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공 (1)
내가 어디까지나 디스펜서로서, 천마를 고객님으로서 대하겠다고 딱 잘라서 선을 그어놓은 것 때문인지 천마의 제안은 의외로 쉽게 받아 들여졌다.
그 대신에 떡협지 매니아, 아니 평소에 읽었던 책 때문인지 극구반대한 호아란이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호아란의 반대, 내가 색공을 익히면 여자만 보면 임신시키려 드는 색마가 될 거라는 떡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우려 속에서도 결국 천마에게 색공이란 걸 배우기로 했다.
다른 건 몰라도 확률업 이벤트를 거르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색공을 익히면 자식을 많이 본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능하면 각자의 아이로만 축구팀 하나 정도씩은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는 나로서는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뭐, 색공을 익혀서 자식을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색공을 익혔으니 자식이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 뒤에 천마와 계약을 맺었다.
천마가 예약한 날이 되기까지 2주간은 색공을 익히고, 그 대신에 나는 그 대가로 천마한테 스무번치 질내사정해주기로 하는 계약.
어느 한쪽이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 이상, 나는 천마한테 2주간 색공을 배우고, 그 뒤엔 다시 천마한테 스무 번씩 질내사정을 해주기를 반복하는 계약이라고 해야 하나.
천마가 지불해야할 배상금을 일부 제해주는 대신에, 일방적으로 내 쪽에서 유리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상호동의가 아니라 어느 한쪽만 싫다고 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천마가 덜컥 임신하지 않는 이상 유리한 쪽은 어디까지나 나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색공...
정확히는 천마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색공을 접합시켜서 새로 만든 천마색공인지 뭔지 하는 걸 배우기 시작한 지 오늘로 일주일째가 됐는데...
정작 그 색공을 배우면서 한 거라곤 가부좌를 한 채로, 주술을 배우느라 이미 열려버린 천문, 그러니까 상단전을 토대로 해서 중단전과 하단전을 여는 일밖에는 하질 않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 천마색공인지 뭔지를 배우기엔 내가 너무 실력이 후달려서 그런 거였다.
나도 나름 주술도 배우고 마법도 배우고, 이런저런 잡기술도 잔뜩 배우긴 했지만 무공은 초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무공에서는 하단전부터 시작해서 상단전으로 열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주술에서는 그 반대로 상단전부터 열어서, 천공과 천문을 트인 다음부터 중단전과 하단전에 걸쳐서 개발한다.
내가 배운 주술은, 무공적으로 말하자면 역천, 혹은 사술이라고 불리는 외도고 색공은 색공이라고 불리지만 엄연한 무공의 한 겨레였다.
심지어 말이 색공이지 천마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색공을 접합한 천마색공은, 신공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의 무학이란 모양이라 익히기 위한 기초를 배우기 위해서 최소한 중단전이 열려 있어야 하는 한다는 모양이었다.
무공과는 상극, 정반대쪽에 위치한 주술을 배우느라 상단전만 덜렁 열린 내가 천마색공을 배우려면, 아예 주술로 대성해서 중단전과 하단전까지 개발한다던가, 아니면 무공을 처음부터 배워서 하단전과 중단전을 열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즉, 나는 일주일째 색공은 커녕 주구장창 단전만 열심히 개발했다.
그나마 다행이란 거라면...
“다시 소주천부터, 대주천, 그리고 세혈에 이르기까지 길을 뚫으며 행공할 테니 집중하도록.”
그런 내게 전담마크로 달라붙어서 가르쳐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절세무림인, 무인 중에선 최강자인 천마라는 거였다.
더욱이, 내가 따로 무공을 배우지 않은 몸이라곤 해도 주술을 통해서 이미 열려있던 천문, 상단전과 하도 이리저리 굴러대느라 소모도 많이 했지만, 격 자체가 오르면서 일반인보다는 많아진 생명력... 그러니까 진원진기.
거기에 쌓인 기의 양만 따지자면 초절정, 초인 수준에 이른 사람이 네댓 명이 달라붙어도 비슷할 정도로 많은 몸이라서 중단전이고 하단전이고 죄다 단시간에 뚫어버릴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기혈을 어마어마하게 많은 기로 강제로 뚫어버리고, 천마가 이를 무너지지 않게 자신의 기로 붙잡은 채로 강제로 운기행공을 돌려버리는 대리 운기조식을 일주일째 하니까, 원래라면 주화입마가 와서 피를 토하고 발작해도 모자랄 것을, 어찌저찌 단전의 형태만큼은 만들 수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만들어낸 하단전과 중단전이 아니라,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마냥 여린 단전들이라서 천마가 대신 운기조식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돌리지도 못하는, 반쪽짜리 단전들이었다.
내가 직접 돌리려고 하면 워낙 많은 기의 순식간에 몰려들어 가서, 기껏 만든 단전들이 내가 가진 기에 죄다 뭉개져버린다나.
대충, 우선 댐을 만들고 거기에 물을 저장해놔야 하는 판인데, 물을 저장해두기는커녕 이미 바다에 가까운 호수만한 물이 있는 상황에서 거따 대고 댐을 공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토목공사의 달인이 달라붙어서 어찌저찌 공사를 하고는 있는데, 이 사람만 빠져버리면 여태껏 했던 공사들이 죄다 무너져버리는 느낌이라고 보면 됐다.
아무튼, 천마가 등 뒤에 대고 대신 운기조식해주는 것을 느끼면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을 때였다.
“...좋군,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등에서 손을 떼어낸 천마가 그렇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 천마의 작은 손바닥이 달라붙어있던 내 등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저따대고 천마가 내 기를 이리저리 움직여대서 그런 거였지만.
하여튼간에, 천마의 말에 내가 물었다.
“안정됐다니요?”
“무공을 익힐 토대는 만들어졌다는 소리다.”
“그럼...”
“오늘부터는 색공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리지. 워낙 몸이 좋아서 생각보다 일찍 끝났군.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처럼 세맥에 쌓인 탁기가 적고, 모든 혈도가 뚫려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너무 잘 뚫려있고, 원체 가진 기가 많아서 어려웠을 정도다. 특히, 하초로 뻗어지는 혈도는 너무 지나치게 발달하여 있더군. 상체에 비해서 다섯 배는 두꺼운 혈도라니... 신법을 익히기엔 아주 좋겠더군.”
그야 그쪽은 여러모로 많이 쓰다 보니까 그렇지.
아내들과 아기 만들기를 하기 위해 애용하는 두 배 사이즈든, 아직까진 릴리스 보지 전용인 이리저리 요동치는 자지든, 사정을 참기 위해서든, 아무튼 기를 통해서 이리저리 마구 험하게 다루다 보니까 발달이 잘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상체보다 다섯 배나 두껍다니 좀 그렇긴 한데.
꼭 PT쌤한테 하체충이라고 한 소리 들은 기분이었다.
천마를 PT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한데.
요 일주일간 몸풀기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가르쳐준 걸 생각해보면 딱히 아주 다른 것도 없긴 했다.
거의 그냥 개인 트레이너였지...
그것도 우리 집에 얹혀서 숙식도 해결하는, 전속 트레이너.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한 거였지만, 스물둘의 영웅 중 하나인 천마를 전속 트레이너로 부려먹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천마가 말했다.
“본래라면, 상초와 하초의 균형이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은 무공을 익히기엔 아주 좋지 않지만, 다행히 색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하초의 혈도가 이토록 훌륭한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아무래도 너는 타고난 색마가 되기 위한 몸이었나 보군.”
“아니.”
뭔 사람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색마처럼 취급하는 것이지.
애당초 선천적으로 그렇게 된 게 아니고, 후천적으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시고, 그래서 색공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호아란이 즐겨보는 떡협지에서, 주인공이 색공을 익혔을 적엔 자기 사부님이랑 열심히 떡치면서 배우던데.
혹시 이것도 그런 건가 싶었다.
근데...
아무래도 호아란이 즐겨보던 떡협지는 무림인이 쓴 것이 아닌, 고증이 개박살난 그냥 야설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몸이 해주던 대로, 직접 세맥에 기를 흘려보내 보도록.”
“...제가요?”
“그래, 기억하고 있겠지? 우선 용천혈로부터 시작해서...”
이미 일주일동안 주구장창, 천마가 직접 돌려대던 소주천과 대주천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일주일간 내 몸에 직접 대고 이리저리 기를 움직여대면 기억해버리고 마는 법이었다.
천마의 말에, 용천혈... 그러니까 발바닥에 위치한 혈도를 시작하고 천천히 기를 운용해서 몸 전체로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지 끝 중에서도, 가장 첨단에 위치한 발부터 시작해서 머리 끝의 천령혈에 이르기까지 올리는 소주천.
일반적인, 심결과는 달리 소주천만으로도 천령혈이라는, 상단전이 열려있어야만 가능한 소주천이 천마색공이 이름만 색공이지 어지간한 신공 소리를 들을 법한 무공이란 걸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배우기 위해선 상단전, 주술사라면 몰라도 무림인이라면 최소 절정은 뚫어야하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여긴 까딱하면 뇌사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혈도였다.
근데 그걸 소주천으로 돌려버린다고.
돌아버린 무공이었지만, 돌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저릿저릿해지면서 눈앞이 훤해지고 시야가 깨끗해지니까 확실히 신공스럽긴 했다.
아무튼, 그렇게 소주천이 끝나고서, 다시 머리 끝에 돌리던 기를 천천히 내렸다.
사지의 첨단을 토대로 돌린 소주천 다음은 대주천, 심부에 위치한 혈도를 타고 천천히 내리는 기.
이윽고, 대주천의 마지막인 하음혈... 톡까놓고 말해서 내 자지에 이르러서 한바퀴의 대주천까지 끝났다.
천마의 말대로, 일주일동안 열심히 뚫어둔 혈도라든지 단전이라든지가 많이 안정됐는지, 직접 돌린 소주천과 대주천도 어떻게든 돌리고 나니까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천마가 말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이다. 하음혈에 모인 기를, 고환으로 옮기도록.”
“...네?”
뭐요?
뭘 어디로 옮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