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화 〉 첫 아이들 (10)
* * *
지금보다야 낫겠지만.
“...아니, 잠깐만. 왜 여태까지 이런 걸 비밀로 하고 있었던 거야?”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뒤늦게 왜 이제서야 이런 걸 알려준 건가 싶었다.
엄청 중대 사항이잖아, 이거.
“그야, 뭐...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니.
“말할 필요가 없다니...?”
“말해줬으면 엄청 실망했을 거잖아, 너. 어차피 네 수준에서 백날 노력해봤자 우리가 임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면.”
“어...”
그건 그렇긴 했다.
"괜히 빨리 강해지겠다고 나대다가 객사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것도 그렇넹.
그럼 인정이지.
"그리고 이것저것 준비는 해두고 있었거든, 나나 호아란, 유스티티아 셋이서."
준비라니... 릴리스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셋이서 대체 무슨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아내들 사이의 '격'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나, 아니면 ‘격’을 무시하고도 아이를 갖는 방법을 어떻게든 하고 있었긴 했었나 보다.
“누가 몸을 험하게 굴려서, 기껏 했던 준비를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지만. 네 몸... 그거 치료하려고 저번에 받았던 아리아드의 열매를 썼던 건 알고 있지? 그걸로 할 수 있는 게 잔뜩 있었는데... 네 몸을 낫게 하고 남은 기운으로는 기껏해서 환골탈태하는 수준으로 끝나버렸으니까.”
“아...”
그건 할 말이 없는데.
그나저나 그거 받은 지 꽤 오래 됐던 거 아닌가?
아직 릴리스의 남편은 커녕, 그냥 아들 노릇을 하고 있을 때부터 쟁여두고 있었던 건데...
어쩌면 애당초 나를 후계자로 삼았을 때부터 일단 내 격을 끌어올릴 준비를 해두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당시의 릴리스의 입장에서도 내가 오래 오래 해먹을 수록 편했을 테니까.
“...뭐, 그건 됐어. 이미 써버린 건 써버린 거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시 구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일단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카르미나?”
“음? 아아, 알겠노라! 슬슬 자리를 비워야 할 시간이 됐구나.”
갑자기 뭔가 싶었는데, 둘이서 어딜 가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안고 있던 아이들을 도로 유모들에게 안겨주는 둘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둘이 어디가?”
“오늘 누구랑 만나기로 약속 있었거든. 릴리아나가 우선이니까, 먼저 여기로 온 거고... 아무튼, 오늘 내로 다시 올 거지만,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땐 그냥 카르미나랑 둘이서 돌아가.”
“여는 쇼핑이니라. 여기가 그 달콤한 꿀의 산지나 마찬가지 아니냐? 특히 저번에 먹었던 파르페에 물량이 없어서 뿌리지 못했던 꿀이, 여기서는 무한하게 있다고 들었노라...! 그러니 오늘은 배가 가득하도록 전부 먹어볼 것이다!”
카르미나가 왜 여길 오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어필했었는지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웨어허니비들의 꿀이 목적이었구나.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로?”
나만 여기 두고?
둘만 훌쩍 딴짓하러 간다고?
둘이서 말하는 투가, 마치 일하러 가거나 쇼핑하러 가기 전에 잠깐 애를 유치원 같은 시설에 맡겨두는 식으로 가벼워서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정작 맡겨지는 건 애가 아니라 남편이긴 한데.
“그러니까, 또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설마 네가 아무리 재수가 없다곤 해도 여기서까지 무슨 일이 생길 리는 없겠지만. 그리고 릴리아나? 저번에 얘기했던 거, 부탁할게.”
“네, 릴리스님. 맡겨만 주세요.”
아무래도 이미 릴리아나랑도 얘기가 돼 있던 모양인 릴리스를 보고서 어안이 벙해진 나를 두고서, 릴리스랑 카르미나가 정말로 훌쩍 나가버렸다.
수고하거라, 하고 손을 휙휙 흔들고는 진짜로 밖으로 나가버린 카르미나와 그대로 공간 전이문을 열고서 어딘가로 가버린 릴리스를 보고서 잠깐 멍청하게 서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 릴리아나? 나는 하나도 들은 게 없는데, 릴리스가 부탁한 게 뭐야?”
“별건 아니었답니다. 저희가 왕께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기에... 이미 예전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있었거든요.”
예전부터라니...
대체 언제?
아니, 그보다 저희라니?
왜 복수...?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릴리아나의 눈짓에 아이들을 안고서 우르르 나가는 보모들이 보였다.
그렇게 보모들이 나가자, 또 우르르하고 다른 무리의 웨어허니비들이 잔뜩 들어왔지만.
밖으로 나간 웨어허니비들보다 다시 들어온 웨어허니비들이 더 많아서... 침실이 꽉 차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
“6974호에게 왕께서 이런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사온데... 본 여왕이 준비한 것은 마음에 드시나요?”
그렇게 침실로 들어온 웨어허니비들...
골반에 겨우 걸치다시피 한 짧은 치마의 메이드복을 입은 백여 명이 넘는 웨어허니비들을 내가 바라보자 생글생글 웃으며 그렇게 묻는 릴리아나가 말을 이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말씀해주소서. 다른 분들게 들은... 왕께서 좋아하시는 옷들은 모두 준비해놨답니다♡”
“바니복도...?”
“네, 물론.”
짝, 하고 손뼉을 치자 정말로 앞부분을 그냥 훤히 드러내보인 바니복 차림의 웨어허니비들이 들어왔다.
“...차이나 드레스는?”
“물론 있답니다♡”
내 말에 릴리아나가 다시 손뼉을 치자 이번에는 짧은 건 둘째치고 옆트임이 장난 아닌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웨어허니비들이 들어왔다.
그 밖에도 호아란의 평소 옷차림과 비슷한 무녀풍의 옷이라든지 카르미나가 예전에 입었던 나르메르 풍의 옷이라든지, 온갖 패션쇼가 눈앞에 이뤄졌다.
다만, 그렇게 릴리아나가 선보인 패션쇼의 대부분이... 애당초 옷이라기보다는 다른 쪽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존나 야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속옷은 입지도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웨어허니비들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젖꼭지고 보지고 죄다 보였으니까.
“마음에 드시나요, 저의 왕이시어...♡”
그런 릴리아나의 물음에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나 드레스도 그렇고, 바니복도 그렇고 이것저것, 하나같이 전부 야했다.
특히 메이드복은 진짜로 야했다.
내가 사티에게 입히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야하지 않나 싶었다.
사티에게 입히려고 했던 건 아슬아슬하게 팬티가 가려질 정도의 짧은 치마였지만 이건... 딱히 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일단은 옷인 척만해서 더욱 야했다.
뚫어져라, 그런 웨어허니비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익숙한 얼굴들이 보여서 말했다.
“...뭔가 아는 얼굴이 몇 명 있는데?”
“네, 제 친위대... 왕께 보내었던 여왕의 기사들이니까요.”
그렇구나.
모르는 얼굴도 있었지만, 릴리아나가 내게 빌려줬던 여왕의 기사들이 그게 전부였을리도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보다, 내가 모르는 얼굴의 웨어허니비들도, 분명 꿀벌 왕국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들일 거다.
하나같이 웨어허니비들 중에서도 강자 축에 들었던 6974호와 비슷비슷한 기운들이 느껴졌으니까.
초인까지는 아니었지만, 거기에 육박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이들도 몇몇 있었고.
문제는 저들이 다가 아니라... 문 밖에서도 대기 중인 기척이 잔뜩 느껴진다는 거였다.
지금도 패션쇼를 하느라 도로 들어갔다가, 새로 들어오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는데도 침실 안에 들어온 웨어허니비들의 전체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덕분에 릴리스가 릴리아나에게 뭘 부탁했고 릴리아나가 뭘 수락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진짜로, 이걸 부탁했다고?"
“네, 왕이시어. 릴리스님과 호아란님, 그리고 유스티티아님과 카르미나님... 거기에 카루라님과 지금은 왕의 곁에 없으신 아리아드님까지. 모든 분과 합의를 봤답니다.”
활짝 웃으면서 릴리아나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내게 말했다.
“왕께서 사랑하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이를 갖기 쉬운 본 여왕인만큼... 본 여왕이 왕께 총애를 받을 수 있는 날은 무척이나 짧겠죠, 더욱이 여왕인 몸으로서 아이를 위해 안정을 취해야 하는 만큼,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으로 왕께 봉사하는 것도 무리일 테고요.”
그곳은 아마 뒷보지를 말하는 거겠지...?
진짜 나만 빼고 이것저것 다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기에 다른 분들에게 아주 조금의 양보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본 여왕이, 왕의 아기씨로 다시금 임신할 때까지는... 본 여왕이 왕의 ‘절반’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는 양보를요.”
절반이 어떤 절반인지는 잘 알겠다.
내가 아직 한참 약했을 시절에도 한방에 임신해버렸던 릴리아나였다.
웨어허니비의 임신이 다른 종족과 달리 자궁 속에 받은 정자를 오랫동안 보존하면서 꾸준히 난자를 배란, 수정하는 방식이라서 사실상 한 번 하고 나면 거의 확정 임신인 셈이라서 그런 거였지만.
아무튼 아이를 낳고 다시 아이를 임신하기까지 단 하루, 내가 사정할 수 있는 횟수의 절반을 릴리아나가 양보받는다는 아내들끼리의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았다.
바디체커를 확인해보자, 오늘 아침에 사티의 보지에 쌌던 것을 제외하면 500번 좀 안 되는 숫자였다.
릴리아나를 임신시켰을 때 사정했던 양의 두 배는 훌쩍 넘기는 양이니, 아마 정말로 하루 컷으로 다시 릴리아나를 임신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안되더라도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 안에는 반드시 임신할 거다.
아마 그것까지 전부 감안해서 ‘절반’일 거다.
그렇게 해도 임신 중인 릴리아나가 못하는 걸 감안하면 적은 숫자긴 했지만.
“...그럼, 릴리스가 말한 부탁이란 건?”
이미 알 것 같지만 굳이 물어보자 릴리아나가 쿠쿡, 웃으면서 말했다.
“왕께서... 남성과 한 번도 살을 섞지 않은 여자와의 관계로 더욱 강해지신다는 말씀을 들었답니다.”
그리고, 하고 릴리아나가 말을 이었다.
“본 여왕의 왕국의 백성들... 저희 웨어허니비들은 모두 여성체인 종족. 더욱이 본 여왕만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제 백성, 자매들은 대부분이 ‘순결’한 몸이죠.”
애당초 왕국에 들일 수 있는 남자라고는 그들이 접할 수 있는 남자라고는 여왕의 남편, 국서뿐이었다.
이전에 릴리아나가 그랬듯이, 지치거나 한 여왕을 대신해서 국서로부터 아기씨를 받아내는 것도 하고는 했지만 나 이전의 국서, 그러니까 전 여왕의 남편은 정말로 평범한 인간이었던 모양이라 전 여왕 한 명으로도 충분했던 모양이었다는 모양이다.
오히려 디멘션 크러쉬때 요절했던 만큼 건강이 썩 좋지도 않아서, 전 여왕이 10만 명이 넘는 웨어허니비들을 낳은 것도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렇게 쥐어짜였으니까 요절한 건가.
아무튼.
즉...
“이전에... 본 여왕과 함께 왕께 총애를 받았던 일부를 제외하면, 본 왕국의 모든 웨어허니비들은 말하자면, 전부 왕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처녀랍니다♡”
그러니, 하고 짝, 릴리아나가 손뼉을 치자 스윽, 웨어허니비들이 일제히 안 그래도 아슬아슬했던 치맛자락을 들추거나 옆으로 옆으로 젖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맨들맨들, 솜털 하나 없는 웨어허니비의 보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솜털 하나 없이 맨들맨들한 유스티티아나 아리아드랑 달리, 보지 주변으로 보이는 갑피가 조금 붙어있긴 했지만.
“자아, 나의 왕이시어...♡ 저희들이 바치는 처녀를, 부디 받아주소서♡”
오늘 좆태창 폭업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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