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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82화 (282/523)

〈 282화 〉 첫 아이들 (9)

* * *

부려 먹기 편하게 피를 섞는 것으로 힘을 나눠준 탓에 생겨난 무수한 반신들에 의해 모가지가 뽑힌 셈이니까, 결국 뿌린 대로 업보를 거둔 격이었다.

좆을 좆대로 놀렸으니 좆된 거라고 보면 됐다.

암무트처럼 여성체의 신들도 있었던 모양이니 꼭 좆만 놀렸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런 반신들을 이끌고서 신들과의 전쟁 끝에 진짜로 신의 모가지를 쳐버린 카르미나가 보기에도 릴리스는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릴리스가 적어도 반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리고, 릴리스가 반신이라는 것이 꼭 신기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일단... 유스티티아의 경우에는 영웅도 알고 있지 않았느냐?

그건, 그렇지만.

나중에 유스티티아에게 들은 거지만, 유스티티아의 증조부가... 그때 내가, 처음에는 개꿈이라고만 여겼던 곳에서 봤던 그 사람이란 것도 알았다.

좀 많이 대단한 증조부를 둔 유스티티아가, 카르미나나 카루라와 같은 케이스란 것도 덕분에 알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르미나나 카루라가 수십, 수백 세대, 수천 년에 걸쳐서 한참 피가 옅어진 신의 피가 섞였을 뿐인 후손이라면, 유스티티아는 당장 몇 세대 차이도 안 나는 증조부가 상당히 체급이 큰 신격이란 정도뿐이었다.

나랑 카르미나의 말에 유스티티아는 알고 있었나 보네, 하고 한숨을 내쉰 릴리스가 말했다.

”그래, 유스티티아 걔도 그렇지. 걔는 뭐 특이 케이스니까... 아무튼, 카르미나가 말했던 '신'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몇 종류가 더 있어.”

뭔 신이 여러 종류가 있나 싶었다.

내가 아는 신은 전지전능이 어쩌니 유일신이니 하는 거나 수양이 어쩌니 윤회가 어쩌고 하는 것밖에는 모르는데.

근데, 대충 내가 알고 있는 그거랑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는 거였다.

카르미나가 말한 대로, 신앙을 받아서 ‘신성’을 품게 된 신.

강한 힘을 지닌 동물이었던 인간이었던, 몬스터였던, 혹은 천재지변이 일으키는 ‘현상’이었던 간에... 신앙을 받아서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서, 그 신앙이 쌓여 ‘그릇’이 만들어지고, ‘형태’를 이뤄서, 결국 ‘신성’이 쌓이게 되는 것으로 완성되는 후천신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그와 반대가 애당초 신이 되기 위해 태어난 선천신...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신으로 태어났거나, 릴리스와 같은 ‘초월종’이 성장해서 자연스레 신이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다.

신이 될 존재로 태어난 선천신과 신이 되어버린 후천신.

둘의 차이는 별거 없었다.

날 때부터 그릇이 존재했고, 신이 될 준비가 되어있던 존재가 성장해서 신이 되는 것과 신앙을 받다가 ‘그릇’이 생겨나서 신이 되는 것.

과정이 살짝 다를 뿐이지, 이 둘은 비슷비슷했다.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자연신이었으니까.

여기에 유스티티아나 카르미나, 카루라처럼 신의 ‘혈통’을 이어받아서 어느 정도 힘을 이어받는 때도 있었다.

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만큼, 당연히 출발선부터 다른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들.

그런 만큼,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신성’을 얻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서 말한 후천신처럼, 압도적인 강함이나 공포는 신앙을 낳는 법이니까.

드물게나마 신끼리 섞여서 아이를, 또 다른 신을 낳는 경우도 있고.

자연신과, 그 자연신으로 인해 생겨난 신들이 딱 정상적으로 생겨나는 신의 범주였다.

그리고...

“만들어진 신도, 있고.”

“만들어진 신?”

“그래, 뭐... 앞에서 말한 세 종류는... 어찌됐건 자연스럽게 태어난 신이니까. ‘차원’에게서 낳아졌던, 신앙을 받아서 신이 되었던, 아니면 신들 사이에서 태어났든, 뭐든 간에 말이야. 근데, 전혀 다른 케이스도 있거든.”

대규모의 의식, 혹은 공양.

그 밖에 어떤 방식을 써서, 카르미나나 릴리스가 말한 그릇이란 걸 억지로 만들어내 거기에 후천신처럼 신앙으로 '신성'을 채우든 아니면 카르미나처럼 다른 신의 조각을 씹어먹는 걸로 흡수하든... 아무튼 억지로 신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는 모양이었다.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신들이, 섭리에 따라 생겨나는 신들이 아닌 필요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신.

물론, 신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 일리가 없는 만큼, 대부분은 실패하고 마는 것들이었다.

물론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지, 그런 식으로도 생겨나는 신은 있었다.

자아가 없이 그저 '힘'만 신에 이르렀을 뿐이든, 아니면 반대로 '그릇'만 만들었을 뿐, 진짜 신과 비교하기엔 애매한 힘을 가지고 있든 간에 일단 필멸자랑 비교해선 어마어마하게 강한 힘을 지닌 존재가 만들어지기는 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강한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것도 신은 신이었다.

진짜 신격들과 비교하면 한참은 끗발이 부족한 신.

좀 강한 초월종이나, 반신만도 못한 힘을 지니고 있는 ‘신 언저리’긴 했지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신의 종류가 어쩌니 저쩌니하는 것이 아니었다.

곧이어서 릴리스가 말해준 사실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유스티티아는 너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치고, 나도 그렇고, 호아란도 그렇고 다 그쪽이야.”

“...그쪽이라면?”

“지금 전부 말했잖아.”

“...진짜?”

덕분에 머리가 한 번 펑하고 소리를 내며 터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들은 것들을 정리하고서 어떻게든 다시 사고가 이어지기까지 몇 분은 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간신히 재부팅한 머리로 생각을 정리하고서 입을 열려다가, 도로 다물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말로 해.

릴리스가 사실은 초월종, 차원이 낳은... 그 차원의 신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단다.

성장해감에 따라서 자기 자신으로 인해 그 차원의 모든 것을 집어먹을 운명인 것을 깨닫고, 그게 싫어서 스스로를 봉인한 존재란 것도 들었고.

그래, 여기까지는 뭐... 그렇다고 치자.

릴리스가 무진장 강했던 거야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릴리스만이 아니었다.

호아란도 ‘천호’로서 활동하면서, 인간의 수호자이자 요괴들의 보호자로서 활동하던 시절.

그러니까 수백 년에 걸쳐서, 호아란이 살고 있던 차원의 세상에서 하늘에서 내려주신 여우님이라 불리며 신앙을 받아왔던 시절을 통해서 후천신이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라는 것은 좀 많이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그땐 그랬지가 아니라, 지금도 예전만 못했지만 과거 호아란의 손길이 닿았던 마을이 저쪽 옆동네 섬에 엄청 많다는 모양이고, 덕분에 저쪽에는 호아란을 모시는 신사도 뭔지하는 것도 잔뜩 있다는 모양이었다.

일부, 예전에 호아란이 세웠던 마을이 지금에 이르러선 나라 수준의 크기가 됐고, 거기서는 여우신이라는 존재를 신성시 여기면서 숭배하는 모양이고.

당연히 이 여우신은 호아란이었다.

그 동네에선, 호아란이 정말로 신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계속해서 '후천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호아란이었다.

종교란 종교를 죄다 탄압하다시피 하고, 그걸 허용한 호아란과 세계 정부 덕에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긴 했지만.

유스티티아는 피를 ‘짙게’ 이어받아서, 태어날 때부터 반신이었다는ㅡ 금수저도 아니고 신수저를 물고 태어난 드래곤이란 건 알고 있었으니 넘어갔다.

아무튼, 성장을 멈춘 초월종인 릴리스와 후천신이 되어가는 과정인 호아란, 신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스티티아까지.

여기에 살면서 직접 신을 뚜까 패던 전성기 시절, 그러니까 인간이었던 시절보다 ‘신’으로 있었던 시절이 더 길었던 ‘현인신’ 카르미나는, 육체만큼은 그 세월동안 신이 되어갔던 덕분에, 역시나 반쪽짜리 신, 그러니까 반신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거였다.

“...다 반신이라고.”

내 마누라들 중 과반수가 신이 되어가는 중간 단계, 그러니까 '반신'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반신과 신이란 것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깊게 있다는 소리도 들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랬다.

어쩐지 존나게 세다고 생각했다.

또 덕분에 납득도 했다.

아무리 격이 차이 나고 종족이 다르다고 해도, 질내사정을 매일 같이 백번이 넘도록 했는데도 아내들이 임신할 생각을 전혀 안 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격의 차이란 게, 한두 단계가 아니라 조오오오오온나 차이가 나서 그런 거였다.

그나마 아내들이 신이 아니라 반신이란 것에 안심해야 할까?

나는 초인의 경지를 어떻게 뚫어야 하나 마나 고민 중이었는데, 반신이랑 초인 사이의 격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까지 아내들 자궁에 들이부었던 내 정액들은 거의 다 싸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격을 뚫고서 초인의 경지에 이르러서도 온갖 피임을 다 한 상태에서 임신을 시키려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가 아닐까 싶었다.

잘 모르는 내가 생각해도 초인과 반신의 격은 어마어마하게 차이 날 것 같았으니까.

초인의 격을 뚫고서, 바짝 줄어들은 내 수명을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ㅡ 그렇게 다시 늘어난 수명으로 평생을 아내들이랑 섹스만 해도 아이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문제는 이게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음!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말거라. 여의 조상... 그러니까 초대 파라오의 사례도 있지 않느냐?”

“그, 랬었지?”

신의 피를 이어받은, 나르메르 왕국을 세운 시조는 반신이었다.

그런 전설을 가진 존재였지만, 이미 사티를 ‘소생’시킨 적이 있던 나니까 알 수 있었다.

그냥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도 나르메르 왕가의 시조는 반신이 맞았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힘을, 피를 통해서 대대로 물려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스티티아의 경우처럼, 신수저를 제대로 물고 태어난 반신.

신이었던 것이 아버지쪽인지 어머니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어느 한쪽이 진짜 신이었던 정품 배기 반신이었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도 후손을 봤다.

그래, 희망은 있었다.

반신인 나르메르 왕가의 시조는, 일단 아이를 가졌으니까.

그것도 평범한 인간 사이에서 말이다.

“...다만, 시조께서는 이백 년이 넘도록 자식을 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위로해줄 거면 끝까지 해줄래, 카르미나...?”

이백 년이라니.

이백 년 동안 카르미나의 시조가 대체 얼마나 떡을 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나 오래 걸려서 겨우 한 명의 자손을 봤다는 카르미나의 말에 나르메르 왕국의 시조가 죽은 자식을 대신해서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소생시켰는지 알 것 같았다.

이백 년 만에 본 자식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나였어도 눈이 돌아갔을 거다.

아무튼, 내려진 결론은 이거였다.

“...초인으로는 턱도 없겠는데.”

당장 수명이 간당간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어떻게든 격을 뚫어야 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초인쯤 되면 아내들과 노력하다 보면 애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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