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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76화 (276/523)

〈 276화 〉 첫 아이들 (3)

* * *

극한까지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카루라의 창끝을, 단순한 찌르기로만 보이는 저 창을 피할 수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무슨 수를 쓰든 간에, 카루라의 창은 나를 찌른다.

옆으로 피하든, 뒤로 피하든, 바닥을 구르던, 내가 무슨 개짓거리를 하던 상관없이, 어떻게 하든 간에... 저 창은 반드시 나를 찌른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말이 본능이지, 강화된 웨어울프의 종족 능력으로 끌어올린 신체 능력과 함께 몇 배로 강화된 감각이 도출해낸 결론, 한없이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초인’으로서의 힘은 일말도 쓰지 않은, 어디까지나 극한으로 단련한 창술만으로 공격해온 카루라였지만, 그렇게 나를 공격하는 카루라는 진심으로 나를 찌르려 들려고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어차피 나으니까 봐주지 말라고 했던 건 나였지만, 진짜 안 봐주는 카루라였다.

물론, 괜찮았다.

오히려 원하는 바였다.

그러지 않으면 훈련이 되질 않는다.

거기에... 피하지 못하면 안 피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까드드드드득!

내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던 카루라의 창이 순식간에 내 피부 위로 솟구쳐오른 비늘들에 부딪혀서 줄어든 위력과 함께 그대로 내 가슴팍에 꽂혀 들어왔다.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카루라의 창이 가진 위력이 어딜 간 건 아니라서 창끝이 비늘들을 뜯어발기며, 가슴팍을 가르고는 푸욱, 찔러들어왔다.

살이 찢겨지고, 그 안을 날카로운 창날이 후벼파오는 느낌.

살점이 도려지는, 아릿한 통증이 뇌리에 꽂혀 들어왔다.

살갗을 찢고, 근육을 가르며 파고들은 카루라의 창날이 뜨겁다.

존나게 아프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 정도는 존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팔이 뜯겨나가고, 내장이 뽑혀져 바닥에 나뒹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어깨가 통째로 뜯겨나가서 뭉개졌던 것과 비교하면.

온몸이 찢기고, 뭉개지고,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터져나가서,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갈라지고, 구멍이 송송 뚫린 뱃가죽으로 내장을 줄줄 흘려대면서,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와 비교하면.

뼈조차도 가르지 못하고, 그저 가슴팍을 좀 찢으며 살점을 후빈 것에 그친 카루라의 창날 정도는, 존나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이런 걸로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이 정도는,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정도의 고통은 결코 아니었다.

“흡...!”

그런 카루라의 창을, 미처 빼지 못하게 붙들어 잡았다.

갈라진 가슴을 재생하면서, 근육으로 붙들어 잡고.

꽈직!

괴력이라고 불리우는 웨어울프의 완력에서, 더더욱 강화한 내 손아귀에 비늘로 갈고리를 만들어서, 카루라의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불렀다.

“호아. 불태워.”

­호아...!

화르르르륵!

내가 붙잡은 창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거대한 마수를 잡아 그 뼈를 통째로 제련해서 만들었다는ㅡ

한때 카르미나랑 같이 신들과 그 신이 부리는 짐승들을 때려잡았던 영웅이었던, 카루라의 아버지가 사용했었던 카루라의 창은, 호아의 여우 불로도 녹아내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카루라가 창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게 했다.

창에 붙은 불길이 채 치솟아 오르기 전에, 날개를 펼쳐서 몸을 빼려는 카루라.

스르르르륵!

그런 카루라가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나 역시 날개를 펼쳐서 가속해서, 달라붙었다.

동시에, 꼬리들을 뽑아서 날아들려던 카루라의 뒤를 막아섰다.

촤라라락...!

날개 끝에, 웨어허니비의 독침이 날카롭게 뽑혀져나와서, 마치 거대한 아가리처럼 카루라의 뒤로 벗어나는 것을 막았다.

“음...!”

몸을 빼기도 전에, 나도 날개를 펼쳐서 따라붙는 것과 동시에 뒤를 꼬리들로 막아서자 아주 한순간이지만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 카루라.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보며 감탄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깨가 들썩이는 기분이 들게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꾸욱,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젠, 내 거리다.

아무리 카루라라도, 날개로 가로막혀서 나와 거리를 벌릴 수 없는 와중에 코앞까지 다가온 내 주먹을 피할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촤아아악, 하고.

내 손등의 살갗을 찢으면서 솟구쳐 나온 웨어허니비의 독침들이, 서로 뒤엉키며 뭉쳐지고, 형상을 이뤘다.

지금은 없는, 아티펙트 '용 발톱'을 닮은 형상을.

내가 보았던, 가장 강해보이던 '팔'의 형상을.

유스티티아의... 용의 그것처럼 변했던 팔로, 웨어허니비의 독침으로 둘러진 팔로 꾸미고, 따라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변한 주먹을, 카루라를 향해 휘둘렀다.

이걸로, 이겼다.

어제는 못 이겼지만, 오늘은ㅡ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런 나를 보며 활짝 웃어 보이는 카루라가 보였다.

“점점 더 이기기 어려워지는군, 역시... 그대는 굉장하다. 그대가 나의 반려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하고.

카루라의 몸이 후욱, 하고 내게로 파고들었다.

프슥, 하고.

내 주먹을, 독침들이 잔뜩 둘러져서, 거대한 발톱을 두른 형상을 한 내 주먹을 스치듯이 피하며, 내 품에 파고 들어온 카루라가 말했다.

“아직은, 그래... 아직은, 그대에게 져줄 생각은 없다.”

뺨을 스친 상처로부터, 한방울의 핏방울이 흐르는 채로 활짝 웃어보인 카루라가 손을 뻗었다.

빠악, 하고 그대로 내게 파고들은 카루라의 손바닥이 내 턱을 처올렸다.

빠드득, 하고 그런 카루라의 손바닥이 내 턱을 처올리기 전에 이를 악물었지만, 버틸 수 있는 유형의 공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악문 대가로, 빠가각하고 뽑혀나간 이빨들이 내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으스러지고, 뽑혀져나가서 튀겨나가는 이빨들과 함께, 핏방울이 튀어올랐다.

이빨은 괜찮았다.

어차피 다시 난다.

부족해진 칼슘이야 카루라의 모유나 좀 빨면 보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머리였다.

충격으로 뇌가 진탕이 된 것처럼, 쩌엉하고 머리가 울리면서,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버린 시야와 제 2격이 내게 날아들었다.

뻐억, 하고 나를 걷어찬 카루라의 발.

한 팔로도 가볍게 안아 올릴 수 있는 카루라의 체중에서 나온 발차기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충격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콰드드득!

그런 내 가슴팍에 꽂혀있던 창을, 호아의 여우 불에 불타는 창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품에 휘감듯이 뽑아내는 카루라가 보였다.

기껏 창을 붙잡고 있던 비늘들도 날아다니는 내 이빨처럼 죄다 뜯겨져서 우수수 튀어나가는 것들도.

하지만 핏방울이, 부러지고 깨진 이빨 조각들이, 산산조각이 난 비늘들이 흩뿌려지며 바닥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렇게 내게서 뽑아낸 창을, 카루라가 호아의 여우 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휘둘러서 내리찍어왔다.

“좆...”

못 피한다.

맨정신이어도 피할까 말까한 속도로 내리 찍어져 오는 카루라의 창을, 뇌가 흔들려서 머리가 어질어질한 가운데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버틴다.

두 팔을 교차해서 가드를 올렸다.

암만 봐도, 이걸로는 부족해보여서, 꼬리들도 뽑아냈다.

스르르르륵!

꼬리들이 내 등 뒤에서 솟구쳐서 창을 막기 위해 교차한 내 팔 위로 둘러졌다.

그리고...

“뚫...!”

꽈아앙ㅡ!

꼬리 째로, 가드를 위해 교차한 팔째로, 카루라의 창에 얻어맞았다.

빠드드득, 빠드드드득!

부러지고, 살갗을 찢으며 튀어나간 팔 뼈들을 다시 붙인다.

우드드득...!

꼬리들과 두 팔, 등뒤의 날개까지 더해져서 충격을 줄여줬는데도 불구하고 금이 간 듯한 척추 뼈도 도로 붙인다.

초재생...

좀 더 빨리ㅡ

“아쉽게 됐구나, 그대여.”

바닥에 파고든 내가 미처 몸을 재생시키고, 일으키기도 전에 카루라의 발이 내 가슴팍을 찔러 눌러왔다.

꽈아아악...!

날카롭게 파고드는 카루라의 발톱.

신조의 혈통을 이은, 카루라의 일족의 무릎 밑으로는 그 신조의 형상을 닮은 새의 다리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그런 카루라의 발톱은 어지간한 도검보다도 더 날카로웠다.

꼬옥, 하고 꼬집듯이 내 가슴팍을 발톱으로 움켜쥔 카루라였지만 카루라가 여기서 조금만 힘을 주면 카루라의 발톱이, 재판에서 이긴 샤일록마냥 내 가슴살을 죄다 찢어발길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뭐, 가슴이 조금 찢어져도 그건 어떻게든 재생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더는 무리다. 이번에도 내가 이긴 것 같군.”

척, 하고 내 목을 찔러 들어오는 카루라의 창은 좀 무리였다.

나를 내리찍으면서, 여우 불마저 꺼뜨린 카루라의 창끝에 닿은 목젖이 치이이익하고 익어가는 소리와 함게 화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좀 따갑네.

생각해보니까 찢기고 터지고 박살이 나고, 아무튼 존나 줘터진 적은 많았어도 온몸이 익어본 적은 별로 없긴 했다.

그렇다고 화끈해지고 싶다는 건 아닌데.

아무튼, 그때 내가 그 촉수 괴물한테 온몸이 지랄이 났는데도, 어째서 살아있었는가 생각해봤는데...

그나마 있던 가능성이, 내 목이 몸과 붙어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유스티티아에게 더욱 큰 절망감을 주기 위해서, 마지막 분풀이 삼아서 내 머리는 멀쩡하게 놔둔 채 몸만 잔뜩 뚫어버렸던 이름도 존나게 좆같이 길어서 기억하지도 안 나는 그 촉수 괴물 새끼가, 그딴 짓을 한 덕분에 내가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가정이었다.

심장이 뛰고, 몸과 머리가 붙어있을 것.

아마, 그때 내가 어떻게 뒤지지 않고 살아있었던 이유가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그때 내가 뒤지지 않은 이유가 납득이 안 갔으니까.

그런 점에서 내 목에 창을 겨눠온 카루라가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딱히 카루라가 내가 몸통과 머리를 분리시키면 끝장난다는 걸 알고 있다기보다는, 보편적인 급소인 목을 노린 것뿐이긴 했지만.

어쨌든, 카루라가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내 몸통과 모가지를 빠이빠이 시키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이 상태에선 존나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응, 이럼 별 수 없네...”

“그래도 그대가 내 창을 붙잡고, 곧 이어서 퇴로를 막은 것은 좋았다. 그대가, 맨손인 내가 품에 파고들 거라는 걸 예상했었더라면, 더 힘들어졌을 테니. 훌륭하다.”

스윽, 하고 내 가슴에서 발을 떼어낸 카루라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왔다.

손을 잡고 일어나라는, 카루라의 배려였다.

근데, 나 아직 졌다고는 안 했는데.

이대로 포기한다고는, 단 한마디도 안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암무트.”

꼬리들 중 하나가 쩌억, 하고 입을 벌렸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처럼.

뼈만 남았다고 한들, 한 때 드래곤이었던 골룡마저 한입에 씹어 부쉈던, 카르미나가 부리던 나르메르 왕국의 신수, 암무트의 형상을 띤 꼬리의 모습에.

“읏?!”

휙, 하고 거대한 아가리를 본 카루라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피하려고 드는 것이 보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르메르 왕국 출신인 카루라야, 카르미나가 부리던 신수이자 한때 나르메르 왕국의 수호수였던 암무트의 힘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

나야 그때만 보고 만 수준이었지만, 카루라는 오랜 세월 동안 암무트가 활약해왔던 것을 보아왔을 거다.

그리고, 그 암무트가 이제 내게 종속된 존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놀랄 거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암무트에게서 피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거란 것도 예상했다.

근데...

“구라야, 카루라.”

그때의 암무트는, 더 이상 없었다.

영락해서 존나 작고 귀여워진, 새끼 고양이가 되어버린 암무트만 있을 뿐이었다.

사라져버린 신성과, 열화되고 영락된 탓인지 아니면 줄어 들어버린 몸에 따라 정신이 따라가는 건지, 만년을 넘게 살았던 것치고는 잘 삐지는 그런 고양이가 되어버린 암무트만 있을 뿐이었다.

즉, 저 꼬리는 그냥 블러핑이었다.

진짜는...

내 꼬리가 변한 모습에 놀라서 몸을 피하려던 카루라의 다리를, 작은 고양이의 형상을 한 암무트가 툭, 하고 꼬리로 후려치는 것이 보였다.

“읏...!”

제아무리, 창으로서도 달인급에 이른 카루라라도 급하게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보이지도 않는 발밑에서 톡하고 다리를 걸어온 암무트의 공격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내 주위 1미터 안이라면, 어디서든 기척도 없이 튀어나올 수 있는 암무트랑 호아였으니까, 없다가 갑자기 발밑에서 생겨난 암무트의 기습을 피하는 건 아무리 초인의 반열에 든 카루라도 무리였다.

그래.

피할 수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여야 했는데.

꽈직!

쓰러지려는 몸을 창으로 지탱하면서, 그대로 몸을 돌리는 카루라가 보였다.

피하지 못한 건 맞다.

실제로도 암무트의 꼬리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질 뻔했던 카루라였으니까.

근데, 그렇게 넘어질 뻔한 것을 동력으로 삼아서 다시 움직이는 것까지는 예상 못했다.

“아니, 뭔데.”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그렇게 몸을 돌리는 카루라의 무릎차기가 내 안면에 들이박히는 광경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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