어째서 그런 힘을... 어째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하지만, 이제와서 녀석이 도망치게 둘 생각은 없었다.

여전히 녀석의 촉수에 휘어감긴 꼬리들로, 계속해서 놈의 마나를,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어떻게... 어떻게 인간 따위인 네가...! 그 능력들을 쓸 수 있는 것이냐...! 대체 어떻게 그 힘들을 쓸 수 있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녀석이 보였다.

퍼석, 퍼석하고.

마나를 쪽쪽 빨아댈 뿐, 딱히 내가 건들지도 않았는데, 터져나가고 있는 놈의 몸뚱어리도 보였다.

아마...

내 몸과 함께 박살나버린 바디 체커로부터 신호를 받은 유스티티아가 저 녀석의 본체인지 아닌지 모를 것을 미친 듯이 두들겨 패는 모양이었다.

내버려 둬도 저 새끼는 유스티티아의 손에 죽을 거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 바디 체커가 개박살이 나버렸던 몸과 함께 날아가버린 이상, 얼마 가지 않아서 모두 여기로 들이닥칠 것도 분명했다.

저 새끼가, 뭔 지랄을 하든 간에 뒈지는 것은 확정난 셈이었다.

근데.

『그 전에 넌 나한테 죽어.』

유스티티아가 녀석을 조지기 전에, 아내들이 와서 저 씨발 새끼를 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조질 거다.

그래야만 하니까.

촤아아악...!

『그, 그건 드래곤......? 어, 어떻게... 어떻게 그것조차... 서, 설마... 설마 너는...』

콰직, 하고 녀석을 붙잡았다.

푸른 비늘로 뒤덮인,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내 손에 붙잡힌 녀석이 꽈아아악, 졸린 채로 나를 바라봤다.

『오... 오오... 오오오... 설마... 설마... 그대는... 그대야말로... 오오오...나의 비원... 나의...』

환희에 찬 듯,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은 녀석이 말했다.

『그, 그대는 누구ㅡ』

『니 애비라고 씨발아.』

쁘직, 하고 뭉갰다.

『끄으으윽...!』

쥐어터트릴 기세로, 잔뜩 힘을 주어서 잡아 뭉갰다.

재생 능력과 마찬가지로, 몇 배나 상승한 괴력으로, 존나게 비틀어짜내듯이 잡아 쥐었다.

하지만, 그걸로 녀석은 죽지 않았다.

『그, 그 힘... 그 힘을 내가 연구하게 해다오...! 나의 비원... 나의 비원을 위하여...! 너의 몸을 내가 연구하게 해다오...! 무엇이든지 하마...! 너의 종이 되라고 해도 하겠다...! 발을 핥으라고 해도, 그러하마...! 제발... 제발 그 힘을 나에게ㅡ』

죽지 않고서.

희번득하게, 몸에 덕지덕지 달린 눈알을 빛내며... 광기에 찬 채, 몸이 꾸득꾸득 터져나가는 와중에도 그렇게 말하는 놈이 보였다.

『좆까고 뒈져.』

죽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줘패면 그만이었다.

『끄억! 헉...! 끄우윽...! 부에에엑...』

손바닥에서, 푸슉푸슉푸슉하고 계속해서 솟구치는 독침들이, 그렇게 뭉갠 녀석을 존나게 찔러대는 것이 느껴졌다.

『부, 부탁이다... 제발... 나에게... 그 힘을... 오오오... 모든 생명이, 완전해질 수 있단 말이다... 늙어 병들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오오, 천상에 거하는, 신들처럼... 완전하고 무결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모두가... 모두가 그럴 수 있단 말이다... 생명의 섭리의 끝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이다...! 얼마나... 얼마나 위대한 일이냐...?! 너, 너의 그 힘만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 제, 제발...』

『지랄.』

그딴 건, 좆도 관심 없었다.

신이니 뭐니, 완전한 생물이니 뭐니, 무결한 존재니 뭐니.

나랑은 좆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내 관심사는 나를 사랑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이랑 알콩달콩 살다가, 그런 아내들과 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과 아내들에게 둘러싸인 채 늙어서 이 정도면 존나 잘 산 인생이었다고 이승이랑 빠이빠이하는 그런 것이 전부였다.

그걸 방해하게 두진 않는다.

그걸, 빼앗게 두진 않는다.

『그러니까 죽어.』

완전이니, 신이니 뭐니하는 건 저승에 있을 비탄이 어쩌니 하는 카르미나한테 모가지가 따인 병신 새끼한테 찾고, 이 세상에서 꺼져 줬으면 좋겠다.

한 번, 두 번, 세 번...

존나게도 징해서.

그렇게나 존나게 찔러대는 독침에도, 죽지 않는 녀석이 보였다.

『어, 어리석은 것 같으니라고... 이런 세상이다... 수많은, 끄븝... 종족이 모여있는, 이런 세상이다... 저마다의 종족이 가진... 장점만을 모아서... 우리들도,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승천을 할 수 있단 말이다... 섞고, 섞여서... 가장 위대한 신들과 같아질 수 있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 그것을 거부하는... 끄으윽...!』

개소리를 계속 지껄이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독침이 부족한 듯 싶어서, 날개를 펼쳤다.

촤아아악...!

등 뒤로 펼쳐진 날개가ㅡ 그 끝이 전부 독침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이 씹새한테 냅다 찔러 넣었다.

푸욱, 푸욱...!

수없이 뽑아낸, 독침으로 이루어진 날개들에 찔려서 움찔거리는 녀석이 보였다.

그래도 안 뒤지는 녀석이 보였다.

『끄브으윽! 크어억...!』

이걸로도 부족하다 싶어서, 꼬리들로 녀석을 계속 휘어 감으면서, 독침을 박아 넣었다.

철퍽, 철퍽하고 내 손아귀에 붙잡혀서 뭉개지면서, 날개와 꼬리들에 둘러 싸인채 안에서 쏟아 부어지는 독침에 찢겨 발겨지느라 뿜어져 나오는 검은 액체들이 보였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