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사티는 이제 내 전용 보지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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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내가 디스펜서로 일할 때 사정해도 된다고 아내들에게 허락받은, 그날 최대 사정 횟수의 20분의 1만큼이 사티랑 할 수 있는 최대 횟수였다.
지금 기준으로 치면, 50번이 좀 안 되는 횟수라고 보면 됐다.
이전까지의 아내랑 했던 것과 비슷한 숫자인 것도 같지만 디스펜서로 일하면서 허락받은 횟수랑 공유되는 탓에 사티랑 한만큼은, 디스펜서로 일하지 못하는 셈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그것 말고도... 사티랑 할 때는 피임을 해야 했다.
이쪽은 카르미나의 의견이었다.
애당초 우리 집의 하렘의 경우에는 카르미나의 의견이, 나르메르 왕국식의 하렘 문화가 많이 반영되어있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도 나르메르 왕국 쪽의 경우를 꽤 반영한 탓에 그랬다.
아무튼, 그런 카르미나의 말로는 나르메르 왕국에서도 하렘은 두 종류라는 모양이었다.
정실과 첩으로 이루어진, 두 종류의 하렘이 있다나.
정실은, 말 그대로 정실이었다.
여태까지의, 내 하렘이자 아내들인 지금이랑 똑같은 하렘.
이 경우에는 아내들 중 어느 한쪽을 더 사랑한다든지, 애정을 갖는다든지, 반대로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한다든지 하는 것 없이 서로 간의 차별 없이, 똑같이 평등하게 대해줘야만 했다.
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이 경우에는 누구의 자식이라고 할 것도 없이, 하렘의 구성원끼리 서로가 낳은 자식을 그냥 모두의 자식으로 대하는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그 자식들은 정실의 자식들인 만큼 왕가를, 가문을, 아버지나 어머니의 뒤를 이을 후계자의 취급을 받는 적자로 취급되었다.
반면, 측실로 이루어진 하렘은 어디까지나 측실이었다.
전쟁이나 분쟁 끝에 얻은, 전리품으로 구한 여자나 남자, 혹은 노예이던, 정쟁에서 대가로 받아온 것이든, 하룻밤의 불장난 결과물이든.
그 밖에 여러 이유로 하렘에 편입된 자들은 모두 이쪽에 속했다.
앞서, 정실들로 여겨지는 하렘에 속한 자들이 아내나 남편으로 취급받는다면 이쪽은 하렘의 주인의 전리품 혹은 소유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애당초, 전리품이나 정쟁에서ㅡ 패배한 쪽의 사죄나 항복의 의미로 받아온 자들, 혹은 하룻밤 실수로 애를 배어버렸다는 이유 등등, 전자랑 달리 이런저런 이유로 들인 하렘원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두 종류의 하렘은 차별될 수밖에 없었다.
그 둘은 똑같이 대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정실과 측실의 대우는 가문이나 개인에 따라서, 전부 다른 편인 모양이었다.
예를 들어, 나르메르 왕가의 경우에는, 첩실은 정실들이 상대할 수 없는 경우... 임신 중이라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만 하렘의 주인에게 안길 수 있었다.
더욱이 그런 측실의 소생들은 결코 왕가의 후계자로 올라가지 못하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정실쪽의 아이의 부하나 젖형제로 붙여준다는 모양이었다.
정실이 낳은 왕실의 후계자와 같이 성장하면서,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는 신하로 붙여주는 느낌이었다.
카르미나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워낙 손이 귀한 나르메르 왕가인데다가 당시 신이랑 한판 뜨느라 카르미나의 아버지가 그럴 시간이 없었던 만큼 딱히 어머니가 다른 동생이나 친동생같은 경우가 없었다는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우리의 경우에는 아내들과 그러지 않은 쪽... 전용 보지의 경우를 어떤 식으로 차별할지 결정해야만 했고, 아내들이 상의한 끝에, 그 차이로 피임이 되었다.
최소한, 아내들이 모두 아이를 갖게 되기 전까지는 사티는, 아니 사티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늘어날지도 모를 내 전용 보지들의 경우에는 내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피임을 유지하는 걸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린 아내들에게 나도 동의했다.
솔직히...
내 고집을 받아준 아내들이, 자신들은 여전히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와중에 나랑 다른 여자 사이에서 잔뜩 애가 생기는 것을 보고만 있게 된다고 생각하면 존나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고, 아내들과 비교하면 누가 됐든 간에 나랑 격이 그리 차이 나지는 않을 테니까 훨씬 더 임신하기 쉬울 거니까.
그런 만큼 아내들이 내린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 차이를 두는 건, 어디까지나 정실과 측실 사이에서만 끝냈을 뿐, 자식들에게까지는 선을 그어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보통 정실과 측실의 자식들도 후계 문제든 뭐든의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내 경우에는 정실의 소생이든 측실의 소생이든간에, 내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건 이미 아내들끼리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합의를 본 것의 연장선이었던 모양이었다.
누가 먼저 아이가 생기든 간에, 그렇게 태어난 자식은 누구의 아이가 아니라, 한조의 아이로 동등하게 대하기로 나도 몰랐는데, 그렇게 하기로 했었으니까.
근데 그런 걸 했으면 나한테도 알려줘도 되지 않았나 싶었다.
뭐...
열심히 노력하기는 해도, 막상 아이가 생기려면 진짜 한참 뒤의 일일 거라 생각해서 미리 말하지 않은 것 같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갔지만, 허락을 받은 거다.
“그럼, 사티.”
“으, 으응...?”
전용 보지에 대한 것을, 아내들에게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 그리고 그게 대체 어떤 건지 자세히 듣고 나서 멍한 표정을 짓는 사티에게 내가 말했다.
“우선 계약서부터 쓸까.”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하는 거라고 릴리스에게 배웠다.
무사히, 사티와 계약을 체결이 끝났다.
사실 그래도 싫다고 거절하면, 그래서 사티와 나 사이에 맺어져있는 예속각인의 힘을 빌리게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우느라고 계약서를 못 쓰고 앉아있는 사티를 달래는 게 더 힘들었다.
뭐, 어쨌든 사티의 일은 그걸로 끝났고...
사티가 누워있는 동안, 그런 사티를 간호하느라고 처리하지 못하고 있던 거나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이야 없었지만.
일단 릴리스한테 대신 부탁하려고 했던 6974호의 일이랑 내가 보급 문제로 잠시 다시 내려간 걸로 알고 있는 에일레야에게 이번에 돌아온 척하면서 사티를 새로 고용한 헌터로 소개해주는 거랑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처리만 하면 할 것도 없어지는 셈이라 후딱 끝내기로 했다.
“그럼, 잘 전해줘.”
“네, 여왕님께 반드시...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전달하겠습니다. 여왕님의 왕이시어.”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잘 돌아가고 아이들이 태어날 것 같다 싶으면 이거 써서 여기로 연락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유스티티아가 편도로 연결해준 공간 전이문을 통해서, 내가 릴리아나에게 전해주라고 한 반지가 담긴 함과 임산부에 좋다고 해서 전에 사뒀던... 사티의 일로 누워있지 않았으면 내가 진작 다녀와서 전해주려고 했던 몇몇 영약들을 챙긴 6974호와 몇몇 웨어허니비들이, 그것들을 소중하게 끌어안고서 꿀벌 왕국으로 돌아갔다.
이쪽은 이걸로 됐고...
“혹시 에일레야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사티를 계속 숨겨둘 수도 없고, 내 곁에 두기로 한 만큼 에일레야한테도 소개해야 했다.
괜히 숨겨뒀다가 더 귀찮아질 수도 있고.
아무튼, 나야 의무 방어전 할 때 빼곤 종일 여기 박혀있었던 지라 에일레야를 비롯한 은빛 늑대단쪽은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몰라서 묻자, 조심스레 카루라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내가 알고 있다.”
“카루라가?”
“최근에... 부탁을 받아서 조금 같이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랬었구나.
“너무 무리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음? 음, 별로 무리하고 있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제법 성취도 좋고, 재능도 있어서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아이였다.”
“어...”
내가 말한 건 에일레야가 아니라 카루라의 몸쪽의 걱정이었는데.
정작 카루라는 내가 에일레야를 너무 무리시키지말라고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누나라고 부르는 에일레야를 아이 취급하는 카루라를 보니까 기분이 좀 묘했다.
겉모습은... 에일레야랑 별로 차이가 안 나는 카루라였지만 실상은 스무 살 후반인 에일레야와 100살을 훌쩍 넘은 카루라는, 나이만 다섯 배 가까이 차이가 났으니까.
나이만 따지고 보면 카루라가 에일레야를 아이 취급해도 당연한 일이긴 했다.
정작 그 카루라가 내 아내 중에선 막내뻘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압도적으로 내 아내들 중에서 가장 막내인 릴리아나랑 그 다음뻘인 카루라만 임신했고 그 위로는 전부...
“......”
입 밖으로 냈다가는 사단이 날 것이 분명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서, 카루라에게 에일레야가 있는 곳을 물어봤다.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같이 훈련을 하고 있었으니... 아마 지금쯤은 거처에서 쉬고 있을 거다.”
그럼, 에일레야가 어디 있는지도 들었고.
“가볼까, 사티.”
“아, 응... 오... 아니... 네, 주인님...”
꾸물쩍, 하고.
고개를 까딱이는 사티의 머리를 대충 헝클 듯이 쓰다듬어주고는 카루라에게 들은 곳으로 향했다.
“어? 형씨! 드디어 왔구나!”
“오랜만이네요, 이반씨. 그보다, 에일레야 누나는요?”
“누님? 누님은 조금 전에 씻으러 갔는데.”
사티가 깨어나서 카루라를 부르기 전까지 같이 훈련했었다는 모양이고, 땀도 잔뜩 흘렸을 테니까 씻으러 간 것도 이상할 것 없어서 그렇구나하고 이반의 옆에 대충 앉았다.
“요즘 뭐 없죠?”
“그렇지 뭐, 좀비들도 요새 안 나오고... 이러고 돈 받아도 되나 싶으니까. 너무 편해서 이런 일만 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라고.”
그야 요 주변 좀비들은 릴리스가 내가 다친 뒤에, 딱히 치유 쪽으론 젬병이라 화풀이로 죄다 쓸어버렸다는 모양이고, 안 나올 만 했다.
“이크... 이건 고용주한테 할 말이 아니었나.”
“괜찮아요.”
내 눈치를 보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 이반이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내가 낸 돈도 아니고.
은빛 늑대단이야 남궁무휼이 내 명의로 고용해준 헌터들이었다.
“그런데... 그쪽은?”
“아, 얘는 사티라고... 잠깐 내려갔을 때 고용해온 헌터에요. 화란씨랑 캬루씨만 너무 고생한다 싶어서, 보조쪽으로 고용해왔어요.”
“아, 그래? 이거 미안한걸... 두 누님이 해준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많이들 먹었으니까. 그런데... 사티로스네.”
한쪽 뿔이 반토막나긴 했어도, 그 외에도 특징이 남아있다보니까 알아본 이반이 흐음, 하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음... 뭐, 잘 부탁한다고. 사티라고 했나? 나는 이반이고 이쪽은...”
왠지 영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은빛 늑대단의 헌터들을 이반이 사티에게 소개 시켜주고 있을 때였다.
“...한조? 드디어 돌아온 거야~?”
“아, 에일레야 누나.”
아직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돌아오던 에일레야가 반가운 표정을 짓다가, 내 옆에 있는 사티를.
메이드 복 차림으로 꼼지락거리고 있는 사티를 보고는 멈칫했다.
“...근데 옆에 그건 또 뭐야?”
그거라니...
일단, 그런 에일레야에게 이반에게 소개시켜준 대로, 호아란과 카루라를 도울 헌터로 새로 고용했다는, 대충 그런 내용으로 사티를 소개시켜줬다.
“...그으, 래? 근데... 그것뿐?”
“네, 뭐.”
에일레야에게 내 전용 보지 2호라고 사티를 소개해주긴 아직 좀 일러서 그냥 그렇게 대답하자, 으으음하고 신음하던 에일레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나는 은빛 늑대단의 클랜장인 에일레야야. 사티라고 했지? 잘 부탁해.”
“아, 네... 저도... 잘 부탁해요...”
에일레야, 씨... 하고 중얼거리는 사티.
에일레야는 사티를 모르지만, 사티는 에일레야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고개를 꾸벅하고 숙이며 에일레야와 악수를 하고 나서도 흘끔흘끔 그런 에일레야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흘깃흘깃 쳐다봐? 나한테 할 말 있니~?”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할 말 있으면 해봐.”
“아, 아니... 그...”
“해보라니까~?”
응, 뭐...
왠지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짐승의 감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웨어 울프의 능력을 쓰다 보니까 알고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아 이건 내 적이구나, 아 이건 위험하구나 하는 걸 자주 느꼈으니까.
아마, 에일레야도 뭔가 느낀 모양이었다.
명백하게, 사티를 경계하는 눈초리인 에일레야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에일레야 누나. 그만해요.”
“아니, 내가 뭘 했다구...”
내 말에,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내 눈치를 보는 에일레야.
너무 사티를 감싸는 모양새도 좋지 않을 거고, 일단 사티의 소개도 했으니까,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는게 좋겠다 싶어서 말했다.
“아무래도, 곧장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해서요. 이만 돌아가고 싶거든요.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저랑 사티는 이만 가볼게요.”
“어, 어... 벌써? 피곤하면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ㅡ”
“그동안 밀린 일도 꽤 있거든요. 보고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게 있어서. 그럼...”
“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추욱, 꼬리를 늘어뜨린 채 한숨을 내쉰 에일레야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호아란이나 카루라에게도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사티를 데리고서 빠져나왔다.
“아니, 누님... 갑자기 왜 그래요? 기분이 안좋아도 그렇게 틱틱대면 형씨가 대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거 알만한 건 다 아는 누님이 참. 생리라도 하ㅡ 끄윽...”
빠악, 하고 이반이 눈치없는 나도 하지 않을 개소리를 했다가 에일레야에게 처맞는 소리를 들려왔다.
저 양반은 오랜만에 봐도 여전하네...
그나저나, 나중에 에일레야한테도 이쪽 사정을 다 밝히긴 해야 하는데...
그땐 1호랑 2호랑 서로 사이좋게 지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사티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응...?”
“오늘은 이걸로 대충 할 일 다 끝났거든.”
나머지는 차근차근하기로 하고서, 일단 오늘 끝내야 할 건 이걸로 끝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남은 건...
“오늘은 첫날이니까,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보고 배워.”
“아, 읏... 네, 네... 주인님...”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까딱이며, 그렇게 대답하는 사티랑 같이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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