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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332)화 (332/523)

하얀 늑대 (12)

멋대로 땅을 걸고 보리스랑 한판 붙기로 했다는 소리에 한 소리 듣고, 밤새 아내들과 의무방어전을 마친 뒤에 이른 아침부터 다시 공간 전이문을 건너오자 날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바로 호아가 보였다.

다행히 열린 공간 전이문을 보고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모양인지 깜짝 놀란 나머지 주먹을 날리는 일은 없었다.

아무튼, 물끄러미 나를 보는 호아에게 물었다.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호아.”

내 물음에 퉁명스럽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호아.

뭔가 호아의 기분이 팍 상한 것처럼 느껴져서 냉큼 손을 뻗어서 그런 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호아아...”

그리고, 그제야 호아의 기분이 조금 풀린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보자마자 다짜고짜 어제 별일 없었냐는 거나 물어봐서 살짝 삐졌던 모양이라 조금 더 정성을 담아서 쓰다듬어주려고 하자, 이제 됐다는 듯이 꼬리로 내 손을 밀어내는 호아가 보였다.

그러고는 휙 하고 내게 던진 부적을 받아드니까, 대충 호아가 어제 겪었던 일들이 내게도 보였다.

‘그, 한조...? 자, 자니~?’

‘...자는 구나아’

“음....”

호아가 보여준 기억을 보니, 어젯밤에 에일레야가 잠깐 찾아왔던 걸 제외하고는 특별한 일은 없어 보였다.

“혼자서 고생 많았어, 호아. 들어가서 쉬어.”

“...호아.”

다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 호아가 퐁하고 역소환됐다.

아무튼...

사람이 올 때까지 시간이나 죽이고 있기로 했다.

얼마 안 있어서 보리스가 나를 찾는다는 말에 방에서 나와서 어제도 갔던 곳으로 갔다.

그러자 보리스 말고도 어제도 봤던 에일레야의 삼촌... 이고르라는 이름의 근육 아저씨와 중간에 쓰러뜨렸던 적이 있었던 웨어울프들이 보였다.

거기에 뭔가 아가씨처럼 차려입은 에일레야도 보였고.

그리고...

보리스의 뒤에 서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는 한유진도 보였다.

저 사람 진짜 자주 보네.

혼자서도 공간 전이문을 쓸 수 있는 마법사이기도 하고, 또 나랑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까 자꾸 붙여주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보아하니까 이번 일에 보증인으로 세계 정부쪽에서 보내준 사람이 한유진인 모양이고 인사도 받았겠다 나도 슬쩍 눈인사하자 화악, 밝은 표정이 되는 한유진.

표정이 무척이나 밝은 것이 합법적으로 서류 지옥이라고 전에 감찰하러 왔을 때 이야기해줬던 곳에서 탈출한 것이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었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어서 앉도록.”

“넹.”

내가 자리에 앉자, 보리스가 말했다.

“...세계 정부로부터 온 사람에게 그대가 했던 말이 사실인 것을 재차 확인받았다. 그리고... 모두와 이야기 끝에, 그대가 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그대가 이기면... 우리, 은빛 갈기 일족 전체가 그대의 밑으로 들어가지. 반대로 우리가 이길 경우에는 그대가 약속했던 대로 그대가 소유할 수 있도록 세계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권리를 받겠다.”

이미 어제도 했던 이야기라서 고개를 끄덕이자, 보리스가 말했다.

“단, 조건을 더 달도록 하지.”

“조건요?”

“그래, 그대에 대한 것을 이반에게 들었다. 듣자하니 아티펙트를 보유하고 있다더군. 강기를 두른 검처럼 예리한 손톱이 있고 불꽃을 피워올리며, 또 그 손톱을 쏘아대는 건틀렛과 송곳니와 발톱이 전혀 박히지 않는 갑옷이라고 했던가. 이번 결투에선 그 아티펙트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하지. 결투에선... 오직 본인의 육체와 단련한 기술만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반 그 씹새.

옆에 있었으면 한 대 쥐어박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반이 없었다.

“그 대신에, 이쪽은... 이번 대결에서 나 혼자만이 나서겠다.”

제일 강한 사람이 나 자기 혼자만 나오겠다는 조건을 걸어도 고맙다고는 못하겠는데.

믿는 구석이었던 두 아티펙트를 벤 당한 이상 아직 강기를 뽑은지 일주일도 안 된 나보다 한참은 먼저 초인의 경지에 이르렀을 보리스랑 다이다이를 하게 생겨버렸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여태 있었던 이런저런 일이랑 비교하면 가장 조건이 좋은 것도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좋은 것이 맞았다.

이제껏 굴렀던 것과 비교하면 보리스 정도는 선녀긴 했다.

호아란에게 목이 잘리고서도 도망친 흡혈귀라든지, 릴리스의 주먹에도 잘 죽지 않았던 점액 괴물이라든지, 검기를 뽑아대는 데스나이트들을 수백씩 부려대고 뼈다귀 드래곤도 부리던 페도 해골이라든지, 진짜 죽기 직전까지 가게 했던 촉수 괴물과 비교하면...

보리스는 고작 초인에 불과했다.

초인이 고작이라고 부르기엔 좀 많이 강하긴 했지만, 앞서 만난 괴물 새끼들이랑 비교하면 정말로 고작 초인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물며, 아무리 기습이었다곤 해도 내게 걷어차여서 한번 쓰러지기까지 했던 보리스보다는 아직 여태껏 제대로 공격을 성공시켜본 적도 없는 카루라가 훨씬 실력자였다.

서로 죽창 대결이나 마찬가지인 초인간의 싸움에선 절대란 건 없지만, 보리스랑 카루라가 붙는다면 아마 백에 아흔아홉은 카루라가 이길 거였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대일... 맞대결일 경우에만 그렇지, 본직이 사령술사이기도 한 카루라가 그쪽으로도 힘을 쓴다면 백에 백은 카루라가 이길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티펙트를 쓸 수 없다는 건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딱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안심감이 사라진 정도에 불과했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이번 대결 역시 없던 것으로 하지.”

“아뇨, 괜찮아요. 그 조건 받아들일게요.”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보리스가 손짓했다.

“그럼 계약을 부탁하지.”

보리스의 손짓에 앞으로 나온 한유진이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상호 간의 조건을 동의한 걸로 보고, 이에 따라 계약 마법을 시전할 예정인데 괜찮으신가요?”

“동의한다.”

“네, 뭐...”

나랑 보리스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한유진이 한참을 영창하자 찌르르하는 느낌과 함께 나랑 보리스의 손등에 작은 문양이 생겨났다.

“이, 이걸로 상호 간에 맺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되니 주의해주세요.”

“예를 들면?”

내 물음에 한유진이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마나가 모이지 않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지다가... 끝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어요.”

뭔 씨발 계약을 목숨을 걸고 하는 거지.

뭐, 됐다.

어차피 계약을 어기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고, 이걸로 저쪽도 계약을 어길 일은 없어졌다는 거니까.

거기에, 내가 이기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럼 장소를 옮기지.”

보리스를 따라서 향한 곳은 널따란 들판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뭔 축제라도 열린 것마냥 수많은 웨어울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는 신나서 웃통을 까며 덤벼들었던 웨어울프들이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어째 적응이 안됐지만, 이유야 뻔했다.

“...대결 이야기, 전부 하신 모양이네요?”

“그래, 저들 모두도 알아야 하는 일이니.”

그건 그렇지.

내가 이길 경우에는 은빛 갈기 일족이 내 밑으로 들어오기로 했으니까.

그나저나 이기면 이기는 대로 은빛 갈기 일족을 어쩌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옮겨와서 살도록 하면 되려나.

...뭐,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뿌득, 뿌드득하고.

눈앞에서 점점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보리스가 보였으니까.

“...대결은, 어느 한쪽이 항복하거나 혹은 더 이상의 대결을 속행할 수 없게 될 때까지다. 동의하나?”

“대결을 속행할 수 없게 될 때까지요?”

“한쪽이 죽어버리면 더 이상 대결을 할 수 없게 되겠지. 단... 이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약속을 지킬 이유도 없어져 버리고 마니 가급적이면 서로 죽이지는 않는 편이 낫겠군.”

가급적이면 죽이지 않는 게 나은게 아니라 죽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룰은 간단해서 좋았다.

“...졌는데도 인정 안 하고 버티거나 하진 않을 거죠?”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자, 히쭉하고 길게 찢어지는 보리스의 입이 보였다.

“전사로서 승부에 승복하지 않는 건 불명예이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그보다... 그대는 수화하지 않을 건가?”

아...

“일단, 이쪽이 더 편해서.”

내 수화는 야매라서 어차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차라리 그 힘을 다른데 쓰는 쪽이 더 효율이 좋았다.

“그래... 그럼, 이 동전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시작하지.”

핑, 하고 보리스가 튕긴 동전이 공중에 떠올랐다.

빙글빙글, 허공에서 회전하면서 떨어지는 동전을 보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툭하고 바닥에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드득,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날아든 무언가에, 내 코뼈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닥에 동전이 닿는 것과 동시에 보리스가 내뱉은 이빨이란걸 뒤늦게 이해했다.

쩌억, 하고 입을 벌린 채 달려드는 보리스의 이빨이 하나 비는 것이 보였기에 이해한 거였지만.

설마 이빨을 쏘아보낼 거라곤 전혀 예상도 못했고, 살기조차 담지 않고서 그저 자연스럽게 이빨을 쏘아 보낸 보리스의 공격에 시작부터 처맞아버렸다.

조금 전까지 전사가 어쩌고 하던 양반이 이빨을 뱉어서 공격할 줄은 진짜 몰랐다.

모르면 처맞아야 하는 건 세상의 이치였다.

그렇지만 두 번째도 맥없이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파하ㅡ”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느닷없는 이빨 뱉기에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끌어올린 기운을, 토해낸 소리에 담아서 터트렸다.

이미 앞서 다른 웨어울프들한테도 시험해봤고, 소리인 만큼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이상은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공격.

애당초 내게 달려오는 보리스로서는 피할 수도 없는 음파 공격에 푸슈슛, 하고 그런 보리스의 두 고막이 찢어지면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크하하핫ㅡ!”

되려 웃으면서, 직방으로 처맞아서 두 귀가 찢겼으면서도 달려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비틀대거나 주춤거려줬으면, 어떻게든 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보니까 두 번째도 그냥 처맞아야 될 것 같았다.

그럼 맞아야지 별 수 있나.

대신, 그냥은 안 맞아주기로 했다.

배운 건 곧장 써 먹어주는 주의였다.

뿌득, 아릿하게 입안에서 퍼지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뽑힌 이빨들을 보리스가 했던 그대로 똑같이 따라 돌려줬다.

퓻퓻퓻...!

처음 해보는 거라 잘은 못했지만, 그래도 쏘아보낸 내 이빨들이 보리스의 뺨과 눈에 박혔다.

노리고 한 건 아닌데, 그대로 내 이빨이 박혀서 터져나가는 눈알을 보고서 이걸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었지만.

그런 내 걱정과 달리 눈알이 터져나간 보리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퍼엉!

결국, 그대로 보리스의 주먹이 내 배를 두들겼다.

“푸흡!”

울컥 핏덩이와 함께 곤죽이 되어버린 내장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강기로 처맞기 직전에 배에 기를 두르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신체의 내구도를 비약적으로 강화시키는 주술, 강체로 강화된 신체인데도 개씨발 존나게 아팠다.

오장육부가 다 터져나갔으니까 아프지 않은 것이 이상하겠지만.

그래도, 버틸만 했다.

이보다 더한 것도 이미 겪어본 몸이고, 눈알이 터져나가도 꿈쩍도 안 하는 보리스만큼 나도 고통은 많이 익숙한 것이었다.

이제 반격ㅡ

하려고 했는데...

휘릭, 하고 내 허벅지에 감겨오는 무언가.

“안히ㅡ”

그리고, 그대로 그 무언가에 들려져서 휘둘러졌다.

휘둘러지면서, 내 허벅지에 감겨서 나를 들어서 휘두르는 것에 정체를 알게 됐을 때는 어이가 나갈 것 같았다.

뭔, 씨발.

꼬리로 사람을 휘둘러?

콰아앙ㅡ!

“쁘흡!”

꼬리에 마구 휘둘러지다가 땅에 내리꽂힌 내 위로 올라타는 보리스.

사실 수화하면서 나보다 덩치가 두 배는 커져 버린 보리스가 올라탔다기보단 깔아뭉갠 것에 가까웠지만, 아물아물하고 내 이빨이 박혀서 박살이 난 눈을 재생시키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보리스를 보니까 그딴 것보다 빨리 좆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대론 존나게 처맞게 생겼다.

그러니까, 괜한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커흐...!”

“짜릿하죠?”

기프트없이 상대했다간, 그냥 종일 두들겨처맞기만 할 것 같아서 냉큼 꺼낸 독침으로 보리스의 옆구리를 쑤셔박아주며 그렇게 물었다.

“...확실히 짜릿하군.”

“다행이네요, 이것도 안 먹히면 어쩌나 싶었으니까.”

이제껏 상대가 영 나빴지만, 웨어허니비의 독침은 어디까지나 독침이었다.

쏘아서 맞추는 것의 파괴력도 상당하긴 하지만, 진짜 위력은 독뎀에 있는 거였다.

릴리아나 말고도, 내게 예속된 웨어허니비가 몇이나 더 생기면서 한층 강해진 독침은 웨어울프에게도 먹히는 모양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좀 많이 짜릿하신듯한 보리스를 걷어차고는 일어났다.

뿌득, 뿌득.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활성화된 웨어울프로서의 재생능력이 씹창이 났던 오장육부와 뭉개졌던 코뼈를 비롯한 상처들을 재생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런 나랑 반대로 몸에 독이 돌기 시작하는지 표정을 구기는 보리스를 보고서 물었다.

“항복?”

“그럴 리가.”

그런 내 말에 콱, 하고 독침을 박아 넣었던 옆구리를 움켜쥔 보리스가, 그대로 살점째로 내가 박아 넣었던 독침을 뜯어내는 것이 보였다.

콸콸콸,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움푹 패여서 피가 흘러나오던 것이 순식간에 아물어가는 것도 보였다.

이쪽은 가뜩이나 능력이 약해져서 몇 배로 재생 능력을 강화한 상태인데도 아직도 뭉개진 코뼈 때문에 숨쉬기가 힘든데 저쪽은 저런 짓을 하고도 금방 멀쩡해지니까, 웨어울프가 타고나는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흘린 피가 피니까 체력 소모는 상당했겠지.

웨어 울프의 재생 능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체력이 닿는 한에 그런 것 뿐이었다.

방금 같은 짓은 아무리 보리스라고 해도 몇 번이고 할만한 짓은 아닐 거다.

그에 반해, 이쪽은 회복이 좀 더뎠지 여태 처맞았던 데미지만큼 옆구리에 쑤셔박은 독침과 함께 보리스에게 쪽 빨은 레벨 드레인 덕에 얼추 회복한 상태.

독침을 뽑을 수 있다는건 이미 들켰으니 아까처럼 제대로 꽂아넣긴 어렵겠지만, 나쁘지 않은 교환이었다고 본다.

“조금 전의 이건... 기프트인가?”

“네, 뭐. 이것도 제 몸에 달린 거니까 반칙은 아니죠?”

“그래, 어디까지나... 자신의 육체와 기술만을 쓰라고 했었으니... 확실히 기프트는 이번 대결에서 사용해선 안 되는 것은 아니지.”

그건 다행이네.

혹시나 쓰지말라고 했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럼...”

아무튼, 성공적인 딜교였다고는 해도 아까처럼 개같이 처맞기만 하는 건 이제 사양이었다.

그러니, 이제 제대로 하기로 했다.

스물스물, 등 뒤로 솟구치는 꼬리들.

그리고, 두들겨 맞으면서 찢겨진 옷 밑으로 돋아나는 비늘들이 보였다.

거기에... 독침이 먹힌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잔뜩 써먹기로 했다.

쁘지지직, 손등의 살갗을 찣으면서 돋아나는 독침들과 무릎과 팔꿈치에도 솟구쳐 나오는 독침들.

겸사겸사, 꼬리들 끝에도 독침을 달아줬다.

“이것도 반칙은 아니죠?”

“......”

이제와서 반칙이라고 하진 말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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