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8화 〉 외전) 서큐버스식 펠라치오 강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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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오랜만에 찾아온 자택.
한조와 동거하게 된 이후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쓸데없이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들어서자 벨레느를 비롯한 오망성들이 나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여왕님?”
“조금 늦으셨네요~?”
“혹시 한조님이랑 그렇고 그런... 해피해피 타임이라도 보내시느라?”
“어머, 당연한 걸 뭘 물어보니. 한창 좋으실 때일 텐데.”
“꺄아, 부러워라!”
보자마자 인사하다 말고 또 그쪽 이야기로 빠지는 오망성들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제발 닥쳐봐 좀.”
이 미친 개변태년들.
지나치게 서큐버스다운, 아니 서큐버스중에서도 특히 변태스러운 오망성들의 떠드는 소리를 듣자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두통이 가실 줄을 몰랐다.
수백 년 전에도 이랬고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오망성들을 보니까 내가 정말로 이런 년들에게 여왕님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은 충동도 일었다.
이딴 변태 년들한테 여왕님 소리를 들으면, 자기도 그렇게 보일 것 같았으니까.
서큐버스 퀸이라는 이름 덕에 세간의 인식은 이미 그렇긴 했지만 그걸 알면서도 저들보다도 내가 더 변태 취급받고 있을 거란 사실이 참담했다.
진짜 여왕 짓도 때려치워야지.
어차피 이 세상은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태어났던 차원의 세상이 아니었다.
서큐버스의 몸으로 태어난 초월종이다보니, 자연스레 서큐버스 퀸이 되어버린 자신이었지만 사실 서큐버스 퀸은 그냥 제일 많이 착정해서, 그래서 가장 강한 서큐버스에게 주어지는 칭호 같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서큐버스들의 여왕.
그렇게 불렸지만 사실 본래는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자리는 아니란 거였다.
물론, 아무 서큐버스나 서큐버스 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역대 서큐버스 퀸 중에서 다른 서큐버스들을 힘으로 지배하거나, 굴복시키는 경우는 꽤 됐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서큐버스들을 그렇게 했다는 거지 지금의 나처럼 모든 서큐버스로부터 숭앙받는 존재는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극히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큐버스들에겐 지배자라든지 권력이든지하는 이야기는 아무 쓸데 없는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자신이 없었더라면 오망성 중에서 아무나 서큐버스 퀸이라고 불렸어도, 혹은 그 다섯 모두가 그렇게 불렸어도 이상한 것은 없었다.
실제로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모양이고.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으로 영역을 나눈 다섯 명의 서큐버스 퀸들.
동쪽의 여왕이니 북쪽의 여왕이니 하던 것이 오망성들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칭호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서...
그런 나를 찾아온 오망성들에게 추앙받아서, 여왕들의 여왕이란 의미에서 내 이명이 ‘여제’가 되어버린 거였다.
본래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해도 서큐버스 퀸이라고 불리었던 오망성들은, 그렇게 나를 여왕으로 추앙하고나선 스스로를 ‘오망성’을 자칭하면서 서큐버스들에겐 여왕들의 여왕이란 의미의 여제보다는 그냥 여왕님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갓 태어나서 아직 뭣도 구별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부터 서큐버스들의 여제가 되어버리고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꺄꺄거리면서 자신에게 온갖 음담패설과 성희롱을 해대는 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제 그냥 서큐버스 퀸도 때려치워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제와서 서큐버스 퀸이니 뭐니하는 것이 이 세상에 어울리는 이름인가 싶었다.
만인의 평등을 기치로 건 세계 정부를 직접 세운 이들 중 하나가 나인데, 정작 그런 내가 여제니 여왕이니 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
사실 세계 정부가 어쩌니 저쩌니하는 건 다 핑계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것 뿐이지만.
근데 막상 그렇게 자신이 서큐버스 퀸을 때려치우고 나면...
나라는 억제기가 풀려버린 이년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이 되어서라도 그럴 수가 없었다.
얘네들의 욕구는 단순했다.
일단은 서큐버스인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확언할 수 있는데, 이년들은 하나같이 보지에 가득 정액만 채워 넣으면서 지낼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좋은 녀석들이 허다했다.
제발 좀 자중하라고 말을 종일 처해도, 디스펜서들만 활동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티인 ‘야넣자’에서는 서큐버스들에 대한 원성이라고 해야할지 악명이라고 해야할지, 하여튼간에 여러 의미로 명성이 자자한데...
만약 정말로 얘네들의 고삐가 풀려버리면 대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때려치울 수 없는 건 망할 이종족간지원센터의 총지부장이랑 똑같았다.
그 둘에겐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변태 같은 년들 때문에 개같이 고생한다는 거였다.
발정기 때마다 눈이 돌아가서 사고를 치는 년들이나 애당초 발정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런 행위 자체가 식사나 마찬가지인 서큐버스들.
어느 쪽이든 두통을 유발하는, 지랄 같은 것들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후자는... 명령이라도 잘 들어서 다행이지.
그 명령을 하기 위해서라도 서큐버스 퀸이라는 자리를 때려치울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르레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이지... 냄새가 장난 아니네요... 강렬하고... 매혹적인... 무척이나 맛있을 것 같은 냄새...♡ 어쩜, 저번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는 르레이의 말에 맞아맞아하고 동조하며 다른 오망성들도 말했다.
“우리들은 누가 불러서 기다리느라 쫄쫄 굶었는데, 여왕님만 혼자 잔뜩 배부르게 먹고 오시고.”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여왕님?”
이년들이 갑자기 뭔 개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가 이내 대체 뭔 이야기를 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어젯밤에 잔뜩 받아낸 한조의 것이 아직 몸속에 남아있던 것이 떠올랐으니까.
예전과 달리 이젠 한조의 사정량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서큐버스로서 몸 안으로 들어온 정액을, 정기를 포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소화하듯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포식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포식하는 것보다도 더 많이 사정하게 된 한조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은 셈이라고 보면 됐다.
덕분에, 미처 흡수되지 못한 한조의 정액들이 아직 자궁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자궁에 남아버린 정액들로 임신할 가능성은 여전히 없다시피하긴 했지만.
확실히 양은 이제 충분하다 못해서 넘쳐날 정도로 많아졌지만, 아직 양만 그럴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개변태녀 오인방.
정확히는, 내 몸속에 남아있는 한조의 정액의 냄새에 눈이 풀려버린 것 같은 년들을 보고 있자니 르레이에가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아주 조금만 나눠주시면 안될까요 여왕님? 직접 핥아먹게 해주신다면 더 좋고요. 진짜, 정말로 열심히 핥아드릴 자신 있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망성 중에서도 특히 정신이 나간 르레이에가 입술을 핥으며 말하는 것을 듣고서, 결국 폭발했다.
“너 지랄 안 멈추면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서 그렇게 말하자 찔끔한 르레이에가 농담이에요 농담하고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물론 저게 농담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저년은 내가 어릴 적 때부터 저랬으니까.
하나같이 개변태같은 취향을 지닌 오망성들 중에서도, 특히 이해가 안 되는 종자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남녀 구분 안 하고 박고 박히는 것을 선호하는 시트리였고 또 하나는 르레이에처럼 남자보단 여자 쪽을 더 좋아하는 변태년이었다.
물론, 르레이에가 남자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었다.
남자를 싫어하는 서큐버스는 없었다.
그냥 이년 취향에 그쪽도 포함된 것뿐이었다.
아직 내가 어릴 적에 이년이 어떤 년인지도 모르고 같이 목욕했던 것을 떠올리면... 진짜 우울해지려고 했다.
어릴 적에, 르레이가 여왕님이니 꼼꼼히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면서 몸을 더듬어댔던 걸 떠올리니까 진짜로 여왕 때려치우고 싶었다.
근데 때려치울 수가 없었다.
이종족간지원센터는 한조한테 떠넘긴다고 쳐도, 이 자리는 대체 누구한테 떠넘기지.
후보로 있는 다섯 년이 전부 맛탱이가 가버린 년들인데.
그나마 자질이 있어 보이는 애들은 아직 크려면 한참 멀었고...
밀려드는 회한에 길게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일단 개소리들은 그만들하고... 내가 말했던 녀석들은 찾았어?”
그제서야 장난을 멈추려는 모양인지, 고개를 숙이며 오망성들이 대답했다.
“네, 그야 여왕님의 명령이니까요.”
“모두 기뻐하면서 하겠다고 하던데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여왕님께서 찾으시는데 오지 않겠다는 서큐버스들은 없으니까요.”
오망성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차 확인차 물었다.
“다들 입 무거운 녀석들이지?”
“네에, 물론. 여왕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아랫입은 가벼워도 윗입은 무거운 친구들만 고르고 골랐으니까 안심하세요.”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며 말한 시트리를 한 번 노려봤다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오망성들이 손뼉을 두드렸다.
쩌엉ㅡ
동시에 열린, 공간 전이문들.
하나같이 보지에 뇌가 지배당하고 있는 년들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제외한, 서큐버스 중에서도 가장 고위급인 서큐버스들답게 수십 개나 되는 공간 전이문을 동시에 열어젖히는 오망성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오망성들이 공간 전이문을 열기 무섭게 건너온 서큐버스들이 내 앞으로 호다닥 달려와서는 고개를 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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