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사티는 이제 내 전용 보지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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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내들의 손에 내가 좆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씹새끼랑 원하지 않았던 촉수물을 찍어버린 내 몸이 이미 좆이었던 탓이었다.
장기의 대부분은 찢겨져서 곤죽이 된데다가 ‘신성 조무사’로 억지로 메꿨던 상처들도 도로 구멍이 숭숭 뚫려서 피가 줄줄 새어 나오질 않나, 그렇게 숭숭 뚫린 구멍으로 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장이 흘러나오질 않나...
거기에 사티를 살리느라 가지고 있던 기를 죄다 털어 넣은 것도 모자라서, 생명력까지 죄다 들이부은 탓에 숨이 넘어갈락 말락한 상태여서, 이미 좆된 나를 아무리 스물둘의 영웅인 아내들도 다시 좆되게 할 순 없었다.
그 반대로, 이 이상 내가 좆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할 판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 중상을 입은 상태의 나를 아내들이 곧장 회복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내가 그 촉수 씹새끼를 조질 때 당장의 회복만 중요시했지 뒤는 생각도 안 했던 탓에 이곳저곳 억지로 붙여놓아서 비틀려버렸던 근육이나 뼈 따위들 때문에 회복 마법으로 고치면 고치는 대로 문제가 일어나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정강이 뼈가 팔에 달려있고 갈비뼈가 골반에 있고 대충 그딴 식이었다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뭔가 좀 뻐근하다 싶었다.
아무튼 회복시키면 회복시키는 대로 불구 확정인 상황에,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상처 때문에 죽어버리는, 진짜 내가 생각해도 좀 많이 좆이었던 내 몸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
아내들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한차례 내 몸을 전부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한다는 방법이었다.
대주술사인 호아란과 사령술사인 카르미나, 거기에 드래곤인 유스티티아까지.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주술과 강령술, 마법의 콤비네이션으로 내 몸을 어떻게든 고쳤다.
내 혼이 떠나가지 않게 카르미나가 붙들어 잡고 있고, 호아란과 유스티티아가 그 사이에 이리저리 엉켜있는 근육을 도로 풀어주고 이상한데 박혀있는 뼈를 원래 자리로 다시 옮기고 하는 대수술이었다.
마취고 뭐고 할 시간도 없어서 그 자리에서 뼈가 옮겨지고 근육이 풀리고 하는 걸 보는 건 좀 많이 그로테스크한데다가 존나게 아팠다.
아무튼, 그렇게 재조립 과정을 거치고서, 다시 세사람이 퍼붓다시피한 회복 마법과 치유 주술 덕분에 어떻게든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회복하는 과정도 존나게 아팠지만.
머리에 피가 잔뜩 몰렸을 때는, 촉수물을 찍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다 끝나고서 치료받았을 때가 더 아픈 건 뭔가 싶긴 한데.
그 덕에 살긴 했지만... 진짜,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아내들이 힘을 합친, 한조 재조립이라는 대수술을 거쳐서 무사히 치료가 끝난 뒤에도 며칠은 진짜 꼼짝도 못하는 신세였다.
기를 죄다 끌어다 쓴 건 그렇다 쳐도 생명력까지 꼴아박은 덕에 손가락 하나 꼼짝도 못해서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아내들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신세로 일주일을 누워만 있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뒤에, 어떻게 쥐꼬리만큼 회복한 생명력과 함께 다시 어떻게든 몸에 쌓이기 시작한 기가 돌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기프트 덕분에 존나 빠르게 몸 상태가 호전됐지만.
본래, 다른 종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원판에 미치지 못한 수준에 불과했던 내 기프트가 한층 진화하면서 힘만 좀 더 들이부으면 원판의 몇 배까지도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나도 계속 누워있을 생각은 없어서, 하루종일 풀로 능력을 돌린 결과, 3일만에 어느 정도 몸이 나아지고 다시 3일이 지난 뒤에는 혼자서 걸어다닐 수 있는 수준이 된데다가, 또 하루 뒤에는 드디어 발기가 될 정도로 회복됐다.
회복에만 이주나 쓴 건, 진짜 엄청 오랜만이었다.
동물원 습격 사건 때는 하루만에 멀쩡해졌고 나르메르 왕국 때도 정신만 없었지 첫날부터 잘만 움직였었는데, 이번은 진짜 이주를 드러누운 셈이었으니까.
근데 남들이라면 몇 년은 요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상병신인 상태였는데 그게 전부 멀쩡해지는데 고작 이주일이 걸린 거니 오래 누워있던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알게 된 건 몸이 반으로 갈라져도 회복되는 트롤이나, 코어가 박살나지 않는 이상 몸이 어떤 상태던간에 복구되는 슬라임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이지, 뛰어난 회복 능력을 자랑하던 웨어 울프의 회복 능력이 한층 진화한 기프트로 몇 배가 되니까, 장난 아니라는 거였다.
이쯤되면 나도 트롤처럼 반으로 갈라져도 어떻게 다시 붙일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복되어갔으니까.
물론 정말로 그런지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렇게 순식간에 회복한 대가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동안에는, 그런 나를 간호하느라 바빴고 다시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도 별 말 없던 아내들이, 내 자지가 서는 걸로 완전히 부활한 것을 알게 되자 이제까지 미뤄왔던 잔소리를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연락도 없이 갔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네 몸이 무슨 무적인 줄 아느냐는 말이나 이런저런 잔소리로 하루 꼬박을 들어야만 했다.
잔소리만 들은 게 아니라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도, 전부 몰아서 하느라 도로 골병이 나서 누워버릴 뻔했다.
내가, 자지도 못세우는 상태로 이주일이나 있었다보니까, 성장기이던 릴리스나 내 정액이 없으면 말라 죽는 유스티티아나 엄청나게 수척해지기 시작했던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유스티티아는 드레싱이 없었더라면 이번에 진짜 위험할 뻔 하기까지 했었다.
일단 그것도 내 정액이기는 했으니까, 그거라도 먹는 걸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이주간 욕구불만 겸 굶주림에 시달리던 릴리스랑 말라가던 유스티티아에게 잔뜩 쥐어짜인 뒤에는 당연히 다른 아내들과도 똑같이 해줘야 했던 만큼, 진짜 불알이 텅 비도록 정액을 쥐어짜인 탓에 존나 힘들었다.
그렇게 잔뜩 하면서 다시 아내들의 힘을 레벨 드레인으로 빨아들인 덕분에 부상의 회복은 더 빨라졌지만.
내 몸이긴 한데, 존나 신기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주째가 되어서야 다시 시작한 의무 방어전을 통한 레벨 드레인에 더불어서 24시간 풀로 돌리고 있는 웨어 울프의 재생력까지 더해지니까, 이제 존나 멀쩡해졌다고 해도 좋았다.
아내들과, 내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늙어서 죽는다는, 내가 바라는 엔딩을 어떻게든 지킬 수 있게 된 거다.
이제 남은 건.
그런 나랑 달리, 이주가 넘도록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만 있는 사티가 일어나는 걸 기다리는 거였다.
“잠 존나 잘자네.”
꾹, 꾹하고.
이주가 넘도록 퍼질러자고 있는 사티로스, 사티의 뺨을 찔렀다.
어떻게 구조해서 무사히 그 좆같은 것들이랑 분리하는데 성공한 상아탑의 마녀들도, 사티랑 같이 납치됐던, 그때 잠만 퍼질러자던 사티로스들도 진작 정신을 차려서 무사히 세계 정부측에 인도한 뒤인데도, 사티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서 호아란이랑 카르미나에, 유스티티아까지 그런 사티를 살펴봤지만 오히려 몸 상태 자체는 매우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도 그럴게, 나 다음으로 중상자였던 사티였던만큼, 내 치료가 어떻게 끝난 뒤에는 사티도 아내들이 몸소 치료해준 덕분이었다.
당연히 몸이야 매우 건강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그렇게 멀쩡한데도 일어나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호아란과 카르미나의 말로는 육체는 이미 다 나았지만, 심적이랑 영적으로 심대한 충격을 받은 탓에, 그래서 깨지 않는 거라는 모양이었다.
몸은 진작 회복했지만, 아직 그쪽은 덜 나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금방 정신을 차릴 거라는 말에 마냥 기다리는 신세였다.
“빨리 깨서, 빚 갚아야지. 이 빚쟁이년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한테 목숨을 빚진 주제에, 잠만 퍼질러자고 있는 사티의 부러져버린 뿔을 더듬어 만졌다.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거지만, 사티로스 종족에게 있어서 뿔은 무척이나 중요한 곳이라는 모양이었다.
뿔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머리카락이 붉으면 붉을수록 강한 사티로스인 증거라나.
머리카락이야 둘째치고, 뿔은 사티로스가 마나를 다룰 때 도움을 주는 기관이기도 한 모양이고.
아무튼, 뿔도 길고 머리카락의 색도 핑크색이었던 사티는 사티로스 중에서도 제법 대단한 재능충이었던 셈이었다.
지금은, 그 뿔 중 하나가 반토막이 나버렸지만.
소생으로도, 아내들의 치료로도 낫지 않아서 왼쪽 뿔이 영영 불구가 되어버린 사티의 뿔을 조심스레 만져보고 있을 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내 치료가 끝난 뒤에, 매일 같이 다시 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호아란이나 카르미나나, 아예 박살이 나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천호의 갑주’와 ‘용 발톱’을 손보고 있는 유스티티아는 당연히 아닐 거고.
카루라 아니면 릴리스 둘 중 하나인데 이 발자국 소리는 카루라도 아니었다.
그럼...
“왔어, 릴리스?”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고서 들어온 릴리스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나를 본 릴리스가 여전히 누워있는 사티를 보고는 말했다.
“그래, 왔다. 아주 지극정성이야, 진짜.”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내 옆에 앉은 릴리스.
릴리스가 왜 이러는지야 알고 있어서, 그래서 말했다.
“너였어도 이랬을 거니까 너무 질투하지 마.”
“...질투한 거 아니거든? 그리고, 나였으면 이렇게 누워있을 일도 없을 거고.”
그건 그렇긴 한데.
릴리스가 다쳐서 누워 있는다거나 하는 걸 상상하는 게 힘들긴 했다.
스물둘의 영웅 중에서, 개인의 무력으로는 자타공인 최강인 릴리스가 누굴 다치게 해서 눕히면 눕혔지 누울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릴리스.”
“...왜?”
“고맙다고.”
아내들의 입장에선 기분 나쁜 일일 텐데도, 내가 사티가 깨어나는 걸 기다리면서 간호하는 걸 용인해준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에 사티를 간호해줬던 것도 아내들이었고.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내 고집을 받아주기로 한 것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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