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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392)화 (392/523)

오니 아가씨 (1)

요괴는 욕망에서 비롯된 사념을 근원으로 하는 종족이다.

더욱 정확히는 수많은 사념들... 원망을 품고 죽어가거나, 살아있는 인간들이 품은 원망에서 비롯된 업이 뒤엉키고 섞여서 태어나는 종족이었다.

어찌 보면 후천신과 비슷한 종족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둘 다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비록 사념과 신앙이란... 서로 근원으로 두고 있는 것이 다르긴 했지만.

뭐, 어쨌든 모든 요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평범하게 생식 활동을 통해서 태어나는 요괴가 더욱 많았다.

앞서 말한 방식으로 태어나는 요괴는 극히 드물고, 그만한 사념이 모이려면 수백, 수천 명이 죽어 나가는 전쟁 정도는 일어나야 하는 법이니까.

요괴가 태어날 법한 환경, 그러니까 마나의 유무도 중요하고.

아무튼, 그렇기에 대부분의 요괴는 그런 전란... 아니면 그만큼 세상이 혼란하던 와중에 태어난 태초의 요괴들과 그 요괴들 사이에서 태어난, 평범한 요괴들. 그리고 그 평범한 요괴들로부터 계보가 이어진 요괴들로 나뉜다고 보면 됐다.

뭐, 그런 것보다 지금 중요한 건 요괴의 발생과 번성과 같은 게 아니라, 그러한 요괴 중에서도 오니라는 요괴가 가진 특징이었다.

현재는 알아서 잘만 번식하고 살아가는 요괴들이었지만, 적어도 태초의 요괴는 저마다... 원망에서 비롯된 사념에서 태어났기에 유독 욕심이 강한 경향을 띠었다.

결핍된 자들의, 쌓이고 쌓인 원망에서 비롯된 종족이기에 갖게 된 탐욕.

후천신이, 자신에게 부여된 신성에 맞는 형태를, 행동을 하게 되버리는 것처럼.

기신이, 자신에게 부여된 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태생이 그러하기에 모든 요괴들은 탐욕스러웠다.

호아란마저도, 발정기엔 유난히 성욕이 강해지다 못해서 아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는 것도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평소엔 억누르고 자신의 욕구를 참아내지만, 억누르지 못하게 되는 발정기엔 그게 모두 터져나오는 것이었으니까.

어쨌거나, 그런 탐욕이 요괴들 중에서도 특히나 강한 것이 오니였다.

수많은 사념을 품고 태어나는 요괴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오니의 근간이 되는 사념은 욕심이었으니까.

그렇게 유독 욕심이 강한 오니에게, 이 탐욕이 가져오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열병이였다.

원체 튼튼한 몸을 타고나는 종족이라, 요괴라도 반드시 찾아오고 마는 노화라든지, 노망같은 것을 제외하면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는 오니가 걸리는, 몇 안 되는 병 중 하나인 열병...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게 됐을 때, 몸에 고열을 동반하는 병이 그것 중 하나였다.

고작 열이 나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핍된 욕망을 해소해주지 않는 한은 끝내 고사해서 죽어버릴 정도의 중병으로 진화하는, 끔찍한 종족 특유의 질병.

그 열병에, 여주인님네 따님이, 홍련이란 이름의 오니 아가씨가 덜컥 걸려버린 거였다.

그 이유가 다름 아닌, 나였고.

“대체 왜...?”

한마디로 말해서 나한테 반해버렸는데, 내 주변에 있는 아내들이 아내들이다보니까 그걸 이룰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 끙끙 앓던 도중에 정말로 병에 걸렸다는 소리인데, 난 그 아가씨랑 제대로 된 대화도 한 적이 없었다.

그야 나만 보면 도망치느라 바빴는데 무슨 대화를 한다고.

눈이 제대로 마주친 적도 내 발기 자지를 들킨 날 빼고는 없을 정도였다.

“...진짜 왜?”

내 능력이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능력인 건 맞았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랑 살을 섞은, 톡 까놓고 말해서 섹스한 여자에 경우에나 그렇지 그냥 얼굴만 본다고 나한테 반하게 하거나 하는 편리한 능력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검증 끝에, 내 기프트가 가진 능력 중 하나인 이성에 대한 매혹이 발동하는 조건이 상대방에게 질내사정한 경우인 것도 알게 됐으니까 더더욱 그럴 일은 없었다.

그야, 난 그 오니 아가씨 보지에 사정한 적이 절대로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내 기프트가 가진 매혹 능력을 봉하기 위해서 차고 있는 사슬 목걸이도 딱히 풀은 적도 없었고.

즉...

“아니, 진짜 왜?”

그냥 첫눈에 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람이란 게 그렇게 쉽게 누군가한테 반하고 그러는 건가?

내가 그런 개연성 넘치는 외모를 한 기억은 없었는데.

내가 못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여러 종족이 뒤섞인 세상이다보니 내 외모가 뛰어나다곤 절대로 말 못해서 그랬다.

그야 아무 엘프 앞에만 둬도 꼴뚜기가 될 자신이 있었으니까.

미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그 귀쟁이들 앞에서 외모로 어떻게 맞먹으려면 서큐버스나, 드래곤... 아니면 진짜 타고난 몇몇 밖에는 없을 거다.

“진짜ㅡ”

“...이미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걸로 그만 시끄럽게 굴고,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내 말을 자르며,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 릴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3일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에 억지로 마망 플레이를 시키거나, 더럽다며 질색하는 릴리스의 보지 위에 술을 뿌려다가 마시는 계곡주라든지, 보지털을 술로 적셔서 빨아서 마셔대며 미역주라고 했을 때보다도 더 기분이 나빠 보이는 릴리스의 표정에 잠깐 고민했다.

릴리스의 기분이 나빠진 이유야 뻔했다.

뻔했지만, 일단 그 점은 굳이 건드리지 않고서 시선을 돌려서 릴리스만큼은 아니지만, 표정이 굳어있던 호아란에게 말했다.

“...일단, 호아란. 그 열병이란 거, 불치병이라던가 그런 거에요?”

내 물음에 고개를 저은 호아란이 말했다.

“그런 것은 아니니라.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욕심을 이룰 수 없어서 걸리는 병이 불치의... 죽을 병이라면 오니들이 대체 어떻게 살아남겠느냐?”

그야 그건 그렇네.

하고 싶은 걸 못 한다고 죽을 병에 걸린다면 오니란 종족이 요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를 가진 요괴일 리가 없었다.

근원이 욕심에서 비롯한 요괴라서 그런지 워낙 성욕이 왕성하기도 한 모양이라지만, 아무튼 그 모양이라면 백명이 태어나도 구십구는 죽어나갈 종족이었으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자, 그런 나를 보며 호아란이 말을 이었다.

“...다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악화되어서 죽을 병이 되는 병인 것은 맞느니라. 대부분은 자연스레... 품고 있던 욕심을 잊는 것으로 낫는 병이지만, 백에 하나는 치유되지 않고 죽게 되는 병이니라.”

백에 하나.

많다면 많은 숫자고 적다면 적은 숫자였다.

애초에 열병에 걸리려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걸리지도 않는다고 하니, 따지고 보면 극히 일부인 확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거지.

가족인, 심지어 부모의 입장인 여주인님은 그렇게 생각 못하겠지.

백에 하나지만, 결국 백 명에 한 명은 죽을 지도 모르는 병인 거다.

그런 병에 자신의 딸이 걸리게 된다면... 나라면 대가리가 돌아버렸을 거다.

그러니까, 여주인님의 안색이 그렇게 좋지 않아졌었던 걸 테고.

“......”

일단 우리끼리 상의해보겠다고 여주인님을 물렸을 때, 고개를 푹 숙이며 돌아갔던 여주인님의 안색을 떠올렸다.

나로서는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는, 애미애비한테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던 고아새끼가 알 턱이 없었던, 부모로서의 얼굴을 보여주던 여주인님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내 결정을 기다리는 아내들을 바라봤다.

“...생각은 정했느냐? 한조야.”

“네.”

몸을 일으켰다.

그런 나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는 릴리스가 보였지만, 딱히 뭐라고 말하진 않는 걸 보면 어차피 이렇게 될 거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날 이해해주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포기했다고 보면 되려나...

...어디까지나 날 이해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만나는 보게요.”

정말로 나한테 반해서 걸린 병이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 당사자부터 제대로 만나서 대화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그런 거라면.”

그때는...

“...여태 받아먹은 값으로 한 번 대주는 걸로 치죠, 뭐.”

원정 출장 나왔다 치고서 한 번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상태는 좀 어때요?”

내가 마지막으로 본 여주인님네 따님, 홍련은 날 보고서 얼굴이 시뻘개져서 도망치긴 했지만 그럭저럭 멀쩡한 편이었다.

미처 말을 걸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망쳐버렸으니까 건강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틀 전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병에 대한 걸 돕겠다고 결정하고서... 여주인을 따라서 앓아누웠다는 홍련을 찾으러가는 길에 묻자, 씁쓸한 표정으로 여주인님이 대답했다.

“어제까지는 상태가 좋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열이 심해져서...”

말하는 걸 보니까 상태가 악화한 건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이후인 것 같았다.

그때...

내가 뭘 했었나?

기억을 되새겨봤지만, 딱히 한 건 없었다.

그야 그땐 한창 고주망태가 된 상태로 아내들이랑 떡치던 중이었으니까.

이런 저런 온천을 돌아다니면서, 아내들에게 박아댔던 것 밖에는 기억에 없었다.

“...일단 가보죠.”

“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주인님에게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어봤자, 속이 쓰리기만 했다.

애당초 이유가 나라면 내가 감사받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홍련의 방.

“그럼...”

드르륵, 하고 문을 열자마자 느꼈다.

후욱, 하고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으니까.

“아니...”

열병이라고 해서, 그냥 단순히 열이 오르는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으, 으읏...”

끙, 끙대며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오니 아가씨.

방이 후끈해질 만큼 존나게 열을 뿜어내는 중에도 오들오들 떨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열을 조금이라도 내리기 위해서인지 얇은 옷차림으로 있는 홍련이 보였으니까.

“...왔소?”

그리고 그런 홍련을 간호하고 있었던 모양인 여주인님의 남편분께서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내 옆에 있던 여주인님께 그렇게 말했다.

“네, 한조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남편분께서 몸을 일으켰다.

키...

존나 크네.

거의 3미터는 됨직한 남자였다.

여주인님도 키가 큰 편이긴 했지만 딱히 오니가 거인종에 해당하는 종족이 아닌 걸 생각했을 때, 그냥 이 남자가 유난히 키가 큰 듯 싶었다.

평균 신장이 3미터쯤 되는 종족은 거인종에 해당하니까.

수컷 한정이긴 해도, 키가 그쯤 되는 미노타우로스가 거인종으로 취급받는 것도 그런 이유고.

뭐, 찐 거인들은 우습게 십미터, 이십미터를 넘어가고 원체 숫자가 적으니까 말이 거인종에 해당한다는 거지 급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대체 얼마나 여기서 딸의 간호를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쪽도 땀에 절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침음하던 여주인님의 남편이 내게 말했다.

“...주전이라고 하오. 딸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나를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텐데도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로써 딸을 내게 부탁하는 남자를 보니까 안 그래도 쓰리던 속이 존나게 쓰려왔다.

“한조입니다. ...일단, 맡겨만 주세요.”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 밖에는 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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