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늑대 (3)
스읍, 숨을 들이키는 에일레야.
이윽고, 낮게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내 보지가 네 보지가 맞냐고?”
입술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가 보였다.
인간의 것과는 다른,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
살점을 물어뜯고, 찢어발기기에 적합한... 짐승의 것을 닮은 송곳니가 보였다.
“지금... 지금,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
삐죽빼죽, 에일레야의 꼬리털이 부풀어올랐다.
머리 위로 바짝 곤두선 두 귀가 부들부들 떨렸다.
후우우우, 하고 다시 내뱉은 깊은 한숨과 함께, 그런 꼬리도, 두 귀도 이내 추욱 늘어졌지만.
“...나가.”
“에일레야 누나.”
“나는, 나가라고 했어.”
“그...”
짜아아악!
휘둘러진 에일레야의 손바닥을 피하지 않은 것은, 격을 뚫기 전에도 이미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내 눈에는 턱없이 느리게 보인 에일레야의 손바닥을 피하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맞는 건 좋은 데 힘을 빼고 있었을 필요까진 없었지 않았을까 싶다는 정도.
뿌드드득, 하고 옆으로 돌아가 버린 내 목에서 들려온 심상치 않은 소리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괴력으로 이름을 알려진 웨어울프의 힘은, 확실히 맨몸으로 그냥 맞아주긴 좀 많이 아팠다.
아팠지만.
“...개새끼.”
이빨을 드러낸 채, 그르렁거리면서 울먹거리는 에일레야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는 덜 아팠다.
우둑, 하고.
까딱했다간, 아니 바로 조금 전의 나였더라면 그대로 머리가 한 바퀴 돌아버렸을지도 모르겠던 목을 다시 돌렸다.
욱신욱신...
목이 좀 많이 시큰거렸지만.
그것보다도, 에일레야에게 싸대기를 얻어맞은 뺨이 존나게 화끈거렸지만.
괜찮았다.
싸대기랑 함께 돌아가면서 살짝 삐끗해버린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에일레야의 싸대기에... 안보여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존나게 화끈해진 뺨도, 빠르게 치유되어가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래, 재생 능력으로... 웨어울프의 재생능력으로 전부 치유되어가고 있었다.
아내만 일곱에, 첩이 하나라는 걸 에일레야에게 고백하고서 존나 쎄게 싸대기를 처맞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남아있는 웨어울프의 종족 능력은 에일레야가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쪼오금.
아주 쪼오금 능력이 약해져서 살점이 뜯겨나가도 몇십 초면 금방 재생되던 것이, 고작 싸대기로 생긴 화끈함을 치유하는 것조차 조금 더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었다.
그럼 됐다.
한걸음, 에일레야에게 다가갔다.
울컥, 그런 나를 보고 털들을 곤두세운 에일레야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내가, 꺼지라고ㅡ”
한 대는 맞아줬는데, 두 대는 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처맞아도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처맞아야하는 만큼 처맞고자한다면 종일 처맞고만 있어야 하니까 그건 안됐다.
그러니까.
잡았다.
“읏...!”
들어 올린 에일레야의 손이, 다시 내 뺨따귀를 후려갈기기 전에 붙잡은 에일레야의 손목.
가느다랗고, 가냘파서, 솔직히 대체 이런 팔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 그런 손목을 붙잡고서, 다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런 내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 드는 에일레야였지만, 안타깝게도 에일레야의 나에 대한 애정이 떨어진만큼 약해진 웨어울프로서의 능력이 없더라도.
이미 내가 지금의 에일레야보단 훨씬 강했다.
기프트가 없어도.
그녀의 능력이 없어도.
단순히, 나 혼자의 힘만으로도 이미 그녀보다 더.
“너, 이... 이거, 놔...!”
“싫어요.”
내 대답에 으득, 하고 이빨을 가는 에일레야와 함께, 화아악 부풀어오르는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
제대로 빡쳤네.
그래도 말했다.
“ㅡ여기서 네, 알겠어요하고 놓아주고 나갈 거였으면 애당초 그런 고백도 하지 않았을 걸요, 에일레야 누나.”
그런 내 말에 나를 올려다보던 에일레야의 눈동자가, 세로로 쩌억 갈라졌다.
“그래, 그럼... 놓지 말던가.”
“네?”
근육이 부풀었다.
눈앞에 있는 에일레야의... 드러난 이빨이, 더욱 날카롭고... 짐승의 그것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투두두둑, 찢겨나가는 옷과 함께 드러난 새하얀 살결 위로, 은빛으로 반짝이는 털이 돋아난다.
이윽고, 눈앞에 있던 에일레야는 짐승의 형상으로 바뀌어갔다.
완전수화.
웨어비스트.
그들이, 웨어비스트라고 불리는 이유.
단순히 짐승의 형질을 갖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짐승이 될 수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놓지 않을 수 있으면.”
분명 나보다 작았던 에일레야가, 거의 나만한 거대한... 은빛으로 빛나는 늑대가 되어서 그렇게 말했다.
후우욱!
그대로 내게 주먹을 휘둘러오는 에일레야.
싸대기 다음은 죽빵인가.
완전수화한 에일레야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손톱을 쓰지 않아 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저 주먹은 솔직히 그냥 맞아주면 존나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해요, 누나.”
에일레야의 죽빵이 내 뺨에 닿기 전에, 그 손 역시 붙잡았다.
“뭐...?”
알고 있다.
저번의 대련에서, 내가 기프트가 없이도 에일레야를 이겼던 이유는 에일레야가 지금처럼 완전수화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 거였다.
아마 그때였다면, 지금의 에일레야의 완력을 맨몸으로 제압하긴 힘들었을 거다.
B랭크의 헌터인 에일레야였지만, 완전수화한 그녀의 완력은, 육체가 가진 타고난 천력은 솔직히 B랭크의 그것을 한참을 상회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결국 그뿐이었다.
우우우웅...
“뿌리칠 수 있으면 뿌리쳐봐요, 에일레야 누나.”
에일레야의 주먹을 붙잡은 내 손에 새하얀 빛이 둘러졌다.
그리고, 그런 내 손에 둘러진 빛무리의 의미는 아마 불과 얼마 전까진 생판 이런 건 모르던 나보다는 에일레야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강기.
초인.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서, 타고난 종족의 한계 그 자체가 희미해져버리는 영역에 든 자들의 상징.
이 영역에 든 존재들은, 이미 종족이 뭐다 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센놈이 더 세고 아닌 놈이 아닌... 어떤 의미로 모든 종족이 평등해지는 단계였다.
그 영역에 나도 들은 이상, 단순히 웨어울프의 완력이 강하다는 수준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걸 보여주면 에일레야도 어느 정도는 주눅이 들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다는 거지...?”
“네?”
갑자기 무슨ㅡ
빠악!
순간 머리가 멍해져서 대체 뭐를 당했는가 싶었는지 몰랐다가ㅡ 이내 이해했다.
두 손이 붙잡힌 에일레야가 냅다 내게 박치기를 갈긴 거였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비록, 에일레야의 이마가 내 코뼈를 뭉개버리긴 했지만 그쯤이야 금방 낫는 거였다.
문제는...
박치기와 함께, 내 시야를 가린 에일레야의 그 다음 공격이었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다리 사이로 올려차진 에일레야의 무릎에,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개씨팔...”
강기를 사용하느라, 거의 무방비해진 내 자지를 노린 공격은 솔직히 존나 효과적이었다.
싸대기의 수십 배는 더한 충격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으니까.
붙잡고 있던 에일레야의 두 손을 놓아버리고 말뻔 했을만큼, 존나게 아팠다.
덕분에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강기랑 기프트.
두 능력이 양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좀 많이 흠이라는 사실을.
그래도, 이를 악물고서 버텼다.
존나 아팠지만.
내 자지가 이 정도로 어떻게 될 나약한 놈은 아니었다.
“이, 이... 이래도 안 놔...?!”
오히려, 당황한 건 에일레야였다.
설마, 내가 자지를 걷어차였는데도 버틸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근데 솔직히 그럴 만도 하긴 했다.
그러니까...
더는 안 맞기 위해서라도.
“미안해요, 누나.”
손에 두른 강기를 거두어들인다.
그 대신에, 다시금 기프트를 활성화시키면서ㅡ 에일레야를 제압하기 딱 좋은 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읏, 크읏...!”
쭈우우욱, 빨아들이는 에일레야의 체력.
레벨 드레인과 함께, 에일레야의 힘이 빠르게 약해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한테, 무슨... 짓을... 흣...!”
츠즈, 츠즈즈...
빠르게 줄어드는 근육과, 빠져나가는 털과 함께... 조금 전까지 마구 날뛰던 거대한 짐승 대신에, 다시 내가 알고 있는 에일레야의 모습이 보였다.
“흐, 으... 흑...”
찢겨나간 옷 사이사이로 드러난 살결에 잔뜩 쪽쪽 빨아대서 더 이상 저항할 힘도 없어져서, 힘없이 몸부림치는 에일레야가 훌쩍거렸다.
이러니까 꼭 내가 강제로 에일레야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만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에일레야의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강한좆 전용 보지♥
아마, 뒤에 덧댄 하트는 에일레야 스스로가 적어놓은 걸로 보였다.
지난 발정기에 했을 때는 없었으니까, 아마 그 뒤에 그랬을 거였다.
“보, 지마... 이, 개새끼야... 나, 쁜 새끼...”
내 시선을 느낀 에일레야가 몸을 움츠리면서, 허벅지를 가리려고 들었지만 그래봤자 내게 두 손이 붙잡혀서 완전히 제압된 에일레야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허벅지를 오므리는 것뿐이었다.
그나저나...
그새 많이 자랐네.
호아란도 그렇고 카르미나도 그렇고, 그리고 눈앞의 에일레야도 그렇고.
저마다 종족이 다르고, 짐승의 형태가 달린 이유도 달랐고 발정기가 있느냐 없느냐도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체모가 빨리 자란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저번 발정기때 잘라줬던 에일레야의 보지털이 벌써 수북하게 자라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지, 방금 수화때문인가.
그때 잘랐던 털이 수북해졌는데, 다른 곳과 달리 저긴 안빠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 자른 털이 벌써 저렇게 수북해졌다기보단 그쪽이 더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아무튼간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으...”
내가 빤히 쳐다보자, 가려질 리가 없는데도 어떻게든 가릴려고 허벅지를 오므리려 드는 에일레야와, 그런 에일레야의 허벅지에 떡하니 적혀져 있는, 내 전용 보지라고 적혀져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그리고...
내 전용 보지 밑으로, 한 번 할 때마다 한 획씩 새로 새겨줬던 것이 다섯 획째로 완성되어있는 것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획 다 채웠었네요? 에일레야 누나.”
그러니까.
“그럼 약속했던 대로, 잔뜩 서비스해줄게요.”
약속은 지켜야하는 법이다.
다섯 획을 채우면, 잔뜩 서비스해주겠다고 했던 약속도.
내 전용 보지가 되어주겠다고, 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했던 약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