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화 〉 첫 아이들 (7)
* * *
“글쎄...”
어릴 적‘에’는 대체 무슨 의미인지 카르미나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뭐지? 지금은 얌전하지 않다는 소리인가?
물론, 당장 어젯밤만에도 조금만 쉬게 해달라는 카르미나의 부탁을 살짝 한 귀로 흘린 채 열심히 아기 만들기를 하긴 했다.
근데 애당초 카르미나가 임신시켜달라고 조른 거였잖아.
카르미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을 뿐, 내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하여튼간에, 카르미나의 말에 내 어릴 적을 떠올려봤다.
내 어릴 적이야 하나같이 좆같은 기억만 잔뜩이라, 떠올리기 여간 좆같은 일은 아니었다.
확실한 건, 적어도 내 어릴 적에는... 누군가의 품에 안긴 적이 없었다는 거였다.
내가 날 때부터 걸어 다녔던 것도 아닐 테고, 아직 기지도 못했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옮겨지고 그랬을 텐데... 딱히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아서 좀 더 기억을 들춰보니, 대충 바구니 같은 거에 꽁꽁 싸 매인 채 담겨서 옮겨졌던 것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대체 아이를 그따위로 옮기는 새끼가 어디 있는가 싶어서 내 기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 고아원장년이라면 그럴 법하기도 했다.
그 씹년은 정말 몇 안 되는, 순수한 호의로 기부된 아이들 분유도 삥땅 쳤던 년이니까.
내가 어릴 적에 얌전했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좆같은 것만 떠올라서 좆 같았다.
근데, 정작 내게 그런 질문을 했던 카르미나는 그냥 해본 소리였는지, 내 대답을 듣는 것보다는 다시 아이에게 관심이 쏠린 모양이었다.
“으음, 뺨이 엄청나게 말랑거리는구나... 중독될 것 같도다... 생각같아선 한번 깨물어보고 싶구나. 무척이나 말랑말랑할 것 같으니라.”
사랑스럽다는 듯이 안고 있는, 아이의 뺨을 콕콕 손가락으로 어르며 말하는 카르미나.
“마? 마마마...?”
“이런... 미안하구나, 여는 아직 젖이 안 나오느니라. 그러니 그렇게 만져도 줄 수가 없노라.”
다른 보모들이나, 보모로 임명되어버린 전 여왕과 비교해서도 훨씬 더 커다란,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거의 미노타우로스급으로 부풀었던 가슴이 조금 더 커져 버린 릴리아나랑 비슷한 수준의 카르미나의 가슴 때문인지, 옹알거리면서 가슴을 만져오는 아이에게 카르미나가 사과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카르미나의 사과에도, 알아들을 길도 없고 애당초 젖이 관심사가 아니었던 모양인지 쪼물쪼물거리면서 계속 가슴을 주무르는 아이에게 카르미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음? 젖이 아니라... 그냥 여의 가슴이 만지고 싶었던 것이냐? 과연, 영웅의 아이로구나.”
아니.
왜 그런 식으로 내 자식인 걸 인정하는 건데.
누가 보면 내가 가슴에 환장하는 줄 알겠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늘 순서는 젖꼭지 애무에 제일 오래 버티는 순서대로 하기로 할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르미나를 빤히 쳐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귀 끝만 움찔거리면서, 카르미나와 아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릴리스가.
내 시선을 따라갔다가 그런 릴리스를 본 릴리아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릴리스님도 안아보시겠어요?”
릴리아나의 말에 퍼뜩 놀라며 릴리스가 말했다.
“아니, 나는... 그... 너무 약해 보이니까 좀.”
생긴 건 백일쯤 지나 보이긴 해도, 이제 태어난 지 하루 지난 아기니까, 약한 게 당연한 거긴 한데.
근데 릴리스의 기준으로 약한 거면, 쟤들이 다 커도 그대로일 거다.
“릴리스님이라면 괜찮으니까요.”
“그, 그래... 그럼...”
릴리아나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릴리스.
그런 릴리스를 보고 릴리아나가 보모 웨어허니비를 향해 눈짓하자, 마찬가지로 릴리스에게 안고 있던 아이를 건네주는 것이 보였다.
“후우...”
심호흡하고는, 그런 보모 웨어허니비로부터 아이를 받아서 안아 드는 릴리스.
“읏...”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아이를 받쳐 안은 릴리스가, 찰싹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매달리듯 껴안아 오는 아이에 신음을 내뱉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진짜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든 채 바라보던 릴리스가 아주 살짝 그런 아이의 뺨에 손가락을 댔다.
“따듯하네... 정말로...”
콕, 콕하고 카르미나가 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아이의 뺨을 만져보는 릴리스.
“...진짜로 말랑말랑하네.”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하고 웃는 릴리스.
“마마마마?”
“...미안한데, 나도 안 나오거든. 어차피 못 알아듣긴 하겠지만... 대신, 자.”
휙휙, 하고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아이에게 꼬리를 뻗어보내서, 마치 모빌처럼 빙글빙글 돌리는 릴리스가 보였다.
“꺄아아아ㅡ”
“다행이네, 재밌나 보구나?”
“오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로구나. 자, 여의 꼬리도 한 번 보거라.”
그런 릴리스를 따라서, 하지만 릴리스처럼 자유자재로 꼬리를 다루는 건 어려운지, 그 대신에 꼬리로 아이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꺄아아아! 꺄아아!”
“오오, 옆구리가 약점인가 보구나? 그런 점은 아버지인 영웅을 닮았구나!”
왜 내 옆구리가 약점인 걸 내 딸한테 알려주는 건데.
아무리 성장이 빠르다고 한들, 아직 알아들을 턱이 없는 갓난아이라서, 그저 카르미나의 꼬리 간지럽히기에 꺄르르륵 거릴 뿐이긴 한데.
“그렇군요, 왕께서는 옆구리가... 그리고 가슴...”
아이 대신에 애 엄마 쪽은 확실히 기억해두는 것이 보였다.
슬쩍 내가 그런 릴리아나를 보자, 눈웃음을 지으면서 활짝 웃는 것이 보였다.
어째, 내 옆구리를 선명하게 핥아오는 릴리아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내가 가슴을 만지는 걸 좋아한다는 것부터, 옆구리가 약점이라던가 하는 걸 저렇게 말한 카르미나의 저의가 궁금했다.
사실 릴리아나한테 알려주려고 저런 건 아니겠지...?
아무튼, 정말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 아이를 안은 채 미소 짓는 릴리스랑 카르미나를 보니까 발기할 것 같았다.
지금은 릴리아나가 낳은 아이를 안고 있는 릴리스랑 카르미나였지만 둘이 직접 낳은 내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영웅이여, 영웅이여, 영웅도 보기만 하지 말고 한 번 만져보거라.”
그런 나에게, 카르미나가 품에 아이를 안고서 다가오며 말했다.
보모가 아닌 카르미나 품에서도 얌전히 안겨있는 아이.
카르미나의 꼬리 간지럽히기에 그렇게 잔뜩 꺄르르륵대며 당했는데도 울음을 터트리긴 커녕 누구를 닮은 건지 카르미나의 가슴을 작은 손으로 꽉 붙잡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딸이라서 봐주는 거지, 아들이었으면 내 아이라도 봐주지 않았을 그런 모습이었다.
정작, 카르미나는 아이가 쪼물쪼물 가슴을 주물러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인데...
나도 안다.
내가 이상한 거라는 것쯤은.
아무튼, 그런 내 쫌생이같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르미나가 아이의 뺨을 쪼물쪼물 잡아 늘이면서 말했다.
“말랑말랑한 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노라!”
확실히, 정말로 말랑말랑해 보이긴 했다.
저래도 울지 않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쁘아?”
나랑 시선이 마주치자 카르미나에게 뺨을 늘려지면서도 옹알거리는 소리를 내는 아이가 보였다.
“귀엽네.”
“그렇노라! 거기에 여길 보거라, 이 눈, 영웅을 조금 닮은 것 같지 않으냐?”
“글쎄다...?”
내 눈은 저렇게 초롱초롱하지 않은데.
애당초 유전적으론 내 유전자가 하나도 섞이진 않았으니까 나랑 닮았을 일도 없었다.
그거 가지고 이 아이가 내 자식이 아니다 뭐다 할 생각은 없었지만.
오히려 날 안 닮고 엄마인 릴리아나를 닮아서 다행이었다.
내 얼굴이기는 한데, 내가 생각해도 내 눈매가 상당히 더럽긴 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릴리스가 내 눈이 마음에 든다고 한 것이 진심으로 한 소리였는지 살짝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초롱초롱한 눈이 나를 닮았다는 카르미나의 시력도 살짝 의심스럽긴 했다.
“음...”
그나저나... 닮았다고 하니까 가만히 바라봤는데, 한참을 그렇게 들여다봐도 확신을 담아서 말할 수 있었다.
역시 날 하나도 안 닮았다.
오히려 닮은 걸로 치면 나보다는 호아랑 더 닮은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호아란의 어릴 적 모습이라고 여겨질 만큼, 호아란과 똑닮게 생긴 호아였다.
호아가 내 식신이 되면서 검은 머리카락에 금발이 한줄기만 남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얘네랑 호아랑 나란히 두면 자매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외형만 따지자면 호아란을 닮은 호아랑 릴리아나를 닮은 아이들이랑 좀 다르긴 했지만, 뭐랄까 분위기가 닮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호아가 예전처럼 아예 금발이었으면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인형 모드가 아닌 호아가 대충 다섯 살쯤 되어 보이고, 얘네는 이제 백일쯤 지난 것처럼 생겼으니까, 호아가 한참은 언니로 보이겠지만.
식신인 호아는 영영 그대로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외모인데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돼서 백일 남짓 정도로 성장해버린 릴리아나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얘네들은 2년이면 다 커서 성체가 될 거니까 대충 계산만 해봐도 호아가 얘네 언니뻘로 보일 수 있는 기간은 반년이면 끝나버리겠지만.
그쯤만 돼도 얘네는 대충 초등학생 수준으로 자랄 테니까.
1년만 지나면, 중학생쯤 될 테고 마저 1년이 지나면 성체가 되니까...
2년도 안 돼서, 내 딸들이 다 큰다고 생각하니까 벌써 현기증이 나려고 했다.
애당초 인간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웨어허니비인, 릴리아나를 아내로 삼기로 한 이상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당장 릴리아나랑 나 사이의 아이들과 이 아이들의 엄마인 릴리아나의 나이 차이만 생각해도...
생각하지 말자.
휙휙 고개를 내저어서 떠오르려던 생각을 멈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