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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371)화 (371/523)

초일류 허접 보지 천마 (1)

“요새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

“덕분에요.”

내 말에 눈썹을 들썩인 천마가 말했다.

“...혹시 이 몸의 수련이 너무 힘들었나?”

최근에 천마는 내게 색공을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따로 하는 수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어차피 천마색공은 내 의견에 따라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수준이었고, 천마는 이게 괜히 양심에 걸렸는지 아니면 그냥 본인이 심심해서인지 어느 순간 내가 수련을 하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며 훈수를 두는 가 싶더니, 이제와선 직접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했다.

당장 지금도 그랬다.

내가 지닌 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과 그에 반해 이걸 내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천마가 기를 다루는 방법을 이것저것 알려줬고, 그중 하나를 수련 중이었으니 말이다.

대충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양 다리에 기를 모았다, 흩었다 반복하는... 수련보단 기예에 가까운 무언가였는데 생각보다 이게 도움이 되더라고.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사지의 끝에서 끝으로 기를 오가며 균형을 잡아야해서 그런가?

아무튼, 내가 좀 오해할만한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닫고서 말하려다가, 이걸 천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천마한테, 밤마다 열심히 아내들에게 붙잡혀서 아기 만들기하느라 피곤하다고 어떻게 말해.

마침 호아란도 발정기가 시작됐고, 카르미나랑 유스티티아도 거의 동시에 가임기가 찾아와서 존나 열심히 힘쓰고 있다고 천마에게 알려줄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충 에둘러서 말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밤에 할 일이 좀 많아서요. 제가 좀 바쁜 사람인 거 아시잖아요? 거둔 사람도 많고.”

“흠.”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말했다.

“뭐, 몸에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다.”

혹시 걱정이라도 해준 건가 싶었는데 천마가 말을 이었다.

“내일이면 계약대로, 이 몸을 안아야 할 남자가 막상 힘을 못 쓰게 된다면 곤란할 테니 물어본 것 뿐이니 신경쓰지 말도록.”

“......”

그러고 보니 벌써 내일이네.

이주가 후딱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 말은, 당장 내일이면 천마와 계약한 대로, 천마를 안아야한다는 소리였다.

단순히 안아준다는, 포옹의 의미가 아니라, 천마의 보지에 내 자지를 넣고, 스무 번의 질내사정까지 해줘야 한다고 확실하게 명시된 그런 계약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천마를 훑어봤다.

첫 만남으로부터, 내일이면 얼굴을 마주한 지 이주를 채워가는 천마.

그 사이에, 천마가 말한 대로 ‘멈춰있던’ 시간이 흐른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천마는 많이 변해있었다.

여전히 앳된 소녀티가 많이 나긴 했지만, 이제 그래도 여성이란 느낌도 들기 시작할 만큼 컸다.

영원히 평평할 거라고 생각했던 가슴도, 살짝 나오기 시작하기도 했다.

...여전히 사티보다 작았지만.

키에 비하면 둔하다고 해야 할지, 아예 성장 중인 게 맞나 싶은 걸 보면 최대치가 대충 그려질 지경이었다.

끽해야 사티, 아니면 그보다 좀 못한 정도가 아닐까...

“왜 그러지?”

“아뇨, 아무것도.”

입맛을 다시며 그렇게 말했다.

그야 물론, 크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람이고, 천마의 가슴이 크고 작은 거랑은 나랑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계약은, 어느 한쪽이 원하면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서 맺은 계약이었다.

그리고, 나는 대충 계약대로 했다는 시늉만 내고서 파기할 생각이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하고 계약을 끊어버리면 천마의 체면을 완전하게 부수는거고, 사실상 아예 천마와 적대하기로 하는 거니까, 내일 천마를 안아야한다는 계약은 일단 반드시 지키기야 하겠지만.

그 다음은...

이미 천마색공도 배웠으니, 계약을 유지할 필요까진 없을 거다.

더 이상 천마를 개인 트레이너마냥 부릴 수는 없을 테고 양심도 좀 찔리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천마가 정말로 내 아이를 임신할 때까지 계약을 유지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많이 컸다.

구체적으론,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했다.

애당초 나나 천마나 서로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이였으니까, 당장 계약을 깨고 말고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나중에는?

나한테 바라는 것이 있어서겠지만, 이것저것 알려주는 천마에 대한 호감이 쌓이지 않고 있다고 하기엔, 솔직히 어렵다.

당장, 내일은 서로 살까지 섞을 예정이었다.

가슴이야 부족하지만, 티하나없이 새하얀 피부나 인형같은 얼굴까지.

전체적으로, 지금의 천마는 첫만남 당시에, 예쁘장한 꼬맹이에서 미소녀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남자로서도,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아내만 일곱에, 거기에 첩실로 둘이나 더 두고 있는 남편의 입장에선 이 이상, 그것도 스물 둘의 영웅... 심지어 같은 스물 둘의 영웅인 릴리스랑 호아란, 유스티티아와 썩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닌 천마를 더하기엔 위험부담이 많이 컸다.

문제가 있다면, 그놈의 기신... 천마가 가진, 스스로도 제어가 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어떻게든 나한테 들이댈거라는 거긴 한데.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문제는 아니었다.

“...오늘은 이쯤하는 것이 좋겠군. 내일은 기대하고 있지.”

“맡겨만 줘요.”

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천마에게 받은 만큼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최선을 위해서 나 역시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빠아아~”

“빠빠!”

나를 보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자그만 꼬맹이들.

누굴 닮았는지, 예쁘장하고 사랑스러운, 귀여운 아이들을 보자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어머... 다들 그렇게 뛰면 못써요. 그러다 넘어지면 다친답니다.”

그리고, 내게 하나같이 달려들어서 매달리거나, 내 옷을 붙잡거나, 등에 찰싹 붙어서 날개를 부웅부웅하고 떨어대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릴리아나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리고, 다들 잊은 게 있지 않나요?”

그제서야, 아이들이 내게서 떨어지더니 배꼽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서오세여! 아빠마마!”

개인적으론 아바마마보단 그냥 아빠나 파파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라서, 나는 배꼽인사를 해오는 아이들의 머리를 전부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자주 못와서 미안하고... 다들 엄마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지냈지?”

“네에~”

빵싯 웃으면서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고서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오늘은 나랑 같이 온 에일레야랑 사티에게 눈짓을 하자, 둘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사온 선물들을 한아름 풀어다가 나눠줬다.

“자, 아빠가 주는 선물이니까 다들 하나씩 나눠가져요.”

“다 똑같은 거니까 싸우지들 말고요.”

“와아아! 고마뜹니다! 작은 엄마들!”

혈연상으론 남남이지만, 나는 이 아이들의 아버지다.

또, 에일레야와 사티 역시, 전용 보지니 뭐니 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내 하렘에 든, 내 여자들이고.

여러 가지로 따져보자면, 에일레야와 사티 역시 내 아이들에게는 일단 엄마같은 존재들이었고, 이번이 처음 온 둘도 아닌지라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둘이 나눠주는 선물들을 받아들었다.

“이녕이다!”

“아냐, 인형이라고 해야하는 거야!”

“응, 이녕!”

“인형이라니까.”

원래 꼬마애들이 다 그런 건지,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남짓 찾아오는 내 선물이라서 그런 건지 관심사가 순식간에 그쪽으로 가버려서 조금 입맛이 썼지만, 다들 기뻐하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대신에, 못 보던 새에 또 배가 크게 부풀어버린 릴리아나에게 말했다.

“애들이 매일 몰라보게 자라네.”

“저희는 그런 종족이니까요, 더군다나 아버지가 저의 왕이시니, 당연히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물론, 제 뱃속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릴리아나.

사랑스럽다는 듯이, 배를 어루만지는 릴리아라는 보다가 말했다.

“미안한데, 다음 예정일이 언제랬지...”

릴리아나의 배를 저렇게 불려놓은 주제에 이렇게 묻기도 좀 미안하고 면목 없었지만, 그런 나를 보고서 생긋 웃은 릴리아나가 답했다.

“이제 세 달 정도 남았네요.”

음.

확실히 다산의 종족다웠다.

인간에 비하면 아이들도 순식간에 자라고, 임신도 출산도 빠른 종족인 웨어허니비.

사실상 모든 자식을, 여왕이 몰아서 낳는 종족이다보니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걸 따져봐도 세 달만 지나면 또 자식이 수백 명은 늘어난다니까 살짝 쫄렸다.

이번에 애들에게 사다준 인형들이 얼마였더라...

다음엔 적어도 그 두 배는 든다는 거 아닌가.

돈 많이 벌어야겠다.

지금이야 인형으로 저렇게 기뻐하지 나중가면 어떨지도 모르겠고... 그 나중이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릴리아나의 첫 아이들이자, 나에게 있어서도 태어나기로는 첫 아이들인 저 애들은 웨어허니비다.

지금이야 2개월 남짓 자라서, 인간으로 치면 3살 남짓으로 보이지만 1년이면 거의 준 성체까지 자라는 것이 웨어허니비란 종족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기야 하겠지만, 몸만큼은 성인이 되려면 1년이 조금 더 걸리는 수준이란 거다.

세계 정부의 지침상, 저 아이들은 어느 정도 크면 평범하게 학교도 다녀야만 했으니, 그것도 생각하면 돈 깨질 곳이 참 많았다.

...몸만큼은 다 자란 내 딸들이, 다른 종족들이랑 같이 제대로 유치원이고 초등학교고 다닐 수 있을까 싶긴 한데.

문제는 없을 거다.

조숙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웨어허니비만이 아니기도 했고, 애당초 수명이 짧은 고블린 같은 종족도 있을 테니까.

더욱이 애엄마인 릴리아나가 웨어허니비들의 여왕님인데 문제는 세계 정부에서 알아서 어떻게든 하려고 들 거다.

자치권을 가진, 세계 정부에서도 왕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는 이 넓은 세상에서도 몇 없는 존재니까.

체면상으로도, 정치적인 이유로도 어떻게든 해줄 거다.

“...그래도 좀 이상할 것 같긴 하네.”

“뭐가 말인가요, 저의 왕이시어?”

“아냐, 아무것도.”

몸만큼은 이미 다 큰 딸내미들이 다른 유치원생들마냥 원아복을 입고 유치원에 다녀오는 걸 상상했을 뿐이었다.

좀 많이 그렇지 않나.

지금도 엄마인 릴리아나를 많이 닮아서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몇개월이 지나서... 지금처럼 아이가 아니라, 거의 어른이나 다를 바 없이 크면... 아마 더욱 그럴 테지.

여왕이 되기 위해 공주로써 태어난 게 아닌, 평범한 웨어허니비로 태어난 딸들이니까 가슴만큼은 발달하지 않아서 다른 웨어허니비들과 비슷하기야 하겠지만.

아무튼간에.

“그러고 보니 릴리아나, 이주 준비는 다 끝났어?”

“네, 뱃속의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곧바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해놨답니다. 아마... 다음 아이들은 그곳에서, 저의 왕께서 제게 품게 해주실 수 있으실 거에요.”

다시금, 부푼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아나.

계획했던 이주가 끝나면, 또 당분간은 릴리아나에게 셋째 아이들을 임신시킬 때까지 고생할 듯 싶었다.

천마색공까지 익힌 이상, 아마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것 때문에 이렇게 찾아오신 건가요?”

“아니, 딸들도 볼 겸... 겸사겸사 온 거지.”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나보군요... 저를 보러 오신 것은 아니실테고...”

“...응, 미안한데. 릴리아나. 로열 젤리도 좀 나눠줄 수 있을까?”

웨어허니비들의 여왕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꿀.

실상은, 여왕의... 릴리아나의 모유인 로열 젤리를 요구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던 릴리아나가, 이내 베시시 웃었다.

“직접? 아니면...”

“미안.”

살짝 실망한 듯, 더듬이를 축 늘어뜨렸던 릴리아나였지만, 이내 가슴을 쭉 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의 왕이시어. 따로 준비해둘게요.”

“...미안.”

“아니랍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한량없사오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릴리아나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

“나중에, 잔뜩 저를 귀여워해주셔야 한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누가 뭐라해도, 릴리아나도 내 여자였다.

저 아이들도, 지금 릴리아나의 뱃속의 아이들도, 앞으로 릴리아나가 낳아줄 아이들도 전부 내 아이들이었고.

“아무리 우는 소리해도 안봐주고 귀여워해줄 테니.”

그렇게 말하고서, 조심스레 릴리아나를 안아줬다.

“어머...♡”

그런 내 말에 기뻐하며, 날개를 떠는 릴리아나를 보며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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