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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307화 (307/523)

〈 307화 〉 외전) 머메이드 프린세스 (2)

* * *

확실히 육지인들의 세상은 바다속의 그것과는 여러모로 많이 달랐다.

하늘 높이 뻗어져 있는 듯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흐흥, 예쁜 건 알아 가지고.”

육지인의 기준으로는 머메이드들이 미형이란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왔었다.

번식을 위해서라도 타종족의 수컷을 유혹해야하는 종족인 머메이드였다. 그야 물론 매혹 마법에, 노래 등의 수단이 있겠지만 원초적으로 수컷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미모였다.

기본적으로 타종족들의 눈으로 볼 때, 그 타종족을 유혹해야하는 머메이드의 외모가 아름답게 생긴 것이 당연한 법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그런 머메이드들 중에서도 꽤나 귀엽다거나, 미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몸이었다.

그러니, 시선이 끌리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동성인 이들도 자신을 보는 것은 조금 의아스러웠지만, 옆에 있는 수컷의 눈을 가리거나 옆구리를 찌르면서 신경질을 내는 것을 보니 제 수컷을 뺏기지 않기 위한... 질투 어린 눈인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저들과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종족마다 서로 복장도 다르다 보니까 살짝 다른 수준의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개중에는 아예 헐벗다시피 하고 다니는 종족도 몇몇 있었고.

아무튼, 자꾸만 내게로 쏠리는 시선들에 점점 부레에 든 공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이 쭉 펴고서 앞으로 내밀고, 콧노래를 흘렸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언니들이나 동료들이 부탁했던 육지의 물건들을 사거나 했다.

나를 볼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육지인들의 표정이, 입을 헤 벌리는 육지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편 내가 얼마나 예쁘면 저럴까 싶어서 더더욱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또 잔뜩 사들인 물건들을 주머니에 담으며 밖으로 나섰을 때, 또 다시 내게로 시선들이 잔뜩 쏠려왔다.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흥, 흐흥.”

자랑스레, 푸른 물결처럼 파란... 아름다운 비늘과 함께 자신의 자랑이었던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면서 시선을 만끽했다.

자, 봐라. 육지인들아.

너희들이 좋아하는 인어 공주님이라고?

여왕님의 수많은 딸 중의 하나고, 책과 달리 거품이 되어서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여왕님의 딸이긴 하니까, 공주인 건 맞았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이제 슬슬 구경도 다 했고, 시간도 다 되어서 약속 장소로 향하자, 곧 여왕님이 말했던 육지인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육지에서 살아가는 종족 중 하나인 인간의 수컷.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인 얼굴을 보고는 이젠 놀라거나 하지도 않고서, 알아서 열리는 문을 통해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큼성큼, 육지인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 고객... 어.”

나를 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저자도 내 미모에 푹 빠져버린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 마시고 있었던 모양인데, 브에하고 입 밖으로 흘리는 것을 보니 그만큼 내 미모가 빼어났던 모양이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걸음걸이로, 그런 육지인의 앞에 있던 의자란 것을 뒤로 빼내며, 다른 육지인들이 그렇게 하듯이 살짝 그 위에 몸을 쑤셔 넣어봤다.

확실히 다리가 달린 육지인들의 쉬기 위한 것인지 다리가 생겨버린 지금은 자리에 앉자 생각보다 많이 돌아다녀서 조금 힘들었던 다리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굳이 그런 티를 내색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육지인을 보고는 스윽하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강한 ㅈ...”

“밖이니까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자중해주세요. 그보다... 그 꼴로 여길 온 거에요?”

“에?”

그 꼴?

그 꼴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혹시 지금 내가 어딘가 이상하기라도 한가...?

스윽, 하고 육지인의 말에 몸을 내려다봤다.

딱히 이상한 부분은 찾지 못하겠다.

언니가 챙겨준 옷을, 완벽하게 입었던 상태 그대로였으니까.

“...제 꼴이 뭐가 어때서요?”

“아니, 그... 됐습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 육지인이 이내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다가 내 어깨에 걸쳐줬다.

“?”

“일단 그거라도 걸치라고요.”

대체 뭔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애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확실한 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갑자기 부레 가득 들었던 공기가 푸쉬식하고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여태껏 내게 향했던 그 시선들이... 내가 아름다워서 쏠렸다고 생각했던 시선들이 전부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리에 미치자,쭉 앞으로 내밀었던 가슴도 도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제가, 뭔가 실수라도?”

“실수... 까지는 아니고. 음, 됐어요. 잘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뭐.”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한 얼굴인 육지인을 보니까, 어깨까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

꼼지락, 꼼지락...

언니들이나 여왕님께 한소리를 들었을 때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육지인이 마시고 있던 걸 마저 쭉 들이켜서 마시더니 몸을 일으켰다.

앉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엄청 크다아...

한참을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얼굴이 보일 만큼, 육지인은 키가 컸다.

꼬리 지느러미를 육지인의 다리로 바꾸고 나서, 다소 줄어들어버린 키였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대가 훨씬 더 컸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내려다보는 육지인의 시선이, 목에 걸쳐져 있는 사슬이 괜히 위압스럽게 느껴졌다.

육지인들은 사슬 같은 걸 목에 달고 다니는 걸까.

여태 지나가다가 본 육지인들은 그렇지 않던데.

아니, 이 육지인은 겉옷을 벗었지만 다른 육지인들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다른 육지인들도 벗어보면 비슷한 걸 걸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 사슬은 사실 육지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방금도 그 꼴로 왔냐는 말은 왜 사슬을 걸치지 않았느냐고 물어본 것이 아닐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이제 다 마셨으니까 슬슬 올라가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 육지인에 잠깐 반응이 느려지고 말았다.

“오, 올라가다니요?”

“뭘 물어요.”

스윽, 하고 손을 내게 내미는 육지인.

“그거 하려고 저 사신 거 아니였어요?”

아...

그제서야 자기가 육지에 올라왔던 이유가 단순히 쇼핑이나 육지인들의 시선을 만끽하고자 왔던 것이 아니였음을 기억해냈다.

내가 여기 올라온 이유는...

저 육지인에게서 정액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즉, 자신은 저 육지인과 교미를 해야만 했다.

정액을 얻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는 없었으니까.

“아, 으.”

교미라니.

세상에.

“어디 아프세요?”

“아니, 아니에요. 그...”

고개를 젓고서는, 내밀어진 육지인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손도, 엄청나게 컸다.

내 손의 거의 두 배...

육지인이라서, 아니면... 수컷이라서 그런 걸까.

암컷뿐인 종족인 머메이드의 몸과는 확실히 다른 육지인의 손을 보고 있을 때, 그런 손이 이내 꾸욱하고 내 손을 모두 덮어버렸다.

“자, 그럼 가죠.”

그렇게 말한 육지인이 내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걸음을 옮겼다.

육지인의 손에 이끌려서 카페라는 것의 윗층에... 마법으로 감춰져 있는 층으로 올라오자, 문들이 잔뜩 있었다.

그중 하나를 열어 안으로 들어가자, 육지인들의 방이 보였다.

“뭘 그렇게 봐요?”

두리번거리면서 그런 방을 바라보고 있자니, 육지인이 그렇게 물어왔다.

“아니, 그... 저희들의 방이랑은 많이 다른 모습이라서요.”

“그렇구나. 그쪽의방은 어떤 식인데요?”

“그게...”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해저에 있는 머메이드들의 물건들을 육지인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애당초 육지인의 방을 처음 보는 거라서 신기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여기 있는 것들의 대부분이 대체 뭘 위해서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일단 저건... 침대란 것 정도는 알겠지만.

우리들이랑은 다르게, 다른 소재로 만든 모양이었지만 딱 봐도 저건 침대였다.

저쪽의 저건... 뭔지 잘 모르겠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비슷한 걸로 대체해서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머리를 열심히 굴려 가면서, 자신의 방과 이쪽의 방을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다른지 설명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을 때, 육지인이 말했다.

“...뭐, 그렇게까지 궁금했던 건 아니니까 설명하시려고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앗, 네...”

끙끙대는 나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육지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부터뭔가 자꾸 주눅이 들었다.

자꾸 실수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실수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그때, 똑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귓가에 들려온 고개를 들어 올리자, 똑똑하고 단추를 끌어 내리고 있는 육지인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끌어내리는 단추와 함께 좌우로 벌어진 상의 사이로 보이는 뭔가 쩍쩍 갈라져 있는 육지인의 몸도 보였다.

“헤흐...?”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휙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왜 그래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뭐지.

대체 왜 이러는 거지.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올라가나 싶더니 화끈거렸다.

두근두근, 심장도 엄청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이렇게 심장이 빠르게 뛴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는데.

아니, 한 번 있기는 했다.

어릴 적에 씨 서펜트에게 쫓겼을 적에도 이런 식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이랑은 전혀 상황이 다른데...

이와중에도, 스륵, 스르륵하고 들려오는 소리가 귀에 꽂히듯이 들려왔다.

갑자기 얼굴이 너무 화끈거리는 기분이라 고개를 푹 숙이고서, 한참이나 지났을 때.

스륵, 하고.

육지인이 입고 있었던 바지랑 그 밑에 입고 있었던 걸로 여겨지는 옷도 바닥에 흘러내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실래요?”

“...네?”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 내게 뭔가 말한 것 같은데 미처 듣지 못한 말에 그렇게 되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육지인이 보였다.

“에.”

그리고 그대로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

한참을 끙끙대면서 걸쳐 입었던 육지인의 옷은, 육지인의 손에 무척이나 빠르게 벗겨져 버렸다.

“에? 으? 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일어나버린 일에, 머리가 채 지금 일어나버린 일을 이해하기도 전에 육지인이 그런 자신의 몸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알 수 있었다.

“아, 으...”

뭔가, 뭔가 엄청나게 부끄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봐줬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진짜, 진짜로 내가 왜 이러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육지인이 대체 내 몸에 어딜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슬쩍 눈을 치켜뜨고는 육지인의 시선을 따라가자, 곧 육지인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금방, 또 육지인이 입을 열기도 했지만.

“다리에 지느러미가 달려있네요?”

신기하다는 듯이, 내 다리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육지인.

내 옷을 순식간에 벗겨버리더니, 감상하듯이 내 몸을 바라보고 있는육지인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더더욱 몸을 움츠러뜨렸다.

특히...

그런 육지인의 다리 사이로.

자신과는 다른 것이 길쭉하게 솟구쳐있는 것을 보고는 더더욱 그렇게 했다.

저게...

저게 남성기...?

아니, 하지만...

남성기가 저렇게 크다고...?

실제로 남성기를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앞서 번식을 위해 타종족 남성의 정액을 구하러 육지로 올라갔었던 언니들이나, 동료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분명히...

손 한 뺨 정도 길이라고 들었는데...?

손 한 뺨은커녕, 두 뺨으로도 부족해 보였다.

게다가, 아파 보일 정도로 혈관이 잔뜩 도드라져있어서...

“꿀꺽...”

나도 모르게 입가에 고인 침을 삼켰다.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

어째선지, 좀 전의... 육지인의 몸을 봤을 때보다도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해서 이제는 대체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겠는 심장 소리와 쾅쾅하고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고객님?”

육지인의 부름에, 그제야 뒤늦게 육지인이 물었던 것에 대해서 대답했다.

“아, 네... 꼬리 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는 마법약으로도 완전히 육지인의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그래요?”

“네. 네에... 그런데, 그... 이게... 대체... 왜...? 옷을...?”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옷을 벗긴 이유도 물었다.

바다 속에서야, 딱히 옷이란 걸 입지 않았지만 육지인은 언제나 옷을 입는다고 들었는데...?

“그야 씻으려면 벗어야 하잖아요?”

씻어...?

“자, 그럼 따라와요.”

내가 미처 묻기도 전에, 육지인의 손이 다시 한번 내 손을 잡고 잡아 끌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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