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사티는 이제 내 전용 보지야 (2)
* * *
그런 내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힌 릴리스가, 휙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흥. 얘가... 너 때문에 이 꼴이 된 거라며? 그러니까... 그러니까 봐주는 거야.”
사티가 내 덕분에 살았지만.
나도 사티 덕분에 살긴 했다.
물론, 그 뒤에 처맞은 그 씹새끼의 촉수에, 왜인지 모르게 뒈졌어도 이상할 거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살아있긴 했지만.
아무튼, 처음의 공격 때 사티가 날 밀쳐내 주지 않았더라면 그때 목이 잘려서 진작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딱히 사티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안 죽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그때 어떻게 살아있었던 건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때 어떻게 살아있던 건지 시험해볼 생각도 다시 그런 꼴을 겪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아무튼 내가 사티를 구했듯이, 나 역시 사티에게 구해진 것은 맞았다.
애당초 사티가 붙잡혀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런 사티를 구하러 갈 일도 없었을 테니까 사티가 좀 더 많이 내게 빚진 상황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서 빚 갚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튼, 내가 사티 옆에 붙어있느라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쪽, 정화라든지 은빛 늑대단쪽의 일따위를 내게 알려주던 릴리스가 아, 하고는 말했다.
“...맞아. 6974호랑 몇몇 웨어허니비들이 잠깐 돌아가도 되냐고 묻던데?”
“6974호가 왜... 아.”
워낙 이런저런 일들이 잔뜩 있어서 까먹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이었네.”
릴리아나의 출산 예정일이 이제 진짜 오늘 내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릴리아나의 최측근인 6974호랑 몇몇 웨어허니비들이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웨어허니비의 존망이 걸린, 릴리아나가 새로운 세대의 웨어허니비들을 낳는 상황에서 꿀벌 왕국의 전력의 일부를 내가 빌리고 있는 셈이기도 했고, 요새는 이 주변에 있는 좀비란 좀비를 꾸준히 족친 덕분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릴리스에게 6974호에게 그러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나저나, 이제 곧 태어난다라.
“으음...”
막상, 이렇게 닥쳐왔는데도 좀 믿기지 않았다.
뮤뮹뮤뭉이나 릴리아나, 거기에 카루라까지.
임신은 몇 번이나 시키긴 했지만, 태어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진짜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물론, 웨어허니비의 종족 특성상, 릴리아나가 낳은 아이들과 나 사이의 유전적인 무언가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유전자상으로는, 릴리아나가 낳는 웨어허니비들은 사실상 나랑 남남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종족을, 유전자 그 자체를 일시적으로 웨어허니비로 바꿔주는, 웨어허니비들의 여왕만이 만들 수 있는 로열젤리를 먹은 상태에서 릴리아나한테 사정한 정액으로 태어난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여왕이었던 전 여왕, 그러니까 릴리아나의 그 싸가지 없던 어머니가 만든 로열젤리를 먹고서 한 거였으니... 설명하자면 좀 많이 복잡한 가족 관계도였다.
릴리아나의 어머니였던, 웨어허니비들의 전 여왕의 로열젤리를 먹은 이상 대충 그때의 내 유전자는 일시적으로 웨어허니비의, 그것도 릴리아나의 어머니의 남매나, 아들 느낌이었을 거다.
그런 내가, 그 전 여왕의 딸인 릴리아나랑 아이를 만들었으니까...
음, 진짜 존나 복잡하긴 했다.
근데 그게 웨어허니비 종족의 특성이니까 별수가 없었다.
웨어허니비가 그런 종족인데 별 수 있나.
그쪽 입장에선 딱히 근친이니 뭐니하는 느낌도 아니었을 거고.
어쨌든 중요한 건, 유전자가 좀 다르긴 해도 나로 인해 생겨난, 그리고 내가 자식으로 인정하기로 한 아이들이 곧 있으면 태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좀 묘했다.
“...요즘도 그래?”
“응? 뭐가?”
“요즘도 무섭냐고... 자식이 생긴다는 거.”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가,
아주 예전에.
릴리스랑 같이 술 처먹으면서 했던 이야기를 말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술 처먹고 병신마냥, 가족이 생기는 게 무섭다고 했었지...?
분명 릴리스도 그때 존나 취해 있었는데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 싶었다.
존나 취해서 내게 자기가 처녀라면서 그럼 증거를 대라는 내 말에 직접 팬티를 벗어던지고서 내게 보지도 보여줬을 만큼 만취했었던 릴리스가 대체 어떻게 그걸 기억하고 있나 싶었다.
진짜 왜 기억하고 있는 거지.
쪽팔린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진짜 좀 많이 쪽팔린 흑역사였다.
그래서 말했다.
이상한 거나 기억하고 있는 릴리스가, 불안하지 않도록.
꼬옥, 하고.
꼬물꼬물하고, 내 말을 기다리며 괜히 손가락을 매만지고 있는 릴리스의 손을 붙잡고서.
“아니, 안 무서우니까 빨리 내 아이를 가져주라, 릴리스.”
확실히 예전에는 좀 그랬다.
자식이라든지, 가족이라든지를 갖는 것이 무서웠다.
아마, 내가 버림받은 고아여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사랑이란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가족이 생긴다고 내가 정말로 그 가족들을 사랑해줄 수 있을지.
내가 내 자식들을, 사랑할 수 있을지 몰라서.
모르니까, 무서웠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릴리스도, 호아란도, 유스티티아도, 카르미나랑 카루라도, 그리고 릴리아나랑 아리아드도.
그 사이에서 태어날, 그녀들과 내 아이들도.
전부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예정일까지는 한참은 남아있는 카루라와 내 아이의 이름도 미리 정해놓기까지 했다.
너무 일러서 아직 딸인지 아들인지도 몰라서, 냅다 둘 다 정해놨다.
카루라만이 아니라, 모두와의 아이들의 이름도 이미 대략적으로 정해두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이제 아이가 생기기만 하면 됐다.
준비는 존나 다 끝났으니까.
이전보다 더 강해진 지금, 아마 전보다는 아내들과 나 사이의 격인지 뭔지가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만큼, 모두가 내 아이를 임신할 확률도 늘어났을 테고.
일단 확실한 건, 뒤질 뻔했다가 다시 살아나서 그런지, 요새 성욕이 넘쳐난다는 거였다.
원래도 존나 넘쳐나긴 했지만, 그때랑 비교도 안될 만큼 성욕이 늘어났다.
얼마나 넘쳐나냐면...
이젠 24시간 내 자지가 반 발기 상태였다.
딱히 내 기프트가 폭주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이랬다.
덕분에 기프트도 상시 반 발동 상태고.
무엇보다, 최대 사정 횟수가 전과 비교해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제 거의 천 번 가까이 가능해진 내 정력은, 아내들 모두의 보지에 백번씩 사정해도, 다시 오십 번씩 사정해도 남아돌 만큼 강해졌다.
해보진 않았지만, 이젠 자양강장제나 정력제의 도움 없이도 릴리스랑 한판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때 약빨로 버티면서 존나 오래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릴리스 보지에 천 번이나 싸지른 것 같지는 않았고.
근데 확인해보려 하기엔, 내 자지가 릴리스의 자지만이 아니라서 그럴 순 없었다.
천 번 가까이 할 수 있다곤 해도, 릴리스에게 그러면 모두랑도 그래야 한다는 건데... 그럼 진짜 죽을 테니까.
“오늘도 잔뜩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내 아이나 가져줘. 릴리스.”
그거랑 별개로 오늘도 열심히 아내들과 아이 만들기를 할 생각이라서 그렇게 말하자, 나를 흘낏 쳐다본 릴리스가, 꽈악하고 내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뭐래, 진짜. 이 변태 새끼.”
음.
존나 귀엽네.
“릴리스.”
“...뭔데?”
“키스해도 될까?”
“...언제부터 허락 같은 걸 받았다고?”
그건 그렇지.
딱히 허락을 받은 적도 없고, 딱히 거부 받은 적도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어졌으니까 그냥 하기로 했다.
그대로 릴리스의 턱을 짚고서 입술을 맞추려고 했을 때였다.
움찔, 하고.
누워있던 사티의 손가락 끝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
“......”
나와 릴리스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둘 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서로 딱히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대충 서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키스 한 번 정도는 괜찮을 테니까, 못 본척하자는 그런 의사를 서로 교환한 것 같았다.
사티에겐 좀 미안하지만, 좌우지간 제일 중요한 건 릴리스를 비롯한 내 아내들이었으니까.
아무튼, 다시 릴리스 입을 맞추려고 했을 때였다.
“오, 빠...?”
그리고, 눈을 뜬 사티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하아...”
옅게,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그런 나를 떠밀었다.
“뭐해, 너 부르잖아.”
“...어어.”
키스는...?
사티가 깬 건 깬 거고, 키스는...?
“......”
그런 내 시선에 대답 대신에 퍽, 하고 나를 밀치듯 떠밀은 릴리스를 보다가, 사티의 앞으로 갔다.
역시 지금은 키스보단 사티겠지...
아직 깨지 않았을 때는 몰라도, 이미 깨서 날 부르는데 못 본 척하긴 그러니까.
알고는 있지만 괜히 좀 아쉬웠다.
아무튼 입맛을 다시면서, 아직 멍한 얼굴의 사티에게 말했다.
“일어났냐, 이 잠탱아.”
잠지 탱탱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사티의 염소 보지가 좀 포동포동하긴 했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주가 넘게 잠만 퍼질러 잔 사티를 부르는 소리였다.
아무튼, 그런 내 말에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 얼굴이던 사티가, 이내 나랑... 내 옆에 있는 릴리스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으, 응... 그런데... 그쪽은...?”
흘끔, 하고 릴리스를 보며 묻는 사티.
그런 사티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다름 아니라, 릴리스의 약지에 끼여져 있는 반지를 보고서, 그러는 사티를 보다가 릴리스를 바라봤다.
“...에휴, 진짜.”
그런 내 시선에 다시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스르르르륵...
호아란의 주술로 금발로 물들어있던 머리카락이, 다시 검게 물들어간다.
머리카락만이 아니라 미묘하게 바뀌어 있던 얼굴도, 마찬가지로 본래의 형태로 돌아갔다.
이어서 숨겨 놓았던 뿔과 꼬리 역시, 그런 릴리스의 몸에서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어, 어어... 어어어...?”
실시간으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릴리스를,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쳐다보는 사티.
“우리 오랜만이네, 그치?”
팔짱을 끼며, 그렇게 묻는 릴리스의 말에 나랑 릴리스를 번갈아보다가, 나랑 릴리스가 끼고 있는 똑같은 반지를 다시 확인하고서 어어, 하고 입을 벌리는 사티가 보였다.
“그러다 턱 나가겠다.”
내 말에 핫, 하고 고개를 휙휙 내저었던 사티가 더듬어가며 말했다.
“이, 이게... 뭐야? 오빠가... 어떻게... 릴리스... 여제... 어...?”
“그렇게 됐어.”
“그렇게, 되다니...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건데...?”
설명하긴 좀 많이 복잡했다.
릴리스의 양자에서 시작해서 남편이 되기까지, 좀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오빠랑... 여제가... 그, 그런 사이였다니... 그럼, 전에 그건... 어... 으... 아...?”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사티를 보고서, 호아란이랑 유스티티아, 그리고 카르미나와 카루라는 조금 나중에 부르기로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