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화 〉 자라나라 나무나무 (1)
* * *
릴리아나의 꿀벌 보지에 잔뜩 정액을 채워준 지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는데, 굵직한 것들만 이야기하자면 이랬다.
하나는 바로 그 릴리아나의 두 번째 임신이었다.
이번에도 한방에... 그걸 한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아무튼 한방에 임신하는데 성공한 릴리아나였다.
확실히 잔뜩 아이를 임신하고 잔뜩 낳는 종족이다보니까 임신도 정말 잘했다.
다른 아내들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뭐, 그건 종족의 문제이기도 하고 릴리아나는 다른 아내들과 달리 나와 격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별수 없는 일이긴 했다.
아무튼, 덕분에 또 한동안은 릴리아나의 꿀벌 보지를 못 쓰게 됐다.
임신 중에도 뒷보지를 쓰게 해주는 카루라랑 달리 릴리아나가 그렇게까지 터프한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임신이 가능한 여왕인 릴리아나의 몸에 무슨 일이 생겼다간 웨어허니비의 멸종이나 다름없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릴리아나가 웨어허니비들의 상위종인 여왕이라고는 해도, 여왕의 역할은 아이를 낳는 거지 전투가 아니었다.
실제적인 전투력이나, 육체의 강함 자체는 일반적인 웨어허니비랑 별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거다.
아무튼 그건 그렇게 됐고.
그다음은, 거의 이주에 걸친 노력 끝에 결국 사티의 뒷보지도 개통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사티의 뒷보지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티의 염소 보지도 명기 중의 명기였는데 뒷보지도 마찬가지였다.
사티가 처음으로 뒷보지로 내 자지를 받아들이게 된 날에, 그대로 다섯 번을 뒷보지로만 뽑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사티의 뒷보지에 잔뜩 사정하고서, 좀처럼 빠지질 않는 자지를 억지로 뽑아내려고 할 때 그런 내 자지를 물고서 딸려 나오던 사티의 뒷보지도 정말이지 존나게 꼴렸다.
그래서 요즘 사티랑 할 때는 거의 뒷보지로만 하고 있었다.
보지랑 달리 피임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자지를 받아들이게 된 건 최근이었지만 그전까지도 계속 조교된 끝에 잔뜩 느끼게 된 뒷보지로, 뒷보지 처녀가 개통된 직후부터 열심히 자지를 물어대면서 가버리는 사티가 엄청 꼴리기도 했고, 가능하면 빨리 사티의 뒷보지도 내 자지 모양을 기억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뭐, 아무튼.
그렇게 뒷보지로도 봉사가 가능해진 사티의 보지털을 기념 삼아 잘라서, 요즘 호아란에게 배우고 있는 호신부를 만들어본다거나 저번이랑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약속을 지켜서, 발정기가 온 전용 보지 1호인 에일레야에게 잔뜩 질내사정해줬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사티를 구할 때 엉겁결에 같이 구했던 상아탑의 마녀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도 받기도 했고.
그거 말고도, 릴리아나에게 열심히 정액을 주입했던 날에 잠깐 어디 갔던 릴리스가 도대체 뭘 하고 왔는지 장난 아니게 펠라치오를 잘하게 됐다거나 그런 릴리스 덕분에, 릴리스를 보고 따라한 아내들의 펠라치오 실력이 일취월장해버렸다든지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에 있었던 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그거일 거다.
도중에 이런저런 일들이 자꾸 생겨서, 꽤나 늦어져 버리긴 했지만 호아란과 카르미나가 둘이나 붙어서 정화에 나선 지 거진 한 달.
후천신으로서, 반신에 이른 대주술사인 호아란과 한때는 신이었던 카르미나가 달라붙어서 한달동안 노력한 끝에, 그렇게해서 고작 방 하나 정도 크기의 땅을정화하는데에 불과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애당초 넓은 땅을 정화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땅에 세계수의 씨앗을 심을 날이 왔다.
“준비됐느니라, 한조야.”
“어서 빨리 심어보거라, 영웅이여!”
그동안 고생해서 그런지 재촉해오는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재차 오염이 번지지 않도록 결계부를 주변에 잔뜩 붙여놓은 땅을 바라봤다.
정화를 통해서 전과는 달리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보랏빛으로 가득한 다른 곳들의 땅과는 달리... 진짜 평범해 보이는 흙투성이의 땅.
요즘 들어 보랏빛을 띤 점액이 끓는 땅만 봐서 그런지 오히려 이쪽이 더 어색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질적인건 땅이 보랏빛이 나는 거지, 평범한 건 원래 이쪽이었다.
물론, 여기서만큼은 이게 평범한 게 아니긴 하지만.
조심스레 흙을 움켜쥐어본다.
처먹은 영약이 하도 많은 데다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몸보신으로 호아란이 뽑아다가 먹이는 내단 중에는 수백 년 묵은 독사라든지 독충이라든지의 내단도 있어서, 진짜 어지간한 독은 들지도 않게 된 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변의 땅은 그저 움켜쥐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내 손을 부패시켜버릴 정도로 지독한 곳이었다.
호아란이 만들어준 정화부가 없었더라면 아마 이렇게 쉽게 돌아다니거나 할 수 있는 곳은 아닌, 사지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이 동네였다.
하지만 이 흙은 달랐다.
그냥 흙이었다.
이 그냥 흙을 만드는데 쏟아부은 성수가 대체 얼마인지 계산하기도 싫을 지경이었지만.
확실한 건 이 한 줌의 흙보다 비싼 흙은 얼마 없을 거였다.
아무튼.
“이거... 여기에 그냥 심어도 되나?”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
호아란이랑 카르미나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워낙 중요한 거라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까꼬리로 내 엉덩이를 툭 치며릴리스가 말했다.
“됐으니까 빨리 심기나 해. 아리아드 걔가 엄청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넹.”
이미 아리아드한테도, 정화를 끝마치고 세계수의 씨앗을 심을 땅을 준비했다고 어제 전해뒀으니까 릴리스의 말대로 내가 여기다가 세계수의 씨앗을 심는 것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긴 했다.
아무튼, 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조심스레 손으로 땅을 파내서그 안에 아리아드에게 받은 이후로 진짜 애지중지 잘 챙겨뒀던 세계수의 씨앗을 심었다.
설마 명색의 세계수인데 흙이 좀 그렇다고 어떻게 되진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서.
씨앗을 심은 뒤에, 그 위로 흙으로 덮었다.
원래 국룰은, 이 다음에 콱콱 발로 밟아서 땅을 다져주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래서 안하고서 잠잠코 씨앗을 심은 땅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한조야, 그... 챙겨온 것을 뿌려야...”
“아.”
호아란의 말에 뒤늦게 떠올라서, 준비해뒀던 것을 담아둔 꺼내서 씨앗을 심은 땅에 졸졸 흘려보냈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붉은 액체가 흙 위로 졸졸 흘러내렸다.
아리아드가 정말로 좋아하는 순결한 처녀의 피.
딱히 아리아드가 처녀의 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깨끗한 걸 좋아할 뿐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런 순수하고 깨끗한 것 중 하나가 처녀의 피였다.
혹은 동정의 피기도 하고.
처녀랑 동정인 것과 깨끗하고 순수한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싶지만, 의외로 주술이나 마법쪽에서도 처녀의 피나 동정의 정액같은 건 꽤 자주 쓰이는 매체인 모양이었다.
릴리스가 가끔 했던 말...
몸을 섞는 것만으로도 정기가 탁해지고, 뒤섞여서 복잡한 맛이 나게 된다고 했던 것과 좀 비슷한 건지도 모르겠다.
즉, 깨끗하고 순수한 처녀의 피나 동정의 정액같은 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정기가 한 번도 섞이지 않은, 오로지 그 사람 자체만의 것으로만 된 뭐 그런 걸 말하는 거였다.
섞이지 않으니까 분리하기도 쉽고 다루기도 쉬운, 뭐 그렇다는데 내가 주술이나 마법쪽의 지식이 빠삭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하기로 했다.
아무튼, 일단 나도 그렇고 아내들도 그렇고, 동정이고 처녀고 하는 거랑은 거리가 멀은 탓에 이 피도 당연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이번에는 일만 년이 넘도록 묵은 처녀인 암무트가 아니라, 릴리아나에게 부탁해서 받았던 웨어허니비들의 피였지만.
졸졸졸...
한 병으론 모자른지 여전히 반응이 없어서연이어서 두 병, 세 병째의 피도 잔뜩 뿌려서 줬을 쯤이었다.
적당하게 비료도 줘서 그런지 그제서야 씨앗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울룩불룩, 땅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뿌리를 뻗어 보내며싹을 틔우는 세계수의 씨앗.
“자라나라 나무나무.”
여기에, 이곳에선 쓸만한 환경이 나오질 않아서 거의 봉인되다시피 하던 식물의 생장을 조종하는, 아리아드 덕에 얻게 된 능력으로 보조하자 싹을 틔운 세계수가 순식간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한 칸 남짓의, 정화를 마친 땅을 뒤덮어가는 뿌리들.
다만, 어디까지나 순식간에 자라나기 시작한 것은 뿌리 쪽이고 흙 위로 돋아난 새싹 쪽은 빠르긴해도 좀 더딘 편이긴 했다.
순식간에 땅 한칸을 전부 뒤덮은 뿌리들과 달리, 위쪽은 여전히 아주 작은 묘목 수준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뚝하고.
세계수의 성장이 멈췄다.
“...비료를 더 줘야하나?”
혹시 몰라서 릴리아나에게 받아온 피는 아직 많아서 한 병 더 까서 흘려보낼까 싶었는데,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괜찮아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리아드의 목소리가.
그리고...
푸확, 땅속에서 솟구친 뿌리들이 서로 얽히고 엉겨 붙으며 성장해나가더니, 점점 인형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무성한 녹음을 닮은 초록빛 머리카락.
빵빵해서 한 번 콕 찔러보고 싶은 볼따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무척이나 평탄한 민짜 가슴까지.
“...뎃?”
드리아데스 식물원의 개구쟁이 악동들.
요정들과 비슷한 모습을 한... 아니, 딱 그런 느낌으로 팍 줄어들어버린 꼬맹이가 된 아리아드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드디어 다시 보게 됐구나아, 한조오?”
새하얀 피부 위로 올라오는 불그스름한 홍조가 무척이나 귀여운 초록머리의 꼬꼬마가 되어버린 아리아드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아, 리아드?”
“응, 맞아아.”
아니.
잠깐만.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머리는커녕 거의 수박만한 젖가슴을 둘이나 달고 있던 아리아드가 왜.
아니, 진짜로.
대체 왜.
“......”
받아들이기 힘든 정신적인 충격에, 결국 두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한조오...?”
그런 나를 보고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아리아드가, 그렇게 두 무릎을 꿇어버린 나를 상대로도 여전히 올려다보는 아리아드가 보였다.
아주 기절해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격은 안 올랐어도 그간 있었던 일들 덕분에 쓸데없이 강해진 정신력에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한조, 우는 거야아? 아무리 나를 봐서 기쁘다고해도오, 다 큰 아이가 이런 걸로 울면 안 돼지이.”
딱히 내가 우는 것이 그거 때문은 아니었지만, 꼬꼬마인 모습으로도 모성애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어르며 그렇게 말하는 아리아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후후... 착하네에, 그런 착한 한조는 내가 쓰담쓰담해줄게에.”
살짝 발돋움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리아드.
“......”
머리 하나 쓰담어주려고 발돋움을 해야 할 만큼 줄어들어버린 아리아드 덕분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정말이지이, 울보네에, 우리 한조오.”
덕분에 그렇게 한참을 꼬꼬마 아리아드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