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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339)화 (339/523)

코스프레 섹스는 정말이지 최고야 (1)

에일레야가 간신히 진정한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직 릴리스나 호아란, 유스티티아의 눈치를 많이 보고는 있지만, 그 셋과 비교해서 인지도만 봐서는 평범한 사람인 카르미나나 카루라, 아리아드랑 사티 덕분에 간신히 균형을 이룬 상태로 진정했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모두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에일레야가 가장 따르던 사람이 호아란이었던 반면, 지금은 그 다음이었던 카루라 옆에 찰싹 붙어있다고 해야 할까, 안겨 있었다.

또, 한 손으로는 카르미나의 소매를 붙잡고 있고, 그 와중에 아리아드가 오구오구하면서 에일레야를 달래주고 있었다.

덕분에 많이 부러웠다.

에일레야가 아니라 내가 저 사이에 끼어있고 싶은데...

저 셋 중에서 에일레야가 진짜로 안심할만한 상대는 한 명도 없다는 건, 나중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아마 그쯤 가서는 에일레야도 적응한 뒤일 테니 괜찮을 거다.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오늘 당번이었던 카르미나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져서 이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빵으로 배도 채웠겠다, 에일레야도 어느 정도 진정했겠다.

슬슬, 그 시간이었다.

에일레야야 오늘 몫만큼 잔뜩 사정해줬지만, 다른 아내들은 오늘은 또 오늘의 의무방어전이 남아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사티, 그때 그거 좀 꺼내와 줄래?”

“아, 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몸을 일으킨 사티가 내가 전에 모두 몰래 숨겨두고 있으라고 했던 것들을 가지러 가자, 그런 나를 미심쩍다는 눈으로 보던 릴리스가 말했다.

“...그거라니? 뭔데?”

불신으로 가득한 릴리스의 시선에 마음이 좀 아팠다.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면, 사티가 가지러 간 게 뭔지도 모르는데 저런 시선을 보내는 걸까...

내가 뭘 어쨌다고.

“...한조야, 본녀는 한조를 믿고 있느니라.”

믿었던 호아란마저 말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심쩍다는 시선을 보내오자,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둘의 시선에 더 이상 못 버티고 죄다 불어버릴 것 같았을 때, 사티가 돌아왔다.

“가, 가져왔어요...!”

모두에게 안 들키도록 꽁꽁 숨겨두고 있으랬더니, 식량이고 성수고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을 담아둔 아공간 주머니 중 하나에 숨겨뒀었는지, 주머니째로 들고 온 사티가 그렇게 말했다.

“고마워, 사티.”

“아, 아뇨...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걸요.”

아니, 일단 모두에게 안 들키도록 숨겨놓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데.

아무튼, 말로는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고는 해도 모두의 눈을 피해서 꼭꼭 숨겨두느라 고생했을 사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주머니에서 그걸 꺼냈다.

저번에 릴리스가 숨기는 거 있냐고 했을 때는, 이게 들킨 줄 알아서 식겁했었던 그걸.

갈색의 종이봉투를 꺼내자, 모두의 의아한 시선이 내게 보내져 왔다.

“흐응?”

유스티티아만 빼고.

빤히 내가 꺼낸 봉투를 쳐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는 걸 보니까 이게 뭔지 눈치챈 것 같은데 대체 봉투만 봐놓고 뭘 어떻게 하면 눈치채는 건지 모르겠다.

“그건 무어냐?”

“...또 이상한 옷 같은 걸 꺼낼 줄 알았는데.”

“한조야?”

“그대여?”

“한조오?”

물론, 이게 뭔지 대충 눈치챈 듯한 유스티티아랑 달리 나머지는 뭔지 빨리 밝히라는 재촉해고 있었지만.

아무튼, 그 재촉에 봉투에 담겨있던 내용물을 꺼냈다.

내가 봉투에서 꺼낸 것은, 그냥 열 장도 채 안 되는 서류였다.

그야 모두의 숫자만큼 챙겨온 서류였으니까 당연했다.

막상 모두의 시선이 내가 꺼낸 서류에 향하자, 낯이 괜히 뜨거워지는 기분에 뺨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어차피 제출은 못 하겠지만, 기분이라도 내면 어떨까 싶어서.”

작금의 세상에서, 가장 있으나 마나하다는 평가를 받는 서류이기도 하고 아내들의 입장상 정말로 제출하기엔 애로사항이 아주 많이 생기는 물건.

서류의 가장 상단에, 떡하니 적혀져 있는 혼인신고서라는 글자에 모두가 침묵했다.

다양한 종족, 다양한 세상, 다양한 문화나 역사를 가진, 아무튼 다양성이 아주 풍부하다 넘치는 이 세상에서 혼인신고라는 거 자체가 별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었다.

누구는 일부일처가 당연한 세상에서 살다가 넘어왔고 누구는 일부다처가, 누구는 일처다부가 당연한...

아예 혼인이고 뭐고 없이 서로 마음이 맞다 싶으면 합체하는 것도 다반사인 세상도 있었던 나머지, 세계 정부에서조차도 그냥 지네들 좋을 대로 살라고 냅두는 게 낫지 않나 여기고 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였으니까.

근데 저번, 인어 일이 터진 날에 아내들에게 입어달라고 부탁하려고한 수영복을 사려고 돌아다니다가 혼인신고를 했다고 희희낙락해하며 지나가던 부부를 보고 나니까, 괜히 나도 하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냅다 근처 관공서로 가서 뽑아온 물건이었다.

바로 그 직후에 그 일이 터져서 꺼내기 뭐해진 나머지, 사티에게 숨겨두라고 했던 거지만.

그때 꺼냈으면 꼭 그 사태를 무마하려고 꺼낸 것처럼 보였을 거 아냐.

아무튼.

이번에 에일레야도 가족이 됐겠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서 꺼낸 건데...

“...저기?”

어째 다들 반응이 이상하다.

카르미나랑 카루라야 이게 뭔가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머지가 빤히 내가 들고 있는 서류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역시 괜한 짓을 한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릴리스나 호아란, 유스티티아는 스물둘의 영웅이고, 그런 만큼 내가 저 셋과 혼인 신고서를 제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이제껏 비밀로 하고 있던 건 둘째치고 온갖 곳에서 사람들이 밀려 들어올 가능성도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저 셋을 제외하고는 내가 모두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다.

일부다처도 그렇고 일처다부도 그렇고 이 세상에선 아주 흔한 일이니 말이다.

듣기로는 남자 중에서 가장 많은 부인을 둔 사람이 이백 명이 넘었다고 했던가.

넘었다고 한 이유는, 그 남자는 그 이백 명이 넘는 부인들에게 쥐어짜여서 죽어버렸으니까 그런 거고.

아직 디스펜서라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었던 일이라고 릴리스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인간치고는 상당한 실력자였던 남자였는데 어쩌다가 라미아들의 마을에 끌려가서, 강제로 그 마을의 라미아들 모두랑 혼인해버리고 쪽 빨려서 죽었다나.

반대로 여자 중에서 가장 많은 남편을 둔 사람은 서른 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아무튼 그런 세상이다 보니 내가 모두와 동시에 혼인 신고를 하더라도 문제는 없겠지만... 저 셋을 제외하고서 그러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런 만큼 그냥 다 같이 제출하지 못할 혼인 신고서를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에 불과하긴 했다.

“내키지 않으면 그냥...”

“줘.”

“응?”

“못 들었어? 달라니까.”

“어, 응.”

릴리스에게 한 부 내주자, 물끄러미 내가 건네준 서류를 읽어보던 릴리스가 말했다.

“하여간, 정말. 쓸데없는 거 하는 거 진짜 좋아한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대는 릴리스.

응, 다행히 괜한 짓을 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그게 무언데 그런 것이냐, 릴리스?”

그런 릴리스에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카르미나가 보였다.

“그러니까...”

릴리스의 설명을 듣던 카르미나의 눈이 점점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 와중에, 우물쭈물하며 내 앞으로 온 호아란이 말했다.

“그, 한조야...? 본녀에게도 줄 수 있겠느냐?”

“그야 당연하죠.”

애초에 그럴 라고 가져온 거였다.

오히려 호아란이 안 받는다고 했으면 슬펐을 거다.

“나도 줄 거지?”

“응, 여기.”

그렇게 릴리스에 이어, 호아란과 유스티티아에게도 나눠줬을 때.

“영웅이여! 어서 여에게도 주거라!”

릴리스에게 설명을 전부 들은 카르미나의 몸통 박치기를 받아버렸다.

아무튼, 결국 모두에게 한 부씩 다 나눠줬다.

“호아란! 호아란! 여기 이건 어떻게 읽으면 좋은 것이냐?”

“그, 이쪽도...”

“음, 이건...”

“저, 저따위가 이런 걸 써도...”

“뭐래,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빨리 써.”

아직 이쪽 세상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계 정부에서 만들어서 반포중인 공용어를 덜 배운 카르미나랑 카루라를 호아란이 도와줘가면서, 또 괜히 주눅 든 사티를 릴리스가 독촉해가면서, 아무튼 모두 작성을 완료한 혼인 신고서들이 도로 내게 돌아왔다.

이걸 왜 나한테 다시 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제출도 못하는 거 각자 나눠서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한꺼번에 챙겨두는 게 편하긴 했다.

아무튼, 그렇게 모두에게 받은 혼인 신고서들을 읽어 보니까...

“어...”

뭔가 좀 이상한데.

“왜 그래?”

“왜 그러느냐? 한조야.”

“무슨 일 있어?”

“무어냐?”

“아니, 그.”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티랑 에일레야, 그리고 카루라를 제외하고선 왜 죄다 나이를 써야 하는 칸이 공란인지 굳이 언급해봤자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주인님하고 부르지만, 얼마 전까진 나한테 오빠 거리던 사티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충격적인 진실과, 에일레야 누나가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나서... 나를 제외하고선 사실상 우리 집에서 가장 막내인 것도 그냥 넣어두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잠시만 기다려봐. 또 줄 게 있어서.”

“또 뭔데? 귀찮게시리.”

그렇게 말하면서, 기대된다는 얼굴로 꼬리를 살랑대는 릴리스를 뒤로 하고서, 이번 건 사티에게도 비밀로 하고 따로 챙겨뒀던 걸 들고 왔다.

바로 조금 전에 봤던 기대 어렸던 릴리스의 표정이, 내가 들고 온 것을 보고 나자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이 보였다.

“...뭐야, 그거?”

“아니, 그게. 모두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정확히는 모두가 입어줬으면 엄청 꼴릴 것 같아서, 혼인 신고서를 잔뜩 들고서 돌아가려다가 눈에 띄어서 죄다 사버린 옷들이었지만.

“이, 이 변태 새끼가...”

그런 내게 오늘도 칭찬 쿠폰을 적립시켜주는 릴리스랑, 릴리스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질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며 당당히 말했다.

“오늘은 이거 입고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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