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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92화 (292/523)

〈 292화 〉 자라나라 나무나무 (3)

* * *

단지, 쑥쑥 자라나는 세계수랑 달리, 아리아드는 뭔가... 빵빵해져가고 있었다.

“어어...”

저게...

저게 더 커진다고...?

육체의 성장은 멈춰서, 더 이상 자라지 않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수액통이 점점 커져가는 아리아드가 보였다.

아니, 진짜로.

수박만한 것에서 진짜 수박처럼 거대해져버린 수액통의 아리아드가 후아아, 하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피는 것이 보였다.

사실 한입 물면 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오는 수박이나, 한입 쪽 빨면 달달한 수액이 입안 가득 뿜어져 나오는 아리아드의 수액통이나 정말로 비슷한 거 아닌가 싶기는 한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리아드의 수액통이 수박이랑 얼마나 유사한지가 아니었다.

“으응...♡”

배부른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기지개를 핀 아리아드가 팔을 내렸다. 그런 가벼운 몸짓만으로도, 거대해져버린 수액통이 역동적으로 출렁거리는 것에 시선을 도무지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가ㅡ 콱, 하고 내 발등을 밟은 릴리스 덕분에 어떻게 정신을 차렸다.

옆구리는 이제 어떻게 익숙해져서 막을 수 있게 됐는데 아직 발등은 아니었다.

그걸 알아서 요즘은 뭐만 하면 발등을 밟아대는 릴리스였지만.

“몸은 좀 어때? 아리아드.”

릴리스에게 발등이 밟혀버린 나를 흘끗 보고는 피식 웃은 유스티티아가 아리아드에게 그렇게 묻자, 그런 유스티티아의 말에 아리아드가 말했다.

“으응, 아주 좋은 거얼. 마치 예전의... 전성기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아.”

전성기...

그럼 예전에는 저런 걸 달고 있었다는 건가.

아리아드가 말하는 전성기란 것은, 그야 전 세상의 절반을 세계수로... 아리아드의 본체로 뒤덮여있었을 때를 말하는 걸테니까 아마 그럴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 전까지의 수액통이 너프를 당한 거였다고...?

진짜 미노타우로스도 명함도 못 내밀게 거대해져버린 아리아드를 보고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아리아드가 말했다.

“그래서어? 아무리 그래도오 이런 걸 내준 이유가 있을 텐데에. 내가 뭘 하면 될까아?”

“별 건 없어. 가능한 멀리까지... 뿌리를 뻗어줄래?”

“...아하아, 나를 매개로 삼을 생각이구나아?”

“그래, 네 뿌리를 매개로 삼아서, 대규모의 정화를 펼칠 생각이야. 그러니까 부탁할게. 아, 뿌리를 뻗치는 모양은 이런 식으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어?”

마치 거대한 주문진처럼, 이리저리 중앙으로부터 선이 뻗쳐진 모양새를 허공에 그려낸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그걸 잠자코 보고 있던 아리아드가 입을 열었다.

“이거어... 목적이 딱히 정화만이 아닌 것 같은 거얼?”

“앞으로의...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니까. 귀찮은 건 질색이거든. 아리아드, 너도 시끄러운 건 별로잖아?”

“으응, 뭐. 그건 그렇지이. 알겠어어,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지이?”

유스티티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리아드가 손짓하려는 걸 보고서 내가 급히 말했다.

“잠깐만, 아리아드. 잠깐만 기다려봐.”

“으응? 왜 그래애, 한조오?”

막상 아리아드를 멈추게 하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말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사 보옥인지 뭔지 덕에 저렇게 된 아리아드였지만, 저게 유지되는 부류의 힘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라는 것도 대충은 알겠다.

대충 내가 암무트에게 신성을 빌렸을 적이랑 비슷한 형태로 힘을 일시적으로 부여해준 느낌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그 힘이 도는 동안 뿌리를 멀리 뻗쳐 보내는 것이... 세계수의 성장에 힘을 쓰는 편이 옳다는 것도 알겠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야, 세계수의 뿌리를 멀리 뻗쳐 보내며 성장시키는 만큼 힘을 사용할 테고, 그럼 그만큼 저 수액통이 도로 줄어들 것이 분명했으니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힘인 만큼, 혹시 다 쓰고 나면 도로 꼬꼬마 아리아드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근데 가슴이 줄어들지 않을 만큼만 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일단 내가 아리아드를 멈춰세우자 헛소리만 해봐라하는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릴리스의 눈이 제일 무서웠다.

제일 무서운 건 릴리스였지만, 호아란이나 유스티티아나, 카르미나와 카루라의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사티야 뭐...

엄청나게 커져버린 아리아드의 폭유에 압도되어서 황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지만.

자신의 가슴 위를, 그것도 한참 위의 허공을 더듬으면서 넋을 놓고 아리아드를 보고 있는 사티가 좀 안쓰러웠다.

난 그런 사티의 작은 가슴도 좋아하니까 너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물론 아리아드의 엄청나게 커다란 가슴도 좋아했다.

지금처럼, 그 커다란 가슴이 더욱 커진 것도 좋아했다.

그래.

세상에는 억압에도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었다.

예를 들면 눈앞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왜 그러니이 하고 묻는 아리아드의... 저 커다란 수액통을 만지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말했다.

“있다가 그 가슴 좀 만져보게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줘.”

그런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아리아드가 이내 아하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으응, 그래. 후후후...♡ 한조가 부탁하며언, 들어줘야지이. 알겠어어...♡ 한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 가슴...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해볼게에♡”

쿠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아리아드.

“정말이지?”

진짜 안 줄어드는 거지?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하고서 다시 쪼그라드는 거 아니지?

그런 얼굴로 아리아드를 보려니까, 내 뒤통수를 릴리스의 꼬리가 후려갈겼다.

존나 아팠다.

“너 이 새끼 진짜... 이게 장난인 줄 알아?”

“그치마안...”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며 릴리스를 바라봤지만 그런 나를 째릿하고 노려보는 릴리스가 보였다.

“그치만은 지랄. 아리아드, 이 가슴만 존나 좋아하는 변태 자식 말은 듣지 말고 유스티티아가 말한 대로 해줘. 그쪽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가슴만 존나 좋아하는 변태 자식이라니.

가슴도 존나 좋아하는 변태 자식이라고 다시 고쳐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릴리스의 말에 시무룩해하고 있자니 아리아드가 그런 내게 손을 뻗어 뺨을 어루만져왔다.

“걱정하지마아. 한조오... 내가 말했잖니이. 한조오가 부탁한 거...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오?”

“아리아드.”

아리아드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릴리스.

그런 릴리스를 보고서 아리아드가 말했다.

“으응, 물로온. 그쪽도 제대로 할 거니까 걱정 마아.”

뭐지.

가슴도 유지하면서 그런 게 가능한건가 싶었는데 옅은 연두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아리아드가 미소 지었다.

“내가 말했잖니이?”

하고.

아리아드가 말했다.

“마치 전성기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고오♡”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젓는 아리아드.

우르르...!

땅이 들썩인다.

아니, 땅 밑으로 뻗어있는 세계수의 뿌리들이 들썩였다.

이윽고, 땅을 헤집어가며 뿌리들이 사방으로 뻗쳐나가는 것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니까, 흡사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뒤흔들렸다.

“후후후... 한조가 부탁한 대로... 한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 가슴도오, 둘이 부탁했던 것도 전부 들어줄 게에♡”

아리아드가 내 뺨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한때 세상의 절반을 뒤덮었던 나무.

천상에 닿는 거목.

신의 나무.

어머니 나무.

그리고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으로는, 세계수.

그렇게 불리던 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그 나무가 처음부터 세계수라고 불리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주 조금 오래 살아갈 뿐인...

뿌리에서 뿌리로, 새로운 줄기가 돋으며 자라나며 하나인 나무인 채로 수를 불리는 그런 조금 특이한 나무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저 오래 살아갈 뿐인 나무에 불과했다고 한들, 그것이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친다면 당연하게도 그 나무를 신앙하는 이들도 생기는 법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또다시 아이를 낳고 늙어가도록.

언제나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대한 나무는 신앙을 바칠 만한 존재로 부족함이 없었을 테니.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그저 크고 오래 살아갈 뿐인 나무를 신앙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를 신앙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에게 나무에 대한 것을 알려주면서.

나무에 대한 신앙은 번성했다.

그리고, 나무에 대한 신앙은 퍼져나갔다.

그저 크고 오래 살아갈 뿐인 나무에 ‘신성’이 깃든 것은, 그렇게 그저 커다랬던 나무를 신앙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 번성하고 번영하여 어느샌가 나라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또 낳으며 번성해감에 따라 점점 커져 나가서, 마을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나라로 성장할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들의 신앙을 받아온 나무 또한, 그 세월을 거쳐 자라나서 어느덧 그 나라를 모두 덮을 만큼 거대해졌다.

하나의 나라를 덮을 만큼 거대해진 나무는 생각했다.

본래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던 그저 한낱 나무에 불과하였지만, 신앙의 대상이 되어... 의지를 갖게 된 나무는 생각했다.

자신의 밑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다시 묻히는... 저 아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더 없을까 하고.

자신에게서 열리는 열매를, 죽어 떨어진 가지를, 때때로 흐르는 수액으로도 만족하는 그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더욱 내어주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후천신은, 신앙을 보내온 자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나무에게 바랬다.

번영을 기원했다.

영원을 기원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들을 보살피고 지켜주기를 바랬다.

신앙을 받아, 신성이 깃들어 신목이 되어버린 그저 큰 나무는, 그렇기에 자신을 신앙하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신앙이 깃들은 나무는 하나의 존재를 낳았다.

자신의 힘을 떼어내서, 자신 힘으로 하여금 최초의 존재를 낳았다.

자신에게로 모인 신앙을, 그렇게 해서 생겨난 의지를 대신 행사할 존재로서.

그저 나무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대행하기 위한 존재로서.

그리고 그것이, 세계수가 낳은 무수한 정령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정령인 나, 아리아드였다.

태어난 이후로, 세계수라고 불리게 된 그저 크고 오래 살아가는 나무와 함께 신앙을 받아온 존재.

자식이자, 분신이며, 세계수 그 자신이기도 한 아리아드는, 자신의 어미이자, 분신이며, 그 자신이기도 한 나무의 바람을 충실히 이루어주었다.

애당초, 정령으로서 태어난 아리아드였다.

정령의 본질은, 생명을 가진 것들을 사랑하는 존재.

자신의 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나무와 그렇기에 생명을 사랑하는 정령으로 태어난 아리아드는 열심히 자신의 밑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렇게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신앙이, 점점 번성해나가 나라를 이루고. 그저 거대하고 오래 살아갔을 나무가 세계수라 불리게 되어, 어느덧 한 세상의 절반을 뒤덮게 되었을 무렵.

그 일이 일어났다.

나머지 절반의 세상으로부터 쏘아진 악의가 하늘을 날았고, 이윽고 땅에 내리꽂혀져 나무를 불태웠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 세계수라 불리며 신목이 되어버렸던 나무도 그런 나무의 대행자로서 움직여왔던 아리아드조차도 알 수 없었다.

신성이 깃들었다고 한들, 전지하고 전능한 신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가지가, 줄기가, 뿌리가 뻗쳐있던 곳이 아닌 곳은 무지한, 그저 그뿐인 존재였으니까 몰랐다.

신앙이라는 것이, 배려와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가지 밖에서, 줄기 밖에서, 뿌리 너머에서도 자신이 사랑했던 아이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벌이던 일을 몰랐다.

모르는 것은, 증오를 낳았고.

증오 역시, 오랜 세월을 걸치며 자라나... 세상의 절반을 덮었던 나무와 마찬가지로 다른 세상의 절반을 덮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무는 불타올랐다.

그리고... 죽어가는 나무는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어서, 차원의 경계를 넘게 했다.

악의로 가득한, 자신을 불태우는 불꽃이 결코 꺼지지 않고... 결국 이 세상을 모조리 불살라버릴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했다.

‘그게 벌써 3년 전이네에.’

전부 불타 사라진다면, 차라리 함께 불살라 없어지기를 원했던 아리아드를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차원의 저편으로 넘겨 보냈던... 본체이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어머니이기도 했던 존재로부터 떨어져서 이 세상으로 오게 됐을 때로부터.

벌써 그만한 시간이 흘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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