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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306화 (306/523)

〈 306화 〉 외전 ) 머메이드 프린세스 (1)

* * *

세상 사람들이 흔히들 우리들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는 인어가 난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야 그럴 수 있다.

인어가 아니라면 모를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리자드맨이라든지 하피라든지하는 난생인 종족이 존재하고, 또 인어들의 하반신이 물고기의 그것인만큼 오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거기까진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또 하나는 머메이드, 우리 인어들과 머맨... 어인들을 서로 같은 종족이라고 오해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뭐라 한마디 해야겠다.

걔네들은 허리 위로부터가 물고기고, 우리들은 허리 아래로가 물고기였다.

겉모습만 봐도 대체 어떻게 같은 종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들도 물고기들을 서로 달리 구분하면서 왜 머메이드와 머맨을 동일시 여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둘은 서로 다른 종족이었다.

머메이드는 여성밖에 존재하지 않는, 하반신이 물고기인 종족이고 머맨은 상반신이 물고기인 남자뿐인 종족이라고 봐도 좋았다.

게다가 세간의 인식과 달리, 머메이드와 머맨은 서로 사이가 좋질 않았다.

일단 서식지를 공유하는데다가, 두 종족 모두 번식을 위해서 타종족의 남자나 여자를 필요로 하는 종족이었다.

세상에 따라서, 머맨이 머메이드를 노예로 부리던 곳도 있었고 그 반대인 곳도 있었으며, 혹은 어느 한쪽만 살아남은 곳도 수두룩하다는 모양이었다.

그런 세상들이 모두 합쳐지고, 서로 간의 분쟁 자체가 금지되어버린 지금은... 서로 아는체하지 않는 느낌으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머메이드랑 머맨을 동일 종족으로 여기는 육상의 종족들을 볼 때마다 부레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 못생긴 생선 대가리랑 우리랑 대체 어디가 같아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들도 원숭이 사촌들이라고 하면 싫어할 거면서.

또 한가지 오해가 있다면, 인어들이 바닷속에서 산다고해서 육지 위에 있는 것들에 무지하다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건 무척이나 틀린 말이었다.

머메이드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마법사들이 많았다.

특히 과거... 선원들을 유혹해서 ‘번식’을 했던 당시에 쌓이고 쌓였던, 매혹이나 유혹, 정신계의 마법은 다른 종족들의 마법에 비교해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즉, 머메이드들이 머리가 나쁘다는 속설은 개소리였다.

또, 머메이드들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도 개소리였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육지인의 다리쯤이야 마법약으로 뚝딱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것이고 그마저도 오랜 시간 동안 있어서 다리가 말라버리면 고통스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머메이드들도 육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때때로 머메이드들은 밖으로 나가서 아이를 낳기 위한 정액을 구해오고는 했다.

다리를 만들 수 있는 마법약은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터라 쉽게 만들 수 없는 만큼, 일년에 여섯 번... 그러니까 2개월을 주기로 한 명의 머메이드를 뽑아서 육지로 보내는 것이다.

그 뒤에는 간단했다.

가져온 진주를 비롯한 육지인이 구하기 힘든 소재들을 돈으로 바꿔서, 육지에 있는 디스펜서인지 뭔지하는 것을 사서 정액을 바리바리 최대한 많이 가져오면 끝나는 일이었다.

예전처럼 바다를 건너가는 육지인 선원들을 매혹해서 하는 식은, 더는 불가능했으니까.

그렇게 가져온 정액으로 알아서들 임신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정액을 가져오는 주기가 2개월마다인 것은, 머메이드는 한 번에 다섯에서 여섯 사이의 아이를 낳기 때문이었다.

너무 자주 가져온다면 머메이드들이 잔뜩 늘어나버리고 만다.

따라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머메이드들도 능력이 뛰어난 머메이드들로 한정되고는 했다.

아무튼, 세간에 알려진 난생이라든지 하는 소문은 다 헛소문이란 거였다.

그리고...

가장 어이없는 것은 따로 있었다.

대체 어떤 자식이 쓴 건지 모르겠는데, 머메이드들이 대체 왜 죽을 때 물거품이 된다는 거야.

세상에.

그리고 그걸 믿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지네들은 뒤질 때 곧장 흙으로 돌아가나 보지?

그렇다면 인정하겠다.

하여튼간에...

머메이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육지인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참 우스웠다.

조개 안에 든 푸른 빛을 띤 진주.

육지에서는 바다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보물이라는 진주를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두 눈을 끔뻑거렸다.

왜 이게 여기에...?

“세실, 이번에는 당신이군요.”

“에...”

여왕님.

동부 바다의 모든 머메이드들의 정점이자, 또 내 어머니이기도 한 머메이드가 그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여왕님이라고 해봤자, ‘가장 뛰어난 머메이드들’이 임신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수의 머메이드들은 여왕의 아이인 탓에 딱히 동화속에서 나오는 인어 공주니 뭐니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여왕님의 이백몇 번째 아이였고, 지금도 여왕님의 뱃속에는 이제 천 번대가 좀 넘는 동생들이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여왕님도 나이가 나이니만큼 슬슬 새로운 여왕을 뽑을 때가 됐으니... 아마 저 동생들이 여왕님의 마지막 아이일지도 몰랐다.

“세실, 듣고 있나요?”

“아, 네...”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 손에 들려있는 조개를 바라봤다.

다시 봐도, 변하지 않았다.

푸른 진주가 조개 안에 있었다.

그리고, 이 푸른 진주를 든 조개를 자신이 뽑았다는 것은 내가 육지로 올라가서 아이를 낳기 위한... 남자의 정액을 구해오는 머메이드로 당첨됐다는 소리였다.

생각지도 않았고, 딱히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을 해야만 하게 됐는데 정작 내가 뽑은 뽑기에 적혀져있는 당첨이라는 글자가 아이러니했다.

“저, 저기... 여왕님... 저는...”

“확실히 세실, 그대는 그럭저럭 유능한 편이었죠. 다소 감정 기복이 큰 것이 흠이지만, 뭐...마침 잘됐어요. 위로 올라가서... 세상을 둘러보도록 하세요. 당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죠.”

“아니, 그게...”

“아, 그리고. 이번에 세실을 상대할 남성분에 대해서인데요... 운이 좋게도, 저번에는 얻지 못했던 분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에도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결국 구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더더욱 힘들어진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그분께서 이번에는 지명을 받아주신 만큼... 차세대의 아이들을 위하여 확실히 정액을 받아오도록 하세요.”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육지로 올라가기 싫다고.

그냥 다른 머메이드한테 넘기면 안 되냐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그, 알았습니다...”

결국, 여왕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육지까지 안내해준 사람은, 바로 전전에 육지에 다녀왔던 내 언니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다리’를 만드는 약을 먹지 않고, 욕조에 담긴 채로 육지로 갔었다는 모양인데 그 탓에 선두를 치기 어려웠던 모양이라, 이번에 지명을 받았다던 남자에게서 정액을 받아오지 못하고 다른 육지인에게서 정액을 얻어왔던 언니였다.

그래서인지, 물가에 나온 언니는 곧장 내게 다리를 만드는 마법약을 건네줬다.

“자, 쭉 들이켜. 맛이 조금 쓰니까 굳이 혓바닥 가져다 대지 말고 그냥 꿀꺽하고 마셔버려.”

“응.”

확실히 마법약은 엄청나게 썼다.

그리고.

“으윽...”

“아, 그리고 조금 아플 거야.”

쓴 것보다 이쪽을 먼저 말해줬어야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나보다 세 살이나 더 많은 언니였고, 그런 말을 꺼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란 것은 확실히 조금이었는지 금방 통증이 가셨다.

그리고...

“...이게 다리?”

“느낌 이상하지? 나도 그랬어. 지느라미랑은 영 딴판인 느낌이니까.”

낄낄거리면서, 꼬리 지느러미를 흔들거리는 언니를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그런 내게 언니가 주머니 가득 들은 진주와 산호, 머메이드의 피를 비롯한 이것저것... 육지인들에게 있어서 가치가 있는 물건들을 건네줬다.

“정액 말고도 그 밖에 필요한 것들도 있으니까 잊지 말고 챙겨오고. 처음에는 움직이기 영 어색할 테니까 제자리에서 몇 번 걸어보고서 움직이는 걸 추천할게. 아, 그리고...”

히히, 하고 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무지 아픈데, 금방 기분 좋아지니까 기대하고.”

풍덩, 하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바다로 돌아가버린 언니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대체 내가 어째서...

한숨만 계속 나왔지만, 이미 되어버린 걸 돌이킬 수는 없었다.

“...옷부터 입어야겠지.”

스윽, 하고 주머니를 열고서 머메이드랑 달리 하반신을 가리는 옷도 입고 있는 육지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

뭔가 이상한데.

분명 바지라는 것을 입었는데, 움직이기가 엄청나게 불편했다.

뭔가 엄청 꽉 끼고...

“...아, 그래. 처음에는 좀 어색하다고 했었지.”

다리란 걸 달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언니가 말했던 대로 조심스레 다리를 움직여봤다.

그리고.

“아극!”

그대로 나자빠졌다.

“뭐, 뭔데 진짜...!”

어색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꼼짝도 못하겠잖아.

백사장의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 내가 그대로 꾸물꾸물 움직이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도로 바지란 것을 벗어버렸다.

“잠깐만... 혹시.”

바지란 것에 나있는 두 개의 구멍을 보고서 내가 큰 오해를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게 상의였구나!”

하의는 반대쪽이 분명했다.

두 구멍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봤다.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꼼짝도 못할 지경이던 아까랑 달리 이번에는 두 팔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더욱이 상의 쪽은 단추라는 것이 많긴 했지만, 허리춤에 대충 두르니까 다리를 비롯한 하반신이 얼추 전부 가려지긴 했다.

“응, 역시 이쪽이 하의였나 보네.”

역시 나야.

처음 보는 옷도 완벽하게 입을 줄 알고.

“육지인의 옷도 별거 아니네.”

흐흥,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좌표를 확인했다.

일전에 언니의 경우에는 해당 디스펜서를 찾아서 한참을 육지 안쪽으로 들어갔다는 모양이었지만 이번에는 그쪽에서 이곳으로 오는 만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럼 가볼까!”

딱히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었지만, 뽑기의 결과일뿐이었을 지라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육지인들이 사는 세상을 구경하는 셈 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다리를 뻗었을 때였다.

“하극!”

이번에는 다리가 서로 꼬여서 다시 그대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여, 연습부터 하고 가자.”

아무리 다리가 달린 것이 처음이라 해도 세 번을 같은 실수로 넘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 언니가 해줬던 조언대로 제 자리에서 몇 번 걷는 연습을 하고 나서야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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