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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295화 (295/523)

〈 295화 〉 자라나라 나무나무 (6)

* * *

대체 누구 아내여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이대로 입술을 맞춰서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호아란을 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랬다간 기껏 참고 있던 자지가 터질 듯이 발기해버릴 테니 꾹 참기로 했다.

아직 밤까진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발기해버리면 몇 시간 동안 자지를 세운 채로 지내야할 테니까.

그 대신에.

“영웅이여, 영웅이여! 여는 더욱 꼬옥 안아주거라! 고생했노라고 아리아드처럼 머리도 쓰다듬어주면 더욱 좋으니라!”

“그래, 그래.”

카르미나의 말대로 해줬다.

입을 맞추는 거라면 몰라도, 머리를 쓰다듬는 걸로 발기할 정도로 변태새끼는 아니어서 이건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

스윽, 스윽하고 카르미나의 머리를, 그리고 빼놓지 않고서 호아란도 같이 쓰다듬어줬다.

휙휙, 호아란과 카르미나 둘이 합쳐서 열 개나 되는 꼬리들이 마구 나부끼니까 장관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둘을 꼭 안아주고서 쓰담쓰담해준 뒤에 다른 아내들도 똑같이 해줬다.

릴리스도 꼬박꼬박 좀비들을 소탕하느라 멀리까지 나가서 고생하기도 했고, 유스티티아도 상황을 보니까 이번 일의 준비하느라 나름 열심히 했던 모양이고, 호아란이 정화 일로 바쁜 동안에는 모두의 식사를 책임지느라 고생한 카루라도 꼬옥 끌어안고서 잘했다고 쓰다듬어줬다.

그렇게 마지막으로는 사티도 안아주었을 때 아, 하고 유스티티아가 입을 열었다.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이제 더 이상 좀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래?”

“응, 정화도 정화지만, 그쪽 문제도 이번에 대충은 해결했으니까.”

한번 볼래? 하고 말한 유스티티아가 손가락을 휘젓자, 눈앞에 떠오르는 환영이 보였다.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가 철퍽철퍽, 썩은 살점을 흘리며 돌아다니는 환영이었다.

크기가 상당히 큰 것이 잡으려면 꽤나 고생할 것 같이 생긴 놈이었다.

이젠 딱히 저놈을 잡는 것보다는 잡은 뒤의 사후 처리가 더 골치 아프긴 했지만.

아무튼 귀찮은 녀석인 건 여전한 놈이 꾸물거리며 움직이다가, 어느 기점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촤아악!

땅 밑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뿌리들이 그런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의 다리를 묶는 것이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다리를 묶는 수준이었다.

단순히 환영이라 들리진 않았지만, 괴성을 내지르며 몸부림치는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와 그때마다 우두두둑, 하고 뿌리가 땅속에서 들려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황금빛으로 감싸인 전사가 그 주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단숨에 그런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의 몸을 갈라 베었다.

반으로 갈라져 버린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의 몸이 무너지고서, 그렇게 무너져 엎어진 시체를 뿌리들이 휘감으며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일련의 환영을 보게 된 내가 입을 열었다.

“저거... 카르미나 꺼 아니야?”

“으음! 맞노라. 여에게 죽어서도 충성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전사 중 하나이지!”

그런 내 물음에 가슴을 앞으로 쭉 펴며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

내가 착각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근데... 그게 왜 저기 있어?”

소환자여야 할 카르미나는 여기 있는데.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의 카르미나가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소환하고 그러는 건 아무리 그래도 힘이 많이 들텐데, 여전히 내게 매달린 채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카르미나를 보고 의아스러웠다.

아무리 나르메르 왕국의 사령술이 여타 다른 사령술과 달리 상호 간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는 덕분에 효율이 좋다고는 해도, 그래도 저건 불가능할 텐데.

그런 내 시선에 유스티티아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답했다.

“아리아드의 뿌리로 거대한 결계진을 만들었거든. 이제 어디서든 저런 게 넘어오지 않도록 할 수 있게 된 셈이야.”

휙휙, 하고 손가락을 휘젓는 유스티티아와 함께 다른 환영들도 눈앞에 펼쳐졌다.

아까의 것과 비슷하게, 황금빛의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들을 베어버리고 그렇게 베어서 죽은 좀비들이 그대로 세계수의 뿌리에 휘감긴 채 땅속으로 파묻히는 그런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 환영 중에는 딱히 카르미나가 부리는 황금의 전사들만이 활약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황금의 전사들 대신에, 경계를 넘어선 좀비들에게 부적이 쏟아붓고 돌아가는 호아란의 분신들도 보였고, 아예 마법이 쏟아 부어질 때도 있었다.

그렇게 단숨에 처죽인 좀비들을 세계수의 뿌리들이 얽어가며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면... 무럭무럭 다시 뿌리들이 자라나면서 좀 더 멀리까지 뻗어져 나가고.

그렇게 세계수의 뿌리가 뻗은 만큼, 당연하게도 결계도 넓어졌다.

“어때, 편하지?”

“저러면... 모두 피곤해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황금의 전사들은 카르미나가 부리는 존재들이고, 저 식신들은 누가 보더라도 호아란의 것이 분명한데다가 마법은 아마 유스티티아의 것이 분명한데.

요 주변은 계속 정리하고 있어서 좀비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밖에는 한참이나 남아있는 와중에 이런 게 있으면 엄청 신경 쓰이지 않나 싶었는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보다시피 호아란도, 카르미나도, 그리고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네?”

지금도 넘어오는 좀비들을 써걱써걱 베어 넘기고 도로 사라지는 황금의 전사들이나, 마법이나 부적들이 쏟아부어지고 있는데, 정작 저것들을 사용하고 있어야 할 셋은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긴 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었는데, 이번에 답한 것은 카르미나였다.

“유스티티아가 경계 마법이라는 것을 응용했다는 모양이더구나! 침입자가 들어오면 골렘같은 것이 침입자를 격퇴하게 하는 것을 응용했다 하는데... 골렘이나 가고일이라 불리는 것 대신에 여의 전사들을 쓴 것이니라! 거기에 호아란의 식신도, 유스티티아의 마법도 같이 섞은 것이니라!”

“그게 돼?”

“카르미나네 세상의 마법은 내가 알던 거랑 조금 달라서 술식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못할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내 마법에 호아란의 주술을 섞어본 건 저번에도 해봤던 거고.”

덕분에 이것저것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 하고 말하는 유스티티아.

아마 호아란의 주술에 마법을 섞어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저건, 지구 전체에 깔린 사상 마법인 ‘아발론’을 말하는 것일 거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까,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여러 차원의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는 대주술 겸 대마법을, 하루에 최상급 마나석을 수백 개씩 사용하는 초대규모의 결계도 만들어본 적이 있던 유스티티아였으니까.

고작해봐야 지역 하나 정도에 결계를 펼치는 거야 일도 아니었을 거다.

“잠깐만... 저거 그럼 유지하는 데 얼마나 드는 거야?”

하루에 몇억씩 하는 최상급 마나석을 수백 개씩 퍼부으면서 유지 중인 것이 ‘아발론’이었다.

그마저도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치고는 적다고 느껴지는 수준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세계 정부라는 거대한 집단이니까 운용이 가능한 거지, 개인이 보기엔 어마어마한 양인 건 마찬가지였다.

설령 지역 하나 정도뿐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이만한 결계를 유지하려면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

그래서 묻자,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응? 아아... 그건 걱정 마. 결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나들은 세계수의 뿌리로 빨아들이는 이 주변의 마나로 대신하고 있으니까. 남는 건 별로 없어도, 헤카톤케이르급의 좀비들의 사체도 세계수의 성장을 위한 양분으로 쓰고 남는 건 마나로 환원해서 쓰게 하고 있기도 하고. 뭐, 아무튼 따로 드는 비용 없이 반쯤은 영구적으로 발동하는 자동 사냥이라고 보면 돼.”

감지는 이미 사방으로 뻗어져 있는 세계수의 뿌리가 대신하고, 필요한 힘도 세계수의 뿌리를 통해 빨아들이는...

여러 차원의 세상이 모두 뒤섞여버린 이 세상에서는 풍부하다 못해서 넘쳐나는 마나들로 대신하는, 항구적인 주술과 사령술, 그리고 마법이 뒤섞인 콤비네이션 결계라는 설명을 듣고서 존나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거구나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스티티아의 설명의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알아들었으니까 됐다.

따로 돈이 들지 않는, 무척이나 좋은 결계란 것만 이해했으면 됐지 뭐.

그나저나 이러면 은빛 늑대단이 매일 같이 주변을 경계하는 거나 순찰을 하는 것 같은 건 이제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저 결계에서 자동으로 좀비들을 처치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거고, 결계가 가진 대부분의 힘은 어디까지나 땅의 정화를 위해서만 사용하게 되어있는 거니까.

뭐, 그래도 이제 더 이상 매일 같이 릴리스가 이 주변을 한 번씩 쓸어버리는 건 안 해도 되는 셈이니까 편해지긴 한 거였다.

좀비들이 한두 마리쯤 새는 거야 이제 좀비를 조지는 거 하나는 달인이 된 은빛 늑대단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고.

“그래서 말인데, 한조?”

“응?”

“보다시피, 이젠 한동안은 다들 시간이 많이 남잖아?”

그야 뭐...

정화도 이제 며칠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된다고 하기도 했고, 결계 덕분에 좀비 문제도 거의 해결된 셈이니까 그렇긴 했다.

“그건 그렇지. 그건 왜...”

말을 잇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톡, 톡...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끌어 내리고 있는 유스티티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겨우 단추 세 개만 풀어 내렸을 뿐인데 훤히 드러난 가슴골과 뽀얀 속살이 존나 야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는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물었다.

“어... 유스티티아? 지금 뭐 해?”

“응? 그야... 한조랑 우리, 이번에 보급을 하기 위해서 잠깐 다녀오는 걸로 돼 있잖아?”

아리아드의 일을 굳이 밝히기엔 설명하기도 귀찮고 해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우리끼리만 하는 거긴 했다.

그런 만큼, 오늘은 다들 자리를 비우는 셈이니 이번에도 보급을 위해서 은빛 늑대단쪽에는 사티를 간호했을 때 핑계로 댔던 것처럼 보급 차원에서 잠깐 도심에 다녀오는 걸로 말해놨었다.

그걸 굳이 언급하면서,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시간은 남아도는데, 어차피 우릴 찾을 사람도 없을 거 아니야? 그럼, 할 거라곤 이거뿐... 아니야?”

그... 런가?

확실히 좀 이르지만, 어차피 이것저것 할 게 없어진 이상 남은 건 유스티티아의 말대로 의무방어전뿐이긴 한데.

“...카르미나는? 괜찮겠어?”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섹스를 못 하는 카르미나에게 묻자, 그런 내 말에 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카르미나가 말했다.

“어차피 순서를 정하고 여의 차례가 올쯤이면 해는 이미 졌을 테니 괜찮노라!”

당당하게 후순위 선언은 좀 아닌 것 같은데.

평균적으론 그렇긴 했지만.

“혹시 싫은 거야?”

고개를 갸웃하며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물었다.

그래서 말했다.

“아니, 그럴 리가.”

싫을 리가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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