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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91화 (291/523)

〈 291화 〉 자라나라 나무나무 (2)

* * *

다행히 아리아드가 영영 그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막 싹을 틔웠을 뿐인 세계수로는, 아직 아리아드의 힘은 전부 받아들일 수 없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줄인 것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리아드의 본체이자 드레아데스 식물원에 존재하고 있는 세계수는 어마어마하게 큰 걸로도 모자라서, 사실상 그 뿌리도 그 주변 지역 수 킬로에 뻗쳐있는, 그야말로 세계수라고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는 거대한 나무였다.

처음에 릴리스랑 같이 갔었을 때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드리아데스의 식물원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애당초 거긴 아리아드만을 위해 마련된 특구나 마찬가지인 장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본래 아리아드가 있던 세상의, 전 세상의 절반을 뒤덮었다던 전성기의 그것에 비하자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아리아드도 많이 약해진 상태로 다시 힘을 키우기 위해서 세계정부에 열매나 수액 말고도 디멘션 크래쉬 감지 등 이런 저런 도움을 주는 대가로 양분으로 삼을 만한 것을 받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세계수가 있는 식물원 밖으로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거고.

이번에 이쪽에 세계수를 심는 걸로 이쪽으로도 올 수 있게 된 아리아드였지만 이쪽은 드리아데스 식물원의 약해져 버린 세계수보다도 더 약한, 이제 새싹이 겨우 돋았을 뿐인 어린 세계수였다.

이쪽에 비하면 거대하기 짝이 없는 세계수가 있는 곳에서도 그러할진대, 겨우 방 한 칸만 한 땅에 뿌리를 내렸을 뿐인 응애 세계수로는, 당연히 크고 아름다운 아리아드의 몸을 유지할만한 힘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서 풍만하기 짝이 없는, 수액이 줄줄 흘러넘치던 수액통도 수액통만큼이나 커다란 만질 때마다 말랑말랑하게, 내 손아귀에 꽉 틀어 잡혀서 살집이 잡히는 엉덩이도, 커다란 수액통과 엉덩이랑 달리 잘록하게 잘 빠져서 딱 잡기 좋게 굴곡진 허리도, 전부 없는 꼬꼬마 아리아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설명을 듣고 아리아드가 줄어들어 버린 이유를 무척이나 잘 알게 됐지만, 알게 된 거랑 별개로 납득하긴 힘들었다.

그야 그 커다랬던 수액통이 흔적도 남지 않고 평탄화를 당해버렸는데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늘은 카루라랑 아리아드 둘의 젖을 잔뜩 빨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그건 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고.

아무리 봐도 아리아드의 저 평평한 가슴에서 수액이 나올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쉬운 거랑 별개로, 어쩔 수 없으니 실망한 눈치를 보일 수도 없었다.

그야 달짝지근한 아리아드의 수액에 고소한 카루라의 모유를 한입에 마신다던지 하는 건 이룰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다른 아내들과 달리,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아리아드의 풍만한 수액통에 얼굴을 파묻고서 마찬가지로 두툼한 아리아드의 보짓살을 자지로 푹푹 넓혀가며 박아대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이미 질질 짜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닌 척하기로 했다.

이미 아리아드랑 사티를 제외하곤 모두에게 뽀록난 거 같긴 한데.

한심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는 릴리스나 쓴웃음을 짓고 있는 호아란,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유스티티아에 이미 앞서서 꼬맹이가 되었다가, 내가 무척이나 실망했던 것을 본 적이 있는 카르미나가 묘한 눈초리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카루라 역시 아주 살짝 고개를 돌린 채 이쪽을 못 본 체해주고 있고.

오직 잘 모르는 사티만이 아리아드를 보고서 눈물을 흘렸던 나를 보고 당황했을 뿐이었다.

음.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아내들의 반응을 보니까 살짝 쪽팔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미 오늘 아리아드랑 뭐할지 전부 다 짜놨는데, 이래서야...

...진짜 어쩌지.

충격 때문에 미처 생각이 미치질 못했지만, 지금의 아리아드랑은 할 수 있는 건가?

사티보다도 머리 둘은 더 작고 호아보다 좀 더 큰 수준의, 꼬꼬마 아리아드였다.

아무리 나라도 이만큼이나 체급이 차이가 나는 경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제일 작았던 경우가 사티보다 좀 더 작은, 웨어래트인 벨라 정도였다.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기본 사이즈로도 턱도 없었다.

자지를 늘리기만 해봤지, 저 상태의 아리아드랑 하려면 반대로 줄이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되나?

...안될 것도 없을 것 같긴 했다.

자지를 두 배로 크기를 늘려버리기도 하고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다 되는데 반대로 줄이는 걸 못할 게 뭔가 싶었다.

그렇게 진지하게, 저 상태의 아리아드랑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됐으니까, 유스티티아. 빨리 시작해.”

“그치만, 조금만 더 보고 싶은데? 갑자기 표정이 심각해지고, 웃기잖아.”

“저 새끼가 저러는 거 난 보기 싫거든?”

“뭐, 어쩔 수 없네.”

릴리스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 유스티티아가 허공에 쑤욱, 손을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자, 아리아드. 이거 받아.”

“으응?”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있던 아리아드가 유스티티아가 건네준 것은 보더니 옅은 연두빛을 띤 두 눈을 희둥그렇게 뜨는 것이 보였다.

“...뭔데?”

뭔데 아리아드가 저렇게 눈을 크게 뜬 건가 싶었다.

매사가 태평하다고 해야 하나, 느긋하다고 해야 하나, 여유가 느껴지던 아리아드였는데 이렇게까지 놀란 건 내가 처음으로 자지를 두 배로 늘렸을 때를 봤을 때뿐이었다.

지금이야 거의 기본 사이즈보다도 많이 쓰이고 있는 형태의 자지였지만, 그땐 내가 하고도 놀라긴 했었지.

그래서 대체 뭔가 싶어서 봤더니 웬 평범하게 생긴 초록빛의 구슬이었다.

단지, 그런 구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장난 아니게 많았지만.

생긴 건 지금 상태의 아리아드의 주먹 하나만한 크기의 작은 구슬로만 보일 뿐인데, 정작 느껴지는 기분은 엄청난 게, 생긴 거랑 다르게 엄청난 물건이란 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거언?”

“유사 보옥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에 증조 할머님 중 한 분한테 생일 선물로 받았던 거야. 가지고 있는 능력은 식물의 강화... 나한테는 별 쓸모없지만, 아리아드 너한테는 이것만큼 귀중한 물건은 없겠지?”

유사 보옥인지 뭔지 하는 거 보니까 뭔가의 짝퉁같은 건가 싶은데...

저게 유사품이면, 그럼 진짜는 대체...?

“...그런 게 있었으며언 진작 주지 그랬어? 내가 고생하는 거 뻔히 알았으면서어... 우리 친구 아니였니이?”

“친구라고 해서 그냥 줄 만한 물건이 아니니까. 애초에 이건 아직 헤츨링인 시절의 내가... 100번째 생일 선물로 받았던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선물로 받은 건데 그런 걸 친구라고는 해도 그냥 넘기는 건 어렵잖아?”

“그럼 지금은 다르다는 거어?”

아리아드의 말에 유스티티아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래, 지금은 친구보다는 좀 더 깊은 관계니까. 안 그래?”

“...확실히 그러네에. 이제는 친구보다 더 깊은 관계인 건 맞지이.”

마찬가지로 나를 보며 미소 짓던 꼬꼬마 아리아드가 이내 유스티티아에게서 유사 보옥인지 뭔지하는 것을 받아들었다.

“그래서? 그거면 얼마나 클 수 있겠어?”

릴리스가, 그런 아리아드에게 묻자 손에 들어온 유사 보옥인지 뭔지를 만져보던 아리아드가 말했다.

“으응, 이거라며언... 이백 년은 앞당길 수 있겠는데에. 그런데에, 정말로 괜찮겠니이? 이거어... 내가 써버리면 없어질 건데에?”

“어차피 비슷한 걸로 몇 개 더 있으니까 괜찮아. 속성은 전부 다르지만.”

“그래애? 그렇다면야 뭐어.”

유스티티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아리아드가 유사 보옥을 그대로 홀랑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읏...”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을 내뱉는 아리아드가 보였다.

“아리아드? 괜찮아? 혹시 목에 걸렸어?”

딱 봐도 지금의 아리아드가 꿀꺽 삼키기엔 좀 큰 구슬이었어서 혹시나 목에 걸린 건가 싶었는데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내저은 아리아드가 말했다.

“나는 괜찮아아, 그냐앙... 성장통 비슷한 거니까아.”

성장통이라니.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 성장통이 대체 뭔지 알 수 있었다.

아리아드의 뒤로 보이던, 성장이 멈춰있던 세계수가 어마무시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냥 자라나는 것만이 아니었다.

스르르르르륵...

호아란이 붙여둔 결계부 밖으로, 아직 정화가 덜 된 땅까지도 뿌리를 뻗어 보내더니, 순식간에 오염된 것을 빨아 먹어가면서 자라고 있었다.

쮸아아압, 뿌리들이 보랏빛을 띤 오염된 흙을 죄다 빨아삼키면서 성장중인 세계수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저거, 괜찮은 거 맞아?”

순수하고 깨끗한 걸 좋아해서, 처녀의 피를 받아먹던 아리아드인데 저런 걸 양분 삼아도 되는건가?

하지만 호아란이 그런 내게 말했다.

“오히려 좋을 것이니라. 방금 아리아드가 먹은 것의 기운이 너무 컸으니, 이곳의 땅이 가진 오염이라면... 딱 좋은 정도로 중화될 테니 말이다.”

너무 좋은 걸 먹어서 오히려 적당히 불량한 걸 먹는 거로 균형을 맞추는 거라는 호아란의 말에 대체 방금의 그 보옥인지 뭔지가 대체 뭔가 싶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숨만 쉬어도 폐부가 썩어문드러지고, 나 같이 어지간한 독에 내성을 지닌 이라도 손을 대면 피부가 문드러져가는 곳인데.

그런 오염을 가진 땅을 딱 좋은 소화제 비슷한 취급을 받게 할 정도라니.

“거기에... 아리아드가 그렇게 걱정할 만큼 약한 이는 아니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호아란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영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드가 스물둘의 영웅의 급에 맞지 않을 뿐이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거야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리아드의 강함과 약함에 대한 인식 중에서 가장 뿌리 깊이 내려진 것 중 하나가, 나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빡친 릴리스한테 맞아서 고대로 땅에 심어졌던 아리아드였으니까.

세계수의 정령인만큼, 땅에 심어진 것쯤이야 아리아드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을 일이긴 했겠지만, 머리만 내밀고서 잘못했다고 릴리스한테 빌던 아리아드를 떠올리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후으으...”

뻗어나가는 뿌리들과 자라나기 시작하는 세계수와 함께 꼬꼬마 아리아드도 빠르게 성장해나가는 것이 보였으니까.

꼬마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시간을 빠르게 감는 것처럼, 쑥쑥 자라나기 시작하는 아리아드가 보였다.

어느덧 내 머리보다 더 커져버린 세계수와 함께, 아리아드의 몸도 식물원에서 볼 수 있었던, 커다란 수액통이 달린 아리아드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런데도 세계수의 성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물론, 성장하는 건 세계수만이 아니라... 아리아드의 성장도 마찬가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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