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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385)화 (385/523)

가족 나들이 온천편 (3)

온천 여행을 가기에 앞서 호아란이 미리 그 알고 있다던 온천에 연통을 보내기로 했고,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오지 못할 거 같아서요.”

그리고, 그 해야 할 일이란 건 바로 천마에게도 온천을 가게 됐다는 일정을 알려주는 일이었다.

천마가 가르쳐준 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주먹을 뻗고,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하며 말을 하자, 그런 나를 보고 있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며칠이라... 이 몸과의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쪽은 걱정하지 마요. 그전에는 돌아올 거니까요.”

놀러 가는 건 놀러 가는 거지만 천마와 한 계약도 잊지 않았다.

나한테 색공 대신에 무공을 가르쳐주기로 한 천마였는데, 내가 온천에 간 동안에는 배우지 못할 테고, 그렇다고 나만 빠져나와서 따로 무공을 배우고 다시 돌아가는 것도 그래서, 아무튼 온천에 가있는 동안 오지 못하게 됐다고 알려주러 왔을 뿐이니까.

“아무리 늦어도 전날에는 돌아올 거에요. 뭐, 천마가 원한다면 이번 껀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겠군. 지금도, 이 몸이 네 정을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배가 비워버리게 되니 점점 충동이 심해지는군.”

그렇게 말하는 천마.

확실히 전에 비해서 부풀었던 배가 홀쭉해져 있었다. 아직, 아랫배가 통통한 느낌이 없잖아 남아있긴 했지만.

새로 맞춘, 배도 제대로 감싼 옷을 입고 있는 천마라서 눈썰미가 아주 좋거나, 애당초 천마의 배를 저렇게 된 이유를 아는 게 아니라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그거 말인데요, 임신하면 나아지기는 하는 거예요?”

무슨 이유에서인지ㅡ

천마의 추측으로는, 나랑 천마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 천마의 기신으로서의 염원인 ‘완전한 무’를 이룰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솔직히 아직 생기지도 않은 자식의 재능이 어떤지 하는 얼토당토않는 일로 코가 꿰인 나로서는 좀 그랬다.

만약...

천마가 내 아이를 배고 나서 멀쩡해진다면야 어떻게든 되기야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만약 생긴다고 쳐도, 천마의 자식에게 무의 재능이 없다거나, 있더라도 ‘완전한 무’라는 솔직히 사람이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 싶은 경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면.

그렇다면 둘째, 셋째도 요구해온다는 가능성은 없는 걸까.

솔직히 가능성이 너무 많아 보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처럼, 천마 역시도 그랬는지 뚱하니 대답했다.

“흠, 글쎄... 그건 이 몸도 모른다. 애초부터, 이 몸이 그런 반응을 한 것도 네놈이 처음인 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뭐, 그건 그렇지만요.”

내가 천마의 처녀를 빼앗은 첫 남자니까.

“...그보다, 말하는 게 이상하군. 이 몸이 그렇게도 싫나? 남자라면, 이 몸 정도의 미인을 안을 수 있는 것은 소원이지 않나? 애초에, 이 몸에게 그토록 많이 정을 토해낸 주제에.”

“아니, 뭐. 그거야...”

예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자기 손으로 흔들어도 언젠가는 사정하고 마는 게 남자란 생물이었다.

물론, 천마가 예쁘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그거야?”

이쪽을 흘겨보는 천마.

성장기가 끝나가는 건지, 저번이랑 크게 차이는 안 났지만. 그래도 처녀를 상실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러모로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다.

꼬맹이일 때의 천마가, 꼬맹이였고.

내가 안기 전의 천마가, 키만 큰 꼬맹이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원래도 하얳는데, 요샌 더 하얘진 피부나...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 긴 속눈썹까지.

안그래도 인형같았던 예뻤던 얼굴이, 더욱 인형같아지긴 했다.

“...미인이긴 하죠.”

가슴이랑 엉덩이가 좀 작은 걸 빼면.

속마음은 쏙 빼놓고 그렇게 말하자, 눈썹을 꿈틀인 천마가, 이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렇다면 뭐가 불만이지?”

“...싫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유부남이니까요.”

“끼고 사는 여자만 열에 가까운 네 놈이 할 말은 아니로군. 더욱이 네 놈이 임신시킨 여자만, 이 몸이 알기로는 이미 수십이다만.”

할 말이 없었다.

수십이 정말로 수십인지 진짜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내 기억으로는 수십 명까진... 아닌데 진짜.

근데 알아보기가 무서웠다.

정말로 수십 명이면 어떡해.

직업상 싸지른 게 있으니까, 절대로 아니라고 말도 못 하겠고.

아무튼, 이 주제는 여러모로 내 정신상으론 안 좋은 것 같아서 말을 돌릴 거리를 생각했다가, 이내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근데 말이에요, 천마.”

“왜 그러지?”

“최근에 왜 자꾸 저보고 네놈 네놈 거리는 거에요?”

분명 예전에는 네 녀석이라든지, 너라든지 하고 불렀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서는 왠지 모르게 호칭이 놈이 되어버려서 물었더니, 눈썹을 찡그리는 천마가 보였다.

“...그 이유를 모르니까 네놈이 네놈인 거다.”

뭐야 그거.

뭐... 어쨌든.

천마도 딱히 내가 온천을 다녀오는 걸로 뭐라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니 다행이었다.

자기도 온천에 쫓아온다고 하지도 않고.

...뭐, 천마가 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기신으로써 그렇게 된 거니까 내가 계약만 제대로 지키는 한 천마야 아무래도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멍하니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며칠 동안이나 수련을 받지 않게 됐으니... 오늘은 제대로 가르쳐줘야겠군.”

그렇게 말하며, 천마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지 않으면, 네가 돌아왔을 땐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요?”

난 가르쳐준 대로 하는 것 같은데.

“그걸 지금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군.”

너무했다.

“...하는 수 없지. 다시 한번 자세부터 알려줄 테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기억해라.”

그렇게 말하고선, 내게 다가온 천마가 내 허리를 붙들어 잡았다.

아주 살짝, 그런 천마로부터 나는 향기.

“어...”

“...왜 그러지?”

“아뇨, 아무것도.”

뭐 오면서 꿀이라도 드셨나 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는데, 미간을 팍 좁힌 채 찡그리는 천마가 보였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다.”

꽈악, 하고 그렇게 말하며 내 허리춤을 붙들어잡는 천마의 손아귀가 꽤 아팠다.

“저기, 천마?”

“...입 다물어라. 그리고, 다리. 너무 벌리지 좀 마라. 분명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이래서야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을 때 자세를 바꾸기도 힘들 거란 건 생각이 미치질 않는 게냐?”

아니 이건.

다리 사이에 있는 게 너무 덜렁거려서 어쩔 수가 없는 건데.

“...이러면 오히려 불편한데 이게 진짜 맞아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더니, 인상을 팍 찡그린 천마가 말했다.

“이 몸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한 건 네놈이니까, 똑바로 하도록.”

“...넹.”

“그리고, 보폭은 좀 더 줄이고... 그래, 그렇게. 주먹을 뻗을 때도... 이런 식으로...”

이리저리 내 자세를 다시 교정해준 천마가 말했다.

“자, 알려준 대로 다시 한번 해보도록.”

천마가 자세를 교정시켜준 대로, 다시 한 번 무공을 펼쳐봤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용 발톱이나, 그게 아니면 거의 주먹이나 발길질이었던 탓에 그쪽 위주로... 특히 보법 위주로 된 무공을 배우고 있었는데.

솔직히 뭔가 흐느적흐느적하는 느낌이라서 잘 모르겠다.

가르쳐주니까 열심히 배우고는 있지만...

아무튼, 천마에게 여태껏 배웠던, 여덟 동작으로 된 초식이란 걸 전부 펼치고 나서 참고 있던 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어때요?”

“...틀렸다. 다시 알려주지. 천하의 둔재같은 놈.”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내 자세를 고쳐주는 천마에게, 오늘도 열심히 구박 받으면서 무공을 수련했다.

어쩌면 릴리스보다 잔소리가 많은 게 아닐까 싶은 천마와 한바탕 무공 수련이 끝나고 난 저녁.

호아란이 연통을 보냈다던 온천에서 언제든 와도 좋다는 답장을 받고서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언제든 와도 좋다고 했어도 내일 바로 가는 건 좀 그런 거 같긴 한데...

천마와의 계약 건도 있고 바다라든지도 가보고 모처럼이니 주변 구경도 하고 그러고 그러면 며칠은 순식간일 거라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수영복도 잘 챙기고 이런저런 준비를 마친 다음에, 이른 아침부터 공간 전이문을 열어서 도착한 온천.

정확히는, 온천이 딸린 여관은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곳이었다.

여관이라기보단... 동양풍의 저택이라고 봐도 좋을 곳이었으니까.

애초에 손님들을 받고 하는 여관이라 그런지 한창 드워프들이 열심히 짓고 있는 우리 집보다도 클 정도였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 천호님.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본녀야말로 답장을 받은 다음날에 이렇게 곧장 찾아와서 미안하구나.”

“미안하다뇨. 천호님께서는 언제든지 와주셔도... 아니, 아예 이곳에 머무르며 사신다고 해도 괜찮은걸요.”

“그거 참 고마운 말이구나.”

“고맙다니요. 천호님께서 저희 가문에 해주신 일이 있으신데 이 정도야 당연하죠. 마침 요 며칠간은 여관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손님을 받지 않고 있던 터라, 바쁘지도 않았고요.”

이른 아침부터 찾아왔는데도, 호아란을 깍듯하게 마중하러 나온 여관 주인도 엄청난 사람이었다.

이마에 뾰족하게 나있는 뿔과 묘하게 불그스름한 피부가 인간이 아닌... 요괴임을 알려주긴 했지만.

그런 게 무색할 정도의 미녀였으니 말이다.

몸을 꽉 조이듯 감싸는 기모노 차림인데도 불구하고 숨길 수도 없는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미모의 여주인이었다.

단지, 키가 좀 많이 컸지만.

2미터가 좀 넘는 것 같은데.

나보다 좀 크고, 아리아드보단 작은 것 같으니까 아마 그 정도 될 즘 싶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전부 커다란 여주인을 쳐다보고 있자니, 옆에 있던 릴리스로부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알을 콱 뽑아버리기 전에 딴 데 보지?”

“...그래도 재생될 텐데?”

“또 뽑으면 되지.”

살벌하네.

정말로 내 눈을 뽑진 않겠지만, 릴리스의 말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주변 풍경.

“정말로 바다 근처긴 하네.”

온천이 있는 여관이야 산 중턱에 있었지만, 그 여관에서도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차도 안 가져왔으니까 그냥 걸어서 가면 두세 시간은 걸릴 법한 거리였지만.

그거야 걸어갈 때의 일이고, 바다 건너인 여기 올 때도 몇 분도 안 걸렸으니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천호님. 혹시 저 분이... 서신에서 쓰신...?”

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다시 고개를 돌리니까 내 쪽을 보는 여관 주인과 얼굴이 발갛게 된 호아란이 보였다.

“그... 음. 마, 맞느니라. 비, 비밀이니 꼭 지켜주어야 하느니라?”

“물론이죠. 손님분들에 대한 것은 반드시 비밀로 하는 것이 저희 영원정의 오래된 방침인 걸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위에서 사람이 찾아온다고 해도, 그들이 제 뿔이 부러뜨리고, 목을 자를지언정 이곳에서 알게 된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할 테니까요.”

“아니... 그렇게까지는 비밀로 하지도 않아도 되느니라... 하지만, 고맙구나.”

“네에... 하지만, 그 천호님께서... 의외이긴 하군요. 아니... 의외인 건 다른 쪽이긴 하지만요. 으음... 밤중에 소박당하진 않으시는 거죠? 천호님? 아무래도 경쟁자가 너무 쟁쟁한 듯하여...”

“...옛날이랑 달리 농담이 심해졌구나. 홍단아.”

“그러는 천호님께서도 엄청 귀여워지셨는걸요. 역시 사랑을 하면 많이 달라지는 것이 여인인 모양이로군요. 응, 하기사 저도 남편을 만나고선 많이 바뀌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천호님께서도 어쩔 수 없는 여인이었던 거겠죠...”

“...홍단아? 이만 됐으니 방부터 안내해주지 않겠느냐?”

“참, 내 정신 좀 봐. 자, 손님들, 이리로 와주세요. 묵으실 곳을 안내해드릴게요.”

여주인에게 실컷 놀림당하는 호아란을 봐서 좀 웃겨서 피식하고 웃고 있자니, 그런 나를 돌아본 호아란이 새빨개진 얼굴로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어, 어릴 적엔 얌전하고 본녀를 잘 따르는 착한 아이였거늘... 농담이 많이 심해진 모양이구나.”

“여주인이 어릴 적이라고 하는데, 그게 몇 년 전인데요?”

“그야, ...기억 안 나느니라.”

그럴 리가 없는데.

방금 뭐라고 말하려고 하기도 했고.

“...이상한 거 묻지 말고 빨리 가기나 해. 봐, 저기서 기다리잖아.”

내 뒤통수를 치며 말하는 릴리스의 말에 보니까 이쪽을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고 있는 여주인이 보였다.

“...뭐, 일단 들어갈까.”

누가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부끄러워져서 서둘러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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