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 외전) 발정한 여우는 솔직해서 귀엽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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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가 새로운 능력, 정확히는 인어의 종족 특성을 얻게 되고서 소동이 일어난 다음 날.
이런저런 일이 잔뜩 있었던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은 한조는, 그래도 잔뜩 삐쳐버린 아내들을 위해서 하루 동안 뭐든지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맥주.”
“여기 있어.”
“과자는?”
“여기.”
“좋아, 그럼 이제 어깨나 주물러. 그 다음엔 허리. 그 다음엔 종아리... 이상하게 만지면 죽여 버릴 거니까 알아서 잘해.”
“넹...”
온갖 시중에 이어서 쪼물쪼물, 릴리스의 어깨를 주무르는 한조가, 정확히는 한조의 분신이 보였다.
“영웅이여, 좀 더 정성을 다해서 쓰다듬어주거라.”
“이렇게?”
“으음, 좀 더 사랑을 담아서 쓰다듬거라!”
“...이렇게?”
“으으음, 아주 좋구나. 이대로 계속 여를 쓰다듬어주거라!”
“...벌써 3시간째인데?”
“아앗...! 갑자기 막 슬퍼지려고 하는구나! 분명히 여가 용서해준다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노라고 했으면서, 역시 영웅은ㅡ”
“자자, 진정하고... 이러면 됐지?”
“우후후♡ 좋구나, 하지만 여를 슬프게 했으니, 이대로 한 시간은 더 쓰다듬어주어야 하노라! 그리고 그 다음은 백 번... 아니, 천 번정도, 여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거라!”
또, 카르미나의 머리를 몇 시간이 넘도록 계속해서 쓰다듬어주고 있는 한조의 분신도.
“이거 가져오라고 했었지, 유스티티아?”
“응, 거기에 놔줄래? 아, 그리고 저 시료랑 저거랑은 2:1로 섞은 다음에, 저기 갈아놓은 거 넣고, 3분동안... 아, 그리고... 그 다음엔... 거기에...”
“...어, 미안한데, 유스티티아? 2:1 그 다음... 아니다,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말해줄래?”
유스티티아의 실험을 도와주고 있는 한조의 분신도.
“그, 이런 것은 그대가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괜찮으니까 내가 하게 해주라, 시킬 거 있으면 더 말해줘도 좋고.”
“으으음... 그럼... 그쪽에 있는 갑옷을 닦아다오.”
“좋아, 내가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지.”
자신의 갑옷과 창을 손질하던 카루라를 도와서, 갑옷을 뽀득뽀득하게 닦는 한조의 분신도 보였다.
“오늘은 햇살이 좋네에. 그치이, 한조오?”
“그러게에... 날씨 진짜 좋네에...”
“후후후... 이대로 계소옥, 있고 싶은 거얼...♡ 한조도 그렇지이?”
“그건 좀...”
또, 저쪽에서는 아리아드의 품에 꼭 껴안긴 채로 줄기에 꽁꽁 감싸여서 멍하니 같이 광합성... 이라고 해야 할지, 넋을 놓고 중인 한조도 보였다.
“흐아아아...♡ 거기... 거기를 좀 더 만져주세요, 주인님...♡”
“여기? 이렇게?”
“네, 네에... 거기... 후아...♡”
”...뿔에 감각이 있는 건 좀 신기하긴 하네. ...아직도 아파? 이거.”
“으응, 아뇨,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주인님이 만져주셔서 기분 좋은 거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사티의 부러져버린 뿔을 조심스레 어루만져주고 있는 한조도 보였고.
그리고.
“...정말로 이거면 돼요? 호아란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제각각의 한조들이 모두에게 붙어있는 동안, 마찬가지로 내게 붙어있는 한조가 말을 걸어왔다.
“음. 이거면 충분하느니라.”
오랜만에,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한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런 한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비록, 이쪽의 한조도 모두와 마찬가지로 분신이긴 했다.
본체는, 지금 한가운데에서 가부좌를 틀고서 분신들을 조종하고 있는 데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동시에 여러 분신을 다루는 솜씨가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한조였지만, 저번의 인어의 일로 아내들에게 사죄하기를 자청한 한조는, 문자 그대로 몸을 늘려서까지 모두에게 시중을 들어가며 열심히 사과하고 있느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분신보다는, 역시 본체가 더 낫지만.
어느 누구가 본체랑 엮이면 그건 그것대로 평등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마니 어쩔 수가 없었다.
또, 그쪽 일을 할 때라면 몰라도, 그 밖의 일은 분신과 본체를 동시에 움직이는 건 아직은 서투른 한조였으니 이해해줘야 하기도 한 일이고.
반대로, 그... 섹스를 할 적에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분신을 다루면서 평상시에는 그 반에 반도 못 하는 것이 좀 신기하긴 했다.
분명 주술에 재능이 있기는 한데...
...열망이 부족한 것이려나.
주술의 기원인, ‘주’는 어디까지나 바람을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바람이 적을수록 성취가 적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했다.
섹스할 때 분신을 다루는 솜씨가 평상시보다 훨씬 나아지는 이유는, 그... 조금 과하게 욕망에 솔직한 한조의 성격 탓일 것이다.
바람은, 곧 욕망이나 마찬가지였고 욕망이 강할수록, 솔직할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너무 과하면 과한 대로 좋지 않은 법이었지만, 한조는 그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욕망에 솔직한 한편, 한조는 동시에 무척이나 상냥한 아이였으니까.
너무나 상냥해서, 오히려 제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이 조금 흠인 그런 아이였으니까.
자신의 욕망으로 다른 이를 상처입히거나 하지 않는 한조였다.
그러니...
“...하지만, 호아란. 이러면 딱히 사죄하는ㅡ”
“본녀는 이거면 충분하느니라.”
한조의 말을 끊고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이거면 충분했다.
모두가 한조에게 투정을 부린다면, 반대로 한조의 투정을 받아줄 사람도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거기에, 이번 일은 한조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지 않더냐.”
그랬더라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한조에게 조금은 화가 났을 것 같았지만... 이번 일은 사고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한조가 기프트가 가진 힘을, 이성을 매혹시키는 힘을 억누르기 위한 아티펙트를 몸에서 떨어뜨려 놓은 것도 아니었고, 제대로 차고 있었음에도 그런 일이 생겨버리고 만 것이니 말이다.
실수한 것이 있다면, 그간 계속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조의 힘이, 이미 아티펙트에 새겨놓은 마법이 가진 효과를 넘어서 버린 것을 가늠하지 못한 모두의 탓이었다.
저번의 웨어허니비 일로 대폭으로 성장한 한조의 힘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지, 딱히 이번 일은 한조의 탓만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쪽이 어울린다고.
그런 말은 삼키고서, 한조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호아란?”
“...역시, 본녀는 이쪽이 더 좋구나.”
릴리스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질투하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은 자신과 어울리지 못했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기분이 나쁘면 기분 나쁜 것을 티내는 것에 솔직한 릴리스랑, 자신은 여러모로 달랐으니까.
또한 유스티티아나 카루라처럼, 한조와 둘이서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조금 부끄러웠다.
카르미나처럼 한껏 아양을 부리는 것도, 아리아드처럼 멍하니 광합성하기도 좀 그랬다.
그렇다고, 사티처럼, 분수에 맞지 않게 아이처럼 굴 수도 없으니...
역시 자신은 이쪽이 제일 어울렸다.
최근에는 아리아드에게도 상당한 지분을 빼앗기고 말아버린, 한조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일을 모처럼 독점할 수 있게 됐으니까.
“...호아란이 그렇다면, 그걸로 괜찮지만요.”
그렇게 말하고서, 몸을 맡기는 한조를 내려보며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한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생각했다.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 한조야?”
“네?”
“여, 역시... 조금 이따가... 본녀도...”
말을 꺼내려다가 말고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역시... 역시 부끄럽다.
“...본녀도, 꼬리들을 손질할 생각인데, 그때 조금 도와줄 수 있겠느냐?”
그렇게 말하자 두 눈을 끔뻑거리던 한조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사실은, 사티처럼 꼭 품에 안아서.
카르미나처럼 마구 쓰다듬어줬으면 한다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하고서 그렇게 말한 내가, 고맙구나하고 말하고선 다시 한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 날밤에도 평상시처럼 모두와 같이 한조와 함께 밤을 보내고서, 조금 이르게 눈이 뜨여서 몸을 일으켰을 때 직감했다.
“후읏...♡”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 열기와 두근두근하고 거칠게 뛰는 심장.
그리고...
“으음...”
바로 옆에서, 어젯밤에도 내 몸에 잔뜩 정을 토해냈던 한조가, 곤히 잠들어 있는 한조가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여전히 기운차게 세워두고 있는 자지를 보자, 화악하고 열기가 치솟는 몸과 꼿꼿하게 서있는 젖꼭지를 보고서 확신했다.
이건...
“...또, 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미 수백 년을 겪어온 발정기가 이번 달에도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아직, 지금보다도 훨씬 어리고 작았을 적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었을 적부터 시작해온 발정기는, 어김없이 이번 달에도 찾아오고 말았다.
그 말은, 이제껏 그랬듯이 어제도 잔뜩 받아낸 한조의 정으로도 이번에도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발정기는, 아이를 갖기 위해 찾아오는 증세이니 아이를 임신 중에는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하아아...♡”
입에서 풍기는 단내에서, 어젯밤의 순서 정하기를 위해 빨았던 한조의... 정액의 향기가 느껴져서인지, 아직도 질내에 남아있는 한조의 정액 때문인지, 더더욱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잔뜩, 아주 잔뜩 받아낸 정액으로도 부족하다는 듯이, 본능이 더욱 많은 정액을 원하고 있었다.
참기 힘들다.
한조에게 수백 년간 지키고 있던 순결을 내주고서, 몇 번이나 찾아온 발정기였지만... 이번에도 찾아온 발정기는 더더욱 참기 힘들어졌다.
육욕을, 한조가 내 몸에 아로새겨버린 쾌락을 알게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전과 달리 참지 않아도 되어서 그렇게 되어버린 걸까.
몸 구석구석, 한조에게 닿지 않았던 곳이 없어지게 되고, 어느 곳이든 간에 한조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지게 되어버린 몸을 더듬었다.
“...후후, 빨갛구나.”
몸 구석구석에 남아버린 한조의 손길의 흔적을 더듬으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젯밤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젖이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빨렸던 젖꼭지부터, 함께 수없이 주물러진 가슴, 언제나 억세고 두터운 팔로 감싸 안기는 허리랑... 심지어, 본래는 해서는 안 될 곳마저도.
무의식적으로, 몸을 더듬다 말고 홀로 뜨거워진 몸을 달래려고 한 사실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심지어, 하필이면 그렇게 손을 뻗었던 곳이... 한조에 의해 알게 되어버린... 그, 뒷보지였다는 사실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다못해 음부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부끄러워지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도 만약에라도 스스로 몸을 달랜다고쳐도, 그렇게 한다고 해도 뒤쪽이 맞기는 했다.
앞으로 하게 된다면, 기껏 사정받은 한조의 정액이 흘러나와버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쾌락을 위해 뒤를 만지려고 했던 자신을 떠올리자, 몹시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읏...”
화악, 하고 더더욱 열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일단 몸을 씻고...”
찬물로, 몸을 정갈하게 한다면...
그렇다면 조금은 진정이 되리라고 생각하고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였다.
“으음...”
꽈악, 하고 그런 내 꼬리들을 한조가 끌어안았다.
“흐으으읍...♡”
꾸욱, 하고 순간적으로 양손으로 틀어막은 입 덕분에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간신히 참아냈지만, 안 그래도 참기 힘들었던 충동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후으, 후으으으...♡ 놓아주, 거라...♡”
가쁘게 숨을 토하면서, 내 꼬리들을 끌어안은 한조에게 그렇게 말해본들, 자고 있는 한조가 말을 들어줄 턱이 없었다.
오히려, 더더욱 내 꼬리들을 품에 안으며 밍기적거리는 한조 덕에, 지금 상태에서는 무척이나 좋지 않은 일어나버렸다.
꾸우욱♡
한조의, 잔뜩 성난 자지가 허벅지에 닿아 문질러졌으니까.
뜨겁다.
그리고, 무척이나 딱딱했다.
이미 몸에 새겨져 버린, 한조의 자지가 허벅지로부터 느껴지자, 쿵쿵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스윽스윽하고 자신의 허벅지에 자지를 비벼오는 한조를 보니 더더욱.
...혹시, 꿈 속에서 나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꼬리들을 움켜잡고서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아마 그런 것이 분명했다.
“...조금이라면.”
아직 모두가 일어나기엔 한참이나 이른 새벽이었다.
그러니...
아주 조금이라면.
“......”
소리를 죽인 채로 펼친 주술로, 한조와 자신의 몸을 결계로 감쌌다.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냄새나 기척마저 모두 차단하는 결계.
그걸 아주 극도로 얇게, 한조와 자신의 몸에만 둘렀다.
수백 년에 걸쳐 수양한 자신이 느끼기에도 신기에 들린 솜씨로 하나같이 자신과 비슷할 정도의 힘을 지닌, 한조의 다른 아내들인 릴리스나 유스티티아, 카르미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섬세하게 펼친 주술이, 고작 모두 몰래...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쓰이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하,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