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힘 (1)
천마에게 된통 당해서... 아니, 이 경우엔 내 욕심이 불러온 결과물... 자승자박이었지만.
아무튼, 천마랑 예정에 없던 연장 계약을 하고나서, 나나 천마나 몸을 씻었다.
물론 따로 씻는 거였다.
나야 자지 마법 말고도 내가 배운 몇 안 되는 마법 중 하나인 세척 마법으로 몸을 닦으면 되고, 천마는 집에 있는 욕실에서 따로 혼자 씻으면 됐으니까.
안 그래도 천마한테 약점이 잡혀서 코가 꿰였는데, 여기서 같이 씻었다가 약점을 추가로 잡힐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볼일이 끝났는데도 왜 굳이 여기에 남아 있냐면...
천마가 할 말이 있으니까 잠깐 남아 있으래서 그런 거였다.
“미안하군, 조금 오래 걸렸다. 몸이 이러다 보니까 여러모로 좀 불편하더군.”
그렇게 말하는 천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움찔했다.
그야,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으며 들어온 천마가 아예 알몸이었으니까 그랬다.
내가 붙여뒀던... 보지를 막고 있던 부적까지 뗀, 완전한 알몸 상태의 천마를 보고서 무심코 물어봤다.
“...부적, 뗐네요?”
꿈틀, 하고 들썩이는 천마의 눈썹.
이번엔 또 뭔가 싶었는데, 천마가 입을 열었다.
“...더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떼면 안 되는 거였나?”
“아뇨... 상관이야 없긴 한데.”
지금 보니까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꽉 다물린 천마의 보지는 제대로 내가 사정한 정액이 흘러나오지 않게 잘 담아두고 있었다.
원래 부적을 붙여두는 이유가, 벌어진 채로 계속 있는 보지에서 정액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또, 겸사겸사 혹시 났을 상처라던지, 붓기라던지가 빠지도록 만들어둔 패치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필요 없으면 떼는 게 맞긴 했다.
뷰적 자국을 더 이상 못 보는데 좀 아쉽긴 해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래서,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마음이 급하구나.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았나. 조금은 인내심이란 것도 길렀으면 좋겠군.”
...나만큼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 어딨다고.
당장 사정할 것 같은 걸 꾹 참는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천마는 애당초 자지가 달린 적이 없었으니 알 길이 없으리라.
애초에, 그럴거면 처음부터 옷 갈아입고 돌아오면 안 됐던 걸까, 생각했는데 채 물기도 닦지 않아서 바닥을 다 적셔대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천마가 말했다.
“비키도록.”
“어...”
“비키라고 했잖나. 이래서는 옷을 못 꺼낸다.”
그 말에 뒤를 보니까, 옷장이 있었다.
...옷이 여기 있었구나.
그럼 알몸인 것도 어쩔 수 없지.
평소에 손가락을 튕기는 걸로 아공간 같은 데서 옷을 꺼내다가 입거나, 순식간에 새 옷으로 갈아입거나 하는 아내들만 봤더니 잠깐 착각했다.
천마는 어디까지나 무림인.
무공을 배운 무인이었지 아공간 같은 거에서 뭘 꺼내 쓰거나 하는 마법사나 주술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옷은 평범하게 옷장에 있는 셈이었다.
결국 다 기를, 마나를 사용하는, 같은 갈래의 힘을 다루는 방법들이었지만 계통이 다르다.
비슷한 걸 따라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똑같이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느낌.
마법은 마법, 주술은 주술, 무공은 무공... 전부 어느 한쪽으로 특화된 느낌이란 거였다.
비교적 일신의 강함, 일신의 무력에 특화된 무공은 유틸적으론 마법이나 주술보단 후달린다는 느낌.
어쨌든, 천마의 말에 내가 슬쩍 자리를 비켜주자, 그대로 쪼그려앉은 천마가 옷장을 열고서 뒤적거렸다.
“......”
난 옆에서, 그런 천마의 엉덩이나 보고 있었고.
방금 막 씻어서, 살짝 불그스름해진 엉덩이가 제법 귀여웠다.
그나저나, 무공을 배운 몸인데, 근육이 하나도 안 보이네.
생각해보니 근육만이 아니라, 몸도 무척이나 말랑말랑했던 것 같았다.
그런 주제에 가볍게 휘두른 주먹질로, 유스티티아가 기껏 고쳐준 천호의 갑주를 우그러뜨리는 괴물이었지만.
“...그런데 천마.”
“...왜 그러지?”
여전히 뒤적거리면서 옷을 한참이나 찾던 천마가, 이쪽은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해서 궁금한 걸 말했다.
“계약 연장하는 동안에요, 어쨌든 더 이상 내가 천마색공을 따로 배울 필요는 없잖아요?”
“......”
갑자기 입을 꾹 다무는 천마를 보고서, 왜 저러나 싶었는데 한참을 뒤적거린 주제에, 팬티만... 그것도 아까 전에 입고 있었던 팬티도 아니고, 그냥 흰색의 평범한 팬티만 덜렁 꺼내는 천마.
“천마?”
“안 그래도 그 말이 하고 싶어서 기다리라고 했었던 거다.”
그렇게 말하고는, 팬티 구멍 사이로 새하얀 다리를 끼워넣고, 그대로 스윽하고 올린 천마가... 누드에서 팬티만 걸쳐서 세미 누드가 된 천마가 말했다.
“...그보다, 이래서야 이 옷들은 당분간 입을 수 없겠군. 나중을 위해서라도 새 옷들도 맞춰야겠어.”
“...어, 옷은 왜요?”
주제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천마의 말에 옷장을 보니까 옷들이 꽤 많이 있었다.
천마가 딱히 여성스럽게 꾸미고 다니는 성격은 아닌 건 알았지만, 몸이 커진 지금도 예전에 입던 거에서 사이즈만 늘린, 전부 같은 디자인의 옷들이었고.
아무튼, 다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천마가 눈썹을 꿈틀이고는 말했다.
“...네게 가르쳐준 천마색공을 누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런 배가 며칠이고 계속될 텐데, 이걸 지금 이 몸 보고 입으란 건가?”
그 말에 다시 옷들을 보고서 생각했다.
그리고... 어째서 못 입게 됐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꼴로 평소 천마가 입던 옷을 입으면 여러 가지로 많이 그럴 것 같긴 했다.
배가 훤히 드러나던 천마의 옷이었으니까...
평소처럼 입고 있으면, 마치 임산부처럼 부푼 배를 다 드러내고 다니는 꼴일 게 분명했다.
천마의 외모를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사고 친 거처럼만 보일 테고.
“음...”
“...혹시나 그런 걸 원하는 거라면, 이 몸은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물론, 떨어질 이 몸의 명예를 위해서, 추가로 한 번은 더 해줘야겠다.”
“...새로 맞춰야겠네요.”
“재미없군.”
“저도 재미없었어요.”
그 말에 훗, 하고 웃은 천마가 털썩, 주저앉았다.
“뭐, 어쨌든. 이 몸이 남아 있으라고 한 이유는 네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옷은 입지 않기로 했는지 그냥 팬티차림으로 앉고서 그렇게 말하는 천마를 보고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묻고 싶은 게 뭔데요?”
“어째서, 이 몸이 가르쳐준 천마색공을 그런 식으로만 사용하는 것이지?”
“네?”
내가 뭘?
천마에게 가르친 대로 한 건데 뭐가 문제인건가 싶었을 때, 천마가 말을 이었다.
“...설마,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것이었나?”
“제가... 뭐 어쨌다고요?”
“오히려 이 몸이 묻고 싶은 말이다. 기껏 가르쳐줬는데, 제대로 사용하질 못하면 가르쳐준 보람이 없지 않나.”
그런 천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도중에 기절해놓고서.”
꿈틀, 하고 다시 한 번 눈썹을 들썩인 천마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 몸은 기절 같은 걸 한 적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끝까지 우길 생각인가 보다.
왜 그때 뻗어버린 천마의 사진을 찍어둘 생각을 못 한 걸까.
그때 찍어뒀으면 지금 천마한테 보여줬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뭐, 그렇다 치고서요. 그래서, 제가 뭘 잘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 몸이 네게 가르쳐준 천마색공은, 이 몸이 알고 있는 수백 가지의 색공을 접목시켜서 만든 것이다. 그런 것이, 고작 이렇게... 여자의 배나 불려버리는 것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나?”
어...
고작이라고 하기엔 성능이 좋은데.
당장, 그 천마색공 때문에, 내 정액으로 배가 며칠은 불러있어야 하느라 옷을 새로 맞출 걱정을 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던 천마가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이 몸이, 네게 걸었던... 섭혼공은 무공 중에 어떤 것에 포함될 거라고 생각하나?”
“어.”
“또, 이 몸이 네 자지에 했던 것은 어떻고?”
“어...”
내가 알기론 섭혼공이란게, 색공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떡협지에선 그런 종류로 쓰이고는 하는 무공인 건 알고 있었다.
당장, 나를 일시적인 조루로 만들었던 천마의 펠라치오도, 색공의 일종이기도 했고.
“...저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 몸이 알고 있는 색공을 거의 모두 담아냈다고 했었지 않나. 그게 무슨 뜻이겠나.”
나도 할 수 있다는 거네.
근데...
“...어떻게요?”
“...쯧.”
혀를 찬 천마가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는데 천마가 말했다.
“...운공부터 다시 해봐라.”
아...
가르쳐주려고?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천마색공을 운공했다.
어차피 사정만 하지 않으면 되니까, 천마색공을 운공하는 거 자체야 별로 부담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천마에게 소주천과 대주천을 돌리고, 그렇게 돌린 기를 밑으로 보내서... 부랄이 뻐근해지는 걸로 천마색공의 운공을 마치자 그런 나를 보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그게, 천마색공의 기초이자 끝이라고 이 몸이 말했던 것은 기억하고 있겠지?”
“네, 뭐...”
“그렇다면, 네가 거기서 뭘 어떻게 하면 될지 생각해봐라.”
내가... 여기서 뭘 하라고?
그런 나를 보던 천마가 다시 한 번 쯧, 하고 혀를 차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는 천마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몸이 가르친 자들 중에서 네가 가장 머리가 나쁜 것 같군.”
“아니.”
어차피 알려줄 거면 그냥 뭘 해야 하는지 하는 법도 알려주던가.
그럼 서로 편하고 얼마나 좋은데...
그렇다고 천마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없으니, 대체 천마가 한 소리가 뭔 소리인지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자니, 그런 나를 지켜보던 천마가 중얼거렸다.
“...아이는 가능하면 머리는 네가 아니라 이 몸을 닮았으면 좋겠구나. 아비와 어미에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더라도, 머리가 좋지 못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 이 몸이 알고 있는 무공을 전부 배우려면 오성도 뛰어나야할텐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애 머리 걱정까지 하는 천마를 보니까 울컥했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천마가 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내 머리가 그렇게 안좋나?
딱히 좋다곤 생각 안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다는 생각도 안했는데.
...근데 진지하게 애 머리 걱정하는 천마를 보니까 진짜 어지간히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듯 싶고, 천마가 너무 진지해서 위로 차원에서 말을 건넸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머리는 보통 엄마 닮는다잖아요?”
뭐, 천마에게 아이가 생길지 안 생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굳이 따지자면 날 닮은 자식들보단 엄마 쪽을 닮는 것이 낫긴 했다.
내가 어릴 적의 한 짓을... 내 자식들이 그런다고 생각하면... 좀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으니까.
나랑 달리 엄마랑 아빠가 멀쩡히 있을 테니까, 고아로 살았던 나처럼 굴진 않겠지만.
내 자식들은 나처럼 애미애비 얼굴도 모르게 살게 두지도 않을 생각이고.
...뭐, 그래도 날 닮아서 애가 멍청하다는 소리를, 나중에 컨플레인 듣듯이 들어보고 싶진 않으니까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있으려니까 그런 나를 보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하는 수 없지. 좀 더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