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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79화 (279/523)

〈 279화 〉 첫 아이들 (6)

* * *

“저 사람은...?”

6974호와 함께 돌아온 웨어허니비 무리 사이에 끼어있는,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저마다 하나, 혹은 복수의 역할을 부여받고서 왕국의 번영을 위해 일하는 웨어허니비들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웨어허니비들은 한 여왕에게서 나온 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저마다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서, 근소한 차이나 개성이 있긴 했지만 일단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그중에서...

아이들을 안고 찾아온, 웨어허니비들치고는 가슴이 큰 편인 웨어허니비들 중에서도 유독 커다란 가슴을 가진 웨어허니비가,릴리아나를 많이 닮은 웨어허니비가 눈에 들어왔다.

저 가슴 때문에라도 몰라볼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첫 아이들을 낳은 릴리아나말고, 릴리아나의 전 여왕이자 릴리아나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웨어허니비들의 어머니.

처음 봤을 때 당시나 릴리아나에게 ‘계승’당한 뒤에도, 또 그 뒤에 한참 나한테 박히는 와중에도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던, 전 여왕.

“...저 사람 전 여왕 아니야?”

예전 입버릇대로 저거 네 엄마 아니냐고 말할 뻔한 걸 참고서 그렇게 묻자, 내 말에 활짝 웃으면서, 릴리아나가 긍정했다.

그리고 말했다.

“네, 왕께서 말씀하신대로 전 여왕이랍니다. 여왕에서, 이제 왕국의 일원으로 돌아갔으니... 보모의 역할을 부여했죠. 더 이상 아이를 낳지는 못하는 몸이지만, 한때 직접 아이를 낳고 길렀던 몸이다 보니 젖만큼은 나오니까요. 여왕으로서는 쓸모를 다했지만, 보모로서는 우수한 모양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젖이 나오긴 했었지.

실금실금 조금 새어 나오는 정도에 불과하긴 했지만.

카루라가 처음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보다 적긴 했지만, 아무튼 모유가 나오긴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꿀을 만드는 종족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전 여왕의 모유도 제법 달았는데.

“근데 젖은 왜?”

“그야 보모들로 뽑기 위해선 젖이 나와야 하니까요.”

보모 웨어허니비들로 선택받는 조건이 젖이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의 여부였던 모양이었다.

일단 나도 릴리아나를 내 아내로 삼기로 했고, 또 내 자식들도 웨어허니비다보니 웨어허니비에 대한 건 많이 알아봤다.

웨어허니비가, 대다수의 곤충형 웨어비스트들이 그렇듯 군체형 종족이란 것과 역할에 따라서 몇몇으로 세분된다는 것은 덕분에 잘 알았다.

릴리아나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왕종’을 제일 위로 두고서, 그 밑으로 여왕의 측근과 호위, 전투 등을 담당하는 웨어허니비, 또 그 밑으로 대다수의 웨어허니비들 역할을 차지하는, 여왕과 여왕의 측근 및 전투 등을 제외한 모든 역할을 전담하는 웨어허니비들이 있다고 보면 됐다.

아무래도 보모 웨어허니비들은 웨어허니비들 중에서도 보모 역할을 부여받은 웨어허니비들인 모양이고.

잠깐만...

“웨어허니비들은 여왕만 임신할 수 있는 거 아니였어? 근데 어떻게...”

지금 보이는 보모만 서른 명이 넘는데?

물론 나도 이미 릴리아나 말고도 다른 ‘여왕종’들이, 그러니까 릴리아나처럼 남자의 정을 받는 걸로 ‘여왕’으로 진화한 것은 아닌 ‘공주’들이 몇몇 더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공주’들 중에서 릴리아나가 제일 우수했던 탓에 ‘여왕’이 됐던 거니까.

아무튼, 저 보모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생식 능력을 갖춘 ‘공주’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여서 그렇게 묻자, 그런 내 말에 릴리아나가 말했다.

“그건...”

후후, 웃으면서 릴리아나의 설명을 듣고서, 보모 웨어허니비들이 대체 뭔지 확실히 알았다.

웨어허니비들 중에선, 여왕이 아이를 가지면 마찬가지로 가슴이 커지고 젖이 나오기 시작하는 웨어허니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선별해서 아이들의 보모로 임명한다는 모양이었다.

본인이 임신한 것도 아닌데, 여왕인 릴리아나가 임신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고는 젖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웨어허니비의 생태를 듣게 되니까 좀 많이 신기하긴 했다.

궁금했던 다른 ‘여왕종’들인 ‘공주’들은 같은 세대의 ‘공주’들 중에서 새로운 여왕이 뽑히게 되면 평범한 웨어허니비들로 돌아가거나 독립해서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 모양인데... 릴리아나의 다른 자매 공주들은 전부 그냥 평범한 웨어허니비들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공주들이 독립해서 새로운 여왕이 되는 경우에는...

여러 왕국이 존재해도 될 만큼 풍족한 환경이거나 새로운 ‘여왕’이 여러모로 불안한 경우, 혹은 그 둘 다일 때나 그렇다는 모양인데, 세계 정부내에서 웨어허니비들의 위상이 딱히 부족하거나 핍박받거나 하는 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니 환경 자체는 독립해서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 공주들이 나오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단지, 그런데도 새로운 여왕이 새로운 왕국을 세우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호기심은 풀리셨나요, 나의 왕이시어?”

여왕이 되자마자, 하루도 안 돼서 어머니인 전 여왕을 ‘계승’하고서 한순간에 왕국 전체를 휘어잡아버린 릴리아나가 뛰어난 ‘여왕’인 탓이었다.

우수한 여왕이 있는데, 새로운 ‘왕국’은 불안 요소일 뿐이니까.

우수한 여왕 밑에서, 단 하나로 통일된 왕국이 풍족한 자원을 독점하는 것이 그것을 나누는 것보다는 더더욱 종족의 ‘번영’을 낳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생존의 문제가 있었더라면 아마 모든 공주들이 새로운 왕국을 세우려 들었을 거고.

진짜 알면 알수록 웨어허니비는 신기한 종족이었다.

종족 전체가, 종족 그 자체의 번영을 위해 존재하는 군체 종족이긴 한데, 그렇게까지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모유가 나오기 시작한 웨어허니비들을 보모로 삼는 건데, 더 이상 아이를 낳지는 못하지만, 한때 직접 아이를 낳고 기르던 여왕이었던 전 여왕의 가슴은 여전히 젖이 나와서 마찬가지로 태어날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모로 임명했다는 릴리아나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 여왕에서 보모로 직업을 바꿔버린 전 여왕을 바라봤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그 싸가지 없고, 내게 질내사정 당하는 와중에도 표독스럽게 노려보던 전 여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일단은 자신의 손녀이기도 한, 릴리아나의 아이들을 소중하게 안고 있는 전 여왕을 보니까...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면 저렇게 되는 건지 살짝 무서웠다.

하지만 굳이 전 여왕에게 뭔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 것보다... 보모 웨어허니비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의 숫자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 탓이었다.

서른이 넘는 보모 웨어허니비들이 품에 둘씩 안고 온 아이들, 그러니까 대충 세어봐도 육십 명이 넘는 내 아이들을 보니까 더더욱 그랬다.

아니, 숫자는 둘째치고 다들 오늘 아침에 태어났다고 들은 것치고는 갓난아기라기보다는 100일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잔뜩이었다.

“릴리아나? 이 아이들... 오늘 낳았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릴리스도 마찬가지였는지 릴리아나에게 물어봤다.

“네, 릴리스님. 오늘 낳은 것이 맞습니다. 저 아이들은... 좀 더 일찍 낳은 아이들이지만요.”

“좀 더 일찍...?”

“네, 어제랑 오늘에 걸쳐서... 이번에 본 여왕이 낳은 아이들은 모두 이백스물둘이었으니까요. 이 아이들은 본 여왕이 어제 낳아서... 조금은 성장한 아이들이라 이렇게 데려올 수 있었고요.”

릴리아나의 대답에 릴리스가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 보였다.

옆에서 같이 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자식이 이백 명이 넘는다고...?

벌써 등골이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용돈으로 만 원씩만 줘도 한꺼번에 200만 원이 넘게 공중으로 분해된다고...?

아니, 이제 돈도 제법 많으니까 용돈 문제는 없다.

중요한 건, 한 번에 이백 명이 넘게 생겨버린 자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릴리아나가 방금 말했잖는가.

이번에 낳은 아이들이 이백스물둘이라고.

그건 앞으로도 그만큼 낳을 거란 소리였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당장 전 여왕이 낳은 자식들... 현 꿀벌 왕국의 웨어허니비들만 10만 명이 넘었다.

내가 봤던 웨어허니비 중에서 가장 번호가 늦었던 웨어허니비가 10만 번 대였으니까.

그 말은 적어도, 앞으로도 릴리아나가 10만 명 정도는 더 낳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더 이상 릴리아나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어서, 다음 세대의 ‘공주’들을 낳을 때까지ㅡ 이전 여왕보다도 우수한 릴리아나였으니까 아마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 분명했다.

나를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누구는 한 번에 이백 명이라는데...”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다산’은 웨어허니비의 종족 특성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애당초 다른 종족의 남성으로부터 정을 받아서 아이를 임신하는 종족인 웨어허니비가 ‘잘’ 임신하는 것도 내 잘못은 아니었다.

릴리아나가 나랑 그렇게까지 격이 차이나지 않은 것도 이유고.

아무튼, 따가운 릴리스의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돌리자카르미나가 보였다.

“한 번에 이백 명이 넘는 아이를 낳다니, 무척이나 부럽구나...”

옅어지긴 했어도 ‘신’의 피가 섞인 탓에 평생동안 아이 하나나 둘을 보는 것도 많이 낳았다고 할 정도로 자손이 귀했던 나르메르 왕족이었던 카르미나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여도 영웅의 아이를 많이 많이 낳고 싶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슬쩍, 나를 보는 카르미나의 시선에 엄청난 부담감이 느껴졌다.

오늘 밤은 한층 더 릴리스랑 카르미나가 임신을 보채면서 달라붙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

오히려 좋긴 한데.

좋은 것과 별개로 날 잡아먹을 듯한 릴리스와 카르미나의 두 시선이 좀 무섭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내게서 시선을 떼어낸 카르미나가 릴리아나를 보며 말했다.

“직접 여를 보는 것은 처음이겠구나, 소개는 생략하고... 어차피 이제 자주 보게 될 것이니여는 그냥 카르미나라고 부르거라.여나 그대나 다 같은... 영웅의 아내들 아니더냐?”

“감사합니다, 카르미나님... 본 여왕은, 릴리아나. 본 왕국의 여왕이랍니다.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예를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을 사죄드립니다.”

“그럴 필요 없노라, 아이를 낳았다고 하였지 않느냐? 고생했으니 마땅히 그러해도 좋으니라! 더군다나, 다른 누구도 아니고 영웅의 아이를 낳은 것이지 않느냐? 게의치 말거라. 그보다... 릴리아나여.”

“네, 카르미나님?”

“여가 아이를 안아봐도 되겠는가?”

조심스레, 그렇게 묻는 카르미나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해준 릴리아나가 말했다.

"여봐라."

그런 릴리아나가 명령하자, 한 보모 웨어허니비가 안고 있던 아이를 카르미나에게 안겨줬다.

“오오... 무척이나 따듯하구나.”

품에 안은 아이를 조심스레 만져보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

아기들이 체온이 좀 높긴 하지.

“게다가, 무척이나 얌전하구나! 영웅도 어릴 적에는 이랬느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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